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차 밑에 슬쩍…‘지팡이 치기’ 신종 사기

입력 2009.09.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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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노인들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가 효과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최서희 기자! 어떻게 하는 겁니까?

<리포트>

운전자 여러분들. 특히, 좁은 길을 운전할 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노인 사기범들은 차 밑에 지팡이를 슬쩍 밀어 넣고는 휘어졌다며 지팡이 값을 현금으로 요구합니다.

운전자들은 일단 사고가 나면 당황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돈을 그대로 물어주기 십상입니다.

어떤 사기수법인지 지금부터 자세히 보시죠.

지난 8일, 오전 9시 반. 승용차 한 대가 골목길을 지나갑니다.

차와 보행자가 겨우 비껴나갈 만큼 복잡하고, 비좁은 길이 쭉 이어지는데요.

잠시 후, 지팡이를 든 채 나타난 한 노인.

그냥 길을 지나가는 가 싶더니 지팡이를 차 앞바퀴 쪽에 슬쩍 갖다 댑니다.

운전자는 뭔가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밟힌 느낌에 깜짝 놀라 차를 바로 멈췄다고 하는데요.

밖으로 나와 보니, 스쳐 지나간 줄 알았던 노인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제 생각에는 지팡이를 (오른쪽 바퀴에서) 밀어 넣으셨으니까...퉁 치면서 뒤쪽 바퀴 부분이 지팡이를 밟고 지난 간 것 같아요.”

다친 데가 없나 노인을 살펴보던 왕 씨. 보험 처리를 요구했지만 노인은 괜찮다며 다짜고짜 휘어진 지팡이 값을 물어 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죄송하고 미안해서 보험처리를 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화를 내시면서 거부를 하시더라고요. 몸은 괜찮다...지팡이만 쳤으니까 지팡이 값만 물어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어요.”

이 노인이 제시한 철제 지팡이 값은 18만원. 하지만 성의 표시만 하라며 10만 원만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금이 부족해 난처해하는 왕 씨의 차에 올라탄 노인은 친절하게 은행 위치까지 알려준 뒤 함께 동행했습니다.

<현장음> “(현재 돈 가진 게 없어서요) 돈 몇 푼 없으면 말아, 없으면 말아...자네가 은행에 가서 얼마라도 합의 해주면 (고맙지)”

혹시 다친 데는 없는지 병원에 가보자는 말에 오히려 면박을 주는 노인.

<현장음> “(병원 가서 보험처리 해드릴게요) 다리도 별로 안 좋고, 몸 상태도 안 좋으니까...병원에 가면 여기저기 (검사만) 하잖아.”

노인은 결국 돈만 받은 뒤, 곧바로 사라졌습니다.

왕 씨는 이 노인이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아챘다고 합니다.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비슷한 금액, 비슷한 경험과 요구하는 수법이 다 똑같다고 해서 (사기란 것을) 알게 됐고...그 때서야 알게 된 거죠. 나도 당했구나.”

최근 인터넷에는 이와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며 이른바 ‘지팡이 치기’ 사건으로 지팡이 든 노인을 조심하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데요.

서울 창동의 한 주택가.

지난 7월, 차를 몰고 가던 조모 씨는 집 앞 골목길을 나오는 도중 지팡이를 든 노인과 마주쳤는데요.

노인이 지나간 뒤, 차량 뒤쪽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 급히 차를 멈췄습니다.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바로 차를 세우고 뒷거울로 보니까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제 차를 가리키길래...제 차에 부딪쳤구나 하고 내려서 이야기를 했죠.”

당황해 차 밖으로 나온 조 씨에게 노인은 구부러진 지팡이를 보여주며 변상을 요구했는데요.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지팡이 값만 변상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냐고 여쭤보니까 조금도 생각 안하고 물어보자마자 바로 16만 8천 원을 말하더라고요.”

