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임대아파트

입력 2001.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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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지어진 임대아파트가 오히려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서 세입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현진 프로듀서입니다.
⊙기자: 밤늦게 시위를 하고 있는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 건설업체의 부도로 채권단이 매각에 들어가자 급기야 시위에까지 나섰습니다.
⊙심복순(임대아파트 주민): 우리 말도 안 듣고 자기들 마음대로팔아먹고 우리는 그러면 내쫓으란 말이에요.
⊙정애란(임차인 대표단): 주민들한테 분양동의서를 세 차례나 받았거든요.
그런데 분양증서 받아놓고 뒤로 매각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흥분하는 겁니다.
⊙기자: 그러나 채권단은 손해를 보면서 분양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박원희(채권단 대표이사): 시민들이 원하는 210만원 밑의 가격으로 만일 우리가 분양을 한다면 우리가 100억 가까운 돈을 우리가 손해를 봐야하기 때문에...
⊙기자: 지난 99년까지는 매각이나 분양을 분양가로 했었는데 건설교통부령이 바뀌면서 임대사업자에게는 매각가격을 임의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우리는 어쨌든 법정까지 묶여있고 임대사업자한테 매각할 시에는 임의로 결정할 수 있었어요.
아무런 가격제한이 없는 거죠.
이쪽에서 많은 금액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싼 가격에 분양을 하겠습니까?
⊙기자: 임대사업자가 파산 또는 경제적 사유로 임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임차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기자: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가?
⊙건설교통부 관계자: 임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라도 임대사업자가 판단해서 자기책임으로 선택할 문제다.
⊙기자: 결국 모든 것은 임대사업자의 결정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아파트 50여 명의 임대사업자에게 분할 매각된 상태입니다.
임대 사업자가 난립할 경우 발생되는 모든 불이익을 세입자들이 모두 안게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애란(임차인 대표단):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넘기고 또 다시 그 사람들은 다른 임대인들에게 넘길 경우 저희 임차인들은 결국 국가에서 말하는 내집 마련의 기회를 놓친다는 얘기예요.
⊙양현철(임차인 대표단): 임대료를 내는 것 자체도 여기저기 찢어지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임대사업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를 어느 한 집단이 관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게 없어지게 되고...
⊙기자: 이천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 역시 건설업체의 부도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은 지 5년 밖에 안 되는 이 아파트의 경우는 벌써부터 부실공사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임시로 보수를 했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박병준(비상대책 위원장): 채권단들하고 대화가 여의치 않아 가지고 경매라든가 다른 절차를 밟게 될 경우에는 결국 임대보증금은 전혀 하나도 살아 있지 않습니다.
⊙기자: 본질적인 문제는 주민들이 건설업체의 부도에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입니다.
⊙박병준(비상대책 위원장): 건설사 같은 경우에는 5년 후에 분양가가 지금 빚보다도 훨씬 적은데 당연히 고의적으로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구조적인 형편이죠.
⊙기자: 건설업체가 이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챙긴 돈은 국민주택기금과 임대보증금 그리고 담보대출 등 모두 440억 정도입니다.
또 부도직전 200세대를 전세 전환하면서 10억원 상당이 건설업체로 넘어갔고 심지어 이 가운데는 이중 임대계약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해주민: 나중에 살 때 확인해보니까 그렇게 전세권이 돼 있더라구요. 저도 그 내용 확인하고 황당했죠.
⊙기자: 그럼에도 건설업체는 지난 98년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부도건설업체 관계자: 임대보증금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것을 운영자금으로 다 착출해서 쓰는 회사가 몇이나 있었어요? OO아파트에서 자금부족이 있어서 부도난거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없죠.
⊙기자: 문제는 IMF 이후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가 임대주택 건설업체의 부도를 관행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장성수(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그 동안에는 주택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봐서도 분양전환하는 게 유리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집값이 안 오르니까 중간에 자기가 꿔 쓴거나 회수된 돈보다 자기가 물어줄 게 많다고 생각하면 부도내 버리죠.
⊙기자: 임대아파트가 부도날 경우 보증금조차 회수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장성수(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민주택기금에서 최우선 변제를 받게 되어 있고요.
그밖에 2순위권자로 담보를 설정했던 기타 채권자가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 분들이 채권회수를 하고 난 잔여금을 가지고 보증금을 회수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보증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어진 임대아파트.
