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는 있어도 소용없는 현금지급기

입력 2010.01.12 (20:34) 수정 2010.01.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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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애인 차별을 금지한 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가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들이 넘지 못하는 장벽이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현금 자동지급기로 불리는 은행 ATM 역시 그런 장벽 가운데 하납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카드로 입출금 계좌이체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ATM, 은행 현금 자동지급기입니다.



전국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지급기는 10만여 대수준, 해마다 40억 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지지만 상당수 장애인에게 ATM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습니다.



1991년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 이창순씨...



현금을 찾으려고 카드를 ATM 기기에 넣으려는데... 투입구가 너무 멉니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봐도 마찬가지.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합니다.



<녹취> "죄송한데 도와주시겠어요?"



카드를 넣고 나서도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녹취> "잘 안보여서 그러는데 예금 확인 좀 눌러주시겠어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이 기계를 이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혹시 도움을 주던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지나 않을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인터뷰> 이창순(휠체어 장애인) : "그나마 인상 좋은 사람 돈 안 가져갈 것 같은 사람... 이렇게 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ATM을 이용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 25살 박진혁씨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ATM 화면.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인터뷰> 박진혁(시각장애인) : "어디에 어느 버튼이 있는지, 인지를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업무를 보기 어렵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650대의 ATM 기기를 조사해봤더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형 키패드와 음성지원 시스템을 갖춘 곳은 불과 6곳이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의 위해 기계 하단에 카드 투입구 등이 마련된 곳은 아예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동경(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 : "금융기관에서 새로 설치되는 ATM기는 장애인용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장애인도 어려움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법규는 있지만, 정작 2백만 장애인을 배려한 금융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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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에게는 있어도 소용없는 현금지급기
    • 입력 2010-01-12 20:34:37
    • 수정2010-01-12 22:10:03
    뉴스타임
<앵커 멘트>

장애인 차별을 금지한 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가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들이 넘지 못하는 장벽이 여전한 게 현실입니다.

현금 자동지급기로 불리는 은행 ATM 역시 그런 장벽 가운데 하납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카드로 입출금 계좌이체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ATM, 은행 현금 자동지급기입니다.

전국에 설치된 은행 현금자동지급기는 10만여 대수준, 해마다 40억 건이 넘는 거래가 이뤄지지만 상당수 장애인에게 ATM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습니다.

1991년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장애인 이창순씨...

현금을 찾으려고 카드를 ATM 기기에 넣으려는데... 투입구가 너무 멉니다.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봐도 마찬가지.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합니다.

<녹취> "죄송한데 도와주시겠어요?"

카드를 넣고 나서도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녹취> "잘 안보여서 그러는데 예금 확인 좀 눌러주시겠어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이 기계를 이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혹시 도움을 주던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지나 않을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인터뷰> 이창순(휠체어 장애인) : "그나마 인상 좋은 사람 돈 안 가져갈 것 같은 사람... 이렇게 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ATM을 이용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 25살 박진혁씨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ATM 화면.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인터뷰> 박진혁(시각장애인) : "어디에 어느 버튼이 있는지, 인지를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 업무를 보기 어렵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650대의 ATM 기기를 조사해봤더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형 키패드와 음성지원 시스템을 갖춘 곳은 불과 6곳이었습니다.

휠체어 장애인의 위해 기계 하단에 카드 투입구 등이 마련된 곳은 아예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동경(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 : "금융기관에서 새로 설치되는 ATM기는 장애인용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장애인도 어려움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법규는 있지만, 정작 2백만 장애인을 배려한 금융서비스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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