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등록금도, 빚도 ‘천만 원’

입력 2010.02.09 (20:36) 수정 2010.02.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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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번 학기 다음 학기 합치면 한 천만 원 정도?"



<인터뷰> "천5백 정도. (왜 빚을 냈어요?) 당장 학비가 없으니까요."



<인터뷰> "과외도 해봤고, 뷔페나 이런 데서 서빙도 해봤고."



<앵커 멘트>



대학 등록금이 없어 빚을 내는 일이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 해 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내려면 빚을 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는데요.



공부하러 학교에 다니는 건지 빚을 갚으러 다니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대학생 박태호 씨의 하루는 이곳 어두침침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를 수십 번, 방학을 이용해 하루 10시간을 꼬박 아르바이트로 보냅니다.



<인터뷰> 박태호(대학교 2학년) : "한 달에 백만 원.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에 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뭐예요?) 돈이죠. 가정 형편도 그렇고,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박 씨의 한 학기 등록금은 5백20만 원, 대학 생활 2년 만에 천5백만 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태호(대학교 2학년) :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칼 썰고 그런 거, 학교 끝나고 알바 하고, 방학 되면 막노동 같은 거, 건설현장에 가서 단기로 하면서 일일로 뛰고 그렇게 했었어요."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월세 20만 원, 반지하 자취방에서 만난 대학 졸업반 김성은 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돈을 벌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간 등록금으로 충당한 대출금만 이미 3천만 원, 문제는 빚 갚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성은(대학교 4학년) : "전화가 와서 이자가 밀리고 있고 계속 밀리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제 무섭다는 걸 많이 느껴요. 신용불량자는 TV뉴스 같은 데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 천 백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에 일곱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부채는 천 백25만 원, 등록금 때문에 빚을 졌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해 천만 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통틀어 세계 2위.



스스로 ’캠퍼스 빈민’이라고 부르는 대학생들 가운데 등록금을 못 내 휴학을 택해야만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터뷰> 김재범(대학생/2년째 휴학) :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녀야 되는데, 그것도 생각해보니까 빚만 생기는 것 같고, 나와서 취업도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럴 바엔 차라리, 빚이 생길 바에는 차라리 돈을 좀 버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취업 후 상환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단 당겨쓰고 보는 학자금 상환제조차 이자제도와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습니다.



<인터뷰> 성정림(한국대학생연합 교육실장) : "이자율이 5.7%에요. 정부 정책금리 중에 제일 높고, 그리고 취업해서 상환하는 시점부터 심지어 복리로 적용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빌린 돈, 원금의 두 배에서 세 배를 갚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고스란히 쌓여가는 빚, 보이지 않는 미래…



수많은 대학생들이 꿈을 키우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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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등록금도, 빚도 ‘천만 원’
    • 입력 2010-02-09 20:36:48
    • 수정2010-02-09 21: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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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번 학기 다음 학기 합치면 한 천만 원 정도?"

<인터뷰> "천5백 정도. (왜 빚을 냈어요?) 당장 학비가 없으니까요."

<인터뷰> "과외도 해봤고, 뷔페나 이런 데서 서빙도 해봤고."

<앵커 멘트>

대학 등록금이 없어 빚을 내는 일이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 해 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내려면 빚을 내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는데요.

공부하러 학교에 다니는 건지 빚을 갚으러 다니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대학생 박태호 씨의 하루는 이곳 어두침침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를 수십 번, 방학을 이용해 하루 10시간을 꼬박 아르바이트로 보냅니다.

<인터뷰> 박태호(대학교 2학년) : "한 달에 백만 원. (방학 때도 아르바이트에 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뭐예요?) 돈이죠. 가정 형편도 그렇고,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박 씨의 한 학기 등록금은 5백20만 원, 대학 생활 2년 만에 천5백만 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인터뷰> 박태호(대학교 2학년) :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칼 썰고 그런 거, 학교 끝나고 알바 하고, 방학 되면 막노동 같은 거, 건설현장에 가서 단기로 하면서 일일로 뛰고 그렇게 했었어요."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월세 20만 원, 반지하 자취방에서 만난 대학 졸업반 김성은 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돈을 벌 여유조차 없습니다.

그간 등록금으로 충당한 대출금만 이미 3천만 원, 문제는 빚 갚을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성은(대학교 4학년) : "전화가 와서 이자가 밀리고 있고 계속 밀리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제 무섭다는 걸 많이 느껴요. 신용불량자는 TV뉴스 같은 데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는데."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 천 백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에 일곱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부채는 천 백25만 원, 등록금 때문에 빚을 졌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해 천만 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통틀어 세계 2위.

스스로 ’캠퍼스 빈민’이라고 부르는 대학생들 가운데 등록금을 못 내 휴학을 택해야만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터뷰> 김재범(대학생/2년째 휴학) :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녀야 되는데, 그것도 생각해보니까 빚만 생기는 것 같고, 나와서 취업도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그럴 바엔 차라리, 빚이 생길 바에는 차라리 돈을 좀 버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취업 후 상환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단 당겨쓰고 보는 학자금 상환제조차 이자제도와 자격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습니다.

<인터뷰> 성정림(한국대학생연합 교육실장) : "이자율이 5.7%에요. 정부 정책금리 중에 제일 높고, 그리고 취업해서 상환하는 시점부터 심지어 복리로 적용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빌린 돈, 원금의 두 배에서 세 배를 갚는 그런 상황이 되는 거예요."

고스란히 쌓여가는 빚, 보이지 않는 미래…

수많은 대학생들이 꿈을 키우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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