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기소에서 무죄까지

입력 2010.04.1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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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있었고, 사상 처음으로 총리공관에서의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습니다.



넉 달 동안 오갔던 양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정리해 봤습니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명숙 전 총리가 법정을 나섰습니다.



<녹취> 한명숙(전 국무총리) : "참으로 길고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를 당하지 않는 세상이 와야 되겠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주현(서울중앙지검 3차장) : "곽영욱 씨는 수사 과정 뿐만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일관해서 뇌물 공여 사실을 자백하고 있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곽영욱 씨의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과 마산에 있는 대한통운 지사엔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곽영욱 전 사장의 수십억 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섭니다.



수사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이른바 엘리트 검찰 부섭니다.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곽 전 사장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자리에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미화 5만 달러를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 때부터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5만 달러를 과연 받았는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2차 공판에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검사: “오찬장에서 식사한 뒤 일을 다 이야기 해보세요.”



곽영욱 : “동시다발적으로 나가며, 제가 조금 늦게 나가면서 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왔습니다.”



판사 : “뭐라구요?”



곽영욱 : “포켓에 넣어둔 돈,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습니다.”



판사 : “식탁이 아니라 의자요?”



곽영욱 : “네, 제가 앉았던 자리...”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돈을 올려놓았다는 진술에 법정은 술렁였습니다.



앞서 검찰 조사 때 진술은 달랐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곽영욱 :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갔고, 한명숙이 식당 출입문만 열고 인사를 했고, 나는 맨 나중까지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 가져간 돈봉투 2개를 꺼내 한명숙에게 주고 자리를 나왔습니다."



직접 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이 법정에서 의자에 놓았다고 바뀐 겁니다.



법원은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고, 결국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오락가락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곽 전 사장이 건넸다는 방법뿐만 아니라 돈의 액수도 10만 달러, 3만 달러, 5만 달러로 세 차례나 바뀌었다는 겁니다.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검찰 수사과정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성우 재연> 2차 공판



곽영욱 : “12시까지 검찰청에서 조사받고 새벽 1~2시까지 면담을 했습니다. 구치소로 돌아가면 새벽 3시가 될 때도 있었습니다. 심장병 수술한 사람에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때는 검사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검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진술이었습니다.



<인터뷰> 양재택(법무법인 신우 변호사/前 검사) : "피고인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힘들었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한다면 재판장으로서는 당연히 피고인의 진술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을 합니다."



재판부도 결국 검찰 수사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곽 전 사장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성격을 보였다는 겁니다.



지난달 15일엔 강동석 전 장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당시 강 전 장관은 한 총리가 마련한 오찬장에 곽 사장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검찰은 오찬장에 곽 전 사장이 참석했던 것 자체가 정상적인 모임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검찰 조사 때 "총리가 초대한 오찬 자리에 곽 전 사장이 초대돼 의아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의 법정 진술은 달랐습니다.



<성우 재연> 4차 공판



강동석 : “사건이 불거진 뒤 생각해 보니 셋 모두 동향이고 서로 존중하는 사이인 걸 알아 그렇게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검사 : “그 모임이 곽 전 사장과 한 총리의 친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강동석 : “아닙니다.”



“총리는 인사권이 없고, 공기업 사장은 인사 전권이 청와대에 있습니다. 총리는 관여할 수 없게 시스템이 돼 있습니다.”



곽 사장이 총리에게 뇌물을 줘서 인사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만 달러 수수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고, 받은 것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달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곽 전 사장이 구급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현장검증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잡으시고, 잡으시고!”



잠시 후 한 전 총리가 도착했습니다.



<녹취> “아 오래간만에 오니까...”



<녹취> “감회가 새로우시죠?”



현장검증 시작 전부터 변호인단과 검찰 사이엔 기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변호인단 : “(경호원)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 내용으로 오늘 또 심문을 한다면...”



검찰 : “그 내용은 심문할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하는 게 아니고, 현장에 관한 게 아니었고, 진술이 바뀐 경위가 뭐였냐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잠시 후 시작된 검증, 줄자와 초시계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어디, 어디까지요? (거기 문까지) 7미터 90.”



문제의 오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곽 전 사장이 힘겹게 말을 뗐습니다.



“동시에 일어나서 장관님들 나가시고 이렇게 제가 죄송합니다 하고 나갔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곽 전 사장이 돈을 의자에 놓고 공관 현관까지 가는 것을 재연했습니다.



