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문화 상징에서 맛의 정글로

입력 2010.02.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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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때 클럽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서울 홍익대 주변이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최근 음식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독립 예술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가 있다면 영국 런던에는 코벤트 가든이 있고 우리에게는 대학로와 홍대일대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꼽혔습니다.

골목마다 들어선 클럽이며 공연장은 독특한 젊음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홍대 주변은 '먹자골목'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화방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넓은 정원과 단아한 인테리어를 갖춘 레스토랑이나, 슬로 푸드를 표방한 이탈리아 음식점, 여기에 일본의 라멘은 물론 중동의 케밥까지, 세계 요리들의 각축장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유승현(케밥집 운영) : "젊은 층 특이한 것 좋아합니다. 바쁘다 보니 빨리빨리 먹을 수 있는 것도 필요하고."

실제, 지난 3년 동안 홍대 주변에 새로 생긴 음식점만 천 2백여 곳.

이 지역 전체 음식점의 63%가 새로 생겼습니다.

문화예술의 거리로 꼽히던 홍대 거리에 독특한 문화의 향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음식점들이 들어선 겁니다.

점포간의 생존경쟁도 치열해져서 하루에도 십여 곳이 간판을 바꿔 달 정도입니다.

<인터뷰> 강성영(석 달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개업) : "격식 대신 정성으로 밥집같은 스타일 레스토랑을 하고싶었는 데 홍대가 그게 적격인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개업 3년 만에 커피숍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리고 와인을 파는 스테이크 하우스까지 업종을 세 번이나 바꾼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희(대표/OO 스테이크 하우스) : "뭐가 홍대다울까 고민하고 되도록 남다른 걸 준비해야 하는 게 어려움입니다."

음식점들의 입주 경쟁으로 빚어진 임대료 거품도 문제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3년 사이 평균 두 배 이상 뛰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한혜라(부동산 중개업) : "열 평 되는 건 1억 4천까지 갑니다. (권리금만?) 네, 권리금만..."

결국 가난한 예술인들은 작업할 공간도 잃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작가(문화평론가) : "문화와 자본이 맞닥뜨리면 문화가 패할 수 밖에 없다. 아티스트 작업실, 공연장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지원체계 필요하다."

대학로에 이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지대로 꼽히던 홍대거리가 문화적 활력을 되찾을수 있도록 지원 방안 마련이 아쉽습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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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 문화 상징에서 맛의 정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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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때 클럽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서울 홍익대 주변이 급격한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최근 음식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독립 예술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기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가 있다면 영국 런던에는 코벤트 가든이 있고 우리에게는 대학로와 홍대일대가 문화예술의 거리로 꼽혔습니다. 골목마다 들어선 클럽이며 공연장은 독특한 젊음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홍대 주변은 '먹자골목'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화방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넓은 정원과 단아한 인테리어를 갖춘 레스토랑이나, 슬로 푸드를 표방한 이탈리아 음식점, 여기에 일본의 라멘은 물론 중동의 케밥까지, 세계 요리들의 각축장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유승현(케밥집 운영) : "젊은 층 특이한 것 좋아합니다. 바쁘다 보니 빨리빨리 먹을 수 있는 것도 필요하고." 실제, 지난 3년 동안 홍대 주변에 새로 생긴 음식점만 천 2백여 곳. 이 지역 전체 음식점의 63%가 새로 생겼습니다. 문화예술의 거리로 꼽히던 홍대 거리에 독특한 문화의 향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음식점들이 들어선 겁니다. 점포간의 생존경쟁도 치열해져서 하루에도 십여 곳이 간판을 바꿔 달 정도입니다. <인터뷰> 강성영(석 달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 개업) : "격식 대신 정성으로 밥집같은 스타일 레스토랑을 하고싶었는 데 홍대가 그게 적격인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개업 3년 만에 커피숍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리고 와인을 파는 스테이크 하우스까지 업종을 세 번이나 바꾼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미희(대표/OO 스테이크 하우스) : "뭐가 홍대다울까 고민하고 되도록 남다른 걸 준비해야 하는 게 어려움입니다." 음식점들의 입주 경쟁으로 빚어진 임대료 거품도 문제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3년 사이 평균 두 배 이상 뛰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한혜라(부동산 중개업) : "열 평 되는 건 1억 4천까지 갑니다. (권리금만?) 네, 권리금만..." 결국 가난한 예술인들은 작업할 공간도 잃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작가(문화평론가) : "문화와 자본이 맞닥뜨리면 문화가 패할 수 밖에 없다. 아티스트 작업실, 공연장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지원체계 필요하다." 대학로에 이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지대로 꼽히던 홍대거리가 문화적 활력을 되찾을수 있도록 지원 방안 마련이 아쉽습니다. KBS 뉴스 김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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