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15명 동자승의 ‘좌충우돌’ 수행기

입력 2010.05.21 (08:54) 수정 2010.05.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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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사찰을 찾는 분 많으실텐데요.

절에서 가끔 동자승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미소 짓곤 하지만, 깊은 산속의 절에서 잘 적응해 살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궁금증을 풀어볼까요? 동자승이 열 다섯 명이나 모여사는 절이 있다고 하는데요.

정수영 기자, 동자승들의 좌충우돌 수행일기 들려주신다구요?

<리포트>

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법명을 받고 출가한 엄연한 스님들입니다.

네 살배기 막내 스님부터 열여섯 살 맏형 스님까지 동자승 열다섯 명이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데요.

꼭두새벽부터 새벽 예불 드리랴, 끼니 때마다 공양 예절 따르랴 스님 수업 받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많은 동자승들이 어린 나이에 산사로 찾아온 사연은 뭘까요.

아침을 맞은 고요한 산사.

절 한 켠 요사채에서 주지 스님이 낮은 음성으로 단잠에 빠진 동자승들을 깨웁니다.

<인터뷰> 묘행스님(8세) : "(하루 중에서 언제 가장 힘들어요?) 무심사 일어나는 거요."

이제 갓 네 살이 된, 묘우스님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눈도 뜨는 둥 마는 둥, 쏟아지는 잠에 칭얼댈 법도 하지만, 주지스님 말씀을 거역할 순 없는데요, 그런데 오늘은, 이불에 실수까지 한 모양입니다.

<인터뷰> 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내가 항상 새벽이면 쉬하라고 깨우는데 오늘은 안 깨웠더니 오줌을 쌌네."

새벽 다섯 시, 스님들이 새벽 예불 드릴 시간입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박달산 무심사.

네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동자승 열다섯 명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를 여의거나 가정불화로 홀로 남겨진 동자승, 가난 때문에 집을 떠나야 했던 동자승까지, 속세의 번뇌와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고 산사에 들어왔습니다.

절 생활이 두 달 밖에 안 된 네 살배기 묘우스님은 경건해야 할 예불시간도 아직까진 그저, 신기한 놀이 같기만 합니다.

<인터뷰> 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어떻게 모이게 된 아이들인지?) 7년 전에 동자승들 키우다보니까 소문이 났는지, 인연이 돼서 왔어요."

동자승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욕시간.

비좁은 곳에 꾸역꾸역, 몸을 집어넣고 앉아있어도 마냥 재밌어하는 모습이 스님이기 이전에, 아직 천진난만한 아이들입니다.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 (묘우스님, 왜 거기 가렸어요?)추워서"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 아까 타올 이렇게 시원하게 닦았어요. 이렇게.."

아침 공양 시간.

밥을 먹는 것도 동자승들에겐 수행의 일부인데요, 무서운 주지스님 말 한 마디에 금세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이내 장난기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주지스님.

다정하고, 때로는 호랑이만큼 무서운 주지스님은 동자승들에겐 아빠와도 같습니다.

동자승들에게 아빠만 있는 건 아닌데요, 스님 엄마로 불리는 선공스님!

스님 엄마, 스님 아빠가 차린 밥상에는 자식 같은 어린 스님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라는 정성이 가득합니다.

<인터뷰>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힘이 안 든다고 그러면 그거는 말이 안 돼지요 힘이 들지요 그러나 ‘힘들다’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활력적이고 동자승들이 있음으로 해서 더 재밌고.."

봄비 내리는 고즈넉한 산사.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석가탄신일이 다가왔습니다.

고사리 같은 어린 손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바빠졌습니다.

<인터뷰>묘선스님(11세/무심사) : " 부처님 오신 날 때 진짜 꽃 대신에 이거(연등) 올리는 거예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화가 잔뜩 난 묘우스님.

