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난 벗어날 줄 알았는데…부모 오열

입력 2010.07.15 (08:50) 수정 2010.07.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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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20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시집 온 지 8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 보도해드렸죠.



사건이 발생한지 엿새째인 어제, 숨진 신부의 부모가 한국을 찾아 숨진 딸의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이재환 기자, 부모가 오열했다고요.



<리포트>



부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떠난 딸만큼은 가난을 벗어나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집보낸 지 8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딸을 마주한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살해된 딸의 나이는 겨우 20살.



어린 딸의 영정 앞에서 부모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의 비보를 듣고 유족들이 한국에 도착한 것은 어제 오전.



유족들은 먼저, 딸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쯔엉티웃( 故베트남 신부의 어머니) : "하나님.... 너무해요... 우리 딸에게 왜 그렇게 잔인하게..."



행복하게 살겠다며 떠났던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의 딸.



그러나 이젠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딸을 본 부모는 뜨거운 눈물만 쏟아낼 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리고, 급기야는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사건.



이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 12일 보도해 드렸었죠.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밤에 싸움을 하고, 여자가 울고 고함을 지르고... 남자는 무언가를 쾅쾅 치기만 하고... 그러더니 기척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더니만, 이제 안하나보다 이렇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람이 죽었어요."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8일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피의자는 8년이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신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시집 왔던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 피의자 장 모 씨 : "귀에서 ’죽여라, 죽여라’ 이런 소리가 났어요. 환청이 다 시켰어요."



가족들 가운데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위의 정신 질환.



결혼 전 부모가 사위를 만났던 시간은 고작 12시간뿐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탁상( 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결혼식 날) 밤 9시에 집에 왔고, 다음날 아침 9시에 집을 떠났어요. 사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보였어요."



잘 알지도 못했고, 딸과는 27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위.



딸을 그와 결혼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탁상(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딸이 국제결혼을 원했습니다. 집이 어려워서 어머니 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어서 결혼한 겁니다."



5남매 중 셋째 딸이었던 탓티황옥씨.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녀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 2년 동안 가정부로 일하며 부모를 도왔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한국 남성과의 결혼은 가난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낯선 땅으로 떠난 어린 딸.



그러나 일주일 만에 들려온 소식은 함께 떠난 남편에게 딸이 살해당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뷰> 탁상(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소식을 듣고) 집이 터질 정도로 통곡을 하며 울었어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탓티황옥씨의 빈소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상민(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 "우리 아들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했을 때 어떻겠습니까..."



<인터뷰> 당헝두( 조문객) : "우리 부모님도 많이 생각나고 많이 아파요"



베트남 언론들도 사건 현장과 장례식장을 찾아 취재에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탓티황옥씨의 사건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물론,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문제를 특집 기사로 이슈화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은 도박과 같다며 코리안 드림의 허구성을 집중 조명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관) : "현지에서 기자가 파견될 정도로 대대적으로 방송이 되고 있거든요...베트남 국민들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매우 걱정입니다."



베트남 신부가 한국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끊임없이 일어나 왔습니다.



지난 2007년엔 남편의 감금과 폭력을 견디지 못한 베트남 신부가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사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남편의 폭행으로 크게 다쳐 신음하다가 숨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당시 신부는 결혼한 남편이 전과 6범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결혼정보업체의 잘못된 정보 전달에 여성단체들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김나현 (어울림 다문화 가족센터 실장) : "혼인 절차를 밟기 전에 알선 업체가 서로에게 정보를 알려줘야겠지만 정확한 정보를 고인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내리시길 바랍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남편 장 모씨를 구속한 데 이어 결혼정보업체 관계자 두 명을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 (형사 / 부산 사하경찰서) : "결혼 중개업에 대한 법률로 형사입건을 시킨 상태입니다."



탓티황옥씨의 아버지는 막내딸은 결코 한국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숨진 베트남 신부의 시신은 오늘 오전 화장된 뒤 내일 오전 베트남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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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난 벗어날 줄 알았는데…부모 오열
    • 입력 2010-07-15 08:50:57
    • 수정2010-07-15 0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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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 전 20살 베트남 신부가 한국에 시집 온 지 8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 보도해드렸죠.

