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인니, 종교 갈등 격화

입력 2011.04.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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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요즘 종교 갈등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간, 그리고 이슬람교 안에서도 다툼이 있다구요?

네.. 다른 종교나 종파에 대한 적대 행위가 부쩍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유혈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정국 혼란의 뇌관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많습니다.

격화되는 인도네시아 종교 갈등..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자카르타 근교의 보고르 시. 이슬람 교도가 절대다수인 이 도시 중심가의 한 교회앞에서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철문은 굳게 닫혔고 경찰트럭은 출입문을 봉쇄했습니다. 지난해 4월 시청에서 건물 출입금지 표지를 붙인 이후 경찰이 상주한 지 벌써 1년쨉니다. 안에는 짓다만 교회 건물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건축을 시작했지만 이 지역에 교회가 생기는 데 반감을 지닌 일부 이슬람 교도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시당국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건물 폐쇄조치를 내렸습니다. 신도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며 일요일마다 철문앞 노상에서 예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디야닝시(GKI 교회 신도):"시청에서 건물 출입을 막아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우리의 예배당에서 예배를 볼 수도 없습니다."

교회측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싸움에서 지난해 말 승소했습니다. 그러자 시청에선 다시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신도들은 시청이 과격한 일부 이슬람 교도의 압력에 굴복해 교회를 짓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히다얏(보고르 교회 신도):“보고르에서는 종교적으로 다수이든, 소수이든 누구든지 예배당을 지을 권리가 있습니다.”

자바섬 중부 뜨망궁 시에 있는 한 교회. 지난 2월 8일..이 교회가 대낮에 이슬람교도 수백명의 피습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교회 출입문과 주차장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차량과 오토바이들을 전소시켰습니다. 2시간 동안 계속된 공격으로 건물 곳곳이 불에 그을렸고 몇 곳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과 경찰 2개 중대 병력이 교회 안에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프란츠(피해 교회 목사):"이슬람교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데 마치 개미 군단 갔았어요. 그 정도 병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한 기독교도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전도지를 나눠준 게 발단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허가없이 기독교를 전도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5년형을 받았습니다. 재판이 있던 날 이슬람교도들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폭도로 돌변해 시내에 있는 교회들을 공격했습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천주교 성당도 함께 화를 입었습니다.

당시 법원앞에 모여있던 2천 여명의 이슬람교도들은 판결에 불만을 품고 수 백명 단위로 나눠 교회 3곳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했습니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낸 곳이라 도시의 충격은 컸습니다. 경찰은 주동자 25명을 체포해 인도네시아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이슬람수호전선' 단원이 들어 있는 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벌어진 교회와 신도 공격 사건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함다니(인도네시아 국회의원):"'이슬람수호전선'과도 협의체가 구성돼 있습니다. 그들 중 극히 소수가 의도적으로 분열을 조장합니다. 다는 아닙니다."

이슬람 교도들은 소수의 극단적인 이슬람 교도들의 행위가 전체 이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울리 아간(이슬람 신도):"이슬람교는 폭력을 반대합니다. 결코 폭력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떤 이슬람 신도들도 폭력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교회를 상대로 700여 건의 폭력과 살인, 방화 등 각종 공격 행위가 저질러 졌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데도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실라(와히드 전 대통령 딸):"헌법을 준수할 공권력과 지도자, 의지가 없기 때문에 종교 폭력이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겁니다."