수중에 현금이 없던 조 씨는 교통사고로 보험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노인에게 결국 지팡이 값으로 16만 8천원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했습니다.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 차 때문에 그 분은 피해를 입으신 거잖아요. 따지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저도 출근을 해야 하니까 의심이 들었지만,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지난달 초엔 전북 군산에서 이처럼 지팡이 파손을 빙자해 20여 차례 돈을 뜯어낸 50살 이모 씨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녹취> 이영섭(전북 군산경찰서 교통조사계) : “사고 난 흔적을 조사 해보니까...20여 건이 목발(지팡이 등)을 이용해서 지나가는 차량에 고의적으로 집어넣어 목발이 부러진 사건이에요.”

너무 자연스러운 피의자들의 장애인 연기에 사기를 당한 사실조차 몰랐던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골목길에서 지팡이 치기 사기를 당한 윤모 씨.

윤 씨는 지팡이 값으로 현금 5만 원을 물어줬지만 그것이 사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우선 허탈하죠. (피해자가) 장애인이라서 예우를 다 했는데 그런 결과가(지팡이 치기 사기사건) 나오니까...(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너무 심하구나 (생각했어요)”

이들은 주로 출, 퇴근 시간대 폭이 좁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다들 지팡이 값만 현금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영섭(전북 군산경찰서 교통조사계) : “(피의자가) 피해자인 운전자들에게 경우에 따라서 40만 원도 요구하고, 최소한 5만 원까지는 운전자로부터 받은 내역서가 확인 되었습니다.”

운전자들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도,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 다행이란 생각에 상대 노인이 요구하는 대로 지팡이 값을 물어줬다고 하는데요.

범인들, 운전자들의 이 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 “진정한 피해자라고 한다면 경찰이 와서 현장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만약) 가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데 피해자가 그것을 꺼려한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양자가 합의 했더라도 만약 일부러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정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 “(나중에) 사기 행각이 밝혀졌을 경우에는 피해자와 아무리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고소를 하면 충분히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달리는 차에 고의로 지팡이를 부딪힌 뒤 돈을 요구하는 신종 ‘지팡이 치기’ 사기 사건.

