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건주의에 지자체 재정 ‘흔들’

입력 2010.12.07 (22:19) 수정 2010.12.0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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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전 동구청의 신축 공사 현장인데요, 구청 청사치고는 으리으리하죠?



이 자치구가, 대전시의 긴급 수혈이 없었다면 공무원들에게 이달치 월급을 못 줄뻔 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성남시가 ’돈이 없어서 당장은 빚을 못갚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자치단체의 재정 적자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재정난으로 운동팀까지 속속 해체하는 지자체를 김영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팀.



용인시청 소속 선수 3명도 주전으로 뛰었습니다.



메달을 따고 귀국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팀 해체 소식.



<인터뷰> 명복희(용인시청 핸드볼 선수) : "저희는 핸드볼 많이 했으니까 그렇다쳐도 밑에 남은 후배들은 갈 팀이 점점 줄고 그러는데 많이 안타깝죠."



용인시가 재정 위기에 허덕이다 22개 운동팀 가운데 절반을 정리한 겁니다.



<인터뷰> 정기용(용인시청 체육행정계장) : "세수는 계속 감소하는데 그거에 맞춰서 다른 부분들도 줄여야 하거든요."



5년 전부터 용인시는 이 핸드볼팀에게 한해 12억 원의 돈을 지원해 왔습니다.



성남시도 지난 7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15개의 운동팀을 3개로 줄이기로 했고, 부천시도 창단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여자축구팀에 전격적으로 해체 통보를 했습니다.



예산을 펑펑 쓰던 지자체들이 세수 감수로 예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까지 실직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생각만큼 세수가 들어오지 않는데다 벌여 놓은 사업은 많기 때문 아닌가요?



<답변>



특히 민선 단체장들이 등장하면서 선심성 사업이나 보여주기 식 행사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국 지도를 보시면요.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그러니까 강원, 충북, 전남·북, 경북, 제주 전체 등을 비롯한 2백 11개, 86%에 이르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전 동구, 부산 서구 등 39개 지자체들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올해 자치단체 전체 예산이 139조 8천억 원인데 지자체 스스로 마련한 재원은 79조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55조는 국고보조금이나 중앙정부가 준 교부세 였고 그래도 모자라 지방채까지 발행했습니다.



지자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자체들이 이런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결국 짜임새있게 살림하기보다 ’한탕주의’ 정책에 의존한 탓이 큽니다.



임승창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1400미터가 넘는 함백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대규모 리조트, 스키 슬로프만 12개, 5백 실이 넘는 콘도와 골프장까지 갖추고 2년 전 개장했지만 성적은 초라합니다.



이 리조트는 지난해 약 2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16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시민들의 자긍심과 휴양도시 이미지를 높이겠다며 태백시가 전체 출자금 1100억 원의 절반을 넘겨 댔는데 지난 3년간 쌓인 빚만 3천3백억 원입니다.



<인터뷰> 김교복(태백시 기획감사실장) : "야망차게 출발했습니다만 국내 경기도 너무 나쁘고 시설비에다 환율이라든지 물가상승분 이런 것들이 너무 투자되다 보니까..."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강원도가 대주주로 참여한 이 리조트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 1조 5천억 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회원권 분양 등으로 회수한 돈은 3천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비상대책위까지 만들고서야 최근 중국의 투자회사와 미분양 된 골프 빌라 매각을 놓고 양해 각서를 맺었습니다.



<인터뷰> 유성철(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문제는 발생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지금 아무도 책임 안 지고 결국 사업을 추진했던 분들은 다 그만 둔 상태기 때문에 정말 이런 부분은 너무 부당하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지방 공기업을 세워 뛰어든 지역 개발, 지방 공기업들의 부채는 약 43조 원으로 세금을 쏟아부어 빚만 늘려놨습니다.



<질문>



김 기자, 단체장들이 장밋빛 구상만 갖고 겉으로 표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답변>



네, 견제와 감시가 활성화돼야겠죠.



일부 지지체에서는 잘못된 정책을 편 단체장에 대해서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남상우(전 청주시장) : "올해 예산 1조 원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전임 시장의 포부와는 달리 청주시는 당장 내년도에 800억원을 줄여야 하는 긴축 예산을 짜야 합니다.



<인터뷰>박주화(충북 청주시) : "피땀 흘려서 낸 세금인데, 지금처럼 허튼데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유태규(충북 청주시) : "세금이 부족하면 또 세금을 올린다고 할텐데……."



청주시의회는 이례적으로 책임 소재를 따져보자며 조사특위 구성에 나섰습니다.



전임 시장이 임기 내 완공을 욕심내며 무리하게 추진한 내장산 관광테마파크 현장입니다.



정읍시의 자체 분석 결과, 이 같은 대형 사업 5곳에서 무려 백80억 원의 예산 낭비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재정 자립도 12%, 7백여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취임한 신임 시장의 생각은, 시장도 내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생기(정읍시장) : "아무리 시장이 주장하더라도 방향이 그게 아닐 때에는 과감하게"



지역 주민들도 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리게 하는 감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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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한건주의에 지자체 재정 ‘흔들’
    • 입력 2010-12-07 22:19:10
    • 수정2010-12-07 22: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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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청의 신축 공사 현장인데요, 구청 청사치고는 으리으리하죠?

