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선비의 자긍심, ‘갓’ 만드는 장인들

입력 2010.02.0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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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고한 선비를 상징하던 갓.

이젠 시대에 밀려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갓을 만드는 장인들이 있습니다.

문화와 사람. 조지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선비의 예절은 '의관정제'에서 시작됩니다.

그 중에서 '관'에 해당하는 '갓'은 선비의 품위이자 자긍심의 상징입니다.

<인터뷰> 김성훈(제주 향교 전교) : "외출했다가 비라도 오면 갓부터 옷속에 숨길 정도로 소중히했죠."

갓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말총.

사계절 너른 초원이 펼쳐지는 제주에서 나는 것이 품질이 뛰어나 옛부터 제주는 갓의 주 생산지였습니다.

다른지역과 달리 제주에서 '갓' 만드는 일은 여인들의 몫이었습니다.

말총으로 모자를 엮어내는 총모자장 강순자씨도 어머니에 뒤를 이어 장인이 됐습니다.

한올 한올 섬세하게 말총을 엮어내고 또 고르는 과정에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인터뷰> 강순자(무형문화재 총모자장) : "하나 건너떠고 안되고 덜떠고 안되고 하나하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뜨지 않으면 떠지지가 않죠."

갓의 두번째 공정은 모자의 챙부분에 해당하는 양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나무를 쪼개고 또 쪼개 가는 실처럼 뽑아냅니다.

여러방향으로 엮어내길 몇달동안 이어가야 겨우 한장의 양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갓을 힘들게 지키는 것은 어머니의 역사를 잇는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순자(중요무형문화재 양태장) : "내가 하지 않으면 어머니 고정생 이름이 사라질건데, 어머니의 작업을 내가 이어받으니까 어머니 이름을 계속 남기게 되고..."

마지막으로 입자장의 조립과정을 거쳐 '갓'이 완성됩니다.

먹을 칠하고 인두로 다려 모양을 내고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기까지 수십가지의 공정을 거치는데 족히 3,4개월이 걸립니다.

힘든 공정에다 찾는 사람도 사라지면서 이제 갓을 만드는 장인은 우리나라에 4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춘모(무형문화재 입자장) : "조상들이 갓을 쓰고 예법을 지켰고 그 정신적인 문화가 조상들에게 미쳐왔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힘들게 지켜가고 있는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닌 우리의 문화이자 '정신'입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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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선비의 자긍심, ‘갓’ 만드는 장인들
    • 입력 2010-02-06 21:42:39
    뉴스 9
<앵커 멘트> 고고한 선비를 상징하던 갓. 이젠 시대에 밀려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갓을 만드는 장인들이 있습니다. 문화와 사람. 조지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선비의 예절은 '의관정제'에서 시작됩니다. 그 중에서 '관'에 해당하는 '갓'은 선비의 품위이자 자긍심의 상징입니다. <인터뷰> 김성훈(제주 향교 전교) : "외출했다가 비라도 오면 갓부터 옷속에 숨길 정도로 소중히했죠." 갓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말총. 사계절 너른 초원이 펼쳐지는 제주에서 나는 것이 품질이 뛰어나 옛부터 제주는 갓의 주 생산지였습니다. 다른지역과 달리 제주에서 '갓' 만드는 일은 여인들의 몫이었습니다. 말총으로 모자를 엮어내는 총모자장 강순자씨도 어머니에 뒤를 이어 장인이 됐습니다. 한올 한올 섬세하게 말총을 엮어내고 또 고르는 과정에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인터뷰> 강순자(무형문화재 총모자장) : "하나 건너떠고 안되고 덜떠고 안되고 하나하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뜨지 않으면 떠지지가 않죠." 갓의 두번째 공정은 모자의 챙부분에 해당하는 양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대나무를 쪼개고 또 쪼개 가는 실처럼 뽑아냅니다. 여러방향으로 엮어내길 몇달동안 이어가야 겨우 한장의 양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갓을 힘들게 지키는 것은 어머니의 역사를 잇는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순자(중요무형문화재 양태장) : "내가 하지 않으면 어머니 고정생 이름이 사라질건데, 어머니의 작업을 내가 이어받으니까 어머니 이름을 계속 남기게 되고..." 마지막으로 입자장의 조립과정을 거쳐 '갓'이 완성됩니다. 먹을 칠하고 인두로 다려 모양을 내고 총모자와 양태를 조립하기까지 수십가지의 공정을 거치는데 족히 3,4개월이 걸립니다. 힘든 공정에다 찾는 사람도 사라지면서 이제 갓을 만드는 장인은 우리나라에 4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춘모(무형문화재 입자장) : "조상들이 갓을 쓰고 예법을 지켰고 그 정신적인 문화가 조상들에게 미쳐왔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인들이 힘들게 지켜가고 있는 '갓'은 단순한 모자가 아닌 우리의 문화이자 '정신'입니다. KBS 뉴스 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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