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북한] 김정일 권력 장악력에 ‘누수현상’

입력 2010.06.26 (10:35) 수정 2010.06.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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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후계 구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에 일부 누수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별 보고하는 것은 물론, 경제 분야 발전을 올해 집중 강조하자 문책을 우려한 일선 간부들이 생산 실적을 과장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인사이드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3월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화 공사를 끝내고 16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함경남도 2.8 비날론연합기업소 준공 경축 함흥시 군중대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3월7일):"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현대적인 2.8 비날론 공장 준공을 경축하는 함흥시 군중대회에 참석하셨습니다."



10만 여 명의 함흥 시민들이 운집한 군중대회에 참석한 김정일 위원장은 2.8 비날론 공장 준공을 축하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는데요.



사실 북한에서는 해마다 주요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리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 분야 군중대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3월7일):"김정일 동지께서는 열광의 환호를 올리는 군중들에게 따뜻한 답례를 보내시며 현대적인 비날론공장 건설에서 빛나는 노력적 위업을 세운 2.8 비날론연합기업소 노동계급을 비롯한 함흥 시민들을 열렬히 축하하시었다."



합성섬유의 일종인 비날론은 북한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월에도 공장을 두 차례나 방문하며 이 공장의 재가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각별한 관심은 ‘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을 경제 구호로 내건 김일성 시절, 비날론이 ‘입는 문제’ 해결의 상징이었다는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이 올해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경제 분야 발전을 집중 강조하며 주민들의 생활, 즉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녹취> 북한 신년공동사설(조선중앙TV,1월2일):"우리는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



그런데 경축 분위기 속에서 가동에 들어간 2.8 비날론연합기업소는 준공식 이후 보름 정도만 가동되다 곧 조업이 중단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생산독려에 눈치가 보인 일선 간부들이 김 위원장 앞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했다가 후에 곧바로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에선 최근 이런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김정일 위원장은 먹을거리 문제 해결을 독려하기 위해 평양밀가루가공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1월24일):"김정일 동지께서는 공장의 노동계급이 우리 인민의 구미에 맞는 영양 과자를 비롯한 갖가지 식료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증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그들의 수고를 치하하셨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시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준비한 재료가 바닥나자 간부들이 몰래 완제품을 다시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김정일 위원장이 평안북도 닭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실적 부풀리기 상황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11월 1일):"김정일 동지께서는 공장에서 생산된 많은 고기와 알이 도내 노동계급을 비롯한 인민들에게 정상 공급되어 그들이 대단히 좋아한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기쁨을 금치 못하시고 인민들의 식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는 공장 종업원들의 수고를 높이 치하하셨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할 때는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 같이 보였지만 실상을 보면 당 지시에 따라 주변 지역 닭을 모아 닭장에 채워 넣고 주민들에게 닭고기를 정상 공급하는 것처럼 그를 속인 것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4월8일):"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삼일포 특산물공장을 현지지도하시였습니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식료품들을 보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습니다."



지난해 4월 삼일포 방문 때, 김 위원장이 ‘도별로 특산물 공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하자, 이미 건설된 공장 설비를 뜯어내 새로 공장을 설립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실상에 관한 허위 보고가 잦아진 것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뒤 김 위원장의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별 보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이 과거에 비해서 좋지 않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뭔가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북한경제의 전반적인 작동구조를 직접 다 볼 수 없는 이런 것들 때문에 그 허위보고라고 할지 이런 부분들이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요소는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후계 구축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북한 내부의 권력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8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 12기 제 3차 회의가 7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 7일, 북한은 4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2달 만에 최고인민회의를 또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8일):"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장성택 대의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장성택은 당과 군, 내각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권력 2인자로 부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의 후계 세습을 위해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그에게 부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장성택의 승진으로 권력이동은 이미 시작됐고, 김 위원장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 구심점이 다소 느슨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뭔가 장성택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뭐 이런 것들이 김 위원장이 혼자 갖고 있던 권력들이 뭔가 장성택이나 또는 김정은으로 좀 분산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속에서의 어떤 권력장악력의 약화 이런 추정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은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위해 노동당과 군부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충성경쟁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바심 때문에 그는 점점 더 핵실험과 천안함 도발 등 위기국면 조성에 매달리면서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요, 과연 김 위원장의 계획대로 권력 누수 없이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이행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국립민족예술단의 무용 ‘아름다운 고향’ 영상 보시면서 남북의 창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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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이드 북한] 김정일 권력 장악력에 ‘누수현상’
    • 입력 2010-06-26 10:35:23
    • 수정2010-06-26 10:42:15
    남북의 창
북한의 후계 구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에 일부 누수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별 보고하는 것은 물론, 경제 분야 발전을 올해 집중 강조하자 문책을 우려한 일선 간부들이 생산 실적을 과장하며 김정일 위원장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인사이드 북한에서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3월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화 공사를 끝내고 16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함경남도 2.8 비날론연합기업소 준공 경축 함흥시 군중대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3월7일):"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현대적인 2.8 비날론 공장 준공을 경축하는 함흥시 군중대회에 참석하셨습니다."

