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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eye] 세상 밖으로 나온 인디오
입력 2011.01.09 (08:10) 수정 2011.01.09 (08:13)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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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디오는 남미 원주민을 일컫는 말인데요.. 세월의 흐름 속에 점차 순수한 혈통이 사라지고 있지만, 에콰도르의 경우, 인구의 35%가 인디오라고 합니다. 그만큼 전통 문화가 풍부하게 남아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현대화의 물결속에서 인디오들도 세상에 적응해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인디오의 오늘을 손은혜 순회특파원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화산 분지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 짙은 안개 사이로 드문 드문 집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북부, 인디오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플루라루아 마을입니다.



비 내리는 산 속 마을의 정적을 깨고 한 할머니가 밭에 나섰습니다. 호박 한 덩어리를 정성스레 따오는 할머니. 태어나 지금까지 이 곳에서 살아온 인디오 주민 로사리오씨입니다. 할머니가 호박을 가져한 이유는 할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허름한 부엌 한 가운데는 쉼없이 장작불이 타오르고, 할머니가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계속 서성입니다.



매캐한 장작불 연기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노부부. 이 모습 그대로 평생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 곳에서 태어나 결혼했고, 여섯 명의 자식을 낳아 길렀습니다. 화산 폭발과 함께 생성된 이 지역에 인디오들이 정착한 것은 약 2천 5백여년 전. 외부 세계와의 교류없이 작은 분지 마을에 모여 살고 있는 인디오 주민들에 대한 얘기가 차츰 외부에 알려지면서 외지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젊은이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로사리오씨의 자녀들 몇몇도 외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로사리오(64살) : “자식들을 보름에 한 번 밖에 못 봐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이제 다들 집에 올거예요. 기다리고 있어요.”



산 속에 있다보니 늘 육류가 모자란다는 가족들. 가축을 기르며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한 마리씩 잡아 상 위에 올립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이 바로 그런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노부부가 새 손자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함께 고향집에 머물르고 있는 셋째딸 부부. 방금 새 생명이 태어난 방안에는 정다운 온기가 흘렀습니다. 18살에 결혼한 마리아씨, 이번이 벌써 두번째 출산입니다.



<인터뷰>마리안(24살) : “가족들이 함께 도와줬는데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생각보다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다행이에요.”



플루라루아 마을은 주민이 3백 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혼도 아는 사람끼리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파비안 : “아이가 태어나서 정말 기뻐요. 감사한 일이죠.”



부부는 앞으로도 고향 마을을 지키며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인디오 주민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35%에 달하는 에콰도르. 남미 국가 가운데서는 그 비율이 가장 높은 편입니다. 원래는 주민 대부분이 인디오였지만, 지난 1500년대부터 3백 여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순수 원주민보다 백인과 인디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에콰도르내 인디오의 대부분은 아마존 유역의 일부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전통 생활 방식을 벗어나 평범하게 농사를 짓거나 도시에서 장사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미 최대의 인디오 전통 시장인 오타발로 시장.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3시간여 떨어진 이 곳에서는 토요일마다 장이 섭니다. 원주민의 전통 먹거리에서부터 직물과 옷, 가방들에 이르기까지. 인디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각양 각색의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습니다.



지난 1800년대 소수 인디오들이 모여 세운 오타발로 시장. 지금은 한 해 이 곳을 찾는 관광객만 수 십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관광 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하자, 점점 많은 인디오들이 이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안에 있는 한 옷가게. 한 인디오 남성이 반갑게 손님을 맡습니다. 익숙한 솜씨로 오타발로 전통 의상을 판매하는 제임스씨. 이 곳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째입니다. 아내가 옷을 만들고, 제임스씨는 주로 가게를 돌보며 장사를 합니다.



<인터뷰>제임스(전통 옷가게 운영) : “전에는 혼자 여행을 하며 지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아내와 항상 함께 일하게 되니 참 좋습니다.”



