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낭만의 거리 ‘아르바트’

입력 2010.07.18 (08:50) 수정 2010.07.1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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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아르바트라는 거리가 있습니다. 행인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문화 예술 거리인데요..길거리 예술가들과 일반 시민, 관광객이 어우러져 항상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김명섭 특파원이 아르바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스탈린식 건물인 러시아 외무성을 뒷배경으로 자리한 아르바트 거리, 찌는 폭염에도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여거저기 볼거리를 찾아 눈을 옮깁니다. 파리의 몽마르트처럼 아르바트 거리에서도 거리의 화가들이 사람들을 먼저 맞습니다.



러시아에 살지만 모스크바에 처음 관광 온 모녀는 기념 초상화를 부탁했습니다. 얼굴의 윤곽이 서서히 화판에 그려질 무렵, 어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집니다.



<인터뷰>이리나(모델 엄마) : "처음엔 윤곽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조금 뒤 딸애 모습이 나타나내요. 눈과 얼굴의 미소가 영락없는 내 딸이네요."



이곳의 화가들은 결코 손님을 끌지 않습니다. 대신 예술 작업을 함께 할 행인 모델의 협조를 구합니다.



<인터뷰>디아코니즈(화가):"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림을 보면 포즈 좀 취해주실래요 하죠. 결코 사람들을 부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캐리커처를 그리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캐리커처의 모델과 화가의 익살스런 대화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인터뷰>미하일(모델): "비슷한가요?"



<인터뷰>카르포프(광대 화가):"비슷한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가 이게 중요하지."



광대 모습을 한 화가는 그림 댓가로 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카르포프:"나는 선물 주길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선물 받고 웃을 때가 좋아요."



이런 정겨운 광경을 찾아 사람들은 아르바트를 찾습니다.



<인터뷰>에밀리아(모스크바 시민): "수천 명의 밝은 표정의 사람들을 봅니다. 기쁨을 얻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오면 즐거워요."



이 거리엔 음악이 끊이지 않습니다. 음악을 따라 걷다보면 연주를 하는 한 무리와 맞추칩니다. 다른 골목에선 대학생들의 즉석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집니다. 러시아 최고의 음악학교인 차이코프스키 음악 대학 학생들은 이따금 이 거리를 공연 무대로 삼습니다. 아르바트는 새로운 악기 연주의 시험장이기도 합니다. 기타를 개조해 만든 이 악기의 특이한 음색에 매료돼 구경꾼들이 모여듭니다.



<인터뷰>사도브(음악가):"내 악기와 음악에는 동양과 슬라브의 음색이 완전하게 녹아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소년,소녀 악사들이 눈에 띱니다. 이 소녀는 오래 돼 소리가 신통치 않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합니다.



<인터뷰>엠마 : "돈을 모아서 새 바이올린을 사려고 해요. 4천 루블(16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사고 싶어요."



자기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광고하는 이 소년은 자작곡 선율을 선보입니다. 연주를 하겠다고 우기는 아들을 따라 나온 엄마는 아들의 집념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인터뷰>이라(자작곡 연주 소년 엄마):"아직 연주는 신통치 않은데 자기가 작곡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실력을 계발해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을 벌어 외국 여행을 가고 싶어 플루우트 연주 실력을 뽐내는 어린 친구도 있습니다.



<인터뷰>자이트세브(14살 소년):"여행을 가고 싶어요. 영국 디즈니랜드에 가는 게 제 꿈입니다."



고풍스런 아르바트 거리 한켠에 낙서로 도배된 벽과 마주칩니다. 벽 앞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 바로 러시아 락의 전설인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벽입니다. 빅토르 최는 80년대 이 아르바트 거리에서 락그룹 키노를 이끌고 자유와 변화를 외쳤습니다. 20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숨졌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빅토르 최가 부른 ’담배 한갑’ 이란 노래를 기억하며 담배 한 개비를 놓습니다.