먼저 변호인단, 20초가 걸렸습니다. 검찰측 재연은 34초가 걸렸습니다.



이 14초의 차이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변호인단 주장은 20초란 짧은 시간에 총리가 남몰래 돈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이고 검찰은 34초라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맞섰습니다.



총리공관에서 벌어진 현장 검증도 무죄 선고의 근거가 됐습니다.



실제로 보니 수행비서와 경호원이 있는데서 몰래 돈을 받아 감추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말, 검찰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998만 원짜리 일제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골프채는 거절하고 모자만 받고 나왔다며 한 전 총리측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 달 말,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회원권으로 제주도의 골프 휴양지를 무료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골프 휴양지 직원 : "제일 큰 거는 132평짜리도 있긴 한데요, 거의 안 쓰시고 55평형이 제일 큰 평수예요.”



하루 숙박비만 66만 원에 이르는 휴양시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8년과 2009년 모두 28일 동안 이 곳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친분이 두터웠으니 5만 달러 정도는부담없이 받았을 거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습니다.



<녹취> 골프 휴양지 직원 : “(한 전 총리가 투숙하셨으면 기록은 남아 있겠네요?) 제가 확답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골프휴양지에 간 건 돈이 오갔다는 지난 2006년 이후라며 재판과 연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악의적인 흠집내기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굳이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한 전 총리는 결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명숙(前 국무총리) :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한 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를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의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검찰은 한 건설업체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건설업자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압수수색영장 받아서 왔더라고...”



(내부에 컴퓨터나 장부 같은 것?)



“갖고 갔어요. 컴퓨터 하드.”



한 전 총리 측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 아니고, 수사 준칙에도 어긋나는 전형적인 별건 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5만 달러 수수 의혹은 이제 1회전이 끝났습니다. 검찰은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습니다.



2심과 최종심에서 검찰이 체면을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망신을 당할지, 전쟁은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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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숙, 기소에서 무죄까지
    • 입력 2010-04-12 07:29:09
    취재파일K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있었고, 사상 처음으로 총리공관에서의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습니다.

넉 달 동안 오갔던 양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정리해 봤습니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명숙 전 총리가 법정을 나섰습니다.

<녹취> 한명숙(전 국무총리) : "참으로 길고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다시는 저처럼 억울하게 공작정치를 당하지 않는 세상이 와야 되겠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주현(서울중앙지검 3차장) : "곽영욱 씨는 수사 과정 뿐만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일관해서 뇌물 공여 사실을 자백하고 있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곽영욱 씨의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과 마산에 있는 대한통운 지사엔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곽영욱 전 사장의 수십억 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섭니다.

수사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 이른바 엘리트 검찰 부섭니다.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곽 전 사장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2006년 12월, 총리공관 오찬자리에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미화 5만 달러를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한 전 총리를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 때부터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5만 달러를 과연 받았는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2차 공판에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검사: “오찬장에서 식사한 뒤 일을 다 이야기 해보세요.”

곽영욱 : “동시다발적으로 나가며, 제가 조금 늦게 나가면서 봉투를 의자에 놓고 나왔습니다.”

판사 : “뭐라구요?”

곽영욱 : “포켓에 넣어둔 돈, 내가 밥 먹던 의자에 놓고 나왔습니다.”

판사 : “식탁이 아니라 의자요?”

곽영욱 : “네, 제가 앉았던 자리...”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돈을 올려놓았다는 진술에 법정은 술렁였습니다.

앞서 검찰 조사 때 진술은 달랐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곽영욱 :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갔고, 한명숙이 식당 출입문만 열고 인사를 했고, 나는 맨 나중까지 남아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 가져간 돈봉투 2개를 꺼내 한명숙에게 주고 자리를 나왔습니다."

직접 돈을 줬다는 검찰 진술이 법정에서 의자에 놓았다고 바뀐 겁니다.

법원은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고, 결국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오락가락한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곽 전 사장이 건넸다는 방법뿐만 아니라 돈의 액수도 10만 달러, 3만 달러, 5만 달러로 세 차례나 바뀌었다는 겁니다.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검찰 수사과정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성우 재연> 2차 공판

곽영욱 : “12시까지 검찰청에서 조사받고 새벽 1~2시까지 면담을 했습니다. 구치소로 돌아가면 새벽 3시가 될 때도 있었습니다. 심장병 수술한 사람에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 때는 검사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성우 재연> 검찰 조사실

검찰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진술이었습니다.

