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신생아 부모 “아들보다 딸 선호”

입력 2010.01.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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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 기억나십니까?

20년 전, 정부가 남아선호를 깨뜨리기 위해 만든 건데, 이젠 정반대가 됐습니다.

고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막 태어난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이 환합니다.

딸이라서 섭섭하긴 커녕 딸이기 때문에 더 기쁩니다.

<인터뷰>이성민(산모) : "엄마하고 딸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번에 딸을 낳아 가지고 너무 기분 좋구요."

실제 조사 결과 태어날 자녀가 딸이기를 바라는 여성은 38퍼센트로 아들이기를 바라는 31퍼센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도 딸을 원한다는 답변이 37퍼센트였고, 아들을 원한 경우는 28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 연령대와 지역을 포함해 처음으로 실시한 것이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건 여성의 지위가 상향됐고, 또 가족의 역할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과 딸의 구분이 희미해졌다는 겁니다.

아들에 비해 딸이 가진 장점이 점차 부각돼 온 것도 요인으로 꼽힙니다.

여섯 살짜리 딸을 키우는 이 주부는 아들보다 딸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수옥(주부) : "엄마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옷 같은 것도 예쁘게 입힐 수 있고 머리라든가 요런 걸 꾸미는 재미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가족의 역할 가운데 아들이 주로 맡아온 부모 봉양에 대한 기대가 줄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노인 간병은 주로 딸이 맡는 추세입니다.

<인터뷰>임순심(환자) : "아무래도 좀 (딸은) 자상한 맛이 있잖아요. 아들은 키워서 장가를 가면 자기 가정이 있잖아요. 그렇게 저는 생각했어요."

아들을 통해 대를 잇는다는 의식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인터뷰>이정림(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 : "부모 부양의 책임이 점점 사회복지가 분담하게 되고 가문을 이어야한다는 가치가 약해지는 현실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딸의 효용 가치가 높다고 해서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박혜경(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 : "보살피는 역할을 여성이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딸의 선호로 나타나는 건데 보살피는 영역으로 남성도 같이 들어와서 그 노동도 나누고..."

이젠 양성 평등 교육을 어려서부터 생활화하고, 여성도 제사 등 가족 의식을 주체적으로 맡아서 치르는 등 역할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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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신생아 부모 “아들보다 딸 선호”
    • 입력 2010-01-12 21:58:36
    뉴스 9
<앵커 멘트>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 기억나십니까? 20년 전, 정부가 남아선호를 깨뜨리기 위해 만든 건데, 이젠 정반대가 됐습니다. 고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막 태어난 딸을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이 환합니다. 딸이라서 섭섭하긴 커녕 딸이기 때문에 더 기쁩니다. <인터뷰>이성민(산모) : "엄마하고 딸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번에 딸을 낳아 가지고 너무 기분 좋구요." 실제 조사 결과 태어날 자녀가 딸이기를 바라는 여성은 38퍼센트로 아들이기를 바라는 31퍼센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도 딸을 원한다는 답변이 37퍼센트였고, 아들을 원한 경우는 28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 연령대와 지역을 포함해 처음으로 실시한 것이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건 여성의 지위가 상향됐고, 또 가족의 역할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과 딸의 구분이 희미해졌다는 겁니다. 아들에 비해 딸이 가진 장점이 점차 부각돼 온 것도 요인으로 꼽힙니다. 여섯 살짜리 딸을 키우는 이 주부는 아들보다 딸 키우는 재미가 더 크다고 합니다. <인터뷰>김수옥(주부) : "엄마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옷 같은 것도 예쁘게 입힐 수 있고 머리라든가 요런 걸 꾸미는 재미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가족의 역할 가운데 아들이 주로 맡아온 부모 봉양에 대한 기대가 줄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노인 간병은 주로 딸이 맡는 추세입니다. <인터뷰>임순심(환자) : "아무래도 좀 (딸은) 자상한 맛이 있잖아요. 아들은 키워서 장가를 가면 자기 가정이 있잖아요. 그렇게 저는 생각했어요." 아들을 통해 대를 잇는다는 의식도 많이 약해졌습니다. <인터뷰>이정림(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 : "부모 부양의 책임이 점점 사회복지가 분담하게 되고 가문을 이어야한다는 가치가 약해지는 현실적인 추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딸의 효용 가치가 높다고 해서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박혜경(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 : "보살피는 역할을 여성이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딸의 선호로 나타나는 건데 보살피는 영역으로 남성도 같이 들어와서 그 노동도 나누고..." 이젠 양성 평등 교육을 어려서부터 생활화하고, 여성도 제사 등 가족 의식을 주체적으로 맡아서 치르는 등 역할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고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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