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충격! ‘제2의 나영이’ 사건

입력 2009.10.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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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 2의 나영이 사건이 인터넷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자신의 제자를 지켜 달라는 한 교사의 애절한 호소입니다.

박현진 기자! 어찌된 일인가요?

<리포트 >

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12살 소녀의 얘기입니다.

이웃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다 지난해 쉼터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녀...지금 확인해 보니까 다시 성폭행 사건이 있었던 그 마을로 돌아와 있었는데요.

가해자 남성은 집행유예로 풀려나서 바로 옆에 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봤습니다.

포항의 한 시골마을.

지적장애아동인 12살 은지는 이곳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무려 2년 동안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어떻게 애들을 그렇게 만들었대. 정확하게 누가 그랬다는 건 모르니까."

여러 명의 가해자 중, 당시 구속된 피의자는 단 1명! 이후 은지는 대구의 한 쉼터로 보내졌는데요.

<녹취> 은지(정신지체2급/성폭행 피해아동) : "난 집에 안 갈거다! (절대 안갈거야?) 응. (엄마랑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해도 절대 안갈거야?) 난 절대 안간다!"

하지만 은지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선생님, 범인도 안 잡히고 그런데 애가 삼촌차를 타고 돌아다니더라. 걱정된다 이런 식으로..."

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이웃남성에게 성폭행 당해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8살 나영이 사건!

이번엔 성폭행 당한 제자를 지켜달라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간절한 호소가 올라왔습니다.

동네사람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은지가 현재 가해자들과 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글을 올린 교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애가 (성폭행을 당하고) 피를 흘리고 돌아와도 얘를 데리고 병원에 진료를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그런 상태에서 애가 양육만 됐어요. 밥만 먹고 잠만 자고. 근데 여기에 다시 보내진다고 하니까 제가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과연 김 교사의 말이 사실일까? 은지가 있었던 대구지역의 쉼터에 확인해 봤습니다.

<녹취> 대구 oo쉼터 관계자 : "이미 (올해) 2월 16일 날 퇴소를 해서요. 포항에 가 있으니까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하고 얘기하세요. 저희들은 이미 끝났어요."

그렇다면 은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은지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포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왠일인지 담당자들은 취재진의 접근을 한사코 거부했는데요.

공문을 보내자 마지못해 서면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지적장애인인 은지 엄마의 요구에 따라 쉼터를 나왔고, 지난 2월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한 은지가 포항 소재의 특수학교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올 4월, 은지가 있다는 특수학교로 찾아간 김교사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은지가 예전 살던 동네에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동네로 찾아가 봤습니다. 은지가 자주 온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요새 애 많이 컸대. 내가 그냥 보고 말은 안했는데 많이 컸대. 한 번씩 다니러 오는 모양이더라고요. 이제 포항에 있으니까."

과거 끔찍한 악몽을 겪었던 지역, 과연 이곳에 드나드는 은지는 안전할까.

은지 가족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은 다짜고짜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녹취> 은지 삼촌 : "잘 살고 있는 애를 갖다가. 애가 지금 방치 된 것도 아닌데 이 언론 자체가 문제가 굉장히 많아요. (그 선생님이) 자꾸 이런 식으로 한다면 저는 가만히 안 있겠습니다."

은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애초에 은지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은지 작은 엄마 : "애가 무조건 범인을 누구누구 지목을 다 했다는거예요. 지목을. 이름까지 다 알더라고요. 김태선 선생님은. 다 알더라고요. 그럼 김태선 선생님은 왜 못 잡아요. 범인을. 이름까지 다 알면서. 근데 무슨 그 사람보고 범인이라고 하고 엄마하고 동시에 건드렸다고 하고. 그건 말이 안 돼."

그러면서 더 이상 은지 일에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했는데요.

<녹취> 은지 엄마(정신지체 3급): "(아동보호기관에서) 다 관리해줘요. 관리해줘. (은지가 보호 받아야 되잖아요) 보호 다 되어 있어요."

사건 당시 마을 버스기사에게 딸과 자신 모두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던 은지 엄마의 진술로 가해자까지 구속됐던 상황이라 180도 바뀐 은지 가족의 말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구속됐던 성폭행 가해남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녹취> 포항경찰서 관계자 : "작년 5월 22일인가 그때 체포됐는데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그럼 일단 이 사람은 풀려난 상태네요?) 네 그렇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가해 남성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은지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김교사는, 은지가 어떻게 아무 보호도 없이 피해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개했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우리 애 사건도 뻔하죠. 답은 친권 때문에. 엄마가 양육할 수 없는 정신지체기 때문에 국가의 수급비를 받아야 하고, 그런 능력이 있는 엄마가 원한다는 이유로 얘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 거겠죠."

그렇다면 가해자가 활개치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역시 딸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지를 범죄 피해지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녹취>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안전과 관계자 : "일단은 우리나라가 엄마의 요청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강제로 분리하긴 어렵고요."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와 보호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탓인데요.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내가 그렇게 요구를 하고 그렇게 막으려고 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구나. 거기서 제가 이제 무력감 같은 거. 아이 하나도 정말 어떻게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는. 이제는 정말 살 수 없는 사회가 되는구나..."

성폭행 가해자들을 괴물이라고 표현한 은지! 그 가해자들과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은지가 과연 그 날의 악몽을 하루 빨리 잊을 수 있을까요.

