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만 바라보는 ‘빈 라덴 보도’

입력 2011.05.0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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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9.11 테러를 주도했던 빈 라덴이 10년 만에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습니다.

우리 언론도 비중 있게 소식을 전했지만 부정확한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흥미 위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빈 라덴 사살을 다룬 우리 언론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은준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시각으로 지난 1일 늦은 밤.

백악관은 특별 성명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1 년 9.11테러를 주도했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오늘 미국은 내 지시에 따라 파키스탄의 한 근거지를 목표로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교전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고 시신을 확보했습니다."

방송사들은 당일 메인 뉴스 첫 소식으로 빈 라덴 사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국영방송이 공개한 시신 사진 한 장을 사살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2 : "머리에 총상을 입고 찌푸린 인상으로 검은색의 무성한 수염이 생전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5.2 : "머리에 총을 맞은 듯 이마에 피가 흘러내렸고 잿빛 섞인 검은 수염에 입은 반쯤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간 일부 외신들은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이 조작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가디언/5.2 : "가짜 사진은 중동의 미디어라인이라는 인터넷 매체가 지난 2009년 4월 29일 처음 실은 사진으로 당시 편집자는 이 사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끝내 사진을 내걸었던 파키스탄 국영 방송사도 조작을 인정했고, 국내외 언론은 받아쓴 사진을 철회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의 사살 증거를 공개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지만 외신을 인용한 우리 언론도 오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학교 교수) : "확인된 정보만 내보내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거지요. 빈 라덴이 죽었다고 하는 사건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니까 어떻게든 더 키워서 대단한 기사를 키워서 내보내는 것으로... 말하자면 언론의 성과는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언론 자세가 문제지요."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작전 상황을 무리하게 재구성한 보도도 많았습니다.

방송 3사는 미군 특수 부대의 공격 상황을 3D 그래픽으로 자세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에 투입된 헬기 대수는 제각각이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2 : “헬기 두 대를 이용해 24명의 미국 특수부대원들이 전격 투입됐고,“

<녹취> MBC 뉴스데스크/5.2 : “주택가 위로 헬기 4대가 나타났습니다.”

<녹취> SBS 8시 뉴스/5.2 : “미군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헬기 넉 대가 파키스탄 공군 기지를...“

미국 정부의 사살 발표 다음날 신문들도 외신을 인용해 작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녹취> 한겨레신문/5.3 : “빈 라덴은 미처 도망갈 새도 없이 총격전에 휘말려 머리에 총을 맞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여성은 인간 방패 구실을 하다 숨졌다고 CNN은 전했다.“

<녹취> 중앙일보/5.3 : “네이비실은 빈 라덴의 시신확인이 끝나자마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션 컴플리트라고 보고했다. 이상은 미 ABC 방송이 전한 작전 상황이다.“

하지만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은 은신처의 규모,.

체포 인원 등은 언론사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외신들이 쏟아낸 추측성 기사에 의존하면서 국내 언론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셈입니다.

<녹취> 국제부 기자 : "현실적으로 외신들을 인용할 수 밖에 없는데 외신들도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습니다. 외신마다 기본적인 팩트도 다르다보니까 어떻게 인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흥미 위주나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보도관행도 되풀이 됐습니다.

KBS와 SBS는 미군 총격을 받은 빈 라덴의 은신처 내부를 메인뉴스를 통해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3 : "열려 있는 옷장 아래에는 온갖 생활용품이 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주변으로 검붉은 유형이 낭자합니다. 빈 라덴측의 저항이 격렬했음을 보여줍니다."

<녹취> SBS 8시뉴스/5.3 : "카펫 바닥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작전이 끝난 집안에는 집기들이 나뒹글고.."

일부 신문은 빈 라덴 사살 기사 제목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5.3 : "미, 끝내 응징한다."

<녹취> 동아일보/5.3 : "빈 라덴 사살, 미국 10년 만에 피의 응징"

빈 라덴의 결혼 생활과 성장과정 등 사생활을 강조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5.4 : "빈 라덴은 5번 결혼하고 그 중 한 명과는 이혼했으며 자녀는 20여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지만 평균 남성에 비해서는 많은 부인을 둔 것이다."

