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넘쳐 나는 묘지…장묘 문화 대안은?

입력 2010.09.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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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추석에 성묘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묘를 정성스럽게 관리하면서 조상을 기리는 것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데요, 문제는 가뜩이나 좁은 땅에 묘지가 넘쳐나면서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체 전국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우리 장묘문화의 현실과 대안을 집중 점검해보겠습니다.



땅에서 자기 조상 묘소만 볼 때는 심각성을 모르겠지만 실제 헬기를 타고 보고 우리 국토는 묘지 천지입니다.



류호성 기자가 헬기를 타고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푸른 산 한쪽 면을 깎고 거대한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산 아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묘는 능선을 타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양지 바른 곳이면 이렇게 어김없이 묘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학균 (화정동):"좋고 바른 자리에 잘 모시면 그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옛날 믿음, 풍속 때문에…"



추석을 맞아 찾아온 후손들이 절을 할 공간도 없을 만큼 묘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길마저 찾기 어려워, 성묘를 마고 봉분 사이사이를 돌아서 어렵게 내려옵니다.



<인터뷰> 심국종 (공원묘지 관리소장):"쓸만한 곳은 지금 묘지를 다 썼습니다. 묘지에 쓰지 못할 곳만 남아 있고, 매장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전 국토가 묘지로 뒤덮히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4년 전부터는 신규 공원묘지 조성 신청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멘트>



실제로 보니 참 많죠, 이 많은 묘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요, 관리하는 후손도 없어 완전히 방치돼 있는 무연고 묘가 전국적으로 약 3백만 기나 된다고 합니다.



천춘환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거진 풀숲에 봉분이 묻혀 있습니다.



묘비도 수풀을 들춰야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봉분이 쓸려나가고 가라앉아 겨우 무덤의 흔적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후손들의 연락이 끊긴 이른바 무연고 묘로 이 산에만 백 기가 넘습니다.



<인터뷰> 한봉희 (청원군 옥산면):"이렇게 벌초 안한데는 버려진 묘인데, 묘를 버리는 것은 부모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



자치단체가 분묘를 개장하겠다는 공고를 내도 연락해오는 후손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찬길 (청원군 사회복지과):"자손들을 대신해서 저희가 매장을 하고 따로 묘역을 조성해서 앞으로 관리하는 계획"



현재 전국에 널려 있는 무연고묘는 2백87만 기로, 전체 분묘의 무려 20%에 이릅니다.



갈수록 늘고 있는 무연고 묘, 자치단체마다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번 추석을 전후로 우리 묘소 실태 전반을 취재하고 있는 사회부 임승창 기자가 나와 있는데요, 정부가 그동안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를 바꾸기 위해 화장을 계속 장려해왔죠?



<기자 멘트>



네, 시청자들도 화장을 해서 묘지 면적을 확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축제에는 발벗고 나서는 지자체들이 화장장을 짓는 일만은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 화장시설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화장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황재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최대 규모인 23기의 화장로를 갖춘 이 화장장은 입구부터 대형 버스와 운구 차로 붐빕니다.



나흘 전 상을 당한 이 가족은 사흘 동안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4일장을 치러야 했습니다.



<인터뷰> 화장장 이용객:"휴가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본의 아니게 하루 더 있어야 할 것이고, 비용도 더 발생하고…"



경기도 성남의 이 화장장은 지역 주민에게는 이용료 5만 원을 받지만 다른 지역 주민에겐 20배나 되는 100만 원이나 받습니다.



그래도 이용객의 75%는 타 지역 주민들입니다.



2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수도권의 화장시설은 여전히 단 4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을 벗어나 원정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터뷰> 화장장 이용객:"경기도에서 충청도로 가서 화장을 하고, 다시 장지인 경기도로 오는 거죠."



수도권의 사망자 가운데 27%는 화장을 하고 싶어도 매장을 해야 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원정 장례를 치를 만큼 수도권 화장장은 이미 만원입니다.



<질문>



장묘 문화가 좀 다양해져야 할 필요성이 이제는 절실한데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했죠?



<답변>



네, 국민들의 의식은 어떨까요?



먼저 훗날 본인의 장례 방식을 물어봤는데 화장이 60% 가까이로 가장 많았고, 수목장이 뒤를 이었습니다.



매장은 11% 정도여서 결론적으로 열의 아홉은 묘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묘지 관리가 어렵다가 41%, 국토 잠식이 32% 정도였습니다.



만약 자신의 묘지를 만든다면 얼마동안 관리될 것 같냐고 물었더니 아들 또는 손자까지만 관리가 될 것이란 대답이 87% 정도로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장례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는데요, 화장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긴 했지만 매장이 36%로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전국의 성인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조사를 통해 얻은 것입니다.



묘지면적을 줄여보자는 대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는 있는데 결국은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할 문젭니다.

오수호 기자가 대안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유족들이 나무 밑에 마련된 작은 구덩이에 조심스레 유골함을 넣습니다.



나무로 된 이 함은 1년 뒤면 땅 속에서 분해돼 유골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친화적 장례 방식인 이 수목장 시설을 찾는 사람 가운데 절반은 다른 묘에서 이장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조용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국토가 묘지로 넘치면 안 될 것 같구요, 저희 식구들도 많은데 화장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가족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봉안묘는 조상들의 봉분을 따로 따로 마련하는 것보다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례 시설은 전국에 고작 14곳, 봉안당은 3백여곳으로 대부분 사설업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복순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의지를 갖고 그런 시설들이 하나의 필수시설로 사용될 수 있도록.."



