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우드 극장, 실버들의 ‘시네마 천국’

입력 2010.02.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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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내에 단 한 곳 밖에 없는 '어르신 전용 영화관'이 최근 개관 1주년을 맞았습니다.

입장권 가격은 물론이고 상영영화나 영화관 시설까지 모두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경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옛날 영화 포스터가 곳곳에 걸린 작고 허름한 영화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입니다.

이번 주 상영 영화는 1987년 첫 개봉한 우리 영화 씨받이.

만 57살이 넘었다면 영화표 값은 단돈 2천 원입니다.

하루 세 번 상영하는데 한 번 표를 사면 출입에 제한이 없고, 3-4천 원짜리 커피 대신 3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준비돼 있습니다.

<인터뷰> 정하규·정영남 : "2천원이면 싸잖아요. 우리가 8천원, 만원 주고 어디를 가요. 또 월요일치를 공짜표를 줘요. 그니까 천원꼴이 돼."

영화 상영 일정표는 촌스럽긴 해도 알아보기 쉽고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혼자와도 금방 친구가 생깁니다.

<인터뷰> 양하석(영화 관람객) : "여기와서 사장님이 이렇게 묶어줬어요. 혼자 온 사람들... 근데 여자를 묶어주면 좋을텐데 남자를 묶어줬어요."

1969년 문을 열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 높은 개봉관이었던 허리우드 극장.

지난해부터는 '실버 극장'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주의할 사항도 사람이 직접 알려주고...

<녹취> "모자는 눌러 써주시고 몸을 좀 낮춰 앉아주세요."

안내 자막 글씨도 큼직큼직합니다.

다 쓴 영화표는 근처 식당의 할인권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로 개관 1년 만에 관객 수는 6만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단골 관객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올해부터는 서울시에서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주(허리우드 클래식 대표이사) : "문화로 따뜻한 삶을 느낄 수 있게 추억의 영화를 구성해 보자 해서... 영화만 보여 드리는게 아니라 따뜻한 문화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최신 시설은 아니지만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

실버 극장이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문화를 나누고 정서를 나누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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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우드 극장, 실버들의 ‘시네마 천국’
    • 입력 2010-02-17 2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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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내에 단 한 곳 밖에 없는 '어르신 전용 영화관'이 최근 개관 1주년을 맞았습니다. 입장권 가격은 물론이고 상영영화나 영화관 시설까지 모두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경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옛날 영화 포스터가 곳곳에 걸린 작고 허름한 영화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입니다. 이번 주 상영 영화는 1987년 첫 개봉한 우리 영화 씨받이. 만 57살이 넘었다면 영화표 값은 단돈 2천 원입니다. 하루 세 번 상영하는데 한 번 표를 사면 출입에 제한이 없고, 3-4천 원짜리 커피 대신 3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준비돼 있습니다. <인터뷰> 정하규·정영남 : "2천원이면 싸잖아요. 우리가 8천원, 만원 주고 어디를 가요. 또 월요일치를 공짜표를 줘요. 그니까 천원꼴이 돼." 영화 상영 일정표는 촌스럽긴 해도 알아보기 쉽고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혼자와도 금방 친구가 생깁니다. <인터뷰> 양하석(영화 관람객) : "여기와서 사장님이 이렇게 묶어줬어요. 혼자 온 사람들... 근데 여자를 묶어주면 좋을텐데 남자를 묶어줬어요." 1969년 문을 열어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 높은 개봉관이었던 허리우드 극장. 지난해부터는 '실버 극장'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 주의할 사항도 사람이 직접 알려주고... <녹취> "모자는 눌러 써주시고 몸을 좀 낮춰 앉아주세요." 안내 자막 글씨도 큼직큼직합니다. 다 쓴 영화표는 근처 식당의 할인권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런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로 개관 1년 만에 관객 수는 6만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단골 관객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올해부터는 서울시에서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주(허리우드 클래식 대표이사) : "문화로 따뜻한 삶을 느낄 수 있게 추억의 영화를 구성해 보자 해서... 영화만 보여 드리는게 아니라 따뜻한 문화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최신 시설은 아니지만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 실버 극장이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문화를 나누고 정서를 나누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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