많은 제도적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는 한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은 너무도 먼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임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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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 울리는 임대아파트
    • 입력 2001-08-07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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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지어진 임대아파트가 오히려 세입자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서 세입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현진 프로듀서입니다. ⊙기자: 밤늦게 시위를 하고 있는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 건설업체의 부도로 채권단이 매각에 들어가자 급기야 시위에까지 나섰습니다. ⊙심복순(임대아파트 주민): 우리 말도 안 듣고 자기들 마음대로팔아먹고 우리는 그러면 내쫓으란 말이에요. ⊙정애란(임차인 대표단): 주민들한테 분양동의서를 세 차례나 받았거든요. 그런데 분양증서 받아놓고 뒤로 매각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흥분하는 겁니다. ⊙기자: 그러나 채권단은 손해를 보면서 분양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박원희(채권단 대표이사): 시민들이 원하는 210만원 밑의 가격으로 만일 우리가 분양을 한다면 우리가 100억 가까운 돈을 우리가 손해를 봐야하기 때문에... ⊙기자: 지난 99년까지는 매각이나 분양을 분양가로 했었는데 건설교통부령이 바뀌면서 임대사업자에게는 매각가격을 임의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우리는 어쨌든 법정까지 묶여있고 임대사업자한테 매각할 시에는 임의로 결정할 수 있었어요. 아무런 가격제한이 없는 거죠. 이쪽에서 많은 금액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싼 가격에 분양을 하겠습니까? ⊙기자: 임대사업자가 파산 또는 경제적 사유로 임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 역시 임차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기자: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가? ⊙건설교통부 관계자: 임대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라도 임대사업자가 판단해서 자기책임으로 선택할 문제다. ⊙기자: 결국 모든 것은 임대사업자의 결정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아파트 50여 명의 임대사업자에게 분할 매각된 상태입니다. 임대 사업자가 난립할 경우 발생되는 모든 불이익을 세입자들이 모두 안게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애란(임차인 대표단):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넘기고 또 다시 그 사람들은 다른 임대인들에게 넘길 경우 저희 임차인들은 결국 국가에서 말하는 내집 마련의 기회를 놓친다는 얘기예요. ⊙양현철(임차인 대표단): 임대료를 내는 것 자체도 여기저기 찢어지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임대사업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를 어느 한 집단이 관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게 없어지게 되고... ⊙기자: 이천의 한 임대아파트 주민들 역시 건설업체의 부도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은 지 5년 밖에 안 되는 이 아파트의 경우는 벌써부터 부실공사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임시로 보수를 했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박병준(비상대책 위원장): 채권단들하고 대화가 여의치 않아 가지고 경매라든가 다른 절차를 밟게 될 경우에는 결국 임대보증금은 전혀 하나도 살아 있지 않습니다. ⊙기자: 본질적인 문제는 주민들이 건설업체의 부도에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입니다. ⊙박병준(비상대책 위원장): 건설사 같은 경우에는 5년 후에 분양가가 지금 빚보다도 훨씬 적은데 당연히 고의적으로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구조적인 형편이죠. ⊙기자: 건설업체가 이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챙긴 돈은 국민주택기금과 임대보증금 그리고 담보대출 등 모두 440억 정도입니다. 또 부도직전 200세대를 전세 전환하면서 10억원 상당이 건설업체로 넘어갔고 심지어 이 가운데는 이중 임대계약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해주민: 나중에 살 때 확인해보니까 그렇게 전세권이 돼 있더라구요. 저도 그 내용 확인하고 황당했죠. ⊙기자: 그럼에도 건설업체는 지난 98년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부도건설업체 관계자: 임대보증금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것을 운영자금으로 다 착출해서 쓰는 회사가 몇이나 있었어요? OO아파트에서 자금부족이 있어서 부도난거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없죠. ⊙기자: 문제는 IMF 이후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가 임대주택 건설업체의 부도를 관행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장성수(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그 동안에는 주택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봐서도 분양전환하는 게 유리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집값이 안 오르니까 중간에 자기가 꿔 쓴거나 회수된 돈보다 자기가 물어줄 게 많다고 생각하면 부도내 버리죠. ⊙기자: 임대아파트가 부도날 경우 보증금조차 회수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장성수(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민주택기금에서 최우선 변제를 받게 되어 있고요. 그밖에 2순위권자로 담보를 설정했던 기타 채권자가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 분들이 채권회수를 하고 난 잔여금을 가지고 보증금을 회수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보증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지어진 임대아파트. 많은 제도적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는 한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은 너무도 먼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KBS뉴스 임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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