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전통주의 멋과 문화…깊은 맛의 세계

입력 2009.08.29 (21:41) 수정 2009.08.3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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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민족의 한과 흥을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근히 취기가 돌게 하는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전통주를 빚는 명인들을 통해 우리 고유의 멋과 문화를 읽어봅니다.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모악산 정상 기슭의 수왕사, 4백 년째 이 산사에서만 전해 내려온다는 곡차 빚기가 한창입니다.

<녹취> "재료 하나하나마다 깨끗하고 맑고 청결한 마음 그런 마음으로 담그고 있습니다. 정직한 마음을 갖고 할 때 그 맛도 더욱 좋습니다."

모악산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찹쌀과 멥쌀, 누룩을 찌어, 송홧가루와 오미자 등 갖은 약재들을 항아리에 넣은 뒤 백일을 기다려야 술의 형태가 갖춰집니다.

여기에 또한번 불을 지펴,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3년을 더 기다려야 비로소 은은한 빛깔을 드러냅니다.

<인터뷰>벽암 스님(송화백일주 명인) : "스님들이 산사에 살면서 오는 영양결핍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개발된 술입니다."

그런가 하면 예로부터 민가에서는 '가양주'라 해서 갖가지 약초를 섞어 넣은 향기로운 술을 빚어 마셨습니다.

천5백 년 동안 전수돼온 조상들의 지혜가 우리 땅에서 난 재료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우희열(한산소곡주 명인) : "야생들국화는 고혈압에 좋아서 넣고, 이건 엿기름인데 술 잘 익으라고..."

주식인 쌀을 주재료로 만든 우리의 술은 예를 갖출 때나, 풍류와 함께 흥을 돋울 때나, 때로는 애달픔과 허기를 달래주며 오랜 세월,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 있었습니다.

<녹취> "고삼국 시대, 삼국 형성 이전부터 술이 있었다고 그래요. 우리 조상들한테 술은 어떤 자리 어떤 의식에서든 없어서는 안될것입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일반 가정의 술 빚기가 금지되고, 해방 이후 식량난을 겪으면서 가양주로 대표되던 전통주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인터뷰>박록담(전통주연구소장) : "우리 술자리에 다른 술이 놓이면서 우리 식문화 조상들의 정신까지 다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이지요."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 술이지만 이 시대 명인들이 정말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민족의 멋과 문화, 그 자체인지 모릅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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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전통주의 멋과 문화…깊은 맛의 세계
    • 입력 2009-08-29 21:24:36
    • 수정2009-08-30 07: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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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민족의 한과 흥을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은근히 취기가 돌게 하는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전통주를 빚는 명인들을 통해 우리 고유의 멋과 문화를 읽어봅니다.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모악산 정상 기슭의 수왕사, 4백 년째 이 산사에서만 전해 내려온다는 곡차 빚기가 한창입니다. <녹취> "재료 하나하나마다 깨끗하고 맑고 청결한 마음 그런 마음으로 담그고 있습니다. 정직한 마음을 갖고 할 때 그 맛도 더욱 좋습니다." 모악산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찹쌀과 멥쌀, 누룩을 찌어, 송홧가루와 오미자 등 갖은 약재들을 항아리에 넣은 뒤 백일을 기다려야 술의 형태가 갖춰집니다. 여기에 또한번 불을 지펴,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3년을 더 기다려야 비로소 은은한 빛깔을 드러냅니다. <인터뷰>벽암 스님(송화백일주 명인) : "스님들이 산사에 살면서 오는 영양결핍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개발된 술입니다." 그런가 하면 예로부터 민가에서는 '가양주'라 해서 갖가지 약초를 섞어 넣은 향기로운 술을 빚어 마셨습니다. 천5백 년 동안 전수돼온 조상들의 지혜가 우리 땅에서 난 재료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우희열(한산소곡주 명인) : "야생들국화는 고혈압에 좋아서 넣고, 이건 엿기름인데 술 잘 익으라고..." 주식인 쌀을 주재료로 만든 우리의 술은 예를 갖출 때나, 풍류와 함께 흥을 돋울 때나, 때로는 애달픔과 허기를 달래주며 오랜 세월,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 있었습니다. <녹취> "고삼국 시대, 삼국 형성 이전부터 술이 있었다고 그래요. 우리 조상들한테 술은 어떤 자리 어떤 의식에서든 없어서는 안될것입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일반 가정의 술 빚기가 금지되고, 해방 이후 식량난을 겪으면서 가양주로 대표되던 전통주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인터뷰>박록담(전통주연구소장) : "우리 술자리에 다른 술이 놓이면서 우리 식문화 조상들의 정신까지 다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이지요."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 술이지만 이 시대 명인들이 정말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민족의 멋과 문화, 그 자체인지 모릅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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