제임스씨는 가족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누나와 여동생, 사촌 동생들까지 함께 모여사는 가족. 가족들은 뜨개질에 한창이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주변에는 수천가구의 인디오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전통 의상이나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주변에 사는 인디오 가족들에게 이런 광경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통 직물을 짜는 일을 했다는 여동생은 생업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만 합니다.



<인터뷰>루씨아 : “저는 이 일이 정말 재밌습니다. 여섯살 때 아버지에게 이 일을 배웠고,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있죠.”



방 안에서 시누이들이 뜨개질을 하는 동안 거실에서는 제임스씨의 아내가 재봉질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오타발로 여성들을 위한 전통 의상.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인 만큼,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합니다.



<인터뷰>마리아(제임스 아내) : “사람들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 달라요. 각자 요구에 맞춰서 예쁜 전통 의상을 만드는 것, 참 즐거운 일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물건을 만들고, 토요일날에는 오타발로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가족들. 비록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데는 별다른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터뷰>두스밀라(제임스 어머니) : “저는 이렇게 다함께 모였을 때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만드는 것이 제일 즐겁습니다.”



이 가족에게 인디오 문화는 지켜야할 전통이라기보다, 가족들을 위한 생계의 수단이자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현재 에콰도르에 남은 인디오는 모두 오백여만 명. 이제 인디오 문화는 하나의 상품으로 곳곳에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 주에 한 번씩 인디오 전통 음악 공연을 열고 있는 한 공연팀. 전통 문화를 지켜나가겠다는 결심으로 공연팀을 꾸렸지만, 객석을 메운 관객 대부분은 서양인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부지게 각오를 밝히는 무용수들.



<인터뷰>카를라(인디오 무용수) : “우리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일들을, 그리고 에콰도르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겠죠.”



이들은 힘이 닿는 한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산 속에 파묻혀 사는 인디오들부터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하며 살아가는 인디오들까지. 에콰도르 인디오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 천년 전통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이 됐지만, 남미 대륙의 주인이라는 자부심만은 이들의 삶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 [특파원 eye] 세상 밖으로 나온 인디오
    • 입력 2011-01-09 08:10:52
    • 수정2011-01-09 08:13:0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인디오는 남미 원주민을 일컫는 말인데요.. 세월의 흐름 속에 점차 순수한 혈통이 사라지고 있지만, 에콰도르의 경우, 인구의 35%가 인디오라고 합니다. 그만큼 전통 문화가 풍부하게 남아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현대화의 물결속에서 인디오들도 세상에 적응해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인디오의 오늘을 손은혜 순회특파원이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화산 분지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마을. 짙은 안개 사이로 드문 드문 집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콰도르 북부, 인디오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플루라루아 마을입니다.



비 내리는 산 속 마을의 정적을 깨고 한 할머니가 밭에 나섰습니다. 호박 한 덩어리를 정성스레 따오는 할머니. 태어나 지금까지 이 곳에서 살아온 인디오 주민 로사리오씨입니다. 할머니가 호박을 가져한 이유는 할아버지를 위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허름한 부엌 한 가운데는 쉼없이 장작불이 타오르고, 할머니가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계속 서성입니다.



매캐한 장작불 연기를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식사를 하는 노부부. 이 모습 그대로 평생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 곳에서 태어나 결혼했고, 여섯 명의 자식을 낳아 길렀습니다. 화산 폭발과 함께 생성된 이 지역에 인디오들이 정착한 것은 약 2천 5백여년 전. 외부 세계와의 교류없이 작은 분지 마을에 모여 살고 있는 인디오 주민들에 대한 얘기가 차츰 외부에 알려지면서 외지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젊은이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로사리오씨의 자녀들 몇몇도 외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로사리오(64살) : “자식들을 보름에 한 번 밖에 못 봐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이제 다들 집에 올거예요. 기다리고 있어요.”



산 속에 있다보니 늘 육류가 모자란다는 가족들. 가축을 기르며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한 마리씩 잡아 상 위에 올립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이 바로 그런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노부부가 새 손자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함께 고향집에 머물르고 있는 셋째딸 부부. 방금 새 생명이 태어난 방안에는 정다운 온기가 흘렀습니다. 18살에 결혼한 마리아씨, 이번이 벌써 두번째 출산입니다.



