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해수욕장’ 벌거숭이 위기

입력 2009.12.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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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해의 명물 변산 해수욕장이 모래가 급격히 유실되면서 흉물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10년 뒤에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완만한 경사와 반짝이는 모래로 유명했던 변산 해수욕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서 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래(변산지역발전협의회 회장) : "이런 건 지금 우리가 상상을 못하는 거예요, 펄이, 밑에 박힌 게 나오는 거예요. 땅속에 있는 것들이, 이게 펄덩어리란 말이예요."

모래가 유실되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한쪽에서는 돌과 조개껍데기가 쌓여갑니다.

옛날에는 모래만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자갈만 많이 있죠.

좀 더 아래쪽에는 아예 커다란 바위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언(변산민 주민) : "올 여름에 개장할 적에 포크레인으로 주민들이 대청소해서 수거했어요. 했는데 이 겨울 돼서 또 이런 게 나오기 시작해요."

더 큰 문제는 지형의 변화입니다.

평탄했던 백사장 곳곳에 깊이 1미터가량의 물골이 파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래 아래 묻었던 집수정까지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쭉, 이렇게 모래가 덮여 있었다고요. 이 위로 1미터 50 내지 2미터 모래가 쌓여 있던 거예요.

고랑이 파이면서 익사 사고의 위험도 커졌습니다.

<인터뷰> 윤선호(변산면 주민) : "수영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이런데 가다가 자기 키가 넘어버리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든요."

주민들은 3년 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학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전체적으로 해마다 2센티미터 이상 모래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해안의 평균 침식량에 비해 20배나 많습니다.

준설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효과도 있지만 방조제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최진용(군산대 해양학 교수) : "파도가 방조제에 반사돼서, 반사가 돼서 나오는 그 파에 의한 효과가 변산 해변의 침식작용을 일으키는 데 기여를 한 것이 아닐까.."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엔 해수욕장 기능을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8월 관광객이 4년 전엔 18만 명에서 올해는 만 7천 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정영래(변산 발전 협의회 회장) : "이상이 있으면 당연히 빨리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사업단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야 대책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심국정(새만금 사업단 차장) : "새만금 사업단 차장 새만금 방조제와의 영향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움이 있어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말 이후에 그 결과에 따라서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해수욕장과 방조제의 거리는 4킬로미터, 20년 전 공사가 시작될 때 이런 변화를 예상한 사람은 없습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변산반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여기 해수욕장은 겨우 그 변화의 시작일 뿐입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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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산 해수욕장’ 벌거숭이 위기
    • 입력 2009-12-29 22: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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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해의 명물 변산 해수욕장이 모래가 급격히 유실되면서 흉물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10년 뒤에 해수욕장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용태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완만한 경사와 반짝이는 모래로 유명했던 변산 해수욕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서 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영래(변산지역발전협의회 회장) : "이런 건 지금 우리가 상상을 못하는 거예요, 펄이, 밑에 박힌 게 나오는 거예요. 땅속에 있는 것들이, 이게 펄덩어리란 말이예요." 모래가 유실되면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한쪽에서는 돌과 조개껍데기가 쌓여갑니다. 옛날에는 모래만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자갈만 많이 있죠. 좀 더 아래쪽에는 아예 커다란 바위까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종언(변산민 주민) : "올 여름에 개장할 적에 포크레인으로 주민들이 대청소해서 수거했어요. 했는데 이 겨울 돼서 또 이런 게 나오기 시작해요." 더 큰 문제는 지형의 변화입니다. 평탄했던 백사장 곳곳에 깊이 1미터가량의 물골이 파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래 아래 묻었던 집수정까지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쭉, 이렇게 모래가 덮여 있었다고요. 이 위로 1미터 50 내지 2미터 모래가 쌓여 있던 거예요. 고랑이 파이면서 익사 사고의 위험도 커졌습니다. <인터뷰> 윤선호(변산면 주민) : "수영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이런데 가다가 자기 키가 넘어버리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거든요." 주민들은 3년 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대학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전체적으로 해마다 2센티미터 이상 모래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해안의 평균 침식량에 비해 20배나 많습니다. 준설이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효과도 있지만 방조제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최진용(군산대 해양학 교수) : "파도가 방조제에 반사돼서, 반사가 돼서 나오는 그 파에 의한 효과가 변산 해변의 침식작용을 일으키는 데 기여를 한 것이 아닐까.."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엔 해수욕장 기능을 아예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8월 관광객이 4년 전엔 18만 명에서 올해는 만 7천 명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정영래(변산 발전 협의회 회장) : "이상이 있으면 당연히 빨리 적절한 대책을 세워주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만금 사업단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야 대책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심국정(새만금 사업단 차장) : "새만금 사업단 차장 새만금 방조제와의 영향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움이 있어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말 이후에 그 결과에 따라서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해수욕장과 방조제의 거리는 4킬로미터, 20년 전 공사가 시작될 때 이런 변화를 예상한 사람은 없습니다. 새만금 방조제가 변산반도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여기 해수욕장은 겨우 그 변화의 시작일 뿐입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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