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부실한 매몰…‘환경 재앙’ 부르나

입력 2011.02.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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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구제역과의 사투가 석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몰된 가축 수가 3백만 마리를 훌쩍 넘어서면서 해빙기를 맞은 요즘 환경 재앙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전국이 초비상 상태입니다.



수도권 2천5백만 주민의 식수원인 이곳 경기도 한강 상류 지역에도 지금까지 6백80 곳에 소.돼지의 공동 무덤이 들어섰습니다.



정부는 상수원까지 오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매몰지 실태를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임승창 기자가 그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한 구제역 매몰지입니다.



급하게 묻은 듯 가스배출관은 비뚤어져 있고, 구부러져 있어야 할 배출관 입구가 일부는 하늘을 향해 있어 비가 오면 물이 들어가 침수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매몰지는 특히 이렇게 하천 바로 옆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하천은 북한강의 지천으로 한강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료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매몰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이기호(경기도 남양주시 금남리) : "어디다 묻는지도 몰랐어요. 왜냐면 새벽에 이장님이 그러는데 새벽에 묻었다고 하더라 고요."



충남 천안의 한 매몰지에서는 침출수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지만 오염을 측정할 장비도 없습니다.



부근의 또 다른 매몰지는 경사가 심한 언덕에 있는데도 유실을 막을 옹벽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충남 천안시 농축산과 관계자 : "실질적으로 매몰지 확보같은 게 쉽지 않거 든요. 사체를 멀리 싣고 이동할 수도 없는 거고. 자기 소유 매몰지가 그것밖에 없는 거죠."



전국의 매몰지는 12개 시도에 4천6백여 곳입니다.



정부가 이 가운데 낙동강과 한강 상류만 현장 조사했는데도 벌써 88곳의 매몰지에서 침출수나 붕괴 우려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질문>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데요.



정홍규 기자! 매몰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유는 뭡니까?



<답변>



네, 당초 가축을 묻을 때 규정을 안 지켰기 때문인데요.



단면도를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구제역 매몰지는 먼저 비닐 차단막을 깐 뒤 맨 밑에 흙을 쌓고 가축을 묻은 뒤 다시 흙을 메우고 지반 침하를 대비해 성토를 해야 합니다.



또한 침출수와 침출가스 배출관, 그리고 매몰지 옆에는 배수로와 침출수를 모아두는 저류조를 설치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구제역 발생 직후 급하게 매몰지를 조성하다 보니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매몰지가 경사면에 조성됐을 경우 비가 많이 오면 붕괴될 수 있고, 매몰 과정에서 비닐 차단막이 훼손됐을 경우에는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하천이나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실 매몰지로 인한 환경 재앙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비상이 걸렸는데요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리포트>



소 40여 마리를 묻은 한강 상류 지역의 한 매몰집니다. 매몰지 바로 옆으로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둑 한쪽은 무너져 있지만 침출수를 막기 위한 차수벽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이 문제 발생 우려가 높은 한강 상류 매몰지 87곳을 조사한 결과 27곳이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발견된 문제는 하천에 인접한 경우였고,배수 시설 미비가 11곳, 경사면 설치 4곳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둘러 보완 공사해야할 지자체에는 조사 결과가 통보조차 안 됐을 만큼 협력체계에도 구멍이 나있습니다.



<인터뷰> 양평군청 관계자 : "명단 내려온 게 없어요. 자기(환경부)네가 해서 대외비래요. 안 가르쳐 줘요."



문제는 봄철 해빙기가 되면 언 땅이 녹으면서 침출수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창근(관동대학교 교수) : "해빙기가 되면 동물의 사체가 빨리 부패가 되고 그때가 마침 하천에는 물이 적은 갈수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하천 오염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문제 매몰지에 대한 정비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국 4천여 매몰지에 대한 전수 조사는 다음주에야 시작됩니다.



<질문>



정 기자! 다음 달까지 급하게 보완 공사를 하더라도 환경 재앙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그렇습니다.



매몰지가 완전히 안정화 되기까지는 최장 20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현재의 매몰 방식을 대신할 근본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빗물에 의한 침출수 유출을 막기 위해 덮은 비닐하우스. 악취를 없애고, 구제역 바이러스도 죽인다는 미생물 용액살포.



정부가 매몰지 사후 관리를 놓고 고심하는 사이 지자체들이 스스로 짜낸 대책들입니다.



<인터뷰> 성창석(고양시 농업정책과장) : "매몰지 관리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해서..."



가축을 매몰하지 않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정부는 가축을 태우는 소각 방식, 고온으로 수분과 기름을 빼는 정제방식, 대형저장조 저장방식 등을 검토중입니다.



영국은 지난 2001년 구제역 때 가축 6백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60% 가량은 소각과 정제방식을 썼고, 18%만 농경지에 매몰했습니다.



<인터뷰> 김계훈(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 : "인구가 집중된 데 있는 거하고 사람이 없는 데 있는 거하고 여러가지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살처분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소각이나 정제 시설, 전문 운반 차량이 거의 없습니다. 대형 저장조는 아직도 연구단곕니다.



이 때문에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선 상당기간 동안은 매몰지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가계 빚이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엔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적신호가 켜진 가계빚 문제를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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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부실한 매몰…‘환경 재앙’ 부르나
    • 입력 2011-02-17 22:05:13
    뉴스 9
<앵커 멘트>

구제역과의 사투가 석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몰된 가축 수가 3백만 마리를 훌쩍 넘어서면서 해빙기를 맞은 요즘 환경 재앙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전국이 초비상 상태입니다.

