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경 하천인 압록강이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로 범람해 북한 신의주 일대가 큰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 소식을 당일 부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군이 나서서 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선전하면서도 인명피해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렇지 않으면 감추는 건데요. 수해 같은 자연 재해조차도 정치 도구화하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압록강 하류 지역에 최고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가뜩이나 잦은 호우로 위태롭던 압록강은 지난 21일 결국 범람하고 말았습니다.
강 하류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일대는 완전히 물바다가 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 22일) : "예년에 없이 내린 폭우로 인해서 22일 0시부터 압록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서 신의주시 상단리, 하단리, 다지리, 의주군 서거리와 어적도 막사로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위화도를 비롯한 압록강 하류의 섬들은 대부분 물에 잠겼습니다.
신의주 일대 주택과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됐고 도로와 철로도 끊겼습니다.
주택 침수 피해는 7천7백 세대에 이르고 2만 3천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동용핑(단둥 시민) : "강변 건물 1층은 물에 잠겼어요. 모두 침수됐어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에 따른 신의주 일대 홍수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당일부터 보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공군 헬기와 해군 함정이 긴급 출동해 고립된 주민 5천여 명을 구조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는 헬기가 수해지역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군인들이) 무한한 희생성을 발휘해서 하늘 길을 거듭 오가고 강물이 삭풍치는 침수지역을 헤가르며 위험에 처해 있던 수천 명의 주민들을 안전지대에 무사히 옮겼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 사태를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경외하는 장군님께서는 피해지역들에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즉시 조선인민군 부대들을 구조전투에 진입시킬 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
또한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수의 규모나 북한의 열악한 수방 시설로 볼 때 이번 홍수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이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언론 등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조 작전 중 헬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 두 명이 사망했고, 주민 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인명 피해를 구체적으로 보도하면 북한 당국의 무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또 이것은 주민들 전체의 동요로 이어지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런 보도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경하천인 압록강이 범람했지만 북한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큽니다.
북한 신의주 일대가 중국 쪽에 비해 지대가 낮은데다 중국은 지난 1995년 압록강 범람 이후 수방벽을 설치해 불어난 압록강 물 대부분이 북한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런용지우(단둥시 관계자) : "올해 제일 큰 비입니다. 주민들과 수방벽을 쌓아 (시내)범람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지난 21일 압록강이 처음 범람한 이후에도 다시 상류 쪽에 내린 비로 압록강이 하루 만에 다시 범람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잇따른 압록강의 범람으로 신의주 일대의 농경지 피해가 7200여 헥타르에 이르며 농작물 대부분을 아예 수확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4일) : "24일 현재 시적으로 총 2458.7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특히 상단협동농장에서는 480여 정보, 하단협동농장에서는 8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돼서 농작물을 하나도 거둬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수해를 입은 것은 압록강 유역뿐 만이 아닙니다.
북한 지역에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강우량은 315밀리미터로 곳곳에서 홍수가 났습니다.
특히 개성지역에는 지난 달 중순 50년 만에 가장 많은 324밀리미터의 비가 닷새 동안 쏟아져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농경지 피해는 압록강 유역을 포함해 2만2천여 헥타르에 이릅니다.
이번 홍수로 북한의 농작물 수확이 크게 감소해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신의주 지역의 농지라든지 또 용천, 의주 이쪽까지 합치면 적어도 수천 헥타르 정도는 분명히 침수당했을 거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신의주가) 식량 생산의 중요한 기지가 되는데 이번에 수해피해가 났으니까 아마 농작물 피해가 충분히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의주와 의주군은 대중국 무역의 요충지로서, 위화도와 황금평 자유무역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화폐개혁 실패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북한은 이곳을 자유무역지구로 지정해 외자유치를 추진해왔는데요.
이번 압록강 홍수로 위화도와 황금평 지역이 수해에 취약하다는 지리적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돼 개발 계획 역시 중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진작부터 황금평 지역에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하나의 교두보로 삼고자 개발을 추진해왔거든요. 이번 홍수피해를 본 투자자라면 거기다가 투자하기를 꺼려할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농업 쪽의 피해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 계획, 치명적으로 흠집이 갔다."
잇따른 홍수 피해에도 한 달 가량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버티던 북한은 압록강 범람 사흘만인 지난 24일, 결국 유엔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를 즉각적으로 보도한데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동정여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이번 홍수를 내세워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와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8월말에 미국의 대북 금융제제가 가시화되는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타격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홍수 피해상황을 빨리 신속하게 보도해서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그런 의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마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연재해를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피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가야금 독주 ‘비단 짜는 처녀’ 영상 보시면서 <남북의 창>,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 소식을 당일 부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군이 나서서 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선전하면서도 인명피해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렇지 않으면 감추는 건데요. 수해 같은 자연 재해조차도 정치 도구화하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압록강 하류 지역에 최고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가뜩이나 잦은 호우로 위태롭던 압록강은 지난 21일 결국 범람하고 말았습니다.