<인터뷰>다띠아나(빅토르 최 팬):"빅토르 최가 담배를 많이 폈는데 그를 위해서 담배를 놓고 가죠"



거리에서 만난 음악인들이 자연스럽게 추모벽 앞에 모여 그의 음악을 노래 합니다.



<인터뷰>안톤(빅토르 최 팬):"빅토르 최 때문에 아르바트에 사람들이 더 모인다고 생각해요. 음유시인의 노래를 기억하기 위해서요."



아르바트는 또 시인의 거리입니다. 한쌍의 남녀 동상 앞에서 저마다 사진 포즈를 취합니다. 사람들이 애써 잡는 동상의 손은 바로 러시아 문학사에 빛나는 국민 시인 푸시킨의 손입니다. 아름다운 시로 러시아 언어를 체계화시킨 푸시킨이 모스크바에서 머물던 집이 바로 아르바트 거리에 있습니다.



<인터뷰>안나:"때로 휴일 마다 좋은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이곳에 와요. 푸시킨은 우리 인생을 값지게 합니다."



푸시킨이 즐겨 걷던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의 사상가와 시인,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인터뷰>발렌티나(모스크바문화관 아르바트지부):"자유의 거리입니다. 위대한 인물과 시인들이 여기에 헌정돼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극장 옆 분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 1980년 대 개혁과 개방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할 때, 이곳 아르바트는 러시아 최초로 행인과 예술인을 위한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습니다.



<인터뷰>알리소브(모스크바 시민):"이곳은 창조의 정신으로 가득찼습니다. 90년대 ’철의 장막’을 걷기 위한 변화의 물결이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신혼부부는 결혼 등록을 마친 뒤 무엇에 이끌리듯 이곳을 찾았습니다. 연애시절의 아르바트를 추억하며 미래를 기약합니다.



<인터뷰> 알렉세이(신혼부부 남편):"아르바트에 와서 다양한 모습의 모스크바의 심장을 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엔 문화와 열정, 그리고 낭만과 미소가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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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낭만의 거리 ‘아르바트’
    • 입력 2010-07-18 08:50:55
    • 수정2010-07-18 22:57:1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아르바트라는 거리가 있습니다. 행인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문화 예술 거리인데요..길거리 예술가들과 일반 시민, 관광객이 어우러져 항상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김명섭 특파원이 아르바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스탈린식 건물인 러시아 외무성을 뒷배경으로 자리한 아르바트 거리, 찌는 폭염에도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여거저기 볼거리를 찾아 눈을 옮깁니다. 파리의 몽마르트처럼 아르바트 거리에서도 거리의 화가들이 사람들을 먼저 맞습니다.

러시아에 살지만 모스크바에 처음 관광 온 모녀는 기념 초상화를 부탁했습니다. 얼굴의 윤곽이 서서히 화판에 그려질 무렵, 어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번집니다.

<인터뷰>이리나(모델 엄마) : "처음엔 윤곽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조금 뒤 딸애 모습이 나타나내요. 눈과 얼굴의 미소가 영락없는 내 딸이네요."

이곳의 화가들은 결코 손님을 끌지 않습니다. 대신 예술 작업을 함께 할 행인 모델의 협조를 구합니다.

<인터뷰>디아코니즈(화가):"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림을 보면 포즈 좀 취해주실래요 하죠. 결코 사람들을 부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캐리커처를 그리는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캐리커처의 모델과 화가의 익살스런 대화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인터뷰>미하일(모델): "비슷한가요?"

<인터뷰>카르포프(광대 화가):"비슷한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가 이게 중요하지."

광대 모습을 한 화가는 그림 댓가로 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카르포프:"나는 선물 주길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선물 받고 웃을 때가 좋아요."

이런 정겨운 광경을 찾아 사람들은 아르바트를 찾습니다.

<인터뷰>에밀리아(모스크바 시민): "수천 명의 밝은 표정의 사람들을 봅니다. 기쁨을 얻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 오면 즐거워요."

