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정책 실종 ‘인사청문회’…한국형 검증 모델은?

입력 2010.09.30 (22: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 제도가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정책 검증 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도덕성 검증 위주로 진행되는 인사청문제도에 대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뉴스’에서는 우리 인사청문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인사청문회의 실상을 송창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인사 청문회의 두 축은 도덕성과 정책적 자질 검증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책 보다는 도덕성,비리 파헤치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김유정(민주당 의원):"대법관 신분으로 골프친게 적절하다 생각하시나."



후보들이 모욕감을 느낄수 있는 장면마저 연출되곤 합니다.



<녹취> 장세환(민주당 의원):"동물도 기른 주인한테 그러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느냐?"



그러다보니 입각 제의를 받아도 청문회 공포증으로 고민하게 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자료 요구도 정책 관련 보다는 개인 신상 관련 자료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배우자의 초등학교 성적증명서와 자녀의 수능 성적표, 생활기록부 사본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녹취> 신율(명지대 정외과 교수):"후보자를 내정하는 단계에서의 도덕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성을 검증할 수 밖에 없는…."



결국 도덕성 파헤치기 위주의 청문회는 부실한 사전 검증이 원인입니다.



<앵커 멘트>



최문종 기자, 우리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수입한 나라가 미국 아닙니까?



그런데 미국의 인사청문회 모습은 상당히 다르죠?



<기자 멘트>



네, 미국의 청문회는 정책 토론회를 연상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덕성 문제는 사전 검증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인데요.



워싱턴 이춘호 특파원이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해 오바마 정부 출범기,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실세 보건복지부 장관이 예상되던 대슐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 직전에 사퇴했습니다.



세금을 체납했다 뒤늦게 낸 게 사전검증에서 포착된 때문입니다.



<녹취> 대슐



비슷한 시기, 상무장관, 백악관 보좌관 내정자도 하차했습니다.



조사 항목만 230여개가 넘는, 철저한 인사 청문회 사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겁니다.



<녹취> 존 벨린저 3세(전 국무장관 법률보좌관)



그나마 이건 행정부의 1차 조사이고, 이어 관련 상임위원회의 2차 조사까지, 사전검증 기간만 평균 석 달입니다.



이렇듯 걸러진 후보만 설 수 있는 청문회장은 능력과 정책 질의의 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 처벌도 엄정한 청문회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결국 성숙한 청문회 문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핵심일 것 같은데요.



우리와 미국,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겁니까?



<답변>



형식상 큰 틀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사전 검증은 후보 지명 전 대상자의 검증서 작성으로 시작됩니다.



전과와 병역, 납세 등에 대한 질문은 한국과 미국이 비슷합니다.



우리는 그간 청문회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투기 등 재산형성 과정과 논문 표절 등 연구 윤리, 또 직무 윤리를 집중적으로 묻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상자가 거짓 내용을 적어도 처벌할 수 없는 반면, 미국은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다음은 사실 확인 단계입니다.



미국은 백악관과 FBI, 국세청 등이 역할을 나눠 독자적으로 미리 정해진 230여 개 항목을 조사합니다.



반면, 청와대가 주도하는 한국은 부실 검증 논란에 시달리다가 최근 모의청문회와 현장 검증 제도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후보자가 지명되면, 우리는 임명동의안 제출 이후 20일 안에 청문회까지 마쳐야 하지만, 미국은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질문>



제도는 비슷한데 왜 우리는 사전 검증에서 도덕성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겁니까?



<답변>



검증 기간이 제한돼 있는 점, 실제로는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우리의 인사청문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이민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핵심은 사전 검증을 통해 도덕성 문제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전 검증을 위해 지난해 8월 청와대에 인사기획관실을 신설했지만 후보들의 잇단 낙마로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여왔습니다.



따라서 정부 내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사전검증 위원회를 구성해 결격자를 걸러내도록 하고 국회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제안입니다.



<녹취>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청와대에서 도덕성과 관련된 부분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그 부분에 일단 문제가 없도록 하고 그 이후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기 검증서와 청문회에서의 진술에 거짓이 있을 경우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고성국(박사/정치평론가):"자기진술서의 단 한줄이라도 거짓진술이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묻겠다고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된다."



결국 국회 청문회장에는 도덕성 검증이 끝난 후보만 서게하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입니다.



