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베이비붐 세대 ‘준비없는 은퇴’

입력 2011.03.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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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전쟁 직후부터 산아제한이 실시되기 전까지 출산율이 급증했습니다.



이 시기, 즉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라고 합니다.



무려 720만 명이나 되는 거대한 인구집단입니다.



이른바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먼저, 이주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한 직장 58년 개띠들이 모였습니다.



58년 개띠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불렸습니다.



<녹취>차명윤(58년 개띠생) : "어른들이 하는게 말썽피우고 하면은 에구 저런 58년 개띠들.."



처음으로 출생자 수가 80만 명을 넘은 해, 왜 그리 식구들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녹취>송재준(58년 개띠생) : "양푼에다가 밥 비벼가지고 온 식구가 매달려서 보리밥을, 쌀밥이 어디있어 그때는 보리밥 양푼에 있는 거 비벼가지고 같이 퍼먹고.."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 그나마 2부제, 3부제를 해야 했습니다.



누가 찍었는지, 낡은 사진 한 장이 남았습니다.



<녹취>송재준 : "아침마다 학교에 와서 세수를 했나 이빨을 닦았나 검사하는 거야 이게 옛날에 비누가 있어 제대로 닦았나 1년에 목욕 한두번 할때자나.."



뺑뺑이 첫 세대, 선배들한테도 눈칫밥을 먹었습니다.



<녹취>차명윤 : "니네 기수들은 인정 못해주겠다고 그래, 자기가 들어갈때는 빡세게 해서 들어갔는데 너희들은 뭐 무시험 비끄무리해가지고..."



사회에 나와선 정말 죽기 살기로 일했습니다.



밥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녹취>변종율(58년 개띠생) : "너 그따우밖에 못해, 막 야단맞아가면서 정말 28시간 근무하고서 가동을 하고 나서 아침에 보니까 사람이 둘로 보이더라고.."



암울했던 80년, 힘겨웠던 IMF 위기도 이겨냈습니다.



<녹취>정연호 : "살려고 하는 근성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고 아마 그 바탕으로 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일부분이 되고 그게 고기 한점 달걀 하나가 밑받침이 되지 않았나.."



그리고 은퇴,



58년 개띠들의 새로운 인생 2막이 다가왔습니다.



<질문> 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조현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기자,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준비 잘 되고 있습니까?



<답변>



서울대와 한 보험회사가 도시지역에 사는 베이비부머 460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은퇴준비상황을 물어봤더니, 4명 중 1명은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당히 미흡하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가 소홀한 이유, 직접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1956년생인 항공기 정비사 김용길씨.



베이비붐 세대인 김씨는 내년에 정년을 맞습니다.



월수입 4백만 원 가운데 퇴직 이후를 위한 준비는 매달 20만 원씩 납입하는 개인연금보험이 전부입니다.



본인의 은퇴 준비보다는 두 자녀의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용길(1956년생) : "결혼자금이라는 게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퇴직금을 가지고 일정 부분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1년 소득의 74%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녀 결혼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정은(웨딩컨설팅업체 대표) : "신랑, 신부 모두가 결혼 준비의 과정에서 드는 비용들은 대체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지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70~80% 정도..."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베이비부머도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녀 교육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김성빈(1961년생) : "노후준비까지는 여유가 없습니다. 저희들 나이 또래는 애들이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나이거든요."



부모는 봉양하면서 자식으로부터는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



고단한 베이비 붐 세대의 자화상입니다.



<질문> 씁쓸한 내용이네요.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에 어떤 점을 가장 염려하고 있나요?



<답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에 가장 염려하는 점은 건강(18%)이나 경제적 어려움(16.3%) 보다도 ’어떻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25.9%)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평균 64.8세까지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사회적 준비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견 기업에서 30년 넘게 재무를 담당했던 홍영수씨는 지난해 이 중소 의류업체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홍영수(57살/’수다공방’ 재무이사) : "제가 이제까지 가졌던 지식과 경험을 혼자 가만히 갖고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느냐..."



베이비부머 10명 가운데 6명은 홍씨처럼 계속 일하길 원하지만 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다니던 직장을 더 다니고 싶어도, 정년을 늘이는 임금피크제 시행 기업은 현재 11% 정도에 불과합니다.



재취업이나 창업에도 관심이 많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녹취>퇴직후 창업 희망자(56살) : "(창업교육 기관을)여러 군데를 다니고 그러는데, 실제로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굉장히 적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것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을 연금이나 퇴직금에 기대어 살긴 어려운 만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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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베이비붐 세대 ‘준비없는 은퇴’
    • 입력 2011-03-08 22: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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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한국전쟁 직후부터 산아제한이 실시되기 전까지 출산율이 급증했습니다.