강 하류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일대는 완전히 물바다가 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 22일) : "예년에 없이 내린 폭우로 인해서 22일 0시부터 압록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서 신의주시 상단리, 하단리, 다지리, 의주군 서거리와 어적도 막사로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위화도를 비롯한 압록강 하류의 섬들은 대부분 물에 잠겼습니다.
신의주 일대 주택과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됐고 도로와 철로도 끊겼습니다.
주택 침수 피해는 7천7백 세대에 이르고 2만 3천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동용핑(단둥 시민) : "강변 건물 1층은 물에 잠겼어요. 모두 침수됐어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에 따른 신의주 일대 홍수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당일부터 보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공군 헬기와 해군 함정이 긴급 출동해 고립된 주민 5천여 명을 구조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는 헬기가 수해지역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군인들이) 무한한 희생성을 발휘해서 하늘 길을 거듭 오가고 강물이 삭풍치는 침수지역을 헤가르며 위험에 처해 있던 수천 명의 주민들을 안전지대에 무사히 옮겼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 사태를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경외하는 장군님께서는 피해지역들에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즉시 조선인민군 부대들을 구조전투에 진입시킬 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
또한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수의 규모나 북한의 열악한 수방 시설로 볼 때 이번 홍수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이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언론 등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조 작전 중 헬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 두 명이 사망했고, 주민 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인명 피해를 구체적으로 보도하면 북한 당국의 무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또 이것은 주민들 전체의 동요로 이어지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런 보도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경하천인 압록강이 범람했지만 북한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큽니다.
북한 신의주 일대가 중국 쪽에 비해 지대가 낮은데다 중국은 지난 1995년 압록강 범람 이후 수방벽을 설치해 불어난 압록강 물 대부분이 북한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런용지우(단둥시 관계자) : "올해 제일 큰 비입니다. 주민들과 수방벽을 쌓아 (시내)범람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지난 21일 압록강이 처음 범람한 이후에도 다시 상류 쪽에 내린 비로 압록강이 하루 만에 다시 범람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잇따른 압록강의 범람으로 신의주 일대의 농경지 피해가 7200여 헥타르에 이르며 농작물 대부분을 아예 수확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4일) : "24일 현재 시적으로 총 2458.7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특히 상단협동농장에서는 480여 정보, 하단협동농장에서는 8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돼서 농작물을 하나도 거둬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수해를 입은 것은 압록강 유역뿐 만이 아닙니다.
북한 지역에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강우량은 315밀리미터로 곳곳에서 홍수가 났습니다.
특히 개성지역에는 지난 달 중순 50년 만에 가장 많은 324밀리미터의 비가 닷새 동안 쏟아져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농경지 피해는 압록강 유역을 포함해 2만2천여 헥타르에 이릅니다.
이번 홍수로 북한의 농작물 수확이 크게 감소해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신의주 지역의 농지라든지 또 용천, 의주 이쪽까지 합치면 적어도 수천 헥타르 정도는 분명히 침수당했을 거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신의주가) 식량 생산의 중요한 기지가 되는데 이번에 수해피해가 났으니까 아마 농작물 피해가 충분히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의주와 의주군은 대중국 무역의 요충지로서, 위화도와 황금평 자유무역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화폐개혁 실패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북한은 이곳을 자유무역지구로 지정해 외자유치를 추진해왔는데요.
이번 압록강 홍수로 위화도와 황금평 지역이 수해에 취약하다는 지리적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돼 개발 계획 역시 중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진작부터 황금평 지역에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하나의 교두보로 삼고자 개발을 추진해왔거든요. 이번 홍수피해를 본 투자자라면 거기다가 투자하기를 꺼려할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농업 쪽의 피해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 계획, 치명적으로 흠집이 갔다."
잇따른 홍수 피해에도 한 달 가량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버티던 북한은 압록강 범람 사흘만인 지난 24일, 결국 유엔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를 즉각적으로 보도한데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동정여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이번 홍수를 내세워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와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8월말에 미국의 대북 금융제제가 가시화되는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타격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홍수 피해상황을 빨리 신속하게 보도해서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그런 의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마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연재해를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피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가야금 독주 ‘비단 짜는 처녀’ 영상 보시면서 <남북의 창>,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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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이드 북한] 北, 홍수도 정치 도구?
