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관리인 사칭…입주자 노린 사기 기승

입력 2011.01.21 (09:13) 수정 2011.01.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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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이사철이 돌아오는데요,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분들은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입주자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아파트 관리인을 사칭해서 돈을 요구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사 하는 날 이삿짐 나르랴 새 집 점검하랴 정말 정신없죠. 바로 이런 입주민들을 노린 사기에 피해자가 속출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인이다, 집안을 점검해주겠다며 들어온 사람이 사실은 사기범이었는데요.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신용카드를 가져가 마구 돈을 빼내 썼습니다. 새로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눠야 할 이사 날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주부 박모 씨는 울산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이삿짐을 나르느라 어수선한 사이 한 남자가 집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것저것 살필 겨를도 없던 데다 행동이 워낙 자연스러워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짐을 나르고 있는데 문 다 열려 있고 짐이 꽉 차 있는 상태. 물건을 어디에 놓아야 하나 생각하는 그 상황에 딱 들어왔더라고요. (옷차림은?) 일반 평상복 그냥. 작업복 아니고.”

자신을 아파트 관리인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서른여덟 살 한모 씨였습니다.

한 씨는 새 집 현관과 욕실, 베란다를 꼼꼼히 살피더니 수리해야 할 부분을 콕 찍어냈는데요.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이것 보면서 이 틈 벌어진 걸 얼른 고쳐주겠다고 하고 이 사람이 와서 다 알고 있어요. 그때부터 믿었죠. 비데도 설치해야 하고 부엌에 있는 모니터도 설치해야 되고... 여러 가지를 알더라고요.”

한 씨는 일단 가스레인지에 소화 분말액을 넣어야 한다며 6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결제는 신용카드로 해달라고 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에서 결재한 뒤 곧바로 영수증을 가져오겠다는 말에 마침 현금이 없던 박 씨는 그대로 신용카드를 건넸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가스 아저씨가 와서도 서류 꾸밀 때 주민번호 다 쓰라하고 계좌번호 쓰라하고 자동 이체되니까... 그래서 그런 것 다 했거든요. 약간 좀 의심은 가지만 70~80%는 믿음을 갖고 했던 것 같아요.”

한 씨가 카드를 들고 사라진 지 얼마 뒤 박 씨는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한 씨의 상사라는 이 남자는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 전화를 건 장본인은 짐짓 다른 사람 행세를 한 한 씨 자신이었지만 경황이 없던 박 씨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비밀번호까지 어떻게 알려주느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사하면 너무 바쁘고 하니까 ‘저희가 편리를 봐주는 겁니다’ 하더라고요. 약간 의심을 했지만 이사 왔는데 잘 챙겨주니까...(비밀번호를 얘기해줬죠)”

그러나 금방 오겠다던 한 씨는 2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곧바로 걸려왔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금방 카드를 안돌려 주기에 전화 왔던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했나 봐요. 받을 수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고요.”

박 씨는 부랴부랴 카드를 정지시켰고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처럼 이사하는 입주민을 노린 한 씨의 교묘한 사기는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와 부산, 울산, 창원 등의 신규 입주 아파트를 돌며 이사하는 집에 관리인인 척 들어가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는데요.

전직 가스레인지 후드 수리공이었던 한 씨는 특히 소화기 분야 지식이 많다는 점을 입주자 대상 사기에 악용했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약 5년 동안 아파트 주방 후드, 가스레인지를 사면 후드를 설치하고 보수하는 그런 업에 종사했던 사람입니다. 소화기 분말 충전금이라든지 그 다음에 하자 보증금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신용카드를 받아서...”

경찰이 확보한 한 씨의 범행 장면 화면입니다.

한 씨가 오른 손에 든 것이 바로 입주민으로부터 건네받은 신용카드.

입주자들을 속여 알아낸 비밀번호로 은행 현금서비스를 써서 돈을 가로챘는데요.

한 번에 70만원을 넘지 않게 여러 차례 인출하는 수법으로 카드 주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꾸미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사기 행각이 반복될수록 범행 수법은 날로 대담해져 아예 아파트 경비실까지 제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아파트 경비실에 처음 도착을 해서 경비원에게 그날의 아파트 입주하는 세대 호실, 차량번호, 그 다음에 세대주 이름을 미리 확인해서 접근한 것입니다. 피해규모는 최소 몇 만원부터 최대 180만원까지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 씨 범행은 모두 스무 건. 피해액은 1,500만원에 이르는데요.

한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분양 사무소에 전화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입주 날짜를 확인한 뒤 입주시점에 맞춰 아파트 관리인으로 꾸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2010년 4월 말경 교도소에서 만기출소 했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는 관계로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리사무소에서 소화기 비용, 입주 보증금 등을 요구하거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일일이 입주민을 방문해 집안을 살피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관리사무실 직원(음성변조) : “저희들 통해서 따로 돈을 받고 하는 건 없습니다. 관리비도 은행에서 아니면 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우리 쪽에는 돈을 받고 하는 건 없고. (인사하러 가거나?) 그런 건 아예 없습니다.“

경찰은 본격적인 이사철이 돌아왔을 때 비슷한 사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에게 주의시켜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입주하시는 분들은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해서 확인하시고 아파트 관리실을 직접 방문하셔서...”