이 자치구가, 대전시의 긴급 수혈이 없었다면 공무원들에게 이달치 월급을 못 줄뻔 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성남시가 ’돈이 없어서 당장은 빚을 못갚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자치단체의 재정 적자가 그야말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재정난으로 운동팀까지 속속 해체하는 지자체를 김영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핸드볼팀.

용인시청 소속 선수 3명도 주전으로 뛰었습니다.

메달을 따고 귀국했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팀 해체 소식.

<인터뷰> 명복희(용인시청 핸드볼 선수) : "저희는 핸드볼 많이 했으니까 그렇다쳐도 밑에 남은 후배들은 갈 팀이 점점 줄고 그러는데 많이 안타깝죠."

용인시가 재정 위기에 허덕이다 22개 운동팀 가운데 절반을 정리한 겁니다.

<인터뷰> 정기용(용인시청 체육행정계장) : "세수는 계속 감소하는데 그거에 맞춰서 다른 부분들도 줄여야 하거든요."

5년 전부터 용인시는 이 핸드볼팀에게 한해 12억 원의 돈을 지원해 왔습니다.

성남시도 지난 7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15개의 운동팀을 3개로 줄이기로 했고, 부천시도 창단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여자축구팀에 전격적으로 해체 통보를 했습니다.

예산을 펑펑 쓰던 지자체들이 세수 감수로 예산에 제동이 걸리면서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까지 실직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생각만큼 세수가 들어오지 않는데다 벌여 놓은 사업은 많기 때문 아닌가요?

<답변>

특히 민선 단체장들이 등장하면서 선심성 사업이나 보여주기 식 행사 예산을 많이 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국 지도를 보시면요.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 그러니까 강원, 충북, 전남·북, 경북, 제주 전체 등을 비롯한 2백 11개, 86%에 이르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못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전 동구, 부산 서구 등 39개 지자체들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올해 자치단체 전체 예산이 139조 8천억 원인데 지자체 스스로 마련한 재원은 79조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55조는 국고보조금이나 중앙정부가 준 교부세 였고 그래도 모자라 지방채까지 발행했습니다.

지자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자체들이 이런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결국 짜임새있게 살림하기보다 ’한탕주의’ 정책에 의존한 탓이 큽니다.

임승창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1400미터가 넘는 함백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대규모 리조트, 스키 슬로프만 12개, 5백 실이 넘는 콘도와 골프장까지 갖추고 2년 전 개장했지만 성적은 초라합니다.

이 리조트는 지난해 약 2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16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됩니다.

시민들의 자긍심과 휴양도시 이미지를 높이겠다며 태백시가 전체 출자금 1100억 원의 절반을 넘겨 댔는데 지난 3년간 쌓인 빚만 3천3백억 원입니다.

<인터뷰> 김교복(태백시 기획감사실장) : "야망차게 출발했습니다만 국내 경기도 너무 나쁘고 시설비에다 환율이라든지 물가상승분 이런 것들이 너무 투자되다 보니까..."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강원도가 대주주로 참여한 이 리조트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 1조 5천억 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회원권 분양 등으로 회수한 돈은 3천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비상대책위까지 만들고서야 최근 중국의 투자회사와 미분양 된 골프 빌라 매각을 놓고 양해 각서를 맺었습니다.

<인터뷰> 유성철(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문제는 발생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지금 아무도 책임 안 지고 결국 사업을 추진했던 분들은 다 그만 둔 상태기 때문에 정말 이런 부분은 너무 부당하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지방 공기업을 세워 뛰어든 지역 개발, 지방 공기업들의 부채는 약 43조 원으로 세금을 쏟아부어 빚만 늘려놨습니다.

<질문>

김 기자, 단체장들이 장밋빛 구상만 갖고 겉으로 표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답변>

네, 견제와 감시가 활성화돼야겠죠.

일부 지지체에서는 잘못된 정책을 편 단체장에 대해서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최건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남상우(전 청주시장) : "올해 예산 1조 원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전임 시장의 포부와는 달리 청주시는 당장 내년도에 800억원을 줄여야 하는 긴축 예산을 짜야 합니다.

<인터뷰>박주화(충북 청주시) : "피땀 흘려서 낸 세금인데, 지금처럼 허튼데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유태규(충북 청주시) : "세금이 부족하면 또 세금을 올린다고 할텐데……."

청주시의회는 이례적으로 책임 소재를 따져보자며 조사특위 구성에 나섰습니다.

전임 시장이 임기 내 완공을 욕심내며 무리하게 추진한 내장산 관광테마파크 현장입니다.

정읍시의 자체 분석 결과, 이 같은 대형 사업 5곳에서 무려 백80억 원의 예산 낭비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재정 자립도 12%, 7백여억 원의 부채를 떠안고 취임한 신임 시장의 생각은, 시장도 내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생기(정읍시장) : "아무리 시장이 주장하더라도 방향이 그게 아닐 때에는 과감하게"

지역 주민들도 단체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리게 하는 감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최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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