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연 10만 중증 외상환자, 갈 곳 없어

입력 2011.05.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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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해균(선장) : "한국 의술 대단하죠.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의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요."



<앵커 멘트>



이처럼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은 기사회생 했지만, 국내 중증 외상 치료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석해균 선장을 살린 이국종 교수의 병원 24시간을 박대기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밤 9시, 사경을 헤매는 교통사고 환자가 급히 수술실로 옮겨집니다.



이 70대 할머니는 충남에서 사고를 당했지만 병원마다 수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일곱 시간 만에 이곳까지 실려왔습니다.



<인터뷰>이국종(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 "좀 더 계셨으면 돌아가시는데…. 폐도, 이렇게 압박이 되면서 폐도 터졌거든요."



새벽 한 시, 이번에는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0대가 인천에서 긴급 이송됐습니다.



몸속 대부분의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해 매우 위중한 상황.



환자 보호자는 애가 탑니다.



<녹취>수술환자 보호자 : "힘내, 파이팅! 사랑해…."



밤에 수술하는 병원이 드물어 응급 환자의 83%가 야간에 이 교수팀을 찾습니다.



이 응급 중환자실은 20 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입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교수팀 의사는 수련의까지 합쳐도 겨우 네 명,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의사가 허다합니다.



<인터뷰>이국종(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 "같이 근무하는 정경원 선생이라고, 외과 전문의가 있는데 작년에, 일 년에 집에 네 번 갔어요."



이 교수팀이 지난 10여 년간 수술한 중증외상환자는 천 6백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정말 밤낮이 없을 정도인데요, 버츄얼 스튜디오에 이충헌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한해 중증외상환자가 얼마나 생깁니까?



<답변>



각종 사고로 인한 중증외상환자는 한해 10만 명가량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서도 4만5천 명은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상탭니다.



시스템만 잘 돼있다면 살릴 수도 있는데 안타깝게 숨지는 비율이 일본이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5%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33%, 3명 중 1명이 외상치료시스템 부재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사고현장에서부터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고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필수적인 생명구조장치가 갖추어져 있는 공공 응급헬기가 우리나라에는 단 한대도 없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환자 후송용 119헬기가 착륙하고,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송됩니다.



헬기로 옮겨진 환자는 60킬로미터 떨어진 종합병원까지 30분만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이 신속한 환자 후송을 위해 고속도로 전역에 헬기장을 만든 뒤 최초의 후송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119 헬기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와 설비가 없습니다.



<인터뷰>유인술(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병원에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의 처치가 중요합니다. 지금은 단순 환자 이송용 택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민간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응급의료 전용 헬기입니다. 전용 헬기로는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이 응급헬기엔 인공호흡기와 제세동기 등 각종 생명유지장치가 부착돼 있어 각종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헬기에 탑승해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의사와 장비를 갖춘 응급의료 전용 헬기를 두대 도입할 예정입니다.



OECD 회원국 34개 가운데 공공 응급 헬기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앵커 멘트>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하거나 치료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열악한데요, 그럼 대안은 무엇입니까?



<답변>



전문가들은 응급실과는 별도로 중증외상센터를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가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지 정홍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이지만 대형 병원 응급실은 몰려든 환자들로 북새통입니다.



만성 암 환자부터 가벼운 교통사고 환자까지...



이런 상황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들어와도 기민한 대응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심민섭(응급의학과 교수) : "경증환자들이 많이 몰려왔을 경우에 그 인력이나 장비, 시설을 그쪽으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때문에 상당수 OECD 국가들은 중증외상센터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는 응급의학과와 외상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마취과 등 다른 전문의들로 구성된 당직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인터뷰> 이국종(교수) : "특별히 어느 병원으로 가야될지 고민하지 않고 중증외상센터로 무조건 이송해서 72시간의 집중치료기간과 안정기간을 거쳐서..."



이런 중증외상센터는 전국 6개 권역별로 한 곳씩은 설립돼야 하지만, 6천억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젭니다.



<인터뷰> 허영주(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 "경제성 분석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 생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정 지원 규모를 파악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처럼 중증외상을 일으키는 불의의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 설립 문제를 경제성의 논리가 아닌 생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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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연 10만 중증 외상환자, 갈 곳 없어
    • 입력 2011-05-10 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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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해균(선장) : "한국 의술 대단하죠.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의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요."