경찰은 한 씨에 대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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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관리인 사칭…입주자 노린 사기 기승
    • 입력 2011-01-21 09:13:22
    • 수정2011-01-21 1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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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이사철이 돌아오는데요,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분들은 각별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어수선한 틈을 타서 입주자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아파트 관리인을 사칭해서 돈을 요구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사 하는 날 이삿짐 나르랴 새 집 점검하랴 정말 정신없죠. 바로 이런 입주민들을 노린 사기에 피해자가 속출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인이다, 집안을 점검해주겠다며 들어온 사람이 사실은 사기범이었는데요.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신용카드를 가져가 마구 돈을 빼내 썼습니다. 새로운 이웃들과 인사를 나눠야 할 이사 날까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주부 박모 씨는 울산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이삿짐을 나르느라 어수선한 사이 한 남자가 집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것저것 살필 겨를도 없던 데다 행동이 워낙 자연스러워 별다른 의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짐을 나르고 있는데 문 다 열려 있고 짐이 꽉 차 있는 상태. 물건을 어디에 놓아야 하나 생각하는 그 상황에 딱 들어왔더라고요. (옷차림은?) 일반 평상복 그냥. 작업복 아니고.” 자신을 아파트 관리인이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서른여덟 살 한모 씨였습니다. 한 씨는 새 집 현관과 욕실, 베란다를 꼼꼼히 살피더니 수리해야 할 부분을 콕 찍어냈는데요.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이것 보면서 이 틈 벌어진 걸 얼른 고쳐주겠다고 하고 이 사람이 와서 다 알고 있어요. 그때부터 믿었죠. 비데도 설치해야 하고 부엌에 있는 모니터도 설치해야 되고... 여러 가지를 알더라고요.” 한 씨는 일단 가스레인지에 소화 분말액을 넣어야 한다며 6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결제는 신용카드로 해달라고 했다는데요. 관리사무소에서 결재한 뒤 곧바로 영수증을 가져오겠다는 말에 마침 현금이 없던 박 씨는 그대로 신용카드를 건넸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가스 아저씨가 와서도 서류 꾸밀 때 주민번호 다 쓰라하고 계좌번호 쓰라하고 자동 이체되니까... 그래서 그런 것 다 했거든요. 약간 좀 의심은 가지만 70~80%는 믿음을 갖고 했던 것 같아요.” 한 씨가 카드를 들고 사라진 지 얼마 뒤 박 씨는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한 씨의 상사라는 이 남자는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 전화를 건 장본인은 짐짓 다른 사람 행세를 한 한 씨 자신이었지만 경황이 없던 박 씨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비밀번호까지 어떻게 알려주느냐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사하면 너무 바쁘고 하니까 ‘저희가 편리를 봐주는 겁니다’ 하더라고요. 약간 의심을 했지만 이사 왔는데 잘 챙겨주니까...(비밀번호를 얘기해줬죠)” 그러나 금방 오겠다던 한 씨는 2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곧바로 걸려왔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00/피해자(음성변조) : “금방 카드를 안돌려 주기에 전화 왔던 번호로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했나 봐요. 받을 수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고요.” 박 씨는 부랴부랴 카드를 정지시켰고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이처럼 이사하는 입주민을 노린 한 씨의 교묘한 사기는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대구와 부산, 울산, 창원 등의 신규 입주 아파트를 돌며 이사하는 집에 관리인인 척 들어가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는데요. 전직 가스레인지 후드 수리공이었던 한 씨는 특히 소화기 분야 지식이 많다는 점을 입주자 대상 사기에 악용했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약 5년 동안 아파트 주방 후드, 가스레인지를 사면 후드를 설치하고 보수하는 그런 업에 종사했던 사람입니다. 소화기 분말 충전금이라든지 그 다음에 하자 보증금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신용카드를 받아서...” 경찰이 확보한 한 씨의 범행 장면 화면입니다. 한 씨가 오른 손에 든 것이 바로 입주민으로부터 건네받은 신용카드. 입주자들을 속여 알아낸 비밀번호로 은행 현금서비스를 써서 돈을 가로챘는데요. 한 번에 70만원을 넘지 않게 여러 차례 인출하는 수법으로 카드 주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꾸미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사기 행각이 반복될수록 범행 수법은 날로 대담해져 아예 아파트 경비실까지 제 집처럼 드나들었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아파트 경비실에 처음 도착을 해서 경비원에게 그날의 아파트 입주하는 세대 호실, 차량번호, 그 다음에 세대주 이름을 미리 확인해서 접근한 것입니다. 피해규모는 최소 몇 만원부터 최대 180만원까지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 씨 범행은 모두 스무 건. 피해액은 1,500만원에 이르는데요. 한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분양 사무소에 전화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입주 날짜를 확인한 뒤 입주시점에 맞춰 아파트 관리인으로 꾸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2010년 4월 말경 교도소에서 만기출소 했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는 관계로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관리사무소에서 소화기 비용, 입주 보증금 등을 요구하거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일일이 입주민을 방문해 집안을 살피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관리사무실 직원(음성변조) : “저희들 통해서 따로 돈을 받고 하는 건 없습니다. 관리비도 은행에서 아니면 바로 인터넷 뱅킹으로... 우리 쪽에는 돈을 받고 하는 건 없고. (인사하러 가거나?) 그런 건 아예 없습니다.“ 경찰은 본격적인 이사철이 돌아왔을 때 비슷한 사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에게 주의시켜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인터뷰> 권기철(형사/울산중부경찰서 형사 2팀) :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입주하시는 분들은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해서 확인하시고 아파트 관리실을 직접 방문하셔서...” 경찰은 한 씨에 대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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