<인터뷰>마리안(24살) : “가족들이 함께 도와줬는데 많이 아프고 힘들었어요. 생각보다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다행이에요.”



플루라루아 마을은 주민이 3백 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혼도 아는 사람끼리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파비안 : “아이가 태어나서 정말 기뻐요. 감사한 일이죠.”



부부는 앞으로도 고향 마을을 지키며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인디오 주민들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35%에 달하는 에콰도르. 남미 국가 가운데서는 그 비율이 가장 높은 편입니다. 원래는 주민 대부분이 인디오였지만, 지난 1500년대부터 3백 여년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순수 원주민보다 백인과 인디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에콰도르내 인디오의 대부분은 아마존 유역의 일부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전통 생활 방식을 벗어나 평범하게 농사를 짓거나 도시에서 장사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남미 최대의 인디오 전통 시장인 오타발로 시장.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3시간여 떨어진 이 곳에서는 토요일마다 장이 섭니다. 원주민의 전통 먹거리에서부터 직물과 옷, 가방들에 이르기까지. 인디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각양 각색의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습니다.



지난 1800년대 소수 인디오들이 모여 세운 오타발로 시장. 지금은 한 해 이 곳을 찾는 관광객만 수 십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관광 명소로 이름이 나기 시작하자, 점점 많은 인디오들이 이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안에 있는 한 옷가게. 한 인디오 남성이 반갑게 손님을 맡습니다. 익숙한 솜씨로 오타발로 전통 의상을 판매하는 제임스씨. 이 곳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째입니다. 아내가 옷을 만들고, 제임스씨는 주로 가게를 돌보며 장사를 합니다.



<인터뷰>제임스(전통 옷가게 운영) : “전에는 혼자 여행을 하며 지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아내와 항상 함께 일하게 되니 참 좋습니다.”



제임스씨는 가족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누나와 여동생, 사촌 동생들까지 함께 모여사는 가족. 가족들은 뜨개질에 한창이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주변에는 수천가구의 인디오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전통 의상이나 수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타발로 시장 주변에 사는 인디오 가족들에게 이런 광경은 익숙한 모습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통 직물을 짜는 일을 했다는 여동생은 생업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만 합니다.



<인터뷰>루씨아 : “저는 이 일이 정말 재밌습니다. 여섯살 때 아버지에게 이 일을 배웠고, 지금까지 가족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있죠.”



방 안에서 시누이들이 뜨개질을 하는 동안 거실에서는 제임스씨의 아내가 재봉질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된 오타발로 여성들을 위한 전통 의상.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인 만큼,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합니다.



<인터뷰>마리아(제임스 아내) : “사람들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 달라요. 각자 요구에 맞춰서 예쁜 전통 의상을 만드는 것, 참 즐거운 일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물건을 만들고, 토요일날에는 오타발로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가족들. 비록 큰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데는 별다른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터뷰>두스밀라(제임스 어머니) : “저는 이렇게 다함께 모였을 때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만드는 것이 제일 즐겁습니다.”



이 가족에게 인디오 문화는 지켜야할 전통이라기보다, 가족들을 위한 생계의 수단이자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현재 에콰도르에 남은 인디오는 모두 오백여만 명. 이제 인디오 문화는 하나의 상품으로 곳곳에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한 주에 한 번씩 인디오 전통 음악 공연을 열고 있는 한 공연팀. 전통 문화를 지켜나가겠다는 결심으로 공연팀을 꾸렸지만, 객석을 메운 관객 대부분은 서양인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부지게 각오를 밝히는 무용수들.



<인터뷰>카를라(인디오 무용수) : “우리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일들을, 그리고 에콰도르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겠죠.”



이들은 힘이 닿는 한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산 속에 파묻혀 사는 인디오들부터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하며 살아가는 인디오들까지. 에콰도르 인디오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 천년 전통은 대부분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이 됐지만, 남미 대륙의 주인이라는 자부심만은 이들의 삶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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