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탈북 어린이 적응 돕는 ‘삼흥학교’

입력 2011.05.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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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탈북자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탈북자 자녀들은 가정 형편도 어렵고 남한 사회와 정서도 맞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탈북자 자녀들의 적응을 돕는 기숙형 대안학교가 올해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이곳 삼흥학교입니다.

<녹취> 아이들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탈북자들의 자녀들입니다.

8살에서 13살까지 초등학생들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탈북한 뒤 중국과 같이 제 3국에서 머무는 동안 태어난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입국한 19살 이하 탈북자 자녀는 2천 600여명.

이 가운데 현재 초등학생은 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탈북자 부모 대부분은 아이들을 보살필 형편이 못됩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빈집을 지키거나 놀이터와 PC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이런 탈북자 자녀들을 위해 삼흥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탈북자) :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2만 명 중에 70%를 차지하는데 그 여성은 대부분 자녀를 거느린 가임기 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 입국을 해서 친정이나 시댁도 없고 그리고 생계형 직종에서 근무를 하다보니까 아이들을 돌볼 수도 없고 교육시킬 수도 없고 그런 호소들이 빗발치면서 NK지식인연대가 이런 학교를 설립해야 되겠다…"

삼흥학교라는 이름은 지, 덕, 체를 고루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엔 방과 후 수업만 했지만, 이내 잠까지 자는 기숙학교로 운영방식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처음에 학교를 세울 때는 기숙형 학교를 생각 못하고 그냥 10시까지만 케어했다가 집에 보내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가보니까 집이 비어있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을 두지 못하고 다시 학교로 데려와서 교사들 집에도 데려가고 제 집에도 데려가고. 이러면서 우리가 기숙사를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구나."

삼흥학교는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한 달에 10만 원으로 저렴합니다.

지난해 11월 시범 운영을 할 때만 해도 세 명에 불과했던 학생 수는 올 초 정식 개교한 뒤 서른여섯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삼흥학교 학생들은 모두 부근의 신구로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 같이 손을 잡고 이곳으로 옵니다.

<녹취> "받아쓰기 책하고 알림장 선생님 앞에 빨리 가져와. 삼흥학교의 수업은 제도권 교육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인터뷰> 주효영(삼흥학교 교사/탈북자) : "지금 신구로 초등학교 지도 계획에 맞춰서 나가요. 그러니까 그 학교에 가서 그 날에 가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 부진된 부분을 채워주고…"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정규 교과목을 보충해주고, 중국어, 컴퓨터, 태권도와 같은 특기도 가르칩니다.

두 학년을 한반으로 묶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한 뒤 중국에서 보통 1~2년을 머물다 남한으로 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얘네들은 혼돈인 거예요. 내가 북한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왜냐하면 집에 있을 때는 집에 가면 북한 말을 하는 어머니와 중국말을 하는 아버지와 그 사이에 애가 놓여있고…"

지난 2009년에 한국으로 온 열세 살 형국이는 북한에서 4학년까지 학교를 다녔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녹취> 이형국(13살, 2009년 탈북) : "과목은 같아요. 근데 배우는 게 달라요. 힘든 건요. 한국말 배우는 거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각 반을 담당하는 담임선생님들은 모두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입니다.

북한에서 교사로 일하다 딸을 남겨두고 탈북한 김향순 선생님은 제자들이 친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김향순(삼흥학교 교사/탈북자) : "교사로서, 또 부모로서, 학부모로서도 열심히 노력을 해서 하나라도 더 배워주고, 가르쳐주고 일깨워줘서 우리 애들이 더 큰 착오가 없이 올바른 정착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사회성도 키웁니다.

옷과 짐을 정리하고, 양말을 빠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마냥 즐겁습니다.

<인터뷰> 한수진(9살) : "친구들이랑 같이 놀아서 좋아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러시아인 어머니를 잃은 뒤 탈북자 아버지와 남한에 온 안드레이는 지방에 있는 아빠와 통화할 때가 하루 중 가장 즐겁습니다.

<녹취> 조안드레이(10살) : "(지금 누구하고 통화했어요?) 아빠.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이도,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도 그립기는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는 삼흥학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말을 모르니까 제일 뒤에 앉아가지고 애들 진도 못 따라가요. 못 따라가고 그냥 뒤에 앉아서 졸다가 오는 거예요. 일반 학교 가니까. 새터민이니까 우리 마음도 잘 알고 애도 잘 가르쳐주잖아요. 엄마 심정으로, 솔직히 여기 와보니까 엄마보다 더 잘 돌봐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순(11살) : 국어공부 하는 것도 다 좋아요."

탈북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삼흥학교에는 지금도 입학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입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교사를 더 뽑고 시설도 확충해 정원을 6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이제 설립된 지 6개월이기 때문에 저희도 확 늘릴 수는 없고요. 학생이 늘어나면 교사가 같이 늘어나야 되거든요. 그런 걸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우리 여건과 이런 게 되면서 나중에 저희 목표는학년별로 한 개 학급씩은 적어도 있어야…"

초등학생들은 다른 지역으로 전학만 가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곤 하죠.

하물며 탈북자 자녀들이 체제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겁니다.

