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쓰기의 달인들…‘최신 유행’ 거부한다!

입력 2010.05.05 (20:32) 수정 2010.05.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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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휴대전화, 자동차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이런 유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2년째 같은 휴대전화, 30년째 같은 승용차를 사용하는 오래 쓰기의 달인들을 오수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에 비죽 솟아나온 안테나, 65살 장연희씨는 이 휴대전화를 12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전된 배터리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그녀만의 비법.

집에 놓인 재봉틀도 친정어머니의 손 때가 묻은 장식장도 모두 80년이 훌쩍 넘은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장연희(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 “모두들 저처럼까지는 안 해도 아껴서 자원낭비가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61살 진세원씨가 분신처럼 여기는 물건은 바로 1978년산 포니 승용차.

<현장음> “내 분신, 엊저녁에 잘 있었어?”

이젠 부품조차 구하기 힘든 고물 자동차이지만 진 씨는 애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 “평생 내가 내 옷을 벗어서 이렇게 차를 닦을 정도로 나의 분신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와이퍼는 녹슬고 유리창은 손으로 힘껏 돌려야 겨우 올라가지만, 우렁찬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합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장숙자씨 좌우로 갈라지고 가운데가 움푹패인 도마가 눈에 띕니다.

냉장고 역시 88년 올림픽 무렵에 구입한 단종된 제품.

세탁과 탈수가 따로따로인 세탁기도 25년째 이 집 빨래를 도맡아왔습니다.

장씨는 2년 전 한 시민단체가 개최한 가전제품 오래 사용하는 주부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 : “깔끔하게 잘 써서 손자 손녀들 다 클 때 까지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제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를 재촉하는 요즘, 시대를 거꾸로 사는 이들은 손 때 묻은 옛 물건이 주는 행복에 푹 빠져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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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0-05-05 20: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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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휴대전화, 자동차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이런 유행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2년째 같은 휴대전화, 30년째 같은 승용차를 사용하는 오래 쓰기의 달인들을 오수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에 비죽 솟아나온 안테나, 65살 장연희씨는 이 휴대전화를 12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전된 배터리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그녀만의 비법. 집에 놓인 재봉틀도 친정어머니의 손 때가 묻은 장식장도 모두 80년이 훌쩍 넘은 물건들입니다. <인터뷰> 장연희(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 “모두들 저처럼까지는 안 해도 아껴서 자원낭비가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61살 진세원씨가 분신처럼 여기는 물건은 바로 1978년산 포니 승용차. <현장음> “내 분신, 엊저녁에 잘 있었어?” 이젠 부품조차 구하기 힘든 고물 자동차이지만 진 씨는 애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인터뷰> 진세원(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 “평생 내가 내 옷을 벗어서 이렇게 차를 닦을 정도로 나의 분신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와이퍼는 녹슬고 유리창은 손으로 힘껏 돌려야 겨우 올라가지만, 우렁찬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합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장숙자씨 좌우로 갈라지고 가운데가 움푹패인 도마가 눈에 띕니다. 냉장고 역시 88년 올림픽 무렵에 구입한 단종된 제품. 세탁과 탈수가 따로따로인 세탁기도 25년째 이 집 빨래를 도맡아왔습니다. 장씨는 2년 전 한 시민단체가 개최한 가전제품 오래 사용하는 주부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장숙자(대전광역시 월평2동) : “깔끔하게 잘 써서 손자 손녀들 다 클 때 까지 물려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최신 제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를 재촉하는 요즘, 시대를 거꾸로 사는 이들은 손 때 묻은 옛 물건이 주는 행복에 푹 빠져있습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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