경찰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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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차 밑에 슬쩍…‘지팡이 치기’ 신종 사기
    • 입력 2009-09-11 08: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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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노인들이 교통사고를 가장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가 효과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최서희 기자! 어떻게 하는 겁니까? <리포트> 운전자 여러분들. 특히, 좁은 길을 운전할 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노인 사기범들은 차 밑에 지팡이를 슬쩍 밀어 넣고는 휘어졌다며 지팡이 값을 현금으로 요구합니다. 운전자들은 일단 사고가 나면 당황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돈을 그대로 물어주기 십상입니다. 어떤 사기수법인지 지금부터 자세히 보시죠. 지난 8일, 오전 9시 반. 승용차 한 대가 골목길을 지나갑니다. 차와 보행자가 겨우 비껴나갈 만큼 복잡하고, 비좁은 길이 쭉 이어지는데요. 잠시 후, 지팡이를 든 채 나타난 한 노인. 그냥 길을 지나가는 가 싶더니 지팡이를 차 앞바퀴 쪽에 슬쩍 갖다 댑니다. 운전자는 뭔가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밟힌 느낌에 깜짝 놀라 차를 바로 멈췄다고 하는데요. 밖으로 나와 보니, 스쳐 지나간 줄 알았던 노인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제 생각에는 지팡이를 (오른쪽 바퀴에서) 밀어 넣으셨으니까...퉁 치면서 뒤쪽 바퀴 부분이 지팡이를 밟고 지난 간 것 같아요.” 다친 데가 없나 노인을 살펴보던 왕 씨. 보험 처리를 요구했지만 노인은 괜찮다며 다짜고짜 휘어진 지팡이 값을 물어 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죄송하고 미안해서 보험처리를 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화를 내시면서 거부를 하시더라고요. 몸은 괜찮다...지팡이만 쳤으니까 지팡이 값만 물어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어요.” 이 노인이 제시한 철제 지팡이 값은 18만원. 하지만 성의 표시만 하라며 10만 원만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금이 부족해 난처해하는 왕 씨의 차에 올라탄 노인은 친절하게 은행 위치까지 알려준 뒤 함께 동행했습니다. <현장음> “(현재 돈 가진 게 없어서요) 돈 몇 푼 없으면 말아, 없으면 말아...자네가 은행에 가서 얼마라도 합의 해주면 (고맙지)” 혹시 다친 데는 없는지 병원에 가보자는 말에 오히려 면박을 주는 노인. <현장음> “(병원 가서 보험처리 해드릴게요) 다리도 별로 안 좋고, 몸 상태도 안 좋으니까...병원에 가면 여기저기 (검사만) 하잖아.” 노인은 결국 돈만 받은 뒤, 곧바로 사라졌습니다. 왕 씨는 이 노인이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아챘다고 합니다. <인터뷰> 왕영신(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 : “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비슷한 금액, 비슷한 경험과 요구하는 수법이 다 똑같다고 해서 (사기란 것을) 알게 됐고...그 때서야 알게 된 거죠. 나도 당했구나.” 최근 인터넷에는 이와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며 이른바 ‘지팡이 치기’ 사건으로 지팡이 든 노인을 조심하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데요. 서울 창동의 한 주택가. 지난 7월, 차를 몰고 가던 조모 씨는 집 앞 골목길을 나오는 도중 지팡이를 든 노인과 마주쳤는데요. 노인이 지나간 뒤, 차량 뒤쪽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 급히 차를 멈췄습니다.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바로 차를 세우고 뒷거울로 보니까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제 차를 가리키길래...제 차에 부딪쳤구나 하고 내려서 이야기를 했죠.” 당황해 차 밖으로 나온 조 씨에게 노인은 구부러진 지팡이를 보여주며 변상을 요구했는데요.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지팡이 값만 변상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냐고 여쭤보니까 조금도 생각 안하고 물어보자마자 바로 16만 8천 원을 말하더라고요.” 수중에 현금이 없던 조 씨는 교통사고로 보험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노인에게 결국 지팡이 값으로 16만 8천원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했습니다. <인터뷰> 조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제 차 때문에 그 분은 피해를 입으신 거잖아요. 따지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저도 출근을 해야 하니까 의심이 들었지만, 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요.” 지난달 초엔 전북 군산에서 이처럼 지팡이 파손을 빙자해 20여 차례 돈을 뜯어낸 50살 이모 씨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녹취> 이영섭(전북 군산경찰서 교통조사계) : “사고 난 흔적을 조사 해보니까...20여 건이 목발(지팡이 등)을 이용해서 지나가는 차량에 고의적으로 집어넣어 목발이 부러진 사건이에요.” 너무 자연스러운 피의자들의 장애인 연기에 사기를 당한 사실조차 몰랐던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골목길에서 지팡이 치기 사기를 당한 윤모 씨. 윤 씨는 지팡이 값으로 현금 5만 원을 물어줬지만 그것이 사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윤00(지팡이 치기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우선 허탈하죠. (피해자가) 장애인이라서 예우를 다 했는데 그런 결과가(지팡이 치기 사기사건) 나오니까...(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너무 심하구나 (생각했어요)” 이들은 주로 출, 퇴근 시간대 폭이 좁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다들 지팡이 값만 현금으로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영섭(전북 군산경찰서 교통조사계) : “(피의자가) 피해자인 운전자들에게 경우에 따라서 40만 원도 요구하고, 최소한 5만 원까지는 운전자로부터 받은 내역서가 확인 되었습니다.” 운전자들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도,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 다행이란 생각에 상대 노인이 요구하는 대로 지팡이 값을 물어줬다고 하는데요. 범인들, 운전자들의 이 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정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 “진정한 피해자라고 한다면 경찰이 와서 현장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만약) 가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는데 피해자가 그것을 꺼려한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양자가 합의 했더라도 만약 일부러 지팡이를 밀어 넣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정규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 “(나중에) 사기 행각이 밝혀졌을 경우에는 피해자와 아무리 합의가 되었다 하더라도 고소를 하면 충분히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달리는 차에 고의로 지팡이를 부딪힌 뒤 돈을 요구하는 신종 ‘지팡이 치기’ 사기 사건. 경찰은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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