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여고생 투신 ‘밀린 학원비 때문에’

입력 2010.02.24 (09:06) 수정 2010.02.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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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한 여고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밀린 학원비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가정 형편이 어려웠나보죠?



도대체 학원비가 얼마나 밀렸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리포트>



네. 석달치 학원비 150만원 정도가 밀렸다고 합니다.



미대를 지망하는 여고생이었고, 각종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재능도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고3이 되어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컸고, 부모는 이혼을 했고, 학원비까지 밀리자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여고생의 사연 들어봤습니다.



지난 22일 밤, 대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녹취> 목격자 :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까 사람같기도 하고. 나는 애들이 인형을 버렸나 생각했지."



29층에서 투신한 사람은 18살 여고생 김 모양. 발견 당시 이미 숨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최근에 학원비 좀 밀리고 또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좀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한 여고생의 안타까운 사연, 취재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딸의 죽음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했던 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 양 할머니 : "자꾸 들어오는 것 같고. 저기서 할머니 이렇게 하면서 들어오는 것 같고."



특히 각종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나 가족의 자랑거리였던 김 양.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 컸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우리 집에 가보면 벽에 보면 전신에 어릴 때부터 상으로 양쪽 벽을 다 도배를 해 놓았어요."



그런 김양의 고민이 시작된 것은 고 3을 앞둔 지난 겨울부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진로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입시준비에 들어갔는데, 실기 준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늘 걱정이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애가 마음의 부담을 가지게 된 거죠. 아빠가 벌이가 빤하니까 자기가 고 3이 되니까 이제 어떻게 됩니까."



무엇보다 학원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최근 석 달 째 학원비가 밀려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최근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석 달 치 학원비가 150만원 상당이 밀려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양의 고민이 더 컸던 것은 가정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신발 노점상해서 먹고 사는데. 애들 용돈 조금 주는 정도. 생활에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어머니가 연락이 닿아 입시 비용을 지원해줬지만, 어머니마저 사업이 실패하면서 해외로 갔고, 결국 소식이 끊겼습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갑자기 엄마가 연락이 끊긴 거예요. 그렇게 딱 끊겨버렸으니까 많이 흔들리다가 그렇게 되어 버린 거죠."



학원비가 끊기게 되자 막막해진 김양은 이때부터 속앓이를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엄마가 이제 학원비를 못 해주는데 이런 입시 미술은 학원 안다니면 거의 가망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림이고 뭐고 다 때려 치워야겠다면서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었거든요.



그러나 김 양에게 미술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모든 걸 다 걸었던 김양이기에 미술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가난이 죄지 뭐 가난이 죄지"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마련해보려고 애썼지만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에게도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제가 돈이 없으니까 애 눈치 자꾸 보게 되고. 애는 또 아빠 어려운거 아니까 내 눈치 보게 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김양의 아버지, 딸에게 도움이 돼주지 못한 미안함에 일수까지 신청했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오죽하면 일수라도 얻어 가지고 하려고 일수도 신청해 놓은 상태거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 김양. 이때부터 점점 말을 잃어갔다고 합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그냥 힘이 많이 없었죠. 평소에는 농담하고 많이 웃고 그랬는데. 그냥 계속 그림만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이마에 뽀뽀하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사건당일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김양이 향한 곳은 한 고층 아파트였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CCTV 본 경찰관 얘기 들어보니까 엘리베이터 앞에 한참을 서있더라고. 한 30분 정도 서 있더라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30분 동안, 김양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양은 결국 엘리베이터를 탔고, 아파트 29층 계 단 창문에 올라섰습니다. 계단에 남은 것은 김양의 신발과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천국에 가서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거고. 내 가슴속에 항상..."



그렇게 김양은, 그토록 원하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김양의 18번째 생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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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02-24 09:06:44
    • 수정2010-02-24 10: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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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한 여고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밀린 학원비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이민우 기자. 가정 형편이 어려웠나보죠?