자연장과 봉안당을 이용하기위해서는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장례비용이 들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한 공공시설 확충도 절실합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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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넘쳐 나는 묘지…장묘 문화 대안은?
    • 입력 2010-09-24 22: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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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추석에 성묘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묘를 정성스럽게 관리하면서 조상을 기리는 것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데요, 문제는 가뜩이나 좁은 땅에 묘지가 넘쳐나면서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체 전국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우리 장묘문화의 현실과 대안을 집중 점검해보겠습니다.

땅에서 자기 조상 묘소만 볼 때는 심각성을 모르겠지만 실제 헬기를 타고 보고 우리 국토는 묘지 천지입니다.

류호성 기자가 헬기를 타고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푸른 산 한쪽 면을 깎고 거대한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산 아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묘는 능선을 타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양지 바른 곳이면 이렇게 어김없이 묘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학균 (화정동):"좋고 바른 자리에 잘 모시면 그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옛날 믿음, 풍속 때문에…"

추석을 맞아 찾아온 후손들이 절을 할 공간도 없을 만큼 묘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길마저 찾기 어려워, 성묘를 마고 봉분 사이사이를 돌아서 어렵게 내려옵니다.

<인터뷰> 심국종 (공원묘지 관리소장):"쓸만한 곳은 지금 묘지를 다 썼습니다. 묘지에 쓰지 못할 곳만 남아 있고, 매장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전 국토가 묘지로 뒤덮히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4년 전부터는 신규 공원묘지 조성 신청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멘트>

실제로 보니 참 많죠, 이 많은 묘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요, 관리하는 후손도 없어 완전히 방치돼 있는 무연고 묘가 전국적으로 약 3백만 기나 된다고 합니다.

천춘환 기자가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거진 풀숲에 봉분이 묻혀 있습니다.

묘비도 수풀을 들춰야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봉분이 쓸려나가고 가라앉아 겨우 무덤의 흔적만 남은 곳도 있습니다.

후손들의 연락이 끊긴 이른바 무연고 묘로 이 산에만 백 기가 넘습니다.

<인터뷰> 한봉희 (청원군 옥산면):"이렇게 벌초 안한데는 버려진 묘인데, 묘를 버리는 것은 부모를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

자치단체가 분묘를 개장하겠다는 공고를 내도 연락해오는 후손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찬길 (청원군 사회복지과):"자손들을 대신해서 저희가 매장을 하고 따로 묘역을 조성해서 앞으로 관리하는 계획"

현재 전국에 널려 있는 무연고묘는 2백87만 기로, 전체 분묘의 무려 20%에 이릅니다.

갈수록 늘고 있는 무연고 묘, 자치단체마다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번 추석을 전후로 우리 묘소 실태 전반을 취재하고 있는 사회부 임승창 기자가 나와 있는데요, 정부가 그동안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를 바꾸기 위해 화장을 계속 장려해왔죠?

<기자 멘트>

네, 시청자들도 화장을 해서 묘지 면적을 확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축제에는 발벗고 나서는 지자체들이 화장장을 짓는 일만은 손사래를 치고 있어서 화장시설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화장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황재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내 최대 규모인 23기의 화장로를 갖춘 이 화장장은 입구부터 대형 버스와 운구 차로 붐빕니다.

나흘 전 상을 당한 이 가족은 사흘 동안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4일장을 치러야 했습니다.

<인터뷰> 화장장 이용객:"휴가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본의 아니게 하루 더 있어야 할 것이고, 비용도 더 발생하고…"

경기도 성남의 이 화장장은 지역 주민에게는 이용료 5만 원을 받지만 다른 지역 주민에겐 20배나 되는 100만 원이나 받습니다.

그래도 이용객의 75%는 타 지역 주민들입니다.

2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수도권의 화장시설은 여전히 단 4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을 벗어나 원정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터뷰> 화장장 이용객:"경기도에서 충청도로 가서 화장을 하고, 다시 장지인 경기도로 오는 거죠."

수도권의 사망자 가운데 27%는 화장을 하고 싶어도 매장을 해야 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원정 장례를 치를 만큼 수도권 화장장은 이미 만원입니다.

<질문>

장묘 문화가 좀 다양해져야 할 필요성이 이제는 절실한데요, 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했죠?

<답변>

네, 국민들의 의식은 어떨까요?

먼저 훗날 본인의 장례 방식을 물어봤는데 화장이 60% 가까이로 가장 많았고, 수목장이 뒤를 이었습니다.

매장은 11% 정도여서 결론적으로 열의 아홉은 묘지를 만들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묘지 관리가 어렵다가 41%, 국토 잠식이 32% 정도였습니다.

만약 자신의 묘지를 만든다면 얼마동안 관리될 것 같냐고 물었더니 아들 또는 손자까지만 관리가 될 것이란 대답이 87% 정도로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장례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는데요, 화장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긴 했지만 매장이 36%로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전국의 성인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조사를 통해 얻은 것입니다.

묘지면적을 줄여보자는 대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는 있는데 결국은 본인이 선택을 해야 할 문젭니다.
오수호 기자가 대안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유족들이 나무 밑에 마련된 작은 구덩이에 조심스레 유골함을 넣습니다.

나무로 된 이 함은 1년 뒤면 땅 속에서 분해돼 유골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자연친화적 장례 방식인 이 수목장 시설을 찾는 사람 가운데 절반은 다른 묘에서 이장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조용노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국토가 묘지로 넘치면 안 될 것 같구요, 저희 식구들도 많은데 화장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가족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봉안묘는 조상들의 봉분을 따로 따로 마련하는 것보다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목장과 같은 자연장례 시설은 전국에 고작 14곳, 봉안당은 3백여곳으로 대부분 사설업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복순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의지를 갖고 그런 시설들이 하나의 필수시설로 사용될 수 있도록.."

자연장과 봉안당을 이용하기위해서는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장례비용이 들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한 공공시설 확충도 절실합니다.

KBS 뉴스 오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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