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체험과 토론의 국사 교실

입력 2011.05.02 (07:07) 수정 2011.05.0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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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관 해설위원]

 

  고등학교 국사과목이 복권됐습니다. 필수과목의 지위를 다시 찾은 겁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외시·행시 등 각종 공무원 채용시험에 국사가 필수가 됩니다. 특히 오는 2013년부터는 국·공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임용시험에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만하면 화려한 복권이라고 할 만한데... 하지만 교육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사가 고교 필수과목이 됐지만 학생들에게 배정된 수업시수가 너무 적고, 다른 영역에 종속돼 겉핥기 교육을 면키 어렵다는 것, 그리고 수능시험 필수과목에서 빠졌기 때문에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고교 3년간 85시간이라는 수업시수는 우리와 역사분쟁을 겪고 있는 이웃 일본과 중국에 견주어 너무 적어 보입니다. 2백여 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의 미국도 고교과정에서 다문화 다인종을 하나로 묶는 매개로 자국의 역사를 철저히 배웁니다.



  또 국사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현재 국사가 속해있는 ‘사회·도덕 교과군’에서 ‘역사 교과군’을 독립시켜서 세계사와 연계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고 합니다.



  수능시험에서 외울 것 많은 국사과목은 당연히 기피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필수과목으로 섣불리 정할 경우 또 다시 국사교육은 연대와 인물로 가득 찬 수험국사, 암기국사의 덫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하는 문제가 제도 못지않게 논란을 부릅니다. 바로 이 부분을 둘러싸고 교과서 편향 논란을 빚지 않았습니까?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를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퇴행적 민족주의나 TV 사극 또한  역사일 순 없습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단편적인 사실이 역사일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런 만큼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교육하되 교실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사실을 해석하고 현실에 비춰보는 능력을 학생들 스스로 갖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국사교실만큼은 체험과 토론이 있는 교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중심으로 교육방식을 바꾸겠다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의욕에 기대를 겁니다. 이를 위해 현장 교사들에게도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연수 기회가 제도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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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체험과 토론의 국사 교실
    • 입력 2011-05-02 07:07:48
    • 수정2011-05-02 07:25:01
    뉴스광장 1부

[김용관 해설위원]
 
  고등학교 국사과목이 복권됐습니다. 필수과목의 지위를 다시 찾은 겁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외시·행시 등 각종 공무원 채용시험에 국사가 필수가 됩니다. 특히 오는 2013년부터는 국·공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임용시험에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만하면 화려한 복권이라고 할 만한데... 하지만 교육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사가 고교 필수과목이 됐지만 학생들에게 배정된 수업시수가 너무 적고, 다른 영역에 종속돼 겉핥기 교육을 면키 어렵다는 것, 그리고 수능시험 필수과목에서 빠졌기 때문에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고교 3년간 85시간이라는 수업시수는 우리와 역사분쟁을 겪고 있는 이웃 일본과 중국에 견주어 너무 적어 보입니다. 2백여 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의 미국도 고교과정에서 다문화 다인종을 하나로 묶는 매개로 자국의 역사를 철저히 배웁니다.

  또 국사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현재 국사가 속해있는 ‘사회·도덕 교과군’에서 ‘역사 교과군’을 독립시켜서 세계사와 연계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고 합니다.

  수능시험에서 외울 것 많은 국사과목은 당연히 기피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필수과목으로 섣불리 정할 경우 또 다시 국사교육은 연대와 인물로 가득 찬 수험국사, 암기국사의 덫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하는 문제가 제도 못지않게 논란을 부릅니다. 바로 이 부분을 둘러싸고 교과서 편향 논란을 빚지 않았습니까?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를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퇴행적 민족주의나 TV 사극 또한  역사일 순 없습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습니다. 단편적인 사실이 역사일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런 만큼 역사적 사실을 철저히 교육하되 교실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사실을 해석하고 현실에 비춰보는 능력을 학생들 스스로 갖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국사교실만큼은 체험과 토론이 있는 교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중심으로 교육방식을 바꾸겠다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의욕에 기대를 겁니다. 이를 위해 현장 교사들에게도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연수 기회가 제도적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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