이 시기, 즉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비붐 세대라고 합니다.

무려 720만 명이나 되는 거대한 인구집단입니다.

이른바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사실상 올해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먼저, 이주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한 직장 58년 개띠들이 모였습니다.

58년 개띠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불렸습니다.

<녹취>차명윤(58년 개띠생) : "어른들이 하는게 말썽피우고 하면은 에구 저런 58년 개띠들.."

처음으로 출생자 수가 80만 명을 넘은 해, 왜 그리 식구들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녹취>송재준(58년 개띠생) : "양푼에다가 밥 비벼가지고 온 식구가 매달려서 보리밥을, 쌀밥이 어디있어 그때는 보리밥 양푼에 있는 거 비벼가지고 같이 퍼먹고.."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 그나마 2부제, 3부제를 해야 했습니다.

누가 찍었는지, 낡은 사진 한 장이 남았습니다.

<녹취>송재준 : "아침마다 학교에 와서 세수를 했나 이빨을 닦았나 검사하는 거야 이게 옛날에 비누가 있어 제대로 닦았나 1년에 목욕 한두번 할때자나.."

뺑뺑이 첫 세대, 선배들한테도 눈칫밥을 먹었습니다.

<녹취>차명윤 : "니네 기수들은 인정 못해주겠다고 그래, 자기가 들어갈때는 빡세게 해서 들어갔는데 너희들은 뭐 무시험 비끄무리해가지고..."

사회에 나와선 정말 죽기 살기로 일했습니다.

밥 세끼 배불리 먹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녹취>변종율(58년 개띠생) : "너 그따우밖에 못해, 막 야단맞아가면서 정말 28시간 근무하고서 가동을 하고 나서 아침에 보니까 사람이 둘로 보이더라고.."

암울했던 80년, 힘겨웠던 IMF 위기도 이겨냈습니다.

<녹취>정연호 : "살려고 하는 근성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고 아마 그 바탕으로 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는데 일부분이 되고 그게 고기 한점 달걀 하나가 밑받침이 되지 않았나.."

그리고 은퇴,

58년 개띠들의 새로운 인생 2막이 다가왔습니다.

<질문> 네,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조현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기자,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준비 잘 되고 있습니까?

<답변>

서울대와 한 보험회사가 도시지역에 사는 베이비부머 460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은퇴준비상황을 물어봤더니, 4명 중 1명은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상당히 미흡하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준비가 소홀한 이유, 직접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1956년생인 항공기 정비사 김용길씨.

베이비붐 세대인 김씨는 내년에 정년을 맞습니다.

월수입 4백만 원 가운데 퇴직 이후를 위한 준비는 매달 20만 원씩 납입하는 개인연금보험이 전부입니다.

본인의 은퇴 준비보다는 두 자녀의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김용길(1956년생) : "결혼자금이라는 게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퇴직금을 가지고 일정 부분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 1년 소득의 74%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녀 결혼 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박정은(웨딩컨설팅업체 대표) : "신랑, 신부 모두가 결혼 준비의 과정에서 드는 비용들은 대체적으로 부모님에게 의지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70~80% 정도..."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베이비부머도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녀 교육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인터뷰>김성빈(1961년생) : "노후준비까지는 여유가 없습니다. 저희들 나이 또래는 애들이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나이거든요."

부모는 봉양하면서 자식으로부터는 봉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

고단한 베이비 붐 세대의 자화상입니다.

<질문> 씁쓸한 내용이네요. 그렇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에 어떤 점을 가장 염려하고 있나요?

<답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에 가장 염려하는 점은 건강(18%)이나 경제적 어려움(16.3%) 보다도 ’어떻게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25.9%)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평균 64.8세까지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사회적 준비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견 기업에서 30년 넘게 재무를 담당했던 홍영수씨는 지난해 이 중소 의류업체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홍영수(57살/’수다공방’ 재무이사) : "제가 이제까지 가졌던 지식과 경험을 혼자 가만히 갖고 있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 않느냐..."

베이비부머 10명 가운데 6명은 홍씨처럼 계속 일하길 원하지만 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다니던 직장을 더 다니고 싶어도, 정년을 늘이는 임금피크제 시행 기업은 현재 11% 정도에 불과합니다.

재취업이나 창업에도 관심이 많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녹취>퇴직후 창업 희망자(56살) : "(창업교육 기관을)여러 군데를 다니고 그러는데, 실제로 창업으로 이어진 경우는 굉장히 적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것입니다.

인생의 후반전을 연금이나 퇴직금에 기대어 살긴 어려운 만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꼼꼼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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