KBS 뉴스 이민영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정책 실종 ‘인사청문회’…한국형 검증 모델은?
    • 입력 2010-09-30 22:07:31
    뉴스 9
<앵커 멘트>

지난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 제도가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데 기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정책 검증 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도덕성 검증 위주로 진행되는 인사청문제도에 대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뉴스’에서는 우리 인사청문회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인사청문회의 실상을 송창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인사 청문회의 두 축은 도덕성과 정책적 자질 검증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책 보다는 도덕성,비리 파헤치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녹취> 김유정(민주당 의원):"대법관 신분으로 골프친게 적절하다 생각하시나."

후보들이 모욕감을 느낄수 있는 장면마저 연출되곤 합니다.

<녹취> 장세환(민주당 의원):"동물도 기른 주인한테 그러지 않는데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느냐?"

그러다보니 입각 제의를 받아도 청문회 공포증으로 고민하게 된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자료 요구도 정책 관련 보다는 개인 신상 관련 자료가 대부분인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배우자의 초등학교 성적증명서와 자녀의 수능 성적표, 생활기록부 사본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녹취> 신율(명지대 정외과 교수):"후보자를 내정하는 단계에서의 도덕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성을 검증할 수 밖에 없는…."

결국 도덕성 파헤치기 위주의 청문회는 부실한 사전 검증이 원인입니다.

<앵커 멘트>

최문종 기자, 우리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수입한 나라가 미국 아닙니까?

그런데 미국의 인사청문회 모습은 상당히 다르죠?

<기자 멘트>

네, 미국의 청문회는 정책 토론회를 연상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덕성 문제는 사전 검증에서 대부분 걸러지기 때문인데요.

워싱턴 이춘호 특파원이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해 오바마 정부 출범기,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실세 보건복지부 장관이 예상되던 대슐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 직전에 사퇴했습니다.

세금을 체납했다 뒤늦게 낸 게 사전검증에서 포착된 때문입니다.

<녹취> 대슐

비슷한 시기, 상무장관, 백악관 보좌관 내정자도 하차했습니다.

조사 항목만 230여개가 넘는, 철저한 인사 청문회 사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한 겁니다.

<녹취> 존 벨린저 3세(전 국무장관 법률보좌관)

그나마 이건 행정부의 1차 조사이고, 이어 관련 상임위원회의 2차 조사까지, 사전검증 기간만 평균 석 달입니다.

이렇듯 걸러진 후보만 설 수 있는 청문회장은 능력과 정책 질의의 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 처벌도 엄정한 청문회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결국 성숙한 청문회 문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핵심일 것 같은데요.

우리와 미국,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겁니까?

<답변>

형식상 큰 틀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사전 검증은 후보 지명 전 대상자의 검증서 작성으로 시작됩니다.

전과와 병역, 납세 등에 대한 질문은 한국과 미국이 비슷합니다.

우리는 그간 청문회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투기 등 재산형성 과정과 논문 표절 등 연구 윤리, 또 직무 윤리를 집중적으로 묻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상자가 거짓 내용을 적어도 처벌할 수 없는 반면, 미국은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다음은 사실 확인 단계입니다.

미국은 백악관과 FBI, 국세청 등이 역할을 나눠 독자적으로 미리 정해진 230여 개 항목을 조사합니다.

반면, 청와대가 주도하는 한국은 부실 검증 논란에 시달리다가 최근 모의청문회와 현장 검증 제도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후보자가 지명되면, 우리는 임명동의안 제출 이후 20일 안에 청문회까지 마쳐야 하지만, 미국은 기간 제한이 없습니다.

<질문>

제도는 비슷한데 왜 우리는 사전 검증에서 도덕성 문제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겁니까?

<답변>

검증 기간이 제한돼 있는 점, 실제로는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우리의 인사청문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이민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핵심은 사전 검증을 통해 도덕성 문제를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전 검증을 위해 지난해 8월 청와대에 인사기획관실을 신설했지만 후보들의 잇단 낙마로 부실 검증 논란에 휩싸여왔습니다.

따라서 정부 내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사전검증 위원회를 구성해 결격자를 걸러내도록 하고 국회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제안입니다.

<녹취>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청와대에서 도덕성과 관련된 부분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그 부분에 일단 문제가 없도록 하고 그 이후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기 검증서와 청문회에서의 진술에 거짓이 있을 경우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고성국(박사/정치평론가):"자기진술서의 단 한줄이라도 거짓진술이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묻겠다고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된다."

결국 국회 청문회장에는 도덕성 검증이 끝난 후보만 서게하는 시스템 구축이 관건입니다.

KBS 뉴스 이민영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