10만 여 명의 함흥 시민들이 운집한 군중대회에 참석한 김정일 위원장은 2.8 비날론 공장 준공을 축하하며 함께 기쁨을 나눴는데요.

사실 북한에서는 해마다 주요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대규모 군중대회가 열리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 분야 군중대회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3월7일):"김정일 동지께서는 열광의 환호를 올리는 군중들에게 따뜻한 답례를 보내시며 현대적인 비날론공장 건설에서 빛나는 노력적 위업을 세운 2.8 비날론연합기업소 노동계급을 비롯한 함흥 시민들을 열렬히 축하하시었다."

합성섬유의 일종인 비날론은 북한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월에도 공장을 두 차례나 방문하며 이 공장의 재가동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각별한 관심은 ‘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을 경제 구호로 내건 김일성 시절, 비날론이 ‘입는 문제’ 해결의 상징이었다는 점 때문으로 볼 수 있는데요.

북한이 올해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경제 분야 발전을 집중 강조하며 주민들의 생활, 즉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녹취> 북한 신년공동사설(조선중앙TV,1월2일):"우리는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한다."

그런데 경축 분위기 속에서 가동에 들어간 2.8 비날론연합기업소는 준공식 이후 보름 정도만 가동되다 곧 조업이 중단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생산독려에 눈치가 보인 일선 간부들이 김 위원장 앞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했다가 후에 곧바로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에선 최근 이런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김정일 위원장은 먹을거리 문제 해결을 독려하기 위해 평양밀가루가공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1월24일):"김정일 동지께서는 공장의 노동계급이 우리 인민의 구미에 맞는 영양 과자를 비롯한 갖가지 식료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증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고 있는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그들의 수고를 치하하셨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시찰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준비한 재료가 바닥나자 간부들이 몰래 완제품을 다시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김정일 위원장이 평안북도 닭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실적 부풀리기 상황은 마찬가지 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11월 1일):"김정일 동지께서는 공장에서 생산된 많은 고기와 알이 도내 노동계급을 비롯한 인민들에게 정상 공급되어 그들이 대단히 좋아한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기쁨을 금치 못하시고 인민들의 식생활 향상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는 공장 종업원들의 수고를 높이 치하하셨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할 때는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 같이 보였지만 실상을 보면 당 지시에 따라 주변 지역 닭을 모아 닭장에 채워 넣고 주민들에게 닭고기를 정상 공급하는 것처럼 그를 속인 것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09년4월8일):"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삼일포 특산물공장을 현지지도하시였습니다. 김정일 동지께서는 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각종 식료품들을 보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습니다."

지난해 4월 삼일포 방문 때, 김 위원장이 ‘도별로 특산물 공장을 건설하라’고 지시하자, 이미 건설된 공장 설비를 뜯어내 새로 공장을 설립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이처럼 경제 실상에 관한 허위 보고가 잦아진 것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뒤 김 위원장의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입맛에 맞는 내용만 선별 보고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특히 김 위원장의 건강이 과거에 비해서 좋지 않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뭔가 김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북한경제의 전반적인 작동구조를 직접 다 볼 수 없는 이런 것들 때문에 그 허위보고라고 할지 이런 부분들이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요소는 있다고 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후계 구축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북한 내부의 권력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8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 12기 제 3차 회의가 7일 만수대 의사당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 7일, 북한은 4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2달 만에 최고인민회의를 또 소집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8일):"김정일 동지의 제의에 따라 장성택 대의원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거했습니다."

장성택은 당과 군, 내각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권력 2인자로 부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의 후계 세습을 위해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그에게 부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장성택의 승진으로 권력이동은 이미 시작됐고, 김 위원장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 구심점이 다소 느슨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뭔가 장성택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뭐 이런 것들이 김 위원장이 혼자 갖고 있던 권력들이 뭔가 장성택이나 또는 김정은으로 좀 분산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속에서의 어떤 권력장악력의 약화 이런 추정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은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위해 노동당과 군부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충성경쟁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바심 때문에 그는 점점 더 핵실험과 천안함 도발 등 위기국면 조성에 매달리면서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요, 과연 김 위원장의 계획대로 권력 누수 없이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가 순조롭게 이행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국립민족예술단의 무용 ‘아름다운 고향’ 영상 보시면서 남북의 창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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