더 위험한 갈등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아흐마디야 분파간의 대립입니다. 지난 2월 초.. 천 5백명의 이슬람 근본주의 신도들이, 예배중이던 아흐마디야 분파 신도 20여명을 공격했습니다. 아흐마디야 신도 3명이 매질과 돌팔매질을 당해 숨졌고 5명은 크게 다쳤습니다. 이 사건은 깊어가는 이슬람 내부 갈등이 단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회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아흐마디야는 소수 종교집단입니다. 마호멧을 유일한 선지자로 인정하지 않아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스 하르소노(인도네시아 인권감시단체):"정부가 이 법을 제고하길 바랍니다. 차별적인 법령을 시행하고 범법자들을 미온적으로 수사해선 안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부대로 종교적 마찰과 폭력 행위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은 있을 수 없다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종교 갈등이 자칫 인도네시아 사회와 정국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압둘 파타(인도네시아 종교성 국장):"각 지방과 도시에 설치된 종교 화해 포럼에서 여러 갈등과 마찰을 종파간의 투표가 아닌 대화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작은 섬 랄란토카. 해마다 4월이면 천주교 성당에서 부활절 거리 행진을 벌입니다. 수 천명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이 시가 행진에는 이슬람 교도들이 나와 질서유지를 돕습니다. 여기선 종교갈등이나 폭력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체인구의 90%이상이 이슬람 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 이 섬 주민의 80%는 천주교도입니다. 두 종교는 서로 화합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종파가 한 데 얽혀 있는 인도네시아 사회.. 각 주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번영하는 나라를 주창했던 와히드 전 대통령의 이념처럼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화합속의 안정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경제 대국의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지금, 종교 갈등이 자칫 나라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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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리포트] 인니, 종교 갈등 격화
    • 입력 2011-04-17 09:17:1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요즘 종교 갈등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간, 그리고 이슬람교 안에서도 다툼이 있다구요? 네.. 다른 종교나 종파에 대한 적대 행위가 부쩍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유혈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정국 혼란의 뇌관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많습니다. 격화되는 인도네시아 종교 갈등..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도 자카르타 근교의 보고르 시. 이슬람 교도가 절대다수인 이 도시 중심가의 한 교회앞에서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철문은 굳게 닫혔고 경찰트럭은 출입문을 봉쇄했습니다. 지난해 4월 시청에서 건물 출입금지 표지를 붙인 이후 경찰이 상주한 지 벌써 1년쨉니다. 안에는 짓다만 교회 건물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건축을 시작했지만 이 지역에 교회가 생기는 데 반감을 지닌 일부 이슬람 교도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시당국이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건물 폐쇄조치를 내렸습니다. 신도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며 일요일마다 철문앞 노상에서 예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위디야닝시(GKI 교회 신도):"시청에서 건물 출입을 막아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우리의 예배당에서 예배를 볼 수도 없습니다." 교회측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싸움에서 지난해 말 승소했습니다. 그러자 시청에선 다시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신도들은 시청이 과격한 일부 이슬람 교도의 압력에 굴복해 교회를 짓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히다얏(보고르 교회 신도):“보고르에서는 종교적으로 다수이든, 소수이든 누구든지 예배당을 지을 권리가 있습니다.” 자바섬 중부 뜨망궁 시에 있는 한 교회. 지난 2월 8일..이 교회가 대낮에 이슬람교도 수백명의 피습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교회 출입문과 주차장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차량과 오토바이들을 전소시켰습니다. 2시간 동안 계속된 공격으로 건물 곳곳이 불에 그을렸고 몇 곳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과 경찰 2개 중대 병력이 교회 안에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인터뷰> 프란츠(피해 교회 목사):"이슬람교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데 마치 개미 군단 갔았어요. 그 정도 병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한 기독교도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전도지를 나눠준 게 발단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허가없이 기독교를 전도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5년형을 받았습니다. 재판이 있던 날 이슬람교도들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폭도로 돌변해 시내에 있는 교회들을 공격했습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천주교 성당도 함께 화를 입었습니다. 당시 법원앞에 모여있던 2천 여명의 이슬람교도들은 판결에 불만을 품고 수 백명 단위로 나눠 교회 3곳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했습니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지낸 곳이라 도시의 충격은 컸습니다. 경찰은 주동자 25명을 체포해 인도네시아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이슬람수호전선' 단원이 들어 있는 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벌어진 교회와 신도 공격 사건에서 이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함다니(인도네시아 국회의원):"'이슬람수호전선'과도 협의체가 구성돼 있습니다. 그들 중 극히 소수가 의도적으로 분열을 조장합니다. 다는 아닙니다." 이슬람 교도들은 소수의 극단적인 이슬람 교도들의 행위가 전체 이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울리 아간(이슬람 신도):"이슬람교는 폭력을 반대합니다. 결코 폭력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떤 이슬람 신도들도 폭력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교회를 상대로 700여 건의 폭력과 살인, 방화 등 각종 공격 행위가 저질러 졌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데도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 실라(와히드 전 대통령 딸):"헌법을 준수할 공권력과 지도자, 의지가 없기 때문에 종교 폭력이 전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겁니다." 더 위험한 갈등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아흐마디야 분파간의 대립입니다. 지난 2월 초.. 천 5백명의 이슬람 근본주의 신도들이, 예배중이던 아흐마디야 분파 신도 20여명을 공격했습니다. 아흐마디야 신도 3명이 매질과 돌팔매질을 당해 숨졌고 5명은 크게 다쳤습니다. 이 사건은 깊어가는 이슬람 내부 갈등이 단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인도네시아 이슬람 사회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아흐마디야는 소수 종교집단입니다. 마호멧을 유일한 선지자로 인정하지 않아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습니다. <인터뷰> 안드레스 하르소노(인도네시아 인권감시단체):"정부가 이 법을 제고하길 바랍니다. 차별적인 법령을 시행하고 범법자들을 미온적으로 수사해선 안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부대로 종교적 마찰과 폭력 행위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은 있을 수 없다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종교 갈등이 자칫 인도네시아 사회와 정국 전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압둘 파타(인도네시아 종교성 국장):"각 지방과 도시에 설치된 종교 화해 포럼에서 여러 갈등과 마찰을 종파간의 투표가 아닌 대화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작은 섬 랄란토카. 해마다 4월이면 천주교 성당에서 부활절 거리 행진을 벌입니다. 수 천명의 신도들이 참여하는 이 시가 행진에는 이슬람 교도들이 나와 질서유지를 돕습니다. 여기선 종교갈등이나 폭력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체인구의 90%이상이 이슬람 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 이 섬 주민의 80%는 천주교도입니다. 두 종교는 서로 화합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종파가 한 데 얽혀 있는 인도네시아 사회.. 각 주체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번영하는 나라를 주창했던 와히드 전 대통령의 이념처럼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화합속의 안정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경제 대국의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지금, 종교 갈등이 자칫 나라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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