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어요” 농촌 의료 공백 가속화

입력 2011.02.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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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원도 약국도 없는 시골 농촌에선 보건소가 거의 유일한 의료기관이죠.

그런데 군 복무 대신 배치되는 공중보건의 인력이 모자라서 '의사 없는' 보건소.보건지소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함영구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운기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김명진 할머니는 이제는 허리조차 펼 수 없어, 약을 먹지 않고는 하루도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약을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아갔다가 헛걸음만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진(74세) : "약을, 의사선생님이 없다고 그냥 왔어. 며칠 약을 안 먹었는데, 가야되는데, 몸은 이렇고 어떻하냐고.."

김 할머니가 다녀갔던 보건지소는 공중보건의가 부족해 공중보건의 한 명은 일주일에 이틀씩 순회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수천만 원짜리 의료장비만이 텅 빈 진료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녹취> 보건지소 관계자(음성변조) : "(모르고 오시는 분 있으면 뭐라고 말씀하세요?) 오늘은 하는 날 아니라고. 월요일, 금요일 날 맞춰서 오시라고 혹시 모르니까 전화해보고 오시라고.."

공중보건의가 없다 보니 주민들은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우종무(환자/67세) : "차 없는 분들은 힘들죠 (병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4-5시간 정도 걸리니까 빨리 갔다와도."

충북지역 전체 보건지소 95곳 가운데 공중보건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무려 40여 곳이나 됩니다.

병원은 물론 약국조차 찾기 힘든 농촌지역에서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확산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함영구입니다.

<앵커 멘트>

농어촌의 의료인력 부족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지난해에는 전국의 공중보건의가 3천3백명이었는데요, 올해는 2천9백명 선으로 줄었고 오는 2020년에는 천명 남짓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데 무슨 얘긴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강의실.

<녹취> "남학생 가운데 군대를 다녀온 학생은 손을 한번 들어주세요?"

모두 37명 가운데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 13명과 여학생 16명을 제외하고 나면 공중보건의로 갈 수 있는 남학생은 8명으로 12%에 불과합니다.

대학원 과정이다 보니 남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대학 재학시 군복무를 마친겁니다.

여기에 공중보건의 대상이 아닌 여학생들의 진학률도 높아졌습니다.

그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현재 전국의 공중보건의 천 2백여 명이 복무를 마치고 나가면 오는 4월에 배치될 의사는 8백여 명으로 4백여 명이나 부족합니다.

따라서 전체 공중보건의사의 절반가량이 근무하고 있는 농어촌의 보건지소도 채울 수 없게 돼 의료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강민규(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과장) :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 백여 명을 감축하고 보건단체 등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도 줄일 계획입니다. 농어촌 보건소,지소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절대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배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배출되는 공중보건의 수에 따라 농어촌 의료가 좌지우지되는 만큼 의료인력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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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가 없어요” 농촌 의료 공백 가속화
    • 입력 2011-02-24 22: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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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병원도 약국도 없는 시골 농촌에선 보건소가 거의 유일한 의료기관이죠. 그런데 군 복무 대신 배치되는 공중보건의 인력이 모자라서 '의사 없는' 보건소.보건지소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함영구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운기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김명진 할머니는 이제는 허리조차 펼 수 없어, 약을 먹지 않고는 하루도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약을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아갔다가 헛걸음만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진(74세) : "약을, 의사선생님이 없다고 그냥 왔어. 며칠 약을 안 먹었는데, 가야되는데, 몸은 이렇고 어떻하냐고.." 김 할머니가 다녀갔던 보건지소는 공중보건의가 부족해 공중보건의 한 명은 일주일에 이틀씩 순회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수천만 원짜리 의료장비만이 텅 빈 진료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녹취> 보건지소 관계자(음성변조) : "(모르고 오시는 분 있으면 뭐라고 말씀하세요?) 오늘은 하는 날 아니라고. 월요일, 금요일 날 맞춰서 오시라고 혹시 모르니까 전화해보고 오시라고.." 공중보건의가 없다 보니 주민들은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인터뷰> 우종무(환자/67세) : "차 없는 분들은 힘들죠 (병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4-5시간 정도 걸리니까 빨리 갔다와도." 충북지역 전체 보건지소 95곳 가운데 공중보건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무려 40여 곳이나 됩니다. 병원은 물론 약국조차 찾기 힘든 농촌지역에서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확산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함영구입니다. <앵커 멘트> 농어촌의 의료인력 부족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지난해에는 전국의 공중보건의가 3천3백명이었는데요, 올해는 2천9백명 선으로 줄었고 오는 2020년에는 천명 남짓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데 무슨 얘긴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설명해 드립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강의실. <녹취> "남학생 가운데 군대를 다녀온 학생은 손을 한번 들어주세요?" 모두 37명 가운데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 13명과 여학생 16명을 제외하고 나면 공중보건의로 갈 수 있는 남학생은 8명으로 12%에 불과합니다. 대학원 과정이다 보니 남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대학 재학시 군복무를 마친겁니다. 여기에 공중보건의 대상이 아닌 여학생들의 진학률도 높아졌습니다. 그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현재 전국의 공중보건의 천 2백여 명이 복무를 마치고 나가면 오는 4월에 배치될 의사는 8백여 명으로 4백여 명이나 부족합니다. 따라서 전체 공중보건의사의 절반가량이 근무하고 있는 농어촌의 보건지소도 채울 수 없게 돼 의료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강민규(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과장) :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 백여 명을 감축하고 보건단체 등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도 줄일 계획입니다. 농어촌 보건소,지소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절대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배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배출되는 공중보건의 수에 따라 농어촌 의료가 좌지우지되는 만큼 의료인력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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