-
- 입력 2010-08-28 10:33:00
중국의 국경 하천인 압록강이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로 범람해 북한 신의주 일대가 큰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 소식을 당일 부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지시로 군이 나서서 많은 인명을 구했다고 선전하면서도 인명피해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렇지 않으면 감추는 건데요. 수해 같은 자연 재해조차도 정치 도구화하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압록강 하류 지역에 최고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가뜩이나 잦은 호우로 위태롭던 압록강은 지난 21일 결국 범람하고 말았습니다.
강 하류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일대는 완전히 물바다가 됐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 22일) : "예년에 없이 내린 폭우로 인해서 22일 0시부터 압록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서 신의주시 상단리, 하단리, 다지리, 의주군 서거리와 어적도 막사로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위화도를 비롯한 압록강 하류의 섬들은 대부분 물에 잠겼습니다.
신의주 일대 주택과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됐고 도로와 철로도 끊겼습니다.
주택 침수 피해는 7천7백 세대에 이르고 2만 3천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동용핑(단둥 시민) : "강변 건물 1층은 물에 잠겼어요. 모두 침수됐어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압록강 범람에 따른 신의주 일대 홍수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당일부터 보도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공군 헬기와 해군 함정이 긴급 출동해 고립된 주민 5천여 명을 구조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는 헬기가 수해지역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군인들이) 무한한 희생성을 발휘해서 하늘 길을 거듭 오가고 강물이 삭풍치는 침수지역을 헤가르며 위험에 처해 있던 수천 명의 주민들을 안전지대에 무사히 옮겼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 사태를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2일) : "경외하는 장군님께서는 피해지역들에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즉시 조선인민군 부대들을 구조전투에 진입시킬 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셨습니다."
또한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도 의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수의 규모나 북한의 열악한 수방 시설로 볼 때 이번 홍수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 관영매체는 이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언론 등이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조 작전 중 헬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 두 명이 사망했고, 주민 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인명 피해를 구체적으로 보도하면 북한 당국의 무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또 이것은 주민들 전체의 동요로 이어지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런 보도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경하천인 압록강이 범람했지만 북한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큽니다.
북한 신의주 일대가 중국 쪽에 비해 지대가 낮은데다 중국은 지난 1995년 압록강 범람 이후 수방벽을 설치해 불어난 압록강 물 대부분이 북한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인터뷰> 런용지우(단둥시 관계자) : "올해 제일 큰 비입니다. 주민들과 수방벽을 쌓아 (시내)범람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지난 21일 압록강이 처음 범람한 이후에도 다시 상류 쪽에 내린 비로 압록강이 하루 만에 다시 범람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잇따른 압록강의 범람으로 신의주 일대의 농경지 피해가 7200여 헥타르에 이르며 농작물 대부분을 아예 수확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8월24일) : "24일 현재 시적으로 총 2458.7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습니다. 특히 상단협동농장에서는 480여 정보, 하단협동농장에서는 800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돼서 농작물을 하나도 거둬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수해를 입은 것은 압록강 유역뿐 만이 아닙니다.
북한 지역에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강우량은 315밀리미터로 곳곳에서 홍수가 났습니다.
특히 개성지역에는 지난 달 중순 50년 만에 가장 많은 324밀리미터의 비가 닷새 동안 쏟아져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농경지 피해는 압록강 유역을 포함해 2만2천여 헥타르에 이릅니다.
이번 홍수로 북한의 농작물 수확이 크게 감소해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신의주 지역의 농지라든지 또 용천, 의주 이쪽까지 합치면 적어도 수천 헥타르 정도는 분명히 침수당했을 거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신의주가) 식량 생산의 중요한 기지가 되는데 이번에 수해피해가 났으니까 아마 농작물 피해가 충분히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의주와 의주군은 대중국 무역의 요충지로서, 위화도와 황금평 자유무역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화폐개혁 실패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북한은 이곳을 자유무역지구로 지정해 외자유치를 추진해왔는데요.
이번 압록강 홍수로 위화도와 황금평 지역이 수해에 취약하다는 지리적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돼 개발 계획 역시 중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인터뷰> 권태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진작부터 황금평 지역에 교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하나의 교두보로 삼고자 개발을 추진해왔거든요. 이번 홍수피해를 본 투자자라면 거기다가 투자하기를 꺼려할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번 농업 쪽의 피해도 중요하지만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 계획, 치명적으로 흠집이 갔다."
잇따른 홍수 피해에도 한 달 가량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버티던 북한은 압록강 범람 사흘만인 지난 24일, 결국 유엔에 긴급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북한이 압록강 홍수를 즉각적으로 보도한데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동정여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이번 홍수를 내세워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와 천안함 사태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 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석(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실장) : "8월말에 미국의 대북 금융제제가 가시화되는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큰 타격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홍수 피해상황을 빨리 신속하게 보도해서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그런 의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마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연재해를 이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피해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가야금 독주 ‘비단 짜는 처녀’ 영상 보시면서 <남북의 창>,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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