[현장] 시간당 90㎜ ‘물폭탄’…폐허가 된 부산

입력 2009.07.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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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 비 피해 상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며칠 전 폭우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박석호 기자, 피해 주민들의 상심, 말로 다 할 수 없겠어요?

<리포트>

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겠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마을 위쪽에서 거센 물살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오전 내내 퍼붓던 장대비는 그쳤지만, 마을 전체는 이미 거대한 계곡으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황춘희(부산 연산동) : “(물살이) 굉장했었어요. 사람이 여기 서있지 못하고 차가 떠내려갈 정도니까...”

거센 물살과 함께 토사가 덮쳐, 주택 10여 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장음> “이 집은 다 지어야 돼. 다시 지어야 돼.”

부서지지 않은 집이라고 해서 멀쩡한 건 아닙니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집 내부는 누런 흙탕물에 뒤덮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허동매(부산 망미동) : “이 물이 쳐들어오면서 잠가놓은 문까지 열리고 물살이 그렇게 심했다니까요. 순식간에... 너무 순식간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인터뷰> 정흥택(부산 연산동) : “지금 안에 흙이 다 차서 위에 천장도 전부 다 내려앉았고 흙을 치워야 안에 가전제품이고 뭐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위에 흙을 치워야 하는데 지금 엄두가 안 나고...”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30여 대의 차량이 흙더미 속에 파묻혀 골목길을 가득 메웠습니다. 마을 뒤편 공사장 절개지에서 토사가 유실되면서 주택가에 세워진 차들을 덮친 것입니다.

<인터뷰> 김철수(부산 수정동) : “차를 주차장에 세워놨는데 저 위에서 물이 오니까 차가 떠내려 오더라고... 떠내려 오면서 (그 차가) 내 차를 자꾸 쳐요. 차가 쭉쭉쭉 밀려 나오더니 떠내려가서 저쪽에 들어가 버렸어요.”

넋이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하동균(부산 수정동) : “도미노처럼 차가 계속 밀려서 아껴온 차가 저렇게 되니까 황당하고 출산할 아내도 있는데 지금 이동할 수단이 없어서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토사와 뒤엉킨 차가 집 대문을 막아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홍자(부산 수정동) : “못 나가요. 지금 몇 시간째 이러고 있어요. 아침에 간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물에 얼마나 떠내려가는지 차 떠내려가니까 심장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무너진 담벼락, 그리고 맥없이 꺽인 가로등까지... 고작 오전 한 나절 내린 비에 마을 전체는 초토화됐습니다.

<인터뷰> 전말순(부산 수정동) : “거기 사람 있었으면 다 죽었어요. 다 쓸려 죽었어요. 다 죽었죠. 인사 사고 안 난 게 다행이죠.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어요.”

이 일대 상가는 열흘 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물을 퍼내고 호스로도 빼내보지만 상황이 나아지질 않습니다.

<인터뷰> 황정범(상가 주인) : “일주일 전에 (물이) 한 번 들어와서 대청소 한 번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일 전보다 물이 더 많이 들어왔어요.”

물고기가 있어야 할 횟집의 수조는 텅 비어버렸습니다. 빗물에 모두 떠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고기가 어디 있어요. 싹 다 내려갔죠. 물이 이만큼 잠겼는데... 고기가 다 떠내려가지 살겠어요? 보세요. 한 마리도 없어서 한 집에 몇 천 만원씩 손해를 봐서 울고 싶어요.”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실내골프장은 아예 물에 잠겨 입구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상가를 통째로 집어삼킨 누런 흙탕물을 보는 주인은 망연자실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종철(상가 주인) : “지금 두 번째거든요. 7월 7일 날 아침에 이렇게 잠겼어요. 잠겼다가 지금 물이 빠지고 두 번 다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우리는 완전 거지됐어요. 안에 하나도 못 건지는데...”

