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슈퍼 엔고’…우리 경제 득실은?

입력 2010.09.16 (22:13) 수정 2010.09.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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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 엔화가 ’슈퍼 엔고’란 말이 나올 정도로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1달러에 94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어제는 83엔까지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8% 이상 절상돼 15년 만에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섰는데요, 먼저, 엔고 현상에 시달리는 일본 현지의 표정을 김대홍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쿄 도심의 이 환전소엔 창구마다 20명 이상이 대기중입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자 성수기가 지났음에도 해외여행에 나선 겁니다.



예년보다 2배 이상입니다.



<인터뷰> 가구치(손님):"해외여행을 하기에는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엔화가치는 어제 15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급기야 일본정부가 6년 만의 처음으로 개입했습니다.



2조 엔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습니다.



20년 경기침체와 사상 최대인 9백조 엔의 국가부채 때문입니다.



엔고를 방치하다간 국가 부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간 나오토(일본 총리):"(외환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과의 공조없이 이뤄진 이번 조처는 아무 효과 없이 시장의 자율성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김태욱 기자!



그런데 요즘 일본 경제가 썩 좋아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까?



<답변>



그래도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좀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로존 모두 경기회복보다는 침체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겠구나, 이렇게 판단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좀 더 안전해 보이는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안순권(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금융부실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국인 점이 엔화 강세의 주요배경..."



<인터뷰> 고유선(대우증권 경제글로벌팀장):"미국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미국이 추가로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전망이 엔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가 엔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무엇보다 관심은 ’슈퍼엔고’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일텐데요, 그 득실을 한번 따져볼까요?



<답변>



통상 엔고는 해외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우리 경제엔 득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엔고에 따른 산업별 기상도인데요, 일본과의 수출경쟁이 심한 자동차나 가전, 반도체, 일반기계 등 상당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엔고가 우리 기업들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서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명동 인파는 대부분 외국인.



그 중에서도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들이 꼭 들리는 곳은 화장품 코너, 인기비결은 싼 가격입니다.



<인터뷰> 마미코:"화장품 값이 싸요! (많이 싸요?) 네, 많이 싸요!"



엔화의 가치가 높다 보니 구매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종석:"반 이상 차지한다 보면 되구요, 사셔도 조금씩 사시는 게 아니라 친구들 부탁받아서 (많이) 사가시고들.."





관광수입 증가도 긍정적인 효과지만 더 큰 효과는 우리나라 수출산업 전반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아진단 점입니다.



올해 초 똑같이 백만 원 한 LED TV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각각 99만 원과 108만 원이 돼 우리 제품이 9만 원 더 싸진 셈이고, 당연히 더 잘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구희진:"일본과 가장 경쟁이 치열한 IT와 자동차 부분이 현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런 부분이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산은 경제연구소는 엔화가치가 5% 높아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게 마련인데, 엔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고요?



<답변>



환율은 양날의 칼입니다.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업체들이나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엔고 현상으로 오히려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원자재의 80%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자재값이 40%나 올랐지만 파는 곳이 일본 업체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는 몇 년째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일본 부품 수입업체 관계자:"원자재 자체가 과다하게 높게 책정되다보니까 손익구조 자체가 아주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과거 저환율 때 엔화를 빌린 업체도 비상입니다.



이 액세서리 업체는 4년 전 1억 5천만 엔을 빌렸습니다.



당시 환율이 100엔당 8백 원 선, 원화로 13억 원을 빌린 겁니다.



하지만 환율이 천4백 원에 육박하면서 원금은 두 배로 껑충 뛰었고, 이자율마저 3배나 높아져 매년 8천만 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재현(액세서리 업체 관리이사):"일을 하다 보면 끝이 보여야 하는데 끝이 안 보이고, 계속 갚아도 제자리고 하니까.."



