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인플레’ 짐바브웨, 화폐 포기

<앵커 멘트>

빵 한덩이를 먹기위해 2천억 짐바브웨 달러, 엄청난 돈뭉치를 내야하는 짐바브웨가 결국 자국 통화를 포기했습니다. 모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돈다발을 가득 들고 해맑게 웃는 어린이.

양손 한껏 돈을 안고 있기도 힘겨운 아저씨.

맥주 값으로 아예 돈더미를 내미는 사람까지, 모두 백만장자라도 된 걸까요?

재작년 짐바브웨의 물가 상승률은 무려 2억 3천만 퍼센트, 지난 해는 아예 집계가 안 됩니다.

달걀 세 개에 천억 달러, 식료품을 사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지만 돈을 뭉치째 들고 가도 물건이 없습니다.

<녹취> "살 게 없어요. 빵 한 덩이도 2천 억 짐바브웨 달러가 넘는데, 모든 게 암시장에서 결정돼요."

엄청난 물가의 원인은 정부가 IMF 구제 자금을 갚기 위해 화폐를 마구잡이로 찍어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0이 14개, 100조 달러 짜리 화폐를 발행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는 2월부터 짐바브웨 달러 사용을 금지하고 미국 달러와 남아공 랜드화를 공용 화폐로 지정했습니다.

매대에는 물건이 차곡차곡 들어찼고 물가도 안정세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동전이 없어 거스름 돈은 파는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녹취> "(거스름돈 없어요?) 동전이 없어요. 전표를 드릴 테니 다음에 와서 쓰세요."

8년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던 짐바브웨 GDP는 올해 3.7%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국가 위기 와중에도 호화판 생일 잔치를 벌이는 등 비난을 받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의 장기 독재 체제가 경제 난국을 헤쳐갈지 국제 사회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