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음주운전’에 빼앗긴 한 청년의 꿈

입력 2010.03.26 (08:54) 수정 2010.03.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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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괜찮겠지’하며 혹시 음주운전하십니까?



설마 하던 음주운전으로 한 젊은 전경의 인생이 산산조각 났고 평온했던 가정도 무너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 사고를 당한 전경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의식도 없고 얼굴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이런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 어떻겠습니까?



어머니는 눈물로 지새고 있습니다.



경찰을 꿈꾸던 젊은 전경은 꿈은 커녕, 목숨마저 위태롭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극을 부른 음주 운전자는 사고 당시 기억도 잘 못합니다.



음주운전이 흉기라는 말, 사실이었습니다.



아들 지훈이가 병상에 누워있는지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얼굴은 망가졌고, 의식도 없습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지금 한창때잖아요. 자기 외모에 신경 쓰고 그럴 나이인데... (망가진 얼굴을) 거울로 보게 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기적만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죽는다고 했어요. 지훈이가 한쪽 두개골의 3분의 1이 없어요. 눈은 차 밑 부분에 닿아서 안구가 완전히 다 탄 상태이고..."



지훈이가 이렇게 된 건, 누군가의 음주운전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밤, 충남 서산의 한 도로.



의경이었던 지훈이는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음주 단속반을 향해 다가오던 한 차량, 갑자기 지훈이를 치고 중앙선을 넘어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훈이의 옷이 음주 차량의 바퀴에 끼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종록 상경 (충남경찰청 기동대) :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는 겁을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도주를 하려고 지훈이를 깔고 간 거죠. 600미터 정도 쫓아가서 보니까, 이미 운전자는 차 문을 열고 도망간 상태고..."



사고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1%!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대현 (충남 서산경찰서/사건 당시 인터뷰) : "차에 매달고 끌려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못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진술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옷이 끼인 채로 도로에 끌려가면서 얼굴이며 피부, 뇌 손상이 너무 컸습니다.



그리고 벌써 4개월째.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탠데요.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이 어머니는 낯설기만 합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속상해요. 겁나서 (지훈이) 얼굴을 제대로 못 봤거든요. 3-4일 전에 소독할 때 제가 눈을 봤어요. 너무 심해서, 너무 가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더 이상의 치료도 불가능하고, 호전될 가능성도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사고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고 합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곧바로 입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저희가 너무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항상 지훈이가 그랬어요. 돈 벌면 집 좋은 거 사준다고... 군대 가기 전에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동생 신발 사주고, 용돈 주고 그랬거든요."



입버릇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던 아들.



이젠 그 꿈도 멀어지고 제발 살아서 일어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경찰복 입고 와서 저한테 자랑했거든요. 멋있지 않느냐고... 나쁜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잡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아들의 사고로 집안도 풍비박산됐습니다.



부모님은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서울로 올라와 아들 병간호에 매달리고, 다른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작은아들은 이모네 집에 있어요. (가족이) 한순간에 무너진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 생각 안 해요. 지훈이만 잘 버텨내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하니까."



음주단속 사고는 지훈이만의 일은 아닙니다.



음주차량은 예측불허이고, 단속경찰은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이종록 상경 (충남경찰청 기동대) : "대원들이 (도주하는) 차를 쫓아가면서 넘어지거나, 주차 되어 있는 차량 사이에 끼일 뻔했던 사고도 있었고..."



실제 음주단속이 벌어지는 현장에 동행해봤습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위험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유동 경사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 "단속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신 것이) 감지가 됐는데, 저희가 정지명령 해도 무시하고 갈 때는 위험한 경우도 가끔 발생하고 합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너무 위험해요. 솔직히 음주단속 하면, 어두운 곳에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거잖아요. 지훈이도 (안전장비가) 없어서 머리가 크게 다친 거예요."



음주단속 안전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70 여 명의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다 숨지거나, 부상당했습니다.



특히 지훈이처럼 아들을 전경에 둔 부모는 걱정이 더 큽니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노심초사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정숙 회장 (전?의경부모모임) : "이제까지 지방에서 대형 사고가 났어요. 서울 시내 보다는... 보이기만을 위한 것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의경과 경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달라는 겁니다."



김지훈 상경을 치고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사고를 당한 김 상경은 목숨만 겨우 겨우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주 운전 단속 사고로 인생의 모든 꿈을 빼앗긴 김상경은 올해로 21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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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음주운전’에 빼앗긴 한 청년의 꿈
    • 입력 2010-03-26 08:54:16
    • 수정2010-03-26 09: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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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괜찮겠지’하며 혹시 음주운전하십니까?