<녹취> 조선일보/5.3 :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 그는 늘 외톨이였다. 시리아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노예라고 불렀고 그는 노예의 자식으로 통했다."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보수 성향 신문은 미국적 시각을 반영한 반면 진보 성향 언론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보수 성향 신문은 특히 이번 작전을 성공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5.4 : "AP 등 외신은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CIA가 작은 실마리 하나를 토대로 8개월간의 치밀한 작전 준비 끝에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녹취> 조선일보/5.4 A05면 : "미국 대테러 원칙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 사살은 단순히 보복을 했다는 것보다 테러 세력에 미국은 결국 응징한다는 공포를 안겨준 것이 더 큰 의미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은 이번 사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여론을 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신문/5.4 : “상당수는 빈 라덴의 죽음을 축하하고 있지만 일부는 3000명을 죽인 빈 라덴과 수십만명을 고통에 빠트린 테러와의 전쟁중 어느 쪽이 더 나쁜 일이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반응도 많다.“

<녹취> 경향신문/5.5 006면 : “미국은 빈 라덴 사살이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유럽과 남미 주요 국가들은 그를 체포해 법정에 세웠어야 한다는 국제법적 합리성에 근거해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빈 라덴 사후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 등을 차분히 따져본 심층 보도는 드물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5.4 : “빈 라덴의 죽음은 혁명의 시기를 맞고 있는 아랍 세계에서 구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의 죽음이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아랍권 시민 혁명에 불을 댕길 것으로 내다봤다.”

언론은 대신 빈 라덴이 지도했던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보복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특히 서구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테러 움직입이 전체 이슬람 사회로 확산 되는 듯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대독> 조선일보/5.4 : "빈 라덴 사후 이슬람 과격 테러집단의 보복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그 중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보복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AFP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녹취> KBS 뉴스9 : "파키스탄에서는 빈 라덴 지지자들이 길거리로 나와 미국 타도를 외쳤습니다. 빈 라덴 죽음에 대한 복수로 지하드, 성전을 다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비상입니다."

빈 라덴 살해 이후 일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부각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안정욱(중동문제연구소 4024) : "이슬람 세계에 대한.. 그것도 매우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 벌이고 있는 그런 행위들이 마치 일반적인 양상인 것처럼 나타내는 왜곡된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강화해주는 그런 보도들이 많다고 봅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입니다.

국내 언론도 외신을 인용해 속보를 전했지만 오보와 추측, 흥미성 보도, 미국적 시각의 함정에 빠지곤 했습니다.

