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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물폭탄’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1.23 (08:58) 수정 2011.02.14 (16:23) 특파원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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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브라질에선 최근 큰 비가 쏟아져 브라질 역사상, 자연재해로 인한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폭우와 산사태로 집과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가운데 흙속에 묻힌 실종자까지 합하면 사망자가 천 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여전히 아수라장인 폭우 피해 현장으로 백진원 특파원이 달려갔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과 12일, 밤새 장대 같은 폭우가 브라질 남동부의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 주를 휩쓸었습니다. 지역별로 하룻밤 강수량이 20에서 30 센티미터 사이!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룻밤 새 쏟아지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인터뷰>생존 주민 : "손이 닿지 않아 아내를 구할 수 없었어요. 아내 빼곤 모든 걸 잃어도 상관없어요."

하늘에서 내려다 본 피해현장은 온통 흙탕물 투성입니다. 집과 도로는 물에 잠기고 부서져 형체를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아름드리나무까지 힘없이 뽑힌 채 쓸려 내려옵니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쏟아져내려온 흙더미는 주택가를 덮칩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한 여성은 개를 안은 채 지붕 위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옆집 옥상에서 던져준 밧줄을 잡고 탈출을 시도하던 여성은 개를 놓치고 맙니다.

<녹취> "꽉 잡아! 몸에 단단히 묶어!"

힘겨운 몸부림 끝에 극적인 구출에 성공합니다.

폭우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테레조폴리스 시!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가깝고 풍광이 뛰어나 별장과 휴양도시로 유명합니다. 산사태로 길이 없어진 마을엔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산길을 따라 걷기를 한 시간 여.. 마을은 통째로 없어지고,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바위들이 계곡을 이뤘습니다.

폭우와 산사태는 마을 한가운데 있던 이 2층 양옥집 위까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주위가 온통 산에서 굴러 내려온 돌덩이와 나무에 싸이면서 이곳은 폐허 속에 고립된 섬처럼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조세(자원봉사자) : "여긴 모두 주택가였어요. 바위들이 폭우로 휩쓸었어요. 바위 밑에 시신들이 수 백 구는 될 겁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거죠."

집안엔 온통 흙더미가 창문까지 쌓였고, 가재도구들은 그 속에 뒤엉켜있습니다. 벽은 이곳저곳 무너지고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선 악취가 진동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혹시 어딘가 갇혀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군인과 소방대원들도 나섰지만 2미터 넘게 차오른 흙더미를 퍼내기가 힘겹습니다.

<인터뷰>파비아노(테레조폴리스 주민) : "진흙 속에 사람이 갇혀있다는 말을 듣고 왔어요. 저 밑에서 꺼내려고 삽질을 하는 겁니다."

주민들은 폐허가 돼 버린 집안에서 하나라도 쓸 만한 물건을 건지느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인터뷰>엘레나(주민) : "냄비를 들고가는 중이에요. 집안 윗부분은 좀 남았는데 아래는 모두 폐허가 됐어요."

수 십 미터씩 쓸려가 부서지거나 흙구덩이에 처박힌 자동차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인터뷰>미셸(주민) : "차를 여기서 빼내려고 청소하는 중이에요. 차를 빼야 집도 청소할 수 있죠."

아름다웠던 휴양지와 중산층의 거주지가 죽음의 계곡으로 변했습니다.

예로부터 포르투갈 궁궐과 브라질 대통령 별장이 자리한 역사의 도시 페트로폴리스도 피해가 컸습니다. 리우 시의 부자들도 주말 별장을 많이 갖고 있는 이곳에선 관리인과 승마용 말이 많이 죽었습니다.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은 꾸이아바란 마을입니다. 원래 수 십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의 집들이 폭우에 휩쓸려가면서 이젠 이렇게 강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파비아노 씨는 강물 속에 남아있는 집터를 가리키며 악몽을 되살립니다.

<인터뷰>파비아노(페트로폴리스 주민) : "2층에 물이 차면서 집이 무너졌어요. 침대가 물살에 밀려나온 뒤 천장이 무너졌는데 저와 아내는 침대 위에서 물에 떠내려갔어요."

