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돕고 스스로 배우자

입력 2011.03.16 (07:03) 수정 2011.03.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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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역사에 남겨진 기록으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네요.



TV로 생중계되는 검은 쓰나미...휩쓸려 가는 선박 차량 주택 사람...이어지는 여진과 연이은 원전 붕괴...재난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바라보는 우리가 이렇게 황당한데, 당사자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대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침착함과 질서의식은 놀라움 그 자쳅니다.



식수를 배급하는 학교운동장에...슈퍼마켓에...주유소에 길게 줄을 서고, 더 큰 슬픔을 당한 이들을 배려해 내 슬픔을 삼키고, 노약자와 어린이들을 우선 먹이기 위해 배고픔을 참습니다.



이렇게 고난을 헤쳐 가는 일본의 저력에 세계가 감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지켜본 한 중국 유학생은 “만약 세계에 종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 외신은 “인류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평소 철저한 대비와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강한 충격에 견디는 건물설계와 정확하고 신속한 재난방송이 재난 극복의 선두에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무려 22만명이 희생된 진도 7의 아이티 지진과 너무도 대비되는 장면입니다.



과연 우리라면...이런 자성 섞인 물음을 던져봅니다.



저런 극한 상황에서 남을 위한 배려가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슬픔과 공포에 싸여 울부짖으며 공연히 남을 탓하지나 않을까?



남보다 먼저 도움 받겠다고 아우성치고 남의 것을 훔치고 빼앗지나 않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도 국가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의 경험이 있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 때 금모으기와 당진 유조선 기름유출 사태의 그 소중한 경험 말입니다.



이렇게 힘을 모아 이웃 일본을 돕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어제 KBS 일본지진 구호 성금 방송에 줄을 잇는 국민들을 보면서 우리가 품고 있는 따뜻한 인도주의를 확인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얽히고설킨 하나가 됐습니다.



이웃 일본을 돕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입니다.



부질없는 막말로 상처받지 않도록, 실속 없는 요란스러움으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용히 도와야 합니다.



사이 나빴던 형제가 고난을 맞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듯, 이번 재앙이 두 나라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 천년을 함께 열어갈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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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돕고 스스로 배우자
    • 입력 2011-03-16 07:03:01
    • 수정2011-03-16 07:27:13
    뉴스광장 1부
[김용관 해설위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역사에 남겨진 기록으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네요.

TV로 생중계되는 검은 쓰나미...휩쓸려 가는 선박 차량 주택 사람...이어지는 여진과 연이은 원전 붕괴...재난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바라보는 우리가 이렇게 황당한데, 당사자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대재앙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침착함과 질서의식은 놀라움 그 자쳅니다.

식수를 배급하는 학교운동장에...슈퍼마켓에...주유소에 길게 줄을 서고, 더 큰 슬픔을 당한 이들을 배려해 내 슬픔을 삼키고, 노약자와 어린이들을 우선 먹이기 위해 배고픔을 참습니다.

이렇게 고난을 헤쳐 가는 일본의 저력에 세계가 감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지켜본 한 중국 유학생은 “만약 세계에 종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 외신은 “인류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평소 철저한 대비와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강한 충격에 견디는 건물설계와 정확하고 신속한 재난방송이 재난 극복의 선두에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무려 22만명이 희생된 진도 7의 아이티 지진과 너무도 대비되는 장면입니다.

과연 우리라면...이런 자성 섞인 물음을 던져봅니다.

저런 극한 상황에서 남을 위한 배려가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슬픔과 공포에 싸여 울부짖으며 공연히 남을 탓하지나 않을까?

남보다 먼저 도움 받겠다고 아우성치고 남의 것을 훔치고 빼앗지나 않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도 국가적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의 경험이 있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 때 금모으기와 당진 유조선 기름유출 사태의 그 소중한 경험 말입니다.

이렇게 힘을 모아 이웃 일본을 돕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어제 KBS 일본지진 구호 성금 방송에 줄을 잇는 국민들을 보면서 우리가 품고 있는 따뜻한 인도주의를 확인합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얽히고설킨 하나가 됐습니다.

이웃 일본을 돕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돕는 일입니다.

부질없는 막말로 상처받지 않도록, 실속 없는 요란스러움으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용히 도와야 합니다.

사이 나빴던 형제가 고난을 맞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듯, 이번 재앙이 두 나라가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 천년을 함께 열어갈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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