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반환 앞서 공개부터

입력 2010.02.13 (10:19) 수정 2010.02.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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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올해는 경술국치, 즉 한-일 강제병합 백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지도 한 갑자가 넘은 65년이지만 병탄의 망령은 일본의 핵심 깊숙한 곳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조선왕실의궤... 조선왕실에서 베풀어진 의례의 형식과 절차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일본 왕실에 감춰진 이 책의 반환문제가 한일 두 나라의 외교현안이 돼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지난 2006년 반환을 결의하고 촉구했지만 일본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 왕실도서관에는 이 책 밖에도 ‘제실도서’ 38종 3백75책, 경연 도서 3종 17책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책들은 당시 의학과 관습, 군사에 관한 것, 그리고 왕이 통치자로서의 소양을 쌓는 경연에 쓰인 교재들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자체가 중요 유형 문화재입니다.

이런 문화재들이 어떻게 일본 왕실에 가 있는 걸까요? 조선왕실의궤처럼 총독부의 기증형식 등으로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 대부분인데 반출 경위가 분명치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반출 문화재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물론 목록도 없지요.

문화재청은 일본 반출 문화재가 모두 6만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화재들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우리 역사는 여전히 아픕니다. 하지만 일본에게 이 문화재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것들을 통해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반추하고 있는 걸까요? 군국주의를 청산과 반성의 대상이 아니라 되돌아가야 할 복고의 역사로 여기고 있는 걸까요?

일본은 더 이상 이런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겠죠. 세계적인 경제대국답게 어두운 과거를 훌훌 털고 국제사회의 밝은 양지로 나와야 합니다.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으르렁거리며 살아온 한일 두 나라는 이제 공존공영의 동반자로 새로 출발해야 합니다. 경술국치 백년을 그 관계 청산의 원년으로 삼아야 합니다.

문화재 반환은 청산의 첫 단추가 될 겁니다. 목록과 실물 공개가 가장 먼저일 겁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화재 반환운동은 지금껏 대부분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져 왔고 일본은 이런 노력들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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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반환 앞서 공개부터
    • 입력 2010-02-13 10:19:34
    • 수정2010-02-13 1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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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올해는 경술국치, 즉 한-일 강제병합 백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지도 한 갑자가 넘은 65년이지만 병탄의 망령은 일본의 핵심 깊숙한 곳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조선왕실의궤... 조선왕실에서 베풀어진 의례의 형식과 절차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일본 왕실에 감춰진 이 책의 반환문제가 한일 두 나라의 외교현안이 돼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지난 2006년 반환을 결의하고 촉구했지만 일본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 왕실도서관에는 이 책 밖에도 ‘제실도서’ 38종 3백75책, 경연 도서 3종 17책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책들은 당시 의학과 관습, 군사에 관한 것, 그리고 왕이 통치자로서의 소양을 쌓는 경연에 쓰인 교재들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 자체가 중요 유형 문화재입니다. 이런 문화재들이 어떻게 일본 왕실에 가 있는 걸까요? 조선왕실의궤처럼 총독부의 기증형식 등으로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 대부분인데 반출 경위가 분명치 않은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반출 문화재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물론 목록도 없지요. 문화재청은 일본 반출 문화재가 모두 6만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문화재들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우리 역사는 여전히 아픕니다. 하지만 일본에게 이 문화재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것들을 통해 과거 제국주의의 영광을 반추하고 있는 걸까요? 군국주의를 청산과 반성의 대상이 아니라 되돌아가야 할 복고의 역사로 여기고 있는 걸까요? 일본은 더 이상 이런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겠죠. 세계적인 경제대국답게 어두운 과거를 훌훌 털고 국제사회의 밝은 양지로 나와야 합니다.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으르렁거리며 살아온 한일 두 나라는 이제 공존공영의 동반자로 새로 출발해야 합니다. 경술국치 백년을 그 관계 청산의 원년으로 삼아야 합니다. 문화재 반환은 청산의 첫 단추가 될 겁니다. 목록과 실물 공개가 가장 먼저일 겁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더 많은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문화재 반환운동은 지금껏 대부분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져 왔고 일본은 이런 노력들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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