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러시아 외국인 테러 공포

입력 2010.03.14 (12:46) 수정 2010.12.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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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일 사이에 러시아에서 한국인 유학생 두 명이 잇따라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혐오 범죄로 추정되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슬라브 민족이 아닌 외국인에게 극도의 배타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데요.

사실 러시아내 인종혐오 범죄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지난 한해에만 71명이 희생됐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반문명적 범죄가 러시아에 만연한 걸까요.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이 자세히 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서시베리아 남단의 소도시 바르나울, 평화롭던 이곳에 지난달 참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단기연수를 왔던 한국 남학생 강병길 군이 러시아 청년들의 집단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강 씨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님들은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믿지 못했습니다.

<녹취> 강병길씨 어머니 : "이렇게 가면 어떡해"

함께 연수중이던 친구들도 충격에 눈물만 떨굴 따름입니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바르나울시 주민들도 강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최근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인종차별풍조가 바르나울 시에도 유입되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뷰> 다찌아나(바르나울 시민) : "최근 인종혐오주의적 공격적인 행동들이 이곳에 나타나고 있어요. 이유 없는 분노와 미움이요"

지난주 모스크바시 남서부 일대에선 또 다른 한국 유학생 피습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 3학년인 심모 씨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곳 상가에 들렀다가 흰 복면을 쓴 괴한에게 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누릭(목격자) : "학생 뒤로 가서 뒷목을 비틀어 잡고 흉기로 목을 찔렸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심씨는 10시간의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지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생사의 고비는 넘겼지만 치명상을 입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심 씨 역시 인종차별적 폭력의 희생물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 씨 사건 열흘 전에도 상가 인근에서 키르키즈스탄 청년이 흉기에 찔러 숨졌습니다.

심 씨 사건 당일에도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아시아계 남성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라우슈킨(모스크바 서부경찰서장) : "일부 젊은이들이 슬라브 민족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인종혐오 범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구소련이 붕괴된 뒤 지난 90년대 말입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극우주의가 맞물리면서 2천 년 대 중반쯤 와서는 그 활동 양상이 노골화 됐습니다.

2006년엔 55명이던 인종혐오범죄 사망자 수가 지난 2008년에는 무려 백10명으로 2년 만에 2배로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실세인 푸틴 총리가 '국가적 현안'으로 규정하면서 이들 극우폭력조직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자 지난해에는 사망자 수가 71명까지 줄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50건에 이르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사망자는 8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인종혐오 폭력이 러시아 곳곳에서 만연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오범죄 시민단체 국장) : "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폭행 사건 수는 공식 통계의 몇 배에 이를 겁니다."

인종혐오범죄의 주체로 지목돼 온 극렬 극우조직원 수만 최소 6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조직이 단속될 경우 또 다른 조직이 우후죽순격으로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오범죄 시민단체 국장) : "신 나찌주의자들이 개별적, 조직적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신입회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광범위한 조직 때문에 러시아 한국 유학생들 가운데 극우폭력조직 단원들에게 폭력을 당한 사례는 매우 흔합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과 국립영화대학, 우주항공대학 등 7개 주요 대학 백 50여 명의 유학생들을 직, 간접 구두 면담한 결과 폭행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10명을 넘었습니다.

한 유학생은 두 달 전 지하철 승객 칸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싼 3명의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폭력 피해 학생) : "열심히 막았죠. 그러면서 막는 도중에 정신이 남아 있을 때 옆에 봤더니 옆에서 또 때리고 있더라고요. 막다가 맞다가 막다가 맞다가..."

조 군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정신까지 잃었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 : "살아야겠다. 일단 그래서 어떻게 기어가지고 나와서 일어섰죠. 일어섰어요."

주로 혼자 길을 걷는 체격이 작은 남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2명 이상이 폭행에 가담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모스크바 유학생/폭력 피해 학생) : "지하철에서 공격당한 애도 있고. 기숙사 근처에서 위험할 뻔 한 애도 있고"

그러나 폭행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하거나 대사관에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인종혐오 폭력 사건이 워낙 빈번하다 보니 용의자를 잡을 증거가 충분한 경우를 제외하곤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외범죄 시민단체 국장) : "경찰이 인종혐오범죄를 다룰 충분한 수사기법이 부족한데다 워낙 빈발하다 보니 뇌물을 주지 않는 한 수사를 제대로 안합니다."