<인터뷰> 양재택(법무법인 신우 변호사/前 검사) : "피고인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힘들었다는 진술을 법정에서 한다면 재판장으로서는 당연히 피고인의 진술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을 합니다."

재판부도 결국 검찰 수사에 무리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곽 전 사장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하는 성격을 보였다는 겁니다.

지난달 15일엔 강동석 전 장관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당시 강 전 장관은 한 총리가 마련한 오찬장에 곽 사장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검찰은 오찬장에 곽 전 사장이 참석했던 것 자체가 정상적인 모임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검찰 조사 때 "총리가 초대한 오찬 자리에 곽 전 사장이 초대돼 의아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의 법정 진술은 달랐습니다.

<성우 재연> 4차 공판

강동석 : “사건이 불거진 뒤 생각해 보니 셋 모두 동향이고 서로 존중하는 사이인 걸 알아 그렇게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검사 : “그 모임이 곽 전 사장과 한 총리의 친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강동석 : “아닙니다.”

“총리는 인사권이 없고, 공기업 사장은 인사 전권이 청와대에 있습니다. 총리는 관여할 수 없게 시스템이 돼 있습니다.”

곽 사장이 총리에게 뇌물을 줘서 인사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5만 달러 수수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고, 받은 것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달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곽 전 사장이 구급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현장검증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녹취> “잡으시고, 잡으시고!”

잠시 후 한 전 총리가 도착했습니다.

<녹취> “아 오래간만에 오니까...”

<녹취> “감회가 새로우시죠?”

현장검증 시작 전부터 변호인단과 검찰 사이엔 기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변호인단 : “(경호원)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 내용으로 오늘 또 심문을 한다면...”

검찰 : “그 내용은 심문할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하는 게 아니고, 현장에 관한 게 아니었고, 진술이 바뀐 경위가 뭐였냐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잠시 후 시작된 검증, 줄자와 초시계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어디, 어디까지요? (거기 문까지) 7미터 90.”

문제의 오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곽 전 사장이 힘겹게 말을 뗐습니다.

“동시에 일어나서 장관님들 나가시고 이렇게 제가 죄송합니다 하고 나갔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곽 전 사장이 돈을 의자에 놓고 공관 현관까지 가는 것을 재연했습니다.

먼저 변호인단, 20초가 걸렸습니다. 검찰측 재연은 34초가 걸렸습니다.

이 14초의 차이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변호인단 주장은 20초란 짧은 시간에 총리가 남몰래 돈을 챙길 수 없다는 것이고 검찰은 34초라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맞섰습니다.

총리공관에서 벌어진 현장 검증도 무죄 선고의 근거가 됐습니다.

실제로 보니 수행비서와 경호원이 있는데서 몰래 돈을 받아 감추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지난 1월 말, 검찰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998만 원짜리 일제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골프채는 거절하고 모자만 받고 나왔다며 한 전 총리측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 달 말,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회원권으로 제주도의 골프 휴양지를 무료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골프 휴양지 직원 : "제일 큰 거는 132평짜리도 있긴 한데요, 거의 안 쓰시고 55평형이 제일 큰 평수예요.”

하루 숙박비만 66만 원에 이르는 휴양시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8년과 2009년 모두 28일 동안 이 곳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친분이 두터웠으니 5만 달러 정도는부담없이 받았을 거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습니다.

<녹취> 골프 휴양지 직원 : “(한 전 총리가 투숙하셨으면 기록은 남아 있겠네요?) 제가 확답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골프휴양지에 간 건 돈이 오갔다는 지난 2006년 이후라며 재판과 연관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 마디로 악의적인 흠집내기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굳이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한 전 총리는 결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명숙(前 국무총리) :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관한 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를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과 한 전 총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의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검찰은 한 건설업체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건설업자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압수수색영장 받아서 왔더라고...”

(내부에 컴퓨터나 장부 같은 것?)

“갖고 갔어요. 컴퓨터 하드.”

한 전 총리 측은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 아니고, 수사 준칙에도 어긋나는 전형적인 별건 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5만 달러 수수 의혹은 이제 1회전이 끝났습니다. 검찰은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습니다.

2심과 최종심에서 검찰이 체면을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망신을 당할지, 전쟁은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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