기록적인 폭우 앞에 두 차례나 무너진 삶의 터전, 이번 비는 말 그대로 물의 형상을 한 마귀, 수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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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7-17 0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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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부산 비 피해 상황,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며칠 전 폭우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박석호 기자, 피해 주민들의 상심, 말로 다 할 수 없겠어요? <리포트> 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겠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주민들은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마을 위쪽에서 거센 물살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오전 내내 퍼붓던 장대비는 그쳤지만, 마을 전체는 이미 거대한 계곡으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황춘희(부산 연산동) : “(물살이) 굉장했었어요. 사람이 여기 서있지 못하고 차가 떠내려갈 정도니까...” 거센 물살과 함께 토사가 덮쳐, 주택 10여 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현장음> “이 집은 다 지어야 돼. 다시 지어야 돼.” 부서지지 않은 집이라고 해서 멀쩡한 건 아닙니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집 내부는 누런 흙탕물에 뒤덮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허동매(부산 망미동) : “이 물이 쳐들어오면서 잠가놓은 문까지 열리고 물살이 그렇게 심했다니까요. 순식간에... 너무 순식간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인터뷰> 정흥택(부산 연산동) : “지금 안에 흙이 다 차서 위에 천장도 전부 다 내려앉았고 흙을 치워야 안에 가전제품이고 뭐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위에 흙을 치워야 하는데 지금 엄두가 안 나고...” 산사태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30여 대의 차량이 흙더미 속에 파묻혀 골목길을 가득 메웠습니다. 마을 뒤편 공사장 절개지에서 토사가 유실되면서 주택가에 세워진 차들을 덮친 것입니다. <인터뷰> 김철수(부산 수정동) : “차를 주차장에 세워놨는데 저 위에서 물이 오니까 차가 떠내려 오더라고... 떠내려 오면서 (그 차가) 내 차를 자꾸 쳐요. 차가 쭉쭉쭉 밀려 나오더니 떠내려가서 저쪽에 들어가 버렸어요.” 넋이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하동균(부산 수정동) : “도미노처럼 차가 계속 밀려서 아껴온 차가 저렇게 되니까 황당하고 출산할 아내도 있는데 지금 이동할 수단이 없어서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토사와 뒤엉킨 차가 집 대문을 막아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주민도 있습니다. <인터뷰> 황홍자(부산 수정동) : “못 나가요. 지금 몇 시간째 이러고 있어요. 아침에 간 떨려 죽는 줄 알았어요. 물에 얼마나 떠내려가는지 차 떠내려가니까 심장이 떨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무너진 담벼락, 그리고 맥없이 꺽인 가로등까지... 고작 오전 한 나절 내린 비에 마을 전체는 초토화됐습니다. <인터뷰> 전말순(부산 수정동) : “거기 사람 있었으면 다 죽었어요. 다 쓸려 죽었어요. 다 죽었죠. 인사 사고 안 난 게 다행이죠.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없어요.” 이 일대 상가는 열흘 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물을 퍼내고 호스로도 빼내보지만 상황이 나아지질 않습니다. <인터뷰> 황정범(상가 주인) : “일주일 전에 (물이) 한 번 들어와서 대청소 한 번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일 전보다 물이 더 많이 들어왔어요.” 물고기가 있어야 할 횟집의 수조는 텅 비어버렸습니다. 빗물에 모두 떠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고기가 어디 있어요. 싹 다 내려갔죠. 물이 이만큼 잠겼는데... 고기가 다 떠내려가지 살겠어요? 보세요. 한 마리도 없어서 한 집에 몇 천 만원씩 손해를 봐서 울고 싶어요.”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실내골프장은 아예 물에 잠겨 입구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상가를 통째로 집어삼킨 누런 흙탕물을 보는 주인은 망연자실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김종철(상가 주인) : “지금 두 번째거든요. 7월 7일 날 아침에 이렇게 잠겼어요. 잠겼다가 지금 물이 빠지고 두 번 다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우리는 완전 거지됐어요. 안에 하나도 못 건지는데...” 기록적인 폭우 앞에 두 차례나 무너진 삶의 터전, 이번 비는 말 그대로 물의 형상을 한 마귀, 수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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