계속된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이 엔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슈퍼 엔고가 우리 경제에게 도약의 기회일수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신호일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이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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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슈퍼 엔고’…우리 경제 득실은?
    • 입력 2010-09-16 22:13:30
    • 수정2010-09-16 2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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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 엔화가 ’슈퍼 엔고’란 말이 나올 정도로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5월까지만 해도 1달러에 94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어제는 83엔까지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8% 이상 절상돼 15년 만에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환율 개입에 나섰는데요, 먼저, 엔고 현상에 시달리는 일본 현지의 표정을 김대홍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도쿄 도심의 이 환전소엔 창구마다 20명 이상이 대기중입니다.

엔화 가치가 오르자 성수기가 지났음에도 해외여행에 나선 겁니다.

예년보다 2배 이상입니다.

<인터뷰> 가구치(손님):"해외여행을 하기에는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엔화가치는 어제 15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급기야 일본정부가 6년 만의 처음으로 개입했습니다.

2조 엔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습니다.

20년 경기침체와 사상 최대인 9백조 엔의 국가부채 때문입니다.

엔고를 방치하다간 국가 부도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간 나오토(일본 총리):"(외환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과의 공조없이 이뤄진 이번 조처는 아무 효과 없이 시장의 자율성만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김태욱 기자!

그런데 요즘 일본 경제가 썩 좋아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겁니까?

<답변>

그래도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좀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유로존 모두 경기회복보다는 침체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앞으로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겠구나, 이렇게 판단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좀 더 안전해 보이는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안순권(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 금융부실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다가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국인 점이 엔화 강세의 주요배경..."

<인터뷰> 고유선(대우증권 경제글로벌팀장):"미국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미국이 추가로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전망이 엔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가 엔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질문>

무엇보다 관심은 ’슈퍼엔고’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일텐데요, 그 득실을 한번 따져볼까요?

<답변>

통상 엔고는 해외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우리 경제엔 득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엔고에 따른 산업별 기상도인데요, 일본과의 수출경쟁이 심한 자동차나 가전, 반도체, 일반기계 등 상당수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엔고가 우리 기업들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서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명동 인파는 대부분 외국인.

그 중에서도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들이 꼭 들리는 곳은 화장품 코너, 인기비결은 싼 가격입니다.

<인터뷰> 마미코:"화장품 값이 싸요! (많이 싸요?) 네, 많이 싸요!"

엔화의 가치가 높다 보니 구매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김종석:"반 이상 차지한다 보면 되구요, 사셔도 조금씩 사시는 게 아니라 친구들 부탁받아서 (많이) 사가시고들.."


관광수입 증가도 긍정적인 효과지만 더 큰 효과는 우리나라 수출산업 전반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아진단 점입니다.

올해 초 똑같이 백만 원 한 LED TV가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각각 99만 원과 108만 원이 돼 우리 제품이 9만 원 더 싸진 셈이고, 당연히 더 잘 팔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구희진:"일본과 가장 경쟁이 치열한 IT와 자동차 부분이 현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런 부분이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산은 경제연구소는 엔화가치가 5% 높아지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게 마련인데, 엔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다고요?

<답변>

환율은 양날의 칼입니다.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업체들이나 엔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엔고 현상으로 오히려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원자재의 80%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자재값이 40%나 올랐지만 파는 곳이 일본 업체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사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는 몇 년째 그대로입니다.

<인터뷰> 일본 부품 수입업체 관계자:"원자재 자체가 과다하게 높게 책정되다보니까 손익구조 자체가 아주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과거 저환율 때 엔화를 빌린 업체도 비상입니다.

이 액세서리 업체는 4년 전 1억 5천만 엔을 빌렸습니다.

당시 환율이 100엔당 8백 원 선, 원화로 13억 원을 빌린 겁니다.

하지만 환율이 천4백 원에 육박하면서 원금은 두 배로 껑충 뛰었고, 이자율마저 3배나 높아져 매년 8천만 원을 꼬박꼬박 이자로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재현(액세서리 업체 관리이사):"일을 하다 보면 끝이 보여야 하는데 끝이 안 보이고, 계속 갚아도 제자리고 하니까.."

계속된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이 엔화 강세라는 복병을 만나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슈퍼 엔고가 우리 경제에게 도약의 기회일수도 있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의 신호일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이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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