이재민들은 며칠째 실내 체육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구호품으로 옷을 입고 밥을 먹습니다.

<인터뷰>헤나타(생존 주민) : "가족도 집도 잃었고 친척도 모두 이곳을 떠나서 저와 아이들 4명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족들의 생사도 모르거나, 숨진 채 발견되자마자 매장돼 시신을 못 본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비비안(생존 주민) : "슬픕니다. 삼촌이 아직 실종 상태이고저흰 사촌 장례식에도 못 갔어요."

당국은 질병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신을 서둘러 매장시킵니다.

심지어 유가족이 신원 확인을 하지 못해도 하루가 지나면 시신을 매장하기도합니다. 리우 당국은 19일 현재 사망자가 740여 명, 실종자가 2백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지 주민과 언론들은 포함되지 않은 실종자가 많다며 사망자가 천 명을 넘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수엘렌(테레조폴리스 주민) : “제 생각엔 사망자가 2천 명이 넘을 거에요. 이곳에서만 260명이라지만 더 많아요.”

이재민 9만 5천여 명에, 사망자 천여 명은 브라질 역사상 최대의 인명피햅니다.

특히 인명피해가 심했던 것은 경보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선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렸지만 시청이나 재해당국은 호우경보나 대피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파비아노(생존 주민) : "시청에서 사전에 경고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요."

주민들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시청도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산이 있는 지형에 차가운 구름 대와 더운 구름대가 만나 4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인터뷰>알레샨드레(연방기상청) : "아마존의 습기와 남부지역의 더운 공기가 해안에서 올라온 추위로 비구름이 형성돼 폭우가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번 폭우의 피해 면적은 브라질 남동부의 12개 도시에 약 2,330 평방킬로미터! 서울의 4배에 달하는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지우마 정부는 약 6백만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했지만, 천재지변에 인재가 자초한 상처가 너무도 커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 브라질, ‘물폭탄’ 현장을 가다
    • 입력 2011-01-23 08:58:42
    • 수정2011-02-14 16:23:4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브라질에선 최근 큰 비가 쏟아져 브라질 역사상, 자연재해로 인한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폭우와 산사태로 집과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가운데 흙속에 묻힌 실종자까지 합하면 사망자가 천 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여전히 아수라장인 폭우 피해 현장으로 백진원 특파원이 달려갔습니다.

<리포트>

지난 11일과 12일, 밤새 장대 같은 폭우가 브라질 남동부의 상파울루와 리우 데 자네이루 주를 휩쓸었습니다. 지역별로 하룻밤 강수량이 20에서 30 센티미터 사이!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룻밤 새 쏟아지면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인터뷰>생존 주민 : "손이 닿지 않아 아내를 구할 수 없었어요. 아내 빼곤 모든 걸 잃어도 상관없어요."

하늘에서 내려다 본 피해현장은 온통 흙탕물 투성입니다. 집과 도로는 물에 잠기고 부서져 형체를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돕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아름드리나무까지 힘없이 뽑힌 채 쓸려 내려옵니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쏟아져내려온 흙더미는 주택가를 덮칩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한 여성은 개를 안은 채 지붕 위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옆집 옥상에서 던져준 밧줄을 잡고 탈출을 시도하던 여성은 개를 놓치고 맙니다.

<녹취> "꽉 잡아! 몸에 단단히 묶어!"

힘겨운 몸부림 끝에 극적인 구출에 성공합니다.

폭우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테레조폴리스 시!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가깝고 풍광이 뛰어나 별장과 휴양도시로 유명합니다. 산사태로 길이 없어진 마을엔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산길을 따라 걷기를 한 시간 여.. 마을은 통째로 없어지고,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바위들이 계곡을 이뤘습니다.

폭우와 산사태는 마을 한가운데 있던 이 2층 양옥집 위까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주위가 온통 산에서 굴러 내려온 돌덩이와 나무에 싸이면서 이곳은 폐허 속에 고립된 섬처럼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조세(자원봉사자) : "여긴 모두 주택가였어요. 바위들이 폭우로 휩쓸었어요. 바위 밑에 시신들이 수 백 구는 될 겁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거죠."

