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늘어나는 아동 실종…애타는 부모

입력 2011.05.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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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991년에 실종된 다섯 어린이, 이른바 ’개구리 소년들’의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 실종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고, 실종 신고도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이슈&뉴스, 오늘은 실종 어린이 실태와 대책을 짚어봅니다.



먼저,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아이들과 애타게 자녀를 찾는 부모들을 미아보호소에서 만나봤습니다.



고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족 단위 나들이객 사이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이들이 눈에 띕니다.



딸을 잃어버린 엄마가 실종 아동 보호소를 찾아와 울먹입니다.



<녹취> "(몇 살?) 여섯 살이요. 여자 아이!"



<녹취> 안내방송 : "빨간색 바지를 입은 6살 여자 어린이를 찾습니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남자 아이가 낯선 아주머니들의 손에 이끌려 보호소로 옵니다.



<녹취> "엄마, 엄마~"



5살 효원이는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공원 정문 근처에서 혼자 울고 있다가 낯선 아저씨 품에 안겨 이곳에 왔습니다.



한 시간 넘게 효원이를 찾아 헤매던 아빠는 아들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끌어안습니다.



<인터뷰>이민권(효원이 아버지) :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신경을 못 쓴 것도 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고, 애가 둘이라서요."



<녹취> "너 왜 여깄어"



잃어버린 딸을 찾은 엄마는 기쁜 마음에 타박이 앞섭니다.



사라진 딸을 찾는 동안 마음은 천길만길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터뷰>김선영(서울 면목동) :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거든 요. 찾다찾다, 좀 찾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어린이날 하루에만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쉰 명이 넘는 실종 아동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멘트>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을 잃어버릴 수 있는데요.



최형원 기자, 실종 어린이가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지난해에 어린이 실종 신고가 처음 만건을 넘어섰는데요.



지난 2006년부터 보면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천건 씩 실종신고가 늘고 있습니다.



실종 장소는 집 주변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유원지나 피서지 등입니다.



이러다 보니 나들이나 야외활동이 많은 5, 6, 7월에 실종 신고도 가장 많습니다.



실종 어린이 대부분은 다행히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만, 10년 넘게 잃어버린 자녀를 찾아 헤매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변진석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1년 전에 다섯 살 난 아들 진호를 잃어버린 최명규 씨, 지금도 사흘에 한 번씩 아들이 사라진 옛집 앞 골목길을 찾아갑니다.



<인터뷰>최명규(최진호 군 아버지) : "혹시나해서 여기서 마주칠 수 있다는 느낌, 그런 기대감 그런 거겠죠."



지난 세월 수없이 들여다 본 아들 사진,



<녹취> "자주 안봐요. 그냥 보면 가슴만 아프고 …우울증에 많이 시달려요."



최씨는 4년 전부터 미아 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아이 여기 있으니까 데려가세요."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3년 전부터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자우 씨, 22년 전 이맘때 물 한잔 달라며 집에 찾아왔던 낯선 여자가 그새에 7개월 된 둘째 한소희 양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이자우(한소희 양 어머니) : "빈자리가 채워져야 하는데 안 채워지니까 가슴이 아프고, 5월 달만 되면 가슴이 더 아파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젖먹이 딸의 흔적.



<녹취> "체취만 느껴보려고요. 지금 24살 됐어요. 7개월짜리가…"



잃어버린 자녀의 빈자리는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자우(한소희 양 어머니) : "늘 밝게 웃고 살아도 마음속에 늘 그런 게 남아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요."



<앵커 멘트>



정말 가슴 아픈데요.



이렇게 끝내 잃어버린 자녀를 찾지 못한 부모들이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앰버 경보’라는 게 있는데요.



단순 실종이나 가출이 아닌 유괴나 납치 등 범죄에 연관된 실종 사건을 말합니다.



경찰이 최근 4년간 앰버 경보를 발령한 실종 사건은 모두 320건이고, 이 가운데 134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종 아동법이 만들어진 게 지난 2005년인데요, 과거에 잃어버린 어린이가 이때를 기준으로 만 14살이 안 됐으면 실종, 14살이 넘었으면 가출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상한 기준인데요.



이 때문에 전체 실종 어린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를 잡을수가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어린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실종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2007년 성탄절에 동네에서 놀다가 소식이 끊겼던 혜진이와 예슬이.



실종 3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취>故 이혜진 양 어머니 : "혜진아, 불쌍해서 어떡하니…."



이 사건 직후 전국의 모든 경찰서에 ’실종수사전담팀’이 설치됐습니다.