<앵커 멘트>

이처럼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은 기사회생 했지만, 국내 중증 외상 치료 시스템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석해균 선장을 살린 이국종 교수의 병원 24시간을 박대기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밤 9시, 사경을 헤매는 교통사고 환자가 급히 수술실로 옮겨집니다.

이 70대 할머니는 충남에서 사고를 당했지만 병원마다 수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일곱 시간 만에 이곳까지 실려왔습니다.

<인터뷰>이국종(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 "좀 더 계셨으면 돌아가시는데…. 폐도, 이렇게 압박이 되면서 폐도 터졌거든요."

새벽 한 시, 이번에는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0대가 인천에서 긴급 이송됐습니다.

몸속 대부분의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해 매우 위중한 상황.

환자 보호자는 애가 탑니다.

<녹취>수술환자 보호자 : "힘내, 파이팅! 사랑해…."

밤에 수술하는 병원이 드물어 응급 환자의 83%가 야간에 이 교수팀을 찾습니다.

이 응급 중환자실은 20 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규모입니다.

그러나 매일 같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교수팀 의사는 수련의까지 합쳐도 겨우 네 명, 격무를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의사가 허다합니다.

<인터뷰>이국종(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 "같이 근무하는 정경원 선생이라고, 외과 전문의가 있는데 작년에, 일 년에 집에 네 번 갔어요."

이 교수팀이 지난 10여 년간 수술한 중증외상환자는 천 6백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정말 밤낮이 없을 정도인데요, 버츄얼 스튜디오에 이충헌 의학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한해 중증외상환자가 얼마나 생깁니까?

<답변>

각종 사고로 인한 중증외상환자는 한해 10만 명가량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서도 4만5천 명은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상탭니다.

시스템만 잘 돼있다면 살릴 수도 있는데 안타깝게 숨지는 비율이 일본이 10%, 미국 메릴랜드주는 5%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무려 33%, 3명 중 1명이 외상치료시스템 부재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사고현장에서부터 헬기 등을 이용해 신속하고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필수적인 생명구조장치가 갖추어져 있는 공공 응급헬기가 우리나라에는 단 한대도 없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환자 후송용 119헬기가 착륙하고,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가 들것에 실려 이송됩니다.

헬기로 옮겨진 환자는 60킬로미터 떨어진 종합병원까지 30분만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이 신속한 환자 후송을 위해 고속도로 전역에 헬기장을 만든 뒤 최초의 후송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 119 헬기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의와 설비가 없습니다.

<인터뷰>유인술(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병원에 도착하기 전 현장에서의 처치가 중요합니다. 지금은 단순 환자 이송용 택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 민간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응급의료 전용 헬기입니다. 전용 헬기로는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이 응급헬기엔 인공호흡기와 제세동기 등 각종 생명유지장치가 부착돼 있어 각종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헬기에 탑승해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의사와 장비를 갖춘 응급의료 전용 헬기를 두대 도입할 예정입니다.

OECD 회원국 34개 가운데 공공 응급 헬기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앵커 멘트>

중증외상환자를 이송하거나 치료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열악한데요, 그럼 대안은 무엇입니까?

<답변>

전문가들은 응급실과는 별도로 중증외상센터를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가 왜 필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지 정홍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일 낮이지만 대형 병원 응급실은 몰려든 환자들로 북새통입니다.

만성 암 환자부터 가벼운 교통사고 환자까지...

이런 상황에서 중증외상 환자가 들어와도 기민한 대응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심민섭(응급의학과 교수) : "경증환자들이 많이 몰려왔을 경우에 그 인력이나 장비, 시설을 그쪽으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때문에 상당수 OECD 국가들은 중증외상센터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는 응급의학과와 외상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마취과 등 다른 전문의들로 구성된 당직체계도 갖춰야 합니다.

<인터뷰> 이국종(교수) : "특별히 어느 병원으로 가야될지 고민하지 않고 중증외상센터로 무조건 이송해서 72시간의 집중치료기간과 안정기간을 거쳐서..."

이런 중증외상센터는 전국 6개 권역별로 한 곳씩은 설립돼야 하지만, 6천억 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방안이 문젭니다.

<인터뷰> 허영주(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 "경제성 분석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국민 생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정 지원 규모를 파악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처럼 중증외상을 일으키는 불의의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중증외상센터 설립 문제를 경제성의 논리가 아닌 생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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