집안엔 온통 흙더미가 창문까지 쌓였고, 가재도구들은 그 속에 뒤엉켜있습니다. 벽은 이곳저곳 무너지고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선 악취가 진동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혹시 어딘가 갇혀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군인과 소방대원들도 나섰지만 2미터 넘게 차오른 흙더미를 퍼내기가 힘겹습니다.

<인터뷰>파비아노(테레조폴리스 주민) : "진흙 속에 사람이 갇혀있다는 말을 듣고 왔어요. 저 밑에서 꺼내려고 삽질을 하는 겁니다."

주민들은 폐허가 돼 버린 집안에서 하나라도 쓸 만한 물건을 건지느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인터뷰>엘레나(주민) : "냄비를 들고가는 중이에요. 집안 윗부분은 좀 남았는데 아래는 모두 폐허가 됐어요."

수 십 미터씩 쓸려가 부서지거나 흙구덩이에 처박힌 자동차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인터뷰>미셸(주민) : "차를 여기서 빼내려고 청소하는 중이에요. 차를 빼야 집도 청소할 수 있죠."

아름다웠던 휴양지와 중산층의 거주지가 죽음의 계곡으로 변했습니다.

예로부터 포르투갈 궁궐과 브라질 대통령 별장이 자리한 역사의 도시 페트로폴리스도 피해가 컸습니다. 리우 시의 부자들도 주말 별장을 많이 갖고 있는 이곳에선 관리인과 승마용 말이 많이 죽었습니다.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은 꾸이아바란 마을입니다. 원래 수 십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의 집들이 폭우에 휩쓸려가면서 이젠 이렇게 강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파비아노 씨는 강물 속에 남아있는 집터를 가리키며 악몽을 되살립니다.

<인터뷰>파비아노(페트로폴리스 주민) : "2층에 물이 차면서 집이 무너졌어요. 침대가 물살에 밀려나온 뒤 천장이 무너졌는데 저와 아내는 침대 위에서 물에 떠내려갔어요."

이재민들은 며칠째 실내 체육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구호품으로 옷을 입고 밥을 먹습니다.

<인터뷰>헤나타(생존 주민) : "가족도 집도 잃었고 친척도 모두 이곳을 떠나서 저와 아이들 4명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족들의 생사도 모르거나, 숨진 채 발견되자마자 매장돼 시신을 못 본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비비안(생존 주민) : "슬픕니다. 삼촌이 아직 실종 상태이고저흰 사촌 장례식에도 못 갔어요."

당국은 질병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신을 서둘러 매장시킵니다.

심지어 유가족이 신원 확인을 하지 못해도 하루가 지나면 시신을 매장하기도합니다. 리우 당국은 19일 현재 사망자가 740여 명, 실종자가 2백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지 주민과 언론들은 포함되지 않은 실종자가 많다며 사망자가 천 명을 넘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수엘렌(테레조폴리스 주민) : “제 생각엔 사망자가 2천 명이 넘을 거에요. 이곳에서만 260명이라지만 더 많아요.”

이재민 9만 5천여 명에, 사망자 천여 명은 브라질 역사상 최대의 인명피햅니다.

특히 인명피해가 심했던 것은 경보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에선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렸지만 시청이나 재해당국은 호우경보나 대피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파비아노(생존 주민) : "시청에서 사전에 경고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요."

주민들도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시청도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산이 있는 지형에 차가운 구름 대와 더운 구름대가 만나 4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인터뷰>알레샨드레(연방기상청) : "아마존의 습기와 남부지역의 더운 공기가 해안에서 올라온 추위로 비구름이 형성돼 폭우가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번 폭우의 피해 면적은 브라질 남동부의 12개 도시에 약 2,330 평방킬로미터! 서울의 4배에 달하는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된 지우마 정부는 약 6백만 달러를 긴급지원하기로 했지만, 천재지변에 인재가 자초한 상처가 너무도 커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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