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하려면 공손하게 하라?

입력 2010.04.29 (20:35) 수정 2010.04.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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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호랑이의 해를 맞아 올해 초 서울의 한 구청이 새끼 호랑이를 전시했다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었죠.



좁은 우리 안에 호랑이를 하루종일 가둬두는 게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었는데, 이 구청, 항의 글을 올렸던 네티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60여 년 만에 돌아왔다는 백호 해를 맞아 올해 초 서울의 한 구청은 새끼 호랑이를 구청 로비에 전시해 어린이들에게 직접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호랑이 우리가 2제곱미터 남짓으로 좁디 좁았다는 것.



구청 홈페이지에는 동물 학대라는 항의 글이 이어졌고, 결국 구청은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쫓기듯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영어강사 한모 씨에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됐으니 조사를 받아야한다는 전화였습니다.



호랑이 전시 행사 때 구청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항의 글이 원인이었습니다.



<인터뷰> 한 모 씨(영어강사) : "조금 더 나은 문화였다면 내가 고소당할 일이 아니라 (전시가) 빨리 철회됐어야 할 문제였는데..."



한 씨가 글을 쓴 것은 모두 세 차례.



처음 두 번은 존댓말로 작성했지만 계속되는 호랑이 전시에 흥분해 반말로 구청장을 비난한 글이 문제가 됐습니다.



한 씨와 함께 구청에 의해 고소된 네티즌은 10대 고등학생을 포함해 일곱 명.



노원구청은 항의 글 가운데 반말로 작성이 됐거나 욕설이 포함된 글을 골라 고소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후근(노원구청 총무팀장) : "많은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많은 글이 올라왔는데 모욕적인 글들의 경우에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고소를..."



공직자들의 명예훼손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운찬 전 농림식품부장관과 국정원 등이 시민단체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한 바 있고, 최근에는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퍼뜨린 네티즌을 고소했다 취하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국민들이 선거 이외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직자나 행정기관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에대해 설득과 설명보다는 소송으로 대응하려는 추세에 대해 자칫 정당한 비판마저 억누르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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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의하려면 공손하게 하라?
    • 입력 2010-04-29 20:35:48
    • 수정2010-04-29 2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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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호랑이의 해를 맞아 올해 초 서울의 한 구청이 새끼 호랑이를 전시했다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었죠.

좁은 우리 안에 호랑이를 하루종일 가둬두는 게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었는데, 이 구청, 항의 글을 올렸던 네티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최광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60여 년 만에 돌아왔다는 백호 해를 맞아 올해 초 서울의 한 구청은 새끼 호랑이를 구청 로비에 전시해 어린이들에게 직접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호랑이 우리가 2제곱미터 남짓으로 좁디 좁았다는 것.

구청 홈페이지에는 동물 학대라는 항의 글이 이어졌고, 결국 구청은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쫓기듯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영어강사 한모 씨에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됐으니 조사를 받아야한다는 전화였습니다.

호랑이 전시 행사 때 구청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항의 글이 원인이었습니다.

<인터뷰> 한 모 씨(영어강사) : "조금 더 나은 문화였다면 내가 고소당할 일이 아니라 (전시가) 빨리 철회됐어야 할 문제였는데..."

한 씨가 글을 쓴 것은 모두 세 차례.

처음 두 번은 존댓말로 작성했지만 계속되는 호랑이 전시에 흥분해 반말로 구청장을 비난한 글이 문제가 됐습니다.

한 씨와 함께 구청에 의해 고소된 네티즌은 10대 고등학생을 포함해 일곱 명.

노원구청은 항의 글 가운데 반말로 작성이 됐거나 욕설이 포함된 글을 골라 고소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후근(노원구청 총무팀장) : "많은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많은 글이 올라왔는데 모욕적인 글들의 경우에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고소를..."

공직자들의 명예훼손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운찬 전 농림식품부장관과 국정원 등이 시민단체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한 바 있고, 최근에는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퍼뜨린 네티즌을 고소했다 취하할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박경신(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국민들이 선거 이외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직자나 행정기관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에대해 설득과 설명보다는 소송으로 대응하려는 추세에 대해 자칫 정당한 비판마저 억누르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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