도대체 학원비가 얼마나 밀렸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리포트>

네. 석달치 학원비 150만원 정도가 밀렸다고 합니다.

미대를 지망하는 여고생이었고, 각종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재능도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고3이 되어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컸고, 부모는 이혼을 했고, 학원비까지 밀리자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한 한 여고생의 사연 들어봤습니다.

지난 22일 밤, 대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녹취> 목격자 :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돌아보니까 사람같기도 하고. 나는 애들이 인형을 버렸나 생각했지."

29층에서 투신한 사람은 18살 여고생 김 모양. 발견 당시 이미 숨져 있었습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최근에 학원비 좀 밀리고 또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좀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한 여고생의 안타까운 사연, 취재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딸의 죽음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했던 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 양 할머니 : "자꾸 들어오는 것 같고. 저기서 할머니 이렇게 하면서 들어오는 것 같고."

특히 각종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미술에 재능이 뛰어나 가족의 자랑거리였던 김 양.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 컸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우리 집에 가보면 벽에 보면 전신에 어릴 때부터 상으로 양쪽 벽을 다 도배를 해 놓았어요."

그런 김양의 고민이 시작된 것은 고 3을 앞둔 지난 겨울부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진로를 정하고 본격적으로 입시준비에 들어갔는데, 실기 준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늘 걱정이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애가 마음의 부담을 가지게 된 거죠. 아빠가 벌이가 빤하니까 자기가 고 3이 되니까 이제 어떻게 됩니까."

무엇보다 학원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최근 석 달 째 학원비가 밀려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최근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석 달 치 학원비가 150만원 상당이 밀려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양의 고민이 더 컸던 것은 가정환경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방복욱(경위/대구 중부경찰서) : "신발 노점상해서 먹고 사는데. 애들 용돈 조금 주는 정도. 생활에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어머니가 연락이 닿아 입시 비용을 지원해줬지만, 어머니마저 사업이 실패하면서 해외로 갔고, 결국 소식이 끊겼습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갑자기 엄마가 연락이 끊긴 거예요. 그렇게 딱 끊겨버렸으니까 많이 흔들리다가 그렇게 되어 버린 거죠."

학원비가 끊기게 되자 막막해진 김양은 이때부터 속앓이를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엄마가 이제 학원비를 못 해주는데 이런 입시 미술은 학원 안다니면 거의 가망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림이고 뭐고 다 때려 치워야겠다면서 울먹이면서 전화를 했었거든요.

그러나 김 양에게 미술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모든 걸 다 걸었던 김양이기에 미술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가난이 죄지 뭐 가난이 죄지"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비를 마련해보려고 애썼지만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에게도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요.

<녹취> 김 양 아버지 : "제가 돈이 없으니까 애 눈치 자꾸 보게 되고. 애는 또 아빠 어려운거 아니까 내 눈치 보게 되고."

사정이 여의치 않은 김양의 아버지, 딸에게 도움이 돼주지 못한 미안함에 일수까지 신청했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오죽하면 일수라도 얻어 가지고 하려고 일수도 신청해 놓은 상태거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 김양. 이때부터 점점 말을 잃어갔다고 합니다.

<녹취> 김 양 친구 : "그냥 힘이 많이 없었죠. 평소에는 농담하고 많이 웃고 그랬는데. 그냥 계속 그림만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이마에 뽀뽀하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사건당일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김양이 향한 곳은 한 고층 아파트였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CCTV 본 경찰관 얘기 들어보니까 엘리베이터 앞에 한참을 서있더라고. 한 30분 정도 서 있더라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30분 동안, 김양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양은 결국 엘리베이터를 탔고, 아파트 29층 계 단 창문에 올라섰습니다. 계단에 남은 것은 김양의 신발과 가방이었습니다.

<녹취> 김 양 아버지 : "천국에 가서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거고. 내 가슴속에 항상..."

그렇게 김양은, 그토록 원하던 꿈을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김양의 18번째 생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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