<인터뷰> 선공스님(무심사) : " 등 만들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 어이고 묘우 못하게 해가지고? 묘우도 하자 만들지 못하게 해서 화가 났어요? "

달래주는 건, 늘 엄마, 선공 스님의 몫인데요,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네 살 묘우스님도 기죽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묘우스님은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가 (좋아요.) "

모진 속세를 떠나 부처님 자비에 몸을 맡긴 동자승들, 진흙을 뚫고 피어나는 연꽃처럼 손에 손에 연등을 들고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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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15명 동자승의 ‘좌충우돌’ 수행기
    • 입력 2010-05-21 08:54:10
    • 수정2010-05-21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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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사찰을 찾는 분 많으실텐데요. 절에서 가끔 동자승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미소 짓곤 하지만, 깊은 산속의 절에서 잘 적응해 살까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궁금증을 풀어볼까요? 동자승이 열 다섯 명이나 모여사는 절이 있다고 하는데요. 정수영 기자, 동자승들의 좌충우돌 수행일기 들려주신다구요? <리포트> 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법명을 받고 출가한 엄연한 스님들입니다. 네 살배기 막내 스님부터 열여섯 살 맏형 스님까지 동자승 열다섯 명이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데요. 꼭두새벽부터 새벽 예불 드리랴, 끼니 때마다 공양 예절 따르랴 스님 수업 받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많은 동자승들이 어린 나이에 산사로 찾아온 사연은 뭘까요. 아침을 맞은 고요한 산사. 절 한 켠 요사채에서 주지 스님이 낮은 음성으로 단잠에 빠진 동자승들을 깨웁니다. <인터뷰> 묘행스님(8세) : "(하루 중에서 언제 가장 힘들어요?) 무심사 일어나는 거요." 이제 갓 네 살이 된, 묘우스님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눈도 뜨는 둥 마는 둥, 쏟아지는 잠에 칭얼댈 법도 하지만, 주지스님 말씀을 거역할 순 없는데요, 그런데 오늘은, 이불에 실수까지 한 모양입니다. <인터뷰> 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내가 항상 새벽이면 쉬하라고 깨우는데 오늘은 안 깨웠더니 오줌을 쌌네." 새벽 다섯 시, 스님들이 새벽 예불 드릴 시간입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박달산 무심사. 네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동자승 열다섯 명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를 여의거나 가정불화로 홀로 남겨진 동자승, 가난 때문에 집을 떠나야 했던 동자승까지, 속세의 번뇌와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고 산사에 들어왔습니다. 절 생활이 두 달 밖에 안 된 네 살배기 묘우스님은 경건해야 할 예불시간도 아직까진 그저, 신기한 놀이 같기만 합니다. <인터뷰> 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어떻게 모이게 된 아이들인지?) 7년 전에 동자승들 키우다보니까 소문이 났는지, 인연이 돼서 왔어요." 동자승들이 가장 좋아하는 목욕시간. 비좁은 곳에 꾸역꾸역, 몸을 집어넣고 앉아있어도 마냥 재밌어하는 모습이 스님이기 이전에, 아직 천진난만한 아이들입니다.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 (묘우스님, 왜 거기 가렸어요?)추워서"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 아까 타올 이렇게 시원하게 닦았어요. 이렇게.." 아침 공양 시간. 밥을 먹는 것도 동자승들에겐 수행의 일부인데요, 무서운 주지스님 말 한 마디에 금세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하지만 이내 장난기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주지스님. 다정하고, 때로는 호랑이만큼 무서운 주지스님은 동자승들에겐 아빠와도 같습니다. 동자승들에게 아빠만 있는 건 아닌데요, 스님 엄마로 불리는 선공스님! 스님 엄마, 스님 아빠가 차린 밥상에는 자식 같은 어린 스님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라는 정성이 가득합니다. <인터뷰>지광스님(무심사 주지) : " 힘이 안 든다고 그러면 그거는 말이 안 돼지요 힘이 들지요 그러나 ‘힘들다’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활력적이고 동자승들이 있음으로 해서 더 재밌고.." 봄비 내리는 고즈넉한 산사.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석가탄신일이 다가왔습니다. 고사리 같은 어린 손들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바빠졌습니다. <인터뷰>묘선스님(11세/무심사) : " 부처님 오신 날 때 진짜 꽃 대신에 이거(연등) 올리는 거예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화가 잔뜩 난 묘우스님. <인터뷰> 선공스님(무심사) : " 등 만들지 못해서 화가 났어요? 어이고 묘우 못하게 해가지고? 묘우도 하자 만들지 못하게 해서 화가 났어요? " 달래주는 건, 늘 엄마, 선공 스님의 몫인데요,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네 살 묘우스님도 기죽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묘우스님(4세/무심사) : "(묘우스님은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가 (좋아요.) " 모진 속세를 떠나 부처님 자비에 몸을 맡긴 동자승들, 진흙을 뚫고 피어나는 연꽃처럼 손에 손에 연등을 들고 어둠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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