수도권 2천5백만 주민의 식수원인 이곳 경기도 한강 상류 지역에도 지금까지 6백80 곳에 소.돼지의 공동 무덤이 들어섰습니다.

정부는 상수원까지 오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매몰지 실태를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임승창 기자가 그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한 구제역 매몰지입니다.

급하게 묻은 듯 가스배출관은 비뚤어져 있고, 구부러져 있어야 할 배출관 입구가 일부는 하늘을 향해 있어 비가 오면 물이 들어가 침수될 위험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매몰지는 특히 이렇게 하천 바로 옆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하천은 북한강의 지천으로 한강으로 흘러들게 됩니다.

비료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매몰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이기호(경기도 남양주시 금남리) : "어디다 묻는지도 몰랐어요. 왜냐면 새벽에 이장님이 그러는데 새벽에 묻었다고 하더라 고요."

충남 천안의 한 매몰지에서는 침출수가 계속해서 흘러나오지만 오염을 측정할 장비도 없습니다.

부근의 또 다른 매몰지는 경사가 심한 언덕에 있는데도 유실을 막을 옹벽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충남 천안시 농축산과 관계자 : "실질적으로 매몰지 확보같은 게 쉽지 않거 든요. 사체를 멀리 싣고 이동할 수도 없는 거고. 자기 소유 매몰지가 그것밖에 없는 거죠."

전국의 매몰지는 12개 시도에 4천6백여 곳입니다.

정부가 이 가운데 낙동강과 한강 상류만 현장 조사했는데도 벌써 88곳의 매몰지에서 침출수나 붕괴 우려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질문>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 보이는데요.

정홍규 기자! 매몰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유는 뭡니까?

<답변>

네, 당초 가축을 묻을 때 규정을 안 지켰기 때문인데요.

단면도를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구제역 매몰지는 먼저 비닐 차단막을 깐 뒤 맨 밑에 흙을 쌓고 가축을 묻은 뒤 다시 흙을 메우고 지반 침하를 대비해 성토를 해야 합니다.

또한 침출수와 침출가스 배출관, 그리고 매몰지 옆에는 배수로와 침출수를 모아두는 저류조를 설치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구제역 발생 직후 급하게 매몰지를 조성하다 보니 이런 시설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매몰지가 경사면에 조성됐을 경우 비가 많이 오면 붕괴될 수 있고, 매몰 과정에서 비닐 차단막이 훼손됐을 경우에는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하천이나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실 매몰지로 인한 환경 재앙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비상이 걸렸는데요 문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리포트>

소 40여 마리를 묻은 한강 상류 지역의 한 매몰집니다. 매몰지 바로 옆으로 작은 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둑 한쪽은 무너져 있지만 침출수를 막기 위한 차수벽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 합동 조사단이 문제 발생 우려가 높은 한강 상류 매몰지 87곳을 조사한 결과 27곳이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발견된 문제는 하천에 인접한 경우였고,배수 시설 미비가 11곳, 경사면 설치 4곳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둘러 보완 공사해야할 지자체에는 조사 결과가 통보조차 안 됐을 만큼 협력체계에도 구멍이 나있습니다.

<인터뷰> 양평군청 관계자 : "명단 내려온 게 없어요. 자기(환경부)네가 해서 대외비래요. 안 가르쳐 줘요."

문제는 봄철 해빙기가 되면 언 땅이 녹으면서 침출수 유출로 인한 환경 오염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창근(관동대학교 교수) : "해빙기가 되면 동물의 사체가 빨리 부패가 되고 그때가 마침 하천에는 물이 적은 갈수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하천 오염이 가중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문제 매몰지에 대한 정비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국 4천여 매몰지에 대한 전수 조사는 다음주에야 시작됩니다.

<질문>

정 기자! 다음 달까지 급하게 보완 공사를 하더라도 환경 재앙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답변>

네, 그렇습니다.

매몰지가 완전히 안정화 되기까지는 최장 20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현재의 매몰 방식을 대신할 근본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빗물에 의한 침출수 유출을 막기 위해 덮은 비닐하우스. 악취를 없애고, 구제역 바이러스도 죽인다는 미생물 용액살포.

정부가 매몰지 사후 관리를 놓고 고심하는 사이 지자체들이 스스로 짜낸 대책들입니다.

<인터뷰> 성창석(고양시 농업정책과장) : "매몰지 관리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해서..."

가축을 매몰하지 않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없을까.

정부는 가축을 태우는 소각 방식, 고온으로 수분과 기름을 빼는 정제방식, 대형저장조 저장방식 등을 검토중입니다.

영국은 지난 2001년 구제역 때 가축 6백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60% 가량은 소각과 정제방식을 썼고, 18%만 농경지에 매몰했습니다.

<인터뷰> 김계훈(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 : "인구가 집중된 데 있는 거하고 사람이 없는 데 있는 거하고 여러가지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살처분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소각이나 정제 시설, 전문 운반 차량이 거의 없습니다. 대형 저장조는 아직도 연구단곕니다.

이 때문에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선 상당기간 동안은 매몰지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가계 빚이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엔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적신호가 켜진 가계빚 문제를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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