이 거리엔 음악이 끊이지 않습니다. 음악을 따라 걷다보면 연주를 하는 한 무리와 맞추칩니다. 다른 골목에선 대학생들의 즉석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집니다. 러시아 최고의 음악학교인 차이코프스키 음악 대학 학생들은 이따금 이 거리를 공연 무대로 삼습니다. 아르바트는 새로운 악기 연주의 시험장이기도 합니다. 기타를 개조해 만든 이 악기의 특이한 음색에 매료돼 구경꾼들이 모여듭니다.

<인터뷰>사도브(음악가):"내 악기와 음악에는 동양과 슬라브의 음색이 완전하게 녹아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소년,소녀 악사들이 눈에 띱니다. 이 소녀는 오래 돼 소리가 신통치 않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합니다.

<인터뷰>엠마 : "돈을 모아서 새 바이올린을 사려고 해요. 4천 루블(16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사고 싶어요."

자기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광고하는 이 소년은 자작곡 선율을 선보입니다. 연주를 하겠다고 우기는 아들을 따라 나온 엄마는 아들의 집념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인터뷰>이라(자작곡 연주 소년 엄마):"아직 연주는 신통치 않은데 자기가 작곡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실력을 계발해 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을 벌어 외국 여행을 가고 싶어 플루우트 연주 실력을 뽐내는 어린 친구도 있습니다.

<인터뷰>자이트세브(14살 소년):"여행을 가고 싶어요. 영국 디즈니랜드에 가는 게 제 꿈입니다."

고풍스런 아르바트 거리 한켠에 낙서로 도배된 벽과 마주칩니다. 벽 앞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 바로 러시아 락의 전설인 빅토르 최를 추모하는 벽입니다. 빅토르 최는 80년대 이 아르바트 거리에서 락그룹 키노를 이끌고 자유와 변화를 외쳤습니다. 20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숨졌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빅토르 최가 부른 ’담배 한갑’ 이란 노래를 기억하며 담배 한 개비를 놓습니다.

<인터뷰>다띠아나(빅토르 최 팬):"빅토르 최가 담배를 많이 폈는데 그를 위해서 담배를 놓고 가죠"

거리에서 만난 음악인들이 자연스럽게 추모벽 앞에 모여 그의 음악을 노래 합니다.

<인터뷰>안톤(빅토르 최 팬):"빅토르 최 때문에 아르바트에 사람들이 더 모인다고 생각해요. 음유시인의 노래를 기억하기 위해서요."

아르바트는 또 시인의 거리입니다. 한쌍의 남녀 동상 앞에서 저마다 사진 포즈를 취합니다. 사람들이 애써 잡는 동상의 손은 바로 러시아 문학사에 빛나는 국민 시인 푸시킨의 손입니다. 아름다운 시로 러시아 언어를 체계화시킨 푸시킨이 모스크바에서 머물던 집이 바로 아르바트 거리에 있습니다.

<인터뷰>안나:"때로 휴일 마다 좋은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이곳에 와요. 푸시킨은 우리 인생을 값지게 합니다."

푸시킨이 즐겨 걷던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의 사상가와 시인,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인터뷰>발렌티나(모스크바문화관 아르바트지부):"자유의 거리입니다. 위대한 인물과 시인들이 여기에 헌정돼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극장 옆 분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 1980년 대 개혁과 개방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할 때, 이곳 아르바트는 러시아 최초로 행인과 예술인을 위한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습니다.

<인터뷰>알리소브(모스크바 시민):"이곳은 창조의 정신으로 가득찼습니다. 90년대 ’철의 장막’을 걷기 위한 변화의 물결이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신혼부부는 결혼 등록을 마친 뒤 무엇에 이끌리듯 이곳을 찾았습니다. 연애시절의 아르바트를 추억하며 미래를 기약합니다.

<인터뷰> 알렉세이(신혼부부 남편):"아르바트에 와서 다양한 모습의 모스크바의 심장을 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엔 문화와 열정, 그리고 낭만과 미소가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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