주러 한국대사관의 경우 수사를 러시아 경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에 그간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 : "사실 제 주변에 맞은 사람 꽤 있는데 대사관에 말했다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가 좀 대처를 안 해 주거나 말을 해봐야 소용없으니까 안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러다 보니 최근까지 러시아 한국 유학생 사회에는 수상한 청년들이 보이면 무조건 피하고 혹시 맞아도 치명상이 아니면 참고 지내자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인종혐오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공표하면서도, 막상 사건이 터지면 인종혐오범죄로 인정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뷰> 라우슈킨(모스크바 서부경찰서장) : "이번 모스크바 한인 유학생 피습 사건은 우선 아무 이유 없는 젊은이들의 한탕 폭력주의 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강병길 씨를 죽음으로 몬 바르나울시의 폭행 사건의 경우 강 씨가 아무 저항 못하고 흉기에 의해 쓰러지는 장면이 인근 건물 CCTV에 포착됐습니다.

이런 정황을 가지고 당초 지난달 말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신 규호 영사(2월22일 인터뷰) : "27일 날 잠정 조사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고 각종 이유를 대면서 수사 내역을 우리 정부에
알려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신 규호 영사(3월 5일 인터뷰) : "별 이야기를 다 하더라고요. 어제는 책임자가 출장 갔다고 이야기하고 오늘은 정확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이런 식이예요. 지난번에 공문 보내주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되가는 지난 11일까지 공식적인 사건 개요조차 우리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그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는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들에 대해서는 많은 경우 수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반면 동양계 피해가 가운데에도 일본 등 소위 선진국 유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신속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곤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리는 무엇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000(외교부 관리) : "제가 볼 때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 같아요. 시험대가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는...한국의 위상과 관계를 어떻게 보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사실은"

대한민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러시아 전역을 여행유의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유학생들과 교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김미경(모스크바 유학생) : "더 조심하라는 것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저희가.."

일부 유학생들과 주재원 가족들은 러시아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폭행 피해 사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현지에서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낯선 곳에서 우리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시점입니다."