천 명 남짓한 탈북자 자녀들의 교육 문제조차 풀어내지 못한다면 2천 3백만 북한 주민들을 포용해야 하는 통일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겠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게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는 일은 우리의 과제이자, 통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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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07 09: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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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탈북자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탈북자 자녀들은 가정 형편도 어렵고 남한 사회와 정서도 맞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탈북자 자녀들의 적응을 돕는 기숙형 대안학교가 올해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이곳 삼흥학교입니다. <녹취> 아이들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탈북자들의 자녀들입니다. 8살에서 13살까지 초등학생들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탈북한 뒤 중국과 같이 제 3국에서 머무는 동안 태어난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입국한 19살 이하 탈북자 자녀는 2천 600여명. 이 가운데 현재 초등학생은 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탈북자 부모 대부분은 아이들을 보살필 형편이 못됩니다. 때문에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빈집을 지키거나 놀이터와 PC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이런 탈북자 자녀들을 위해 삼흥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탈북자) :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2만 명 중에 70%를 차지하는데 그 여성은 대부분 자녀를 거느린 가임기 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 입국을 해서 친정이나 시댁도 없고 그리고 생계형 직종에서 근무를 하다보니까 아이들을 돌볼 수도 없고 교육시킬 수도 없고 그런 호소들이 빗발치면서 NK지식인연대가 이런 학교를 설립해야 되겠다…" 삼흥학교라는 이름은 지, 덕, 체를 고루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엔 방과 후 수업만 했지만, 이내 잠까지 자는 기숙학교로 운영방식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처음에 학교를 세울 때는 기숙형 학교를 생각 못하고 그냥 10시까지만 케어했다가 집에 보내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가보니까 집이 비어있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을 두지 못하고 다시 학교로 데려와서 교사들 집에도 데려가고 제 집에도 데려가고. 이러면서 우리가 기숙사를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구나." 삼흥학교는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수업료와 기숙사비는 한 달에 10만 원으로 저렴합니다. 지난해 11월 시범 운영을 할 때만 해도 세 명에 불과했던 학생 수는 올 초 정식 개교한 뒤 서른여섯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삼흥학교 학생들은 모두 부근의 신구로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 같이 손을 잡고 이곳으로 옵니다. <녹취> "받아쓰기 책하고 알림장 선생님 앞에 빨리 가져와. 삼흥학교의 수업은 제도권 교육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인터뷰> 주효영(삼흥학교 교사/탈북자) : "지금 신구로 초등학교 지도 계획에 맞춰서 나가요. 그러니까 그 학교에 가서 그 날에 가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 부진된 부분을 채워주고…"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정규 교과목을 보충해주고, 중국어, 컴퓨터, 태권도와 같은 특기도 가르칩니다. 두 학년을 한반으로 묶어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한 뒤 중국에서 보통 1~2년을 머물다 남한으로 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얘네들은 혼돈인 거예요. 내가 북한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대한민국 사람인지. 왜냐하면 집에 있을 때는 집에 가면 북한 말을 하는 어머니와 중국말을 하는 아버지와 그 사이에 애가 놓여있고…" 지난 2009년에 한국으로 온 열세 살 형국이는 북한에서 4학년까지 학교를 다녔지만,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녹취> 이형국(13살, 2009년 탈북) : "과목은 같아요. 근데 배우는 게 달라요. 힘든 건요. 한국말 배우는 거요."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 각 반을 담당하는 담임선생님들은 모두 북한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입니다. 북한에서 교사로 일하다 딸을 남겨두고 탈북한 김향순 선생님은 제자들이 친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인터뷰> 김향순(삼흥학교 교사/탈북자) : "교사로서, 또 부모로서, 학부모로서도 열심히 노력을 해서 하나라도 더 배워주고, 가르쳐주고 일깨워줘서 우리 애들이 더 큰 착오가 없이 올바른 정착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사회성도 키웁니다. 옷과 짐을 정리하고, 양말을 빠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마냥 즐겁습니다. <인터뷰> 한수진(9살) : "친구들이랑 같이 놀아서 좋아요."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과 전화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러시아인 어머니를 잃은 뒤 탈북자 아버지와 남한에 온 안드레이는 지방에 있는 아빠와 통화할 때가 하루 중 가장 즐겁습니다. <녹취> 조안드레이(10살) : "(지금 누구하고 통화했어요?) 아빠.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이도,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도 그립기는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는 삼흥학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 : "말을 모르니까 제일 뒤에 앉아가지고 애들 진도 못 따라가요. 못 따라가고 그냥 뒤에 앉아서 졸다가 오는 거예요. 일반 학교 가니까. 새터민이니까 우리 마음도 잘 알고 애도 잘 가르쳐주잖아요. 엄마 심정으로, 솔직히 여기 와보니까 엄마보다 더 잘 돌봐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은 웃음을 되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순(11살) : 국어공부 하는 것도 다 좋아요." 탈북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삼흥학교에는 지금도 입학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여섯 명의 아이들이 입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교사를 더 뽑고 시설도 확충해 정원을 60명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인터뷰> 채경희(삼흥학교 교장) : "이제 설립된 지 6개월이기 때문에 저희도 확 늘릴 수는 없고요. 학생이 늘어나면 교사가 같이 늘어나야 되거든요. 그런 걸 한꺼번에 늘릴 수는 없고 점진적으로 우리 여건과 이런 게 되면서 나중에 저희 목표는학년별로 한 개 학급씩은 적어도 있어야…" 초등학생들은 다른 지역으로 전학만 가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곤 하죠. 하물며 탈북자 자녀들이 체제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일 겁니다. 천 명 남짓한 탈북자 자녀들의 교육 문제조차 풀어내지 못한다면 2천 3백만 북한 주민들을 포용해야 하는 통일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겠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하게끔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는 일은 우리의 과제이자, 통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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