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14좌 완등 꿈 ‘위대한 도전사’

입력 2009.09.16 (20:33) 수정 2009.09.16 (20: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가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좌 완등에 마지막 도전을 남기고 있습니다.

성공할 경우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모두 발 아래에 둔 최초의 여성으로서 세계 산악 역사를 다시 쓰게 됩니다.

그녀의 위대한 도전사를 황현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거칠고 험준하기로 악명높은 절벽길을 지나 해발 8126미터, 낭가파르바트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현장음> "와 맞는 것 같애, 저거 낭가파르바트."

히말라야 8천 미터급 고봉 14개 가운데 오은선의 12번째 공략 대상.

오 씨는 지난 1997년, 가셔브룸 2봉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8천 미터급 봉우리 11개에 올랐습니다.

아홉개는 무산소 등정입니다.

며칠째 쉬지 않고 내리는 눈.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팔라집니다.

코끝이 닿을 듯한 가파른 절벽은 아무리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녹취> 오은선 : "기다리면서 너무 떨었더니 손도 굳고... 아 힘들어. 햇살이 너무 좋다. 아, 따뜻해."

일곱 시간 만에 겨우 도착한 캠프는 아찔한 칼날 능선에 자리 잡았습니다.

보름 후,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 도중 숨을 거둔 고미영 씨와의 만남도 그 곳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새벽 2시48분, 드디어 정상 공략이 시작됩니다.

<녹취> 오은선 : "산소는 계속 안 쓸 예정입니다. (네, 꼭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에서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상까지는 6백 미터,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싸우길 꼬박 12시간.

마침내 낭가파르바트가 그녀의 발 아래 놓입니다.

한 달 뒤 몸을 추스르자마자 오은선은 다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빛나는 벽'이란 뜻의 해발 8천69미터 가셔브룸 1봉.

수백 미터 깊이의 크레바스가 호시탐탐 대원들을 위협합니다.

가파른 암벽에 매달려 시야를 막는 폭풍설이 잦아들 길 기다리지만,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질 뿐입니다.

<녹취> 오은선 :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아이고 죽겠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죽겠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13개를 오른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안나푸르나 공략을 위해 네팔로 떠난 오은선 씨.

<인터뷰> 오은선(지난 14일) : "세계 여성 최초라든가 이런 타이틀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걸 머리 속에서 지우고 제가 처음에 산에 갔을 때의 그 마음만 가지고..."

다음달 말이나 11월 초 쯤 정상에 오를 계획인 그녀는 함께 안나푸르나를 오르자고 약속했던 고 고미영 씨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은선, 14좌 완등 꿈 ‘위대한 도전사’
    • 입력 2009-09-16 20:06:41
    • 수정2009-09-16 20:34:43
    뉴스타임
<앵커 멘트>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가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좌 완등에 마지막 도전을 남기고 있습니다. 성공할 경우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모두 발 아래에 둔 최초의 여성으로서 세계 산악 역사를 다시 쓰게 됩니다. 그녀의 위대한 도전사를 황현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거칠고 험준하기로 악명높은 절벽길을 지나 해발 8126미터, 낭가파르바트가 위용을 드러냅니다. <현장음> "와 맞는 것 같애, 저거 낭가파르바트." 히말라야 8천 미터급 고봉 14개 가운데 오은선의 12번째 공략 대상. 오 씨는 지난 1997년, 가셔브룸 2봉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8천 미터급 봉우리 11개에 올랐습니다. 아홉개는 무산소 등정입니다. 며칠째 쉬지 않고 내리는 눈.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팔라집니다. 코끝이 닿을 듯한 가파른 절벽은 아무리 올려다봐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녹취> 오은선 : "기다리면서 너무 떨었더니 손도 굳고... 아 힘들어. 햇살이 너무 좋다. 아, 따뜻해." 일곱 시간 만에 겨우 도착한 캠프는 아찔한 칼날 능선에 자리 잡았습니다. 보름 후,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뒤 하산 도중 숨을 거둔 고미영 씨와의 만남도 그 곳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새벽 2시48분, 드디어 정상 공략이 시작됩니다. <녹취> 오은선 : "산소는 계속 안 쓸 예정입니다. (네, 꼭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에서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정상까지는 6백 미터,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싸우길 꼬박 12시간. 마침내 낭가파르바트가 그녀의 발 아래 놓입니다. 한 달 뒤 몸을 추스르자마자 오은선은 다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빛나는 벽'이란 뜻의 해발 8천69미터 가셔브룸 1봉. 수백 미터 깊이의 크레바스가 호시탐탐 대원들을 위협합니다. 가파른 암벽에 매달려 시야를 막는 폭풍설이 잦아들 길 기다리지만,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질 뿐입니다. <녹취> 오은선 :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아이고 죽겠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죽겠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13개를 오른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안나푸르나 공략을 위해 네팔로 떠난 오은선 씨. <인터뷰> 오은선(지난 14일) : "세계 여성 최초라든가 이런 타이틀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걸 머리 속에서 지우고 제가 처음에 산에 갔을 때의 그 마음만 가지고..." 다음달 말이나 11월 초 쯤 정상에 오를 계획인 그녀는 함께 안나푸르나를 오르자고 약속했던 고 고미영 씨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