<인터뷰> 강성오(고 강병길씨 아버지) : "다시는 이런 일 제발 없게 해주세요. 마음껏 울지도 못하겠어요. 누가 해줍니까? 부탁합니다. 저희를 마지막으로 제발 이런 일 없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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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러시아 외국인 테러 공포
    • 입력 2010-03-14 12:46:06
    • 수정2010-12-23 18:52:40
    특파원 현장보고
불과 20일 사이에 러시아에서 한국인 유학생 두 명이 잇따라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한 명은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겨냥한 인종혐오 범죄로 추정되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슬라브 민족이 아닌 외국인에게 극도의 배타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데요. 사실 러시아내 인종혐오 범죄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지난 한해에만 71명이 희생됐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반문명적 범죄가 러시아에 만연한 걸까요.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이 자세히 전합니다. <리포트> 러시아 서시베리아 남단의 소도시 바르나울, 평화롭던 이곳에 지난달 참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단기연수를 왔던 한국 남학생 강병길 군이 러시아 청년들의 집단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강 씨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님들은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을 믿지 못했습니다. <녹취> 강병길씨 어머니 : "이렇게 가면 어떡해" 함께 연수중이던 친구들도 충격에 눈물만 떨굴 따름입니다. 추모식에 참석했던 바르나울시 주민들도 강 씨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최근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인종차별풍조가 바르나울 시에도 유입되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인터뷰> 다찌아나(바르나울 시민) : "최근 인종혐오주의적 공격적인 행동들이 이곳에 나타나고 있어요. 이유 없는 분노와 미움이요" 지난주 모스크바시 남서부 일대에선 또 다른 한국 유학생 피습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 3학년인 심모 씨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곳 상가에 들렀다가 흰 복면을 쓴 괴한에게 변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누릭(목격자) : "학생 뒤로 가서 뒷목을 비틀어 잡고 흉기로 목을 찔렸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심씨는 10시간의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지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생사의 고비는 넘겼지만 치명상을 입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심 씨 역시 인종차별적 폭력의 희생물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심 씨 사건 열흘 전에도 상가 인근에서 키르키즈스탄 청년이 흉기에 찔러 숨졌습니다. 심 씨 사건 당일에도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아시아계 남성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터뷰> 라우슈킨(모스크바 서부경찰서장) : "일부 젊은이들이 슬라브 민족이 아닌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인종혐오 범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구소련이 붕괴된 뒤 지난 90년대 말입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극우주의가 맞물리면서 2천 년 대 중반쯤 와서는 그 활동 양상이 노골화 됐습니다. 2006년엔 55명이던 인종혐오범죄 사망자 수가 지난 2008년에는 무려 백10명으로 2년 만에 2배로 늘었습니다. 러시아의 실세인 푸틴 총리가 '국가적 현안'으로 규정하면서 이들 극우폭력조직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자 지난해에는 사망자 수가 71명까지 줄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50건에 이르는 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사망자는 8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인종혐오 폭력이 러시아 곳곳에서 만연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오범죄 시민단체 국장) : "폭력 피해자들이 경찰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폭행 사건 수는 공식 통계의 몇 배에 이를 겁니다." 인종혐오범죄의 주체로 지목돼 온 극렬 극우조직원 수만 최소 6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조직이 단속될 경우 또 다른 조직이 우후죽순격으로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오범죄 시민단체 국장) : "신 나찌주의자들이 개별적, 조직적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신입회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런 광범위한 조직 때문에 러시아 한국 유학생들 가운데 극우폭력조직 단원들에게 폭력을 당한 사례는 매우 흔합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과 국립영화대학, 우주항공대학 등 7개 주요 대학 백 50여 명의 유학생들을 직, 간접 구두 면담한 결과 폭행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10명을 넘었습니다. 한 유학생은 두 달 전 지하철 승객 칸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싼 3명의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폭력 피해 학생) : "열심히 막았죠. 그러면서 막는 도중에 정신이 남아 있을 때 옆에 봤더니 옆에서 또 때리고 있더라고요. 막다가 맞다가 막다가 맞다가..." 조 군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정신까지 잃었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 : "살아야겠다. 일단 그래서 어떻게 기어가지고 나와서 일어섰죠. 일어섰어요." 주로 혼자 길을 걷는 체격이 작은 남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2명 이상이 폭행에 가담했습니다. <인터뷰> 이 모씨(모스크바 유학생/폭력 피해 학생) : "지하철에서 공격당한 애도 있고. 기숙사 근처에서 위험할 뻔 한 애도 있고" 그러나 폭행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하거나 대사관에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인종혐오 폭력 사건이 워낙 빈번하다 보니 용의자를 잡을 증거가 충분한 경우를 제외하곤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인터뷰> 로잘스카야(반인종혐외범죄 시민단체 국장) : "경찰이 인종혐오범죄를 다룰 충분한 수사기법이 부족한데다 워낙 빈발하다 보니 뇌물을 주지 않는 한 수사를 제대로 안합니다." 주러 한국대사관의 경우 수사를 러시아 경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에 그간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습니다. <인터뷰> 조현식(모스크바 유학생) : "사실 제 주변에 맞은 사람 꽤 있는데 대사관에 말했다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그런 거 보면 우리나라가 좀 대처를 안 해 주거나 말을 해봐야 소용없으니까 안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러다 보니 최근까지 러시아 한국 유학생 사회에는 수상한 청년들이 보이면 무조건 피하고 혹시 맞아도 치명상이 아니면 참고 지내자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인종혐오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공표하면서도, 막상 사건이 터지면 인종혐오범죄로 인정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뷰> 라우슈킨(모스크바 서부경찰서장) : "이번 모스크바 한인 유학생 피습 사건은 우선 아무 이유 없는 젊은이들의 한탕 폭력주의 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강병길 씨를 죽음으로 몬 바르나울시의 폭행 사건의 경우 강 씨가 아무 저항 못하고 흉기에 의해 쓰러지는 장면이 인근 건물 CCTV에 포착됐습니다. 이런 정황을 가지고 당초 지난달 말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신 규호 영사(2월22일 인터뷰) : "27일 날 잠정 조사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고 각종 이유를 대면서 수사 내역을 우리 정부에 알려오지 않았습니다. <녹취> 신 규호 영사(3월 5일 인터뷰) : "별 이야기를 다 하더라고요. 어제는 책임자가 출장 갔다고 이야기하고 오늘은 정확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이런 식이예요. 지난번에 공문 보내주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되가는 지난 11일까지 공식적인 사건 개요조차 우리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그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는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들에 대해서는 많은 경우 수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반면 동양계 피해가 가운데에도 일본 등 소위 선진국 유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신속히 수사 결과를 발표하곤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리는 무엇보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000(외교부 관리) : "제가 볼 때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 같아요. 시험대가 러시아가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는...한국의 위상과 관계를 어떻게 보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사실은" 대한민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러시아 전역을 여행유의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현지에 있는 유학생들과 교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막막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김미경(모스크바 유학생) : "더 조심하라는 것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저희가.." 일부 유학생들과 주재원 가족들은 러시아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폭행 피해 사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현지에서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낯선 곳에서 우리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시점입니다." <인터뷰> 강성오(고 강병길씨 아버지) : "다시는 이런 일 제발 없게 해주세요. 마음껏 울지도 못하겠어요. 누가 해줍니까? 부탁합니다. 저희를 마지막으로 제발 이런 일 없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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