혹시 외신에 의존하는 것이 손 쉬운 취재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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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만 바라보는 ‘빈 라덴 보도’
    • 입력 2011-05-07 08: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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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9.11 테러를 주도했던 빈 라덴이 10년 만에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됐습니다. 우리 언론도 비중 있게 소식을 전했지만 부정확한 보도도 잇따랐습니다. 미국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흥미 위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빈 라덴 사살을 다룬 우리 언론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은준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미국시각으로 지난 1일 늦은 밤. 백악관은 특별 성명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1 년 9.11테러를 주도했던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오늘 미국은 내 지시에 따라 파키스탄의 한 근거지를 목표로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교전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고 시신을 확보했습니다." 방송사들은 당일 메인 뉴스 첫 소식으로 빈 라덴 사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 국영방송이 공개한 시신 사진 한 장을 사살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2 : "머리에 총상을 입고 찌푸린 인상으로 검은색의 무성한 수염이 생전 모습과 매우 흡사합니다." <녹취> MBC 뉴스데스크/5.2 : "머리에 총을 맞은 듯 이마에 피가 흘러내렸고 잿빛 섞인 검은 수염에 입은 반쯤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간 일부 외신들은 빈 라덴의 시신 사진이 조작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가디언/5.2 : "가짜 사진은 중동의 미디어라인이라는 인터넷 매체가 지난 2009년 4월 29일 처음 실은 사진으로 당시 편집자는 이 사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끝내 사진을 내걸었던 파키스탄 국영 방송사도 조작을 인정했고, 국내외 언론은 받아쓴 사진을 철회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의 사살 증거를 공개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지만 외신을 인용한 우리 언론도 오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서중(성공회대학교 교수) : "확인된 정보만 내보내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거지요. 빈 라덴이 죽었다고 하는 사건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니까 어떻게든 더 키워서 대단한 기사를 키워서 내보내는 것으로... 말하자면 언론의 성과는 높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언론 자세가 문제지요." 한정된 정보만 가지고 작전 상황을 무리하게 재구성한 보도도 많았습니다. 방송 3사는 미군 특수 부대의 공격 상황을 3D 그래픽으로 자세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에 투입된 헬기 대수는 제각각이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2 : “헬기 두 대를 이용해 24명의 미국 특수부대원들이 전격 투입됐고,“ <녹취> MBC 뉴스데스크/5.2 : “주택가 위로 헬기 4대가 나타났습니다.” <녹취> SBS 8시 뉴스/5.2 : “미군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헬기 넉 대가 파키스탄 공군 기지를...“ 미국 정부의 사살 발표 다음날 신문들도 외신을 인용해 작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녹취> 한겨레신문/5.3 : “빈 라덴은 미처 도망갈 새도 없이 총격전에 휘말려 머리에 총을 맞았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숨진 여성은 인간 방패 구실을 하다 숨졌다고 CNN은 전했다.“ <녹취> 중앙일보/5.3 : “네이비실은 빈 라덴의 시신확인이 끝나자마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션 컴플리트라고 보고했다. 이상은 미 ABC 방송이 전한 작전 상황이다.“ 하지만 빈 라덴이 최후를 맞은 은신처의 규모,. 체포 인원 등은 언론사마다 조금씩 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외신들이 쏟아낸 추측성 기사에 의존하면서 국내 언론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셈입니다. <녹취> 국제부 기자 : "현실적으로 외신들을 인용할 수 밖에 없는데 외신들도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습니다. 외신마다 기본적인 팩트도 다르다보니까 어떻게 인용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흥미 위주나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보도관행도 되풀이 됐습니다. KBS와 SBS는 미군 총격을 받은 빈 라덴의 은신처 내부를 메인뉴스를 통해 자세히 전했습니다. <녹취> KBS 뉴스9/5.3 : "열려 있는 옷장 아래에는 온갖 생활용품이 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침대 주변으로 검붉은 유형이 낭자합니다. 빈 라덴측의 저항이 격렬했음을 보여줍니다." <녹취> SBS 8시뉴스/5.3 : "카펫 바닥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작전이 끝난 집안에는 집기들이 나뒹글고.." 일부 신문은 빈 라덴 사살 기사 제목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5.3 : "미, 끝내 응징한다." <녹취> 동아일보/5.3 : "빈 라덴 사살, 미국 10년 만에 피의 응징" 빈 라덴의 결혼 생활과 성장과정 등 사생활을 강조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5.4 : "빈 라덴은 5번 결혼하고 그 중 한 명과는 이혼했으며 자녀는 20여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4명까지 부인을 둘 수 있지만 평균 남성에 비해서는 많은 부인을 둔 것이다." <녹취> 조선일보/5.3 :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 그는 늘 외톨이였다. 시리아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노예라고 불렀고 그는 노예의 자식으로 통했다." 빈 라덴 사살에 대한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보수 성향 신문은 미국적 시각을 반영한 반면 진보 성향 언론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보수 성향 신문은 특히 이번 작전을 성공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대테러 정책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5.4 : "AP 등 외신은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CIA가 작은 실마리 하나를 토대로 8개월간의 치밀한 작전 준비 끝에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녹취> 조선일보/5.4 A05면 : "미국 대테러 원칙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 사살은 단순히 보복을 했다는 것보다 테러 세력에 미국은 결국 응징한다는 공포를 안겨준 것이 더 큰 의미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진보성향 신문은 이번 사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여론을 전했습니다. <녹취> 한겨레신문/5.4 : “상당수는 빈 라덴의 죽음을 축하하고 있지만 일부는 3000명을 죽인 빈 라덴과 수십만명을 고통에 빠트린 테러와의 전쟁중 어느 쪽이 더 나쁜 일이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반응도 많다.“ <녹취> 경향신문/5.5 006면 : “미국은 빈 라덴 사살이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유럽과 남미 주요 국가들은 그를 체포해 법정에 세웠어야 한다는 국제법적 합리성에 근거해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빈 라덴 사후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 등을 차분히 따져본 심층 보도는 드물었습니다. <녹취> 경향신문/5.4 : “빈 라덴의 죽음은 혁명의 시기를 맞고 있는 아랍 세계에서 구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의 죽음이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는 아랍권 시민 혁명에 불을 댕길 것으로 내다봤다.” 언론은 대신 빈 라덴이 지도했던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보복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특히 서구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테러 움직입이 전체 이슬람 사회로 확산 되는 듯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대독> 조선일보/5.4 : "빈 라덴 사후 이슬람 과격 테러집단의 보복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그 중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보복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AFP 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녹취> KBS 뉴스9 : "파키스탄에서는 빈 라덴 지지자들이 길거리로 나와 미국 타도를 외쳤습니다. 빈 라덴 죽음에 대한 복수로 지하드, 성전을 다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비상입니다." 빈 라덴 살해 이후 일부에서 불거진 갈등을 부각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인터뷰> 안정욱(중동문제연구소 4024) : "이슬람 세계에 대한.. 그것도 매우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이 벌이고 있는 그런 행위들이 마치 일반적인 양상인 것처럼 나타내는 왜곡된 이미지를 계속적으로 강화해주는 그런 보도들이 많다고 봅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은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큰 사건입니다. 국내 언론도 외신을 인용해 속보를 전했지만 오보와 추측, 흥미성 보도, 미국적 시각의 함정에 빠지곤 했습니다. 혹시 외신에 의존하는 것이 손 쉬운 취재방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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