또 다시 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은 없는 것일까요.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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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충격! ‘제2의 나영이’ 사건
    • 입력 2009-10-09 08: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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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 2의 나영이 사건이 인터넷에 올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자신의 제자를 지켜 달라는 한 교사의 애절한 호소입니다. 박현진 기자! 어찌된 일인가요? <리포트 > 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12살 소녀의 얘기입니다. 이웃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다 지난해 쉼터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녀...지금 확인해 보니까 다시 성폭행 사건이 있었던 그 마을로 돌아와 있었는데요. 가해자 남성은 집행유예로 풀려나서 바로 옆에 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봤습니다. 포항의 한 시골마을. 지적장애아동인 12살 은지는 이곳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무려 2년 동안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어떻게 애들을 그렇게 만들었대. 정확하게 누가 그랬다는 건 모르니까." 여러 명의 가해자 중, 당시 구속된 피의자는 단 1명! 이후 은지는 대구의 한 쉼터로 보내졌는데요. <녹취> 은지(정신지체2급/성폭행 피해아동) : "난 집에 안 갈거다! (절대 안갈거야?) 응. (엄마랑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해도 절대 안갈거야?) 난 절대 안간다!" 하지만 은지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선생님, 범인도 안 잡히고 그런데 애가 삼촌차를 타고 돌아다니더라. 걱정된다 이런 식으로..." 지난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이웃남성에게 성폭행 당해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8살 나영이 사건! 이번엔 성폭행 당한 제자를 지켜달라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간절한 호소가 올라왔습니다. 동네사람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은지가 현재 가해자들과 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글을 올린 교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애가 (성폭행을 당하고) 피를 흘리고 돌아와도 얘를 데리고 병원에 진료를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그런 상태에서 애가 양육만 됐어요. 밥만 먹고 잠만 자고. 근데 여기에 다시 보내진다고 하니까 제가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과연 김 교사의 말이 사실일까? 은지가 있었던 대구지역의 쉼터에 확인해 봤습니다. <녹취> 대구 oo쉼터 관계자 : "이미 (올해) 2월 16일 날 퇴소를 해서요. 포항에 가 있으니까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하고 얘기하세요. 저희들은 이미 끝났어요." 그렇다면 은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은지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던 포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왠일인지 담당자들은 취재진의 접근을 한사코 거부했는데요. 공문을 보내자 마지못해 서면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지적장애인인 은지 엄마의 요구에 따라 쉼터를 나왔고, 지난 2월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한 은지가 포항 소재의 특수학교에 입학해,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올 4월, 은지가 있다는 특수학교로 찾아간 김교사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은지가 예전 살던 동네에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동네로 찾아가 봤습니다. 은지가 자주 온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녹취> 동네 주민 : "요새 애 많이 컸대. 내가 그냥 보고 말은 안했는데 많이 컸대. 한 번씩 다니러 오는 모양이더라고요. 이제 포항에 있으니까." 과거 끔찍한 악몽을 겪었던 지역, 과연 이곳에 드나드는 은지는 안전할까. 은지 가족을 만났습니다. 가족들은 다짜고짜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녹취> 은지 삼촌 : "잘 살고 있는 애를 갖다가. 애가 지금 방치 된 것도 아닌데 이 언론 자체가 문제가 굉장히 많아요. (그 선생님이) 자꾸 이런 식으로 한다면 저는 가만히 안 있겠습니다." 은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데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애초에 은지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은지 작은 엄마 : "애가 무조건 범인을 누구누구 지목을 다 했다는거예요. 지목을. 이름까지 다 알더라고요. 김태선 선생님은. 다 알더라고요. 그럼 김태선 선생님은 왜 못 잡아요. 범인을. 이름까지 다 알면서. 근데 무슨 그 사람보고 범인이라고 하고 엄마하고 동시에 건드렸다고 하고. 그건 말이 안 돼." 그러면서 더 이상 은지 일에 신경 쓰지 말아달라고 했는데요. <녹취> 은지 엄마(정신지체 3급): "(아동보호기관에서) 다 관리해줘요. 관리해줘. (은지가 보호 받아야 되잖아요) 보호 다 되어 있어요." 사건 당시 마을 버스기사에게 딸과 자신 모두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던 은지 엄마의 진술로 가해자까지 구속됐던 상황이라 180도 바뀐 은지 가족의 말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구속됐던 성폭행 가해남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녹취> 포항경찰서 관계자 : "작년 5월 22일인가 그때 체포됐는데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그럼 일단 이 사람은 풀려난 상태네요?) 네 그렇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가해 남성은 집행유예로 풀려나 은지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김교사는, 은지가 어떻게 아무 보호도 없이 피해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분개했습니다.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우리 애 사건도 뻔하죠. 답은 친권 때문에. 엄마가 양육할 수 없는 정신지체기 때문에 국가의 수급비를 받아야 하고, 그런 능력이 있는 엄마가 원한다는 이유로 얘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 거겠죠." 그렇다면 가해자가 활개치고,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역시 딸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지를 범죄 피해지역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녹취>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 안전과 관계자 : "일단은 우리나라가 엄마의 요청이 우선적이기 때문에 강제로 분리하긴 어렵고요."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와 보호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탓인데요. <녹취> 김태선(초등학교 교사/은지의 전 담임 선생님) : "내가 그렇게 요구를 하고 그렇게 막으려고 했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구나. 거기서 제가 이제 무력감 같은 거. 아이 하나도 정말 어떻게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는. 이제는 정말 살 수 없는 사회가 되는구나..." 성폭행 가해자들을 괴물이라고 표현한 은지! 그 가해자들과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은지가 과연 그 날의 악몽을 하루 빨리 잊을 수 있을까요. 또 다시 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은 없는 것일까요. 성범죄 피해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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