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경영 복귀’ 명분 얻으려면?

입력 2010.03.25 (07:32) 수정 2010.03.25 (10: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필모 해설위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은 경영 전략상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명분이 없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엄밀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가 1년 11개월 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삼성이 당시 국민 앞에 내놓은 약속의 이행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 이유는 당시 스스로 밝혔듯이 특검의 수사 결과 드러난 배임과 조세포탈 등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말 특별사면으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특별사면 자체도 적지 않은 형평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번 경영 복귀를 바라보는 상당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 규모의 기업 경영상 대주주의 전략적 결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삼성 측도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그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영 복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 가치의 척도 가운데 하나인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전 회장이 뒤로 물러나 있는 동안,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이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나아졌다면, 삼성 측은 그가 퇴진할 당시 약속한 경영쇄신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내놔야 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늦었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행위를 가능하게 한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방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영 복귀의 명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책임이 막중해졌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바로 이건희 전 회장의 ‘책임경영' 못지않게 ‘경영책임'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윱니다. 사람들은 얼마 전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한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번 복귀가 정말 정직한 명분 있는 행동인지 되묻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경영 복귀’ 명분 얻으려면?
    • 입력 2010-03-25 07:32:55
    • 수정2010-03-25 10:00:53
    뉴스광장 1부
[정필모 해설위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은 경영 전략상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명분이 없다는 겁니다. 어느 쪽이든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엄밀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가 1년 11개월 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삼성이 당시 국민 앞에 내놓은 약속의 이행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 이유는 당시 스스로 밝혔듯이 특검의 수사 결과 드러난 배임과 조세포탈 등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난해 말 특별사면으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특별사면 자체도 적지 않은 형평성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번 경영 복귀를 바라보는 상당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 규모의 기업 경영상 대주주의 전략적 결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삼성 측도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그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영 복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 가치의 척도 가운데 하나인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전 회장이 뒤로 물러나 있는 동안,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이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나아졌다면, 삼성 측은 그가 퇴진할 당시 약속한 경영쇄신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자료를 내놔야 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늦었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행위를 가능하게 한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방식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경영 복귀의 명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흔히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책임이 막중해졌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바로 이건희 전 회장의 ‘책임경영' 못지않게 ‘경영책임'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윱니다. 사람들은 얼마 전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한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번 복귀가 정말 정직한 명분 있는 행동인지 되묻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