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미술대회

입력 2001.08.05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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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장추적 1234, 오늘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미술공모전에 입상했다며 상패장사를 하고 있는 한 미술단체의 상혼을 고발합니다.
기동취재부 유원중 기자입니다.
⊙기자: 초등학교 2학년인 이 모양.
지난 5월 학교에서 나눠준 도화지를 집에 가져와 정성껏 그림을 그렸습니다.
전국 미술대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술대회 응모 학생: 선생님이 잘 그린 사람 상 준댔어요.
(미술)대회에 내보낸다고 했어요.
⊙기자: 같은 학교 학생 200명이 대회에 출품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자 응모한 학생들 대부분이 입상을 축하한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어린이에게 꿈과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내용의 입상통지서 뒤에는 상패의 견본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상패를 신청하라면서 지로용지도 함께 보냈습니다.
⊙학부모: 애가 너무 좋아하고 하니까 또 일단 학교에서 하는 거니까 믿음도 가고 해 가지고 해줘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나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기자: 미술대회를 개최한 대구의 협회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기자: 공인단체예요?
⊙협회 직원: 네, 서울에 본사도 있고 올해가 51회고, 1년에 두 번 공모전 열어요.
⊙기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협회사무실에 어이 없게도 놀이방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가정집에 세든 사무실에는 상담 아르바이트생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저희는 아는 게 없어요.
⊙기자: 본사와 무슨 상관 있어요?
⊙아르바이트 직원: 몰라요. 상관 있는지, 없는지...
⊙기자: 사무실 한켠에 전국에서 응모한 그림 수백여 점이 쌓여 있습니다.
최자는 최우수, 금자는 금상, 심지어 심사에서 밀려난 그림도 특선이란 이름으로 입상시켰습니다.
입상자가 많아야 상패 신청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협회 지부장: 저는 미술에 조예도 없고 전공도 안 했지만...
솔직히 다 그런 것 아닙니까?
애들은 공부는 잘 못해도 상패도 받고, 많이 주면 좋은 거지...
⊙기자: 이 미술대회에 전국 60여 개 학교 수천 명의 학생이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입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관계자: (협조)공문이 엄청 많아요.
교육상 많이 참여시킨다는 차원에서 협조 해주죠.
⊙기자: 아무런 공신력도 없는 엉터리 미술공모전.
동심을 볼모로 한 악덕상혼일 뿐입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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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엉터리 미술대회
    • 입력 2001-08-05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현장추적 1234, 오늘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상대로 미술공모전에 입상했다며 상패장사를 하고 있는 한 미술단체의 상혼을 고발합니다. 기동취재부 유원중 기자입니다. ⊙기자: 초등학교 2학년인 이 모양. 지난 5월 학교에서 나눠준 도화지를 집에 가져와 정성껏 그림을 그렸습니다. 전국 미술대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술대회 응모 학생: 선생님이 잘 그린 사람 상 준댔어요. (미술)대회에 내보낸다고 했어요. ⊙기자: 같은 학교 학생 200명이 대회에 출품했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자 응모한 학생들 대부분이 입상을 축하한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어린이에게 꿈과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내용의 입상통지서 뒤에는 상패의 견본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상패를 신청하라면서 지로용지도 함께 보냈습니다. ⊙학부모: 애가 너무 좋아하고 하니까 또 일단 학교에서 하는 거니까 믿음도 가고 해 가지고 해줘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나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기자: 미술대회를 개최한 대구의 협회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기자: 공인단체예요? ⊙협회 직원: 네, 서울에 본사도 있고 올해가 51회고, 1년에 두 번 공모전 열어요. ⊙기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협회사무실에 어이 없게도 놀이방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가정집에 세든 사무실에는 상담 아르바이트생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 저희는 아는 게 없어요. ⊙기자: 본사와 무슨 상관 있어요? ⊙아르바이트 직원: 몰라요. 상관 있는지, 없는지... ⊙기자: 사무실 한켠에 전국에서 응모한 그림 수백여 점이 쌓여 있습니다. 최자는 최우수, 금자는 금상, 심지어 심사에서 밀려난 그림도 특선이란 이름으로 입상시켰습니다. 입상자가 많아야 상패 신청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협회 지부장: 저는 미술에 조예도 없고 전공도 안 했지만... 솔직히 다 그런 것 아닙니까? 애들은 공부는 잘 못해도 상패도 받고, 많이 주면 좋은 거지... ⊙기자: 이 미술대회에 전국 60여 개 학교 수천 명의 학생이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입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관계자: (협조)공문이 엄청 많아요. 교육상 많이 참여시킨다는 차원에서 협조 해주죠. ⊙기자: 아무런 공신력도 없는 엉터리 미술공모전. 동심을 볼모로 한 악덕상혼일 뿐입니다. KBS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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