설마 하던 음주운전으로 한 젊은 전경의 인생이 산산조각 났고 평온했던 가정도 무너졌습니다.

이민우 기자.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 사고를 당한 전경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의식도 없고 얼굴은 처참하게 망가졌고, 이런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 어떻겠습니까?

어머니는 눈물로 지새고 있습니다.

경찰을 꿈꾸던 젊은 전경은 꿈은 커녕, 목숨마저 위태롭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극을 부른 음주 운전자는 사고 당시 기억도 잘 못합니다.

음주운전이 흉기라는 말, 사실이었습니다.

아들 지훈이가 병상에 누워있는지 벌써 100일이 넘었습니다. 얼굴은 망가졌고, 의식도 없습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지금 한창때잖아요. 자기 외모에 신경 쓰고 그럴 나이인데... (망가진 얼굴을) 거울로 보게 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기적만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죽는다고 했어요. 지훈이가 한쪽 두개골의 3분의 1이 없어요. 눈은 차 밑 부분에 닿아서 안구가 완전히 다 탄 상태이고..."

지훈이가 이렇게 된 건, 누군가의 음주운전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밤, 충남 서산의 한 도로.

의경이었던 지훈이는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음주 단속반을 향해 다가오던 한 차량, 갑자기 지훈이를 치고 중앙선을 넘어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훈이의 옷이 음주 차량의 바퀴에 끼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종록 상경 (충남경찰청 기동대) :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는 겁을 먹은 상태이기 때문에, 도주를 하려고 지훈이를 깔고 간 거죠. 600미터 정도 쫓아가서 보니까, 이미 운전자는 차 문을 열고 도망간 상태고..."

사고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1%!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만취상태였습니다.

<인터뷰> 조대현 (충남 서산경찰서/사건 당시 인터뷰) : "차에 매달고 끌려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못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진술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옷이 끼인 채로 도로에 끌려가면서 얼굴이며 피부, 뇌 손상이 너무 컸습니다.

그리고 벌써 4개월째.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탠데요.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이 어머니는 낯설기만 합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속상해요. 겁나서 (지훈이) 얼굴을 제대로 못 봤거든요. 3-4일 전에 소독할 때 제가 눈을 봤어요. 너무 심해서, 너무 가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더 이상의 치료도 불가능하고, 호전될 가능성도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사고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고 합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곧바로 입대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저희가 너무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항상 지훈이가 그랬어요. 돈 벌면 집 좋은 거 사준다고... 군대 가기 전에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동생 신발 사주고, 용돈 주고 그랬거든요."

입버릇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던 아들.

이젠 그 꿈도 멀어지고 제발 살아서 일어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경찰복 입고 와서 저한테 자랑했거든요. 멋있지 않느냐고... 나쁜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잡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아들의 사고로 집안도 풍비박산됐습니다.

부모님은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서울로 올라와 아들 병간호에 매달리고, 다른 가족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작은아들은 이모네 집에 있어요. (가족이) 한순간에 무너진 거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 생각 안 해요. 지훈이만 잘 버텨내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하니까."

음주단속 사고는 지훈이만의 일은 아닙니다.

음주차량은 예측불허이고, 단속경찰은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이종록 상경 (충남경찰청 기동대) : "대원들이 (도주하는) 차를 쫓아가면서 넘어지거나, 주차 되어 있는 차량 사이에 끼일 뻔했던 사고도 있었고..."

실제 음주단속이 벌어지는 현장에 동행해봤습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위험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는데요.

<인터뷰> 이유동 경사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 "단속하는 과정에서 (술을 마신 것이) 감지가 됐는데, 저희가 정지명령 해도 무시하고 갈 때는 위험한 경우도 가끔 발생하고 합니다."

<인터뷰> 편경금 (김지훈 상경 어머니) : "너무 위험해요. 솔직히 음주단속 하면, 어두운 곳에서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거잖아요. 지훈이도 (안전장비가) 없어서 머리가 크게 다친 거예요."

음주단속 안전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70 여 명의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다 숨지거나, 부상당했습니다.

특히 지훈이처럼 아들을 전경에 둔 부모는 걱정이 더 큽니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노심초사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정숙 회장 (전?의경부모모임) : "이제까지 지방에서 대형 사고가 났어요. 서울 시내 보다는... 보이기만을 위한 것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의경과 경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달라는 겁니다."

김지훈 상경을 치고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사고를 당한 김 상경은 목숨만 겨우 겨우 이어가고 있습니다.

음주 운전 단속 사고로 인생의 모든 꿈을 빼앗긴 김상경은 올해로 21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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