사건이 발생한지 엿새째인 어제, 숨진 신부의 부모가 한국을 찾아 숨진 딸의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이재환 기자, 부모가 오열했다고요.

<리포트>

부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떠난 딸만큼은 가난을 벗어나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집보낸 지 8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딸을 마주한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살해된 딸의 나이는 겨우 20살.

어린 딸의 영정 앞에서 부모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딸의 비보를 듣고 유족들이 한국에 도착한 것은 어제 오전.

유족들은 먼저, 딸의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쯔엉티웃( 故베트남 신부의 어머니) : "하나님.... 너무해요... 우리 딸에게 왜 그렇게 잔인하게..."

행복하게 살겠다며 떠났던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의 딸.

그러나 이젠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딸을 본 부모는 뜨거운 눈물만 쏟아낼 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리고, 급기야는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사건.

이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 12일 보도해 드렸었죠.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밤에 싸움을 하고, 여자가 울고 고함을 지르고... 남자는 무언가를 쾅쾅 치기만 하고... 그러더니 기척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싸우더니만, 이제 안하나보다 이렇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사람이 죽었어요."

결혼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8일 만에 벌어진 참변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피의자는 8년이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신부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시집 왔던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습니다.

<녹취> 피의자 장 모 씨 : "귀에서 ’죽여라, 죽여라’ 이런 소리가 났어요. 환청이 다 시켰어요."

가족들 가운데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위의 정신 질환.

결혼 전 부모가 사위를 만났던 시간은 고작 12시간뿐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탁상( 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결혼식 날) 밤 9시에 집에 왔고, 다음날 아침 9시에 집을 떠났어요. 사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정상적으로 보였어요."

잘 알지도 못했고, 딸과는 27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위.

딸을 그와 결혼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난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탁상(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딸이 국제결혼을 원했습니다. 집이 어려워서 어머니 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어서 결혼한 겁니다."

5남매 중 셋째 딸이었던 탓티황옥씨.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녀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나 2년 동안 가정부로 일하며 부모를 도왔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한국 남성과의 결혼은 가난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낯선 땅으로 떠난 어린 딸.

그러나 일주일 만에 들려온 소식은 함께 떠난 남편에게 딸이 살해당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인터뷰> 탁상(故베트남 신부의 아버지) : "(소식을 듣고) 집이 터질 정도로 통곡을 하며 울었어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탓티황옥씨의 빈소엔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상민(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 "우리 아들딸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했을 때 어떻겠습니까..."

<인터뷰> 당헝두( 조문객) : "우리 부모님도 많이 생각나고 많이 아파요"

베트남 언론들도 사건 현장과 장례식장을 찾아 취재에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탓티황옥씨의 사건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물론,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문제를 특집 기사로 이슈화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은 도박과 같다며 코리안 드림의 허구성을 집중 조명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수관( 베트남 명예총영사관) : "현지에서 기자가 파견될 정도로 대대적으로 방송이 되고 있거든요...베트남 국민들의 감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매우 걱정입니다."

베트남 신부가 한국 남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끊임없이 일어나 왔습니다.

지난 2007년엔 남편의 감금과 폭력을 견디지 못한 베트남 신부가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사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남편의 폭행으로 크게 다쳐 신음하다가 숨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당시 신부는 결혼한 남편이 전과 6범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결혼정보업체의 잘못된 정보 전달에 여성단체들은 분노했습니다.

<인터뷰> 김나현 (어울림 다문화 가족센터 실장) : "혼인 절차를 밟기 전에 알선 업체가 서로에게 정보를 알려줘야겠지만 정확한 정보를 고인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와 베트남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내리시길 바랍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남편 장 모씨를 구속한 데 이어 결혼정보업체 관계자 두 명을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김종훈 (형사 / 부산 사하경찰서) : "결혼 중개업에 대한 법률로 형사입건을 시킨 상태입니다."

탓티황옥씨의 아버지는 막내딸은 결코 한국 사람에게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숨진 베트남 신부의 시신은 오늘 오전 화장된 뒤 내일 오전 베트남 고향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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