빠른 초동수사를 통해 제2, 제3의 혜진이, 예슬이와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97개 경찰서가 실종수사 전담팀을 사실상 없앴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실종업무를 같이 업무를 하게 되면, 지금 하는 강·절도 사건을 젖혀두고 그 업무에 치중을 해버리면 업무 부담이 오지 않겠습 니까?"



전담팀이 있더라도 배치된 인원은 겨우 두세 명.



매달 수십 건씩 발생하는 단순 실종이나 가출을 처리하느라 장기 미제로 남아있는 실종 사건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서기원(실종 어린이 찾기 협회 대표) : "예전에 장기 사건들 있잖아요. 이렇게 그대로 남아있는 거죠. 우리 회원 중에는 찾아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력이 부족하다면 부모가 직접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민간인 탐정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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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늘어나는 아동 실종…애타는 부모
    • 입력 2011-05-13 22:11:24
    뉴스 9
<앵커 멘트>

1991년에 실종된 다섯 어린이, 이른바 ’개구리 소년들’의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 실종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고, 실종 신고도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이슈&뉴스, 오늘은 실종 어린이 실태와 대책을 짚어봅니다.

먼저,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아이들과 애타게 자녀를 찾는 부모들을 미아보호소에서 만나봤습니다.

고은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가족 단위 나들이객 사이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이들이 눈에 띕니다.

딸을 잃어버린 엄마가 실종 아동 보호소를 찾아와 울먹입니다.

<녹취> "(몇 살?) 여섯 살이요. 여자 아이!"

<녹취> 안내방송 : "빨간색 바지를 입은 6살 여자 어린이를 찾습니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남자 아이가 낯선 아주머니들의 손에 이끌려 보호소로 옵니다.

<녹취> "엄마, 엄마~"

5살 효원이는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공원 정문 근처에서 혼자 울고 있다가 낯선 아저씨 품에 안겨 이곳에 왔습니다.

한 시간 넘게 효원이를 찾아 헤매던 아빠는 아들을 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가 끌어안습니다.

<인터뷰>이민권(효원이 아버지) :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신경을 못 쓴 것도 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고, 애가 둘이라서요."

<녹취> "너 왜 여깄어"

잃어버린 딸을 찾은 엄마는 기쁜 마음에 타박이 앞섭니다.

사라진 딸을 찾는 동안 마음은 천길만길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터뷰>김선영(서울 면목동) :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있었거든 요. 찾다찾다, 좀 찾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어린이날 하루에만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쉰 명이 넘는 실종 아동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멘트>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을 잃어버릴 수 있는데요.

최형원 기자, 실종 어린이가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지난해에 어린이 실종 신고가 처음 만건을 넘어섰는데요.

지난 2006년부터 보면 2009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천건 씩 실종신고가 늘고 있습니다.

실종 장소는 집 주변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유원지나 피서지 등입니다.

이러다 보니 나들이나 야외활동이 많은 5, 6, 7월에 실종 신고도 가장 많습니다.

실종 어린이 대부분은 다행히 부모 품으로 돌아가지만, 10년 넘게 잃어버린 자녀를 찾아 헤매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변진석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1년 전에 다섯 살 난 아들 진호를 잃어버린 최명규 씨, 지금도 사흘에 한 번씩 아들이 사라진 옛집 앞 골목길을 찾아갑니다.

<인터뷰>최명규(최진호 군 아버지) : "혹시나해서 여기서 마주칠 수 있다는 느낌, 그런 기대감 그런 거겠죠."

지난 세월 수없이 들여다 본 아들 사진,

<녹취> "자주 안봐요. 그냥 보면 가슴만 아프고 …우울증에 많이 시달려요."

최씨는 4년 전부터 미아 방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아이 여기 있으니까 데려가세요."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3년 전부터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자우 씨, 22년 전 이맘때 물 한잔 달라며 집에 찾아왔던 낯선 여자가 그새에 7개월 된 둘째 한소희 양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인터뷰>이자우(한소희 양 어머니) : "빈자리가 채워져야 하는데 안 채워지니까 가슴이 아프고, 5월 달만 되면 가슴이 더 아파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젖먹이 딸의 흔적.

<녹취> "체취만 느껴보려고요. 지금 24살 됐어요. 7개월짜리가…"

잃어버린 자녀의 빈자리는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자우(한소희 양 어머니) : "늘 밝게 웃고 살아도 마음속에 늘 그런 게 남아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요."

<앵커 멘트>

정말 가슴 아픈데요.

이렇게 끝내 잃어버린 자녀를 찾지 못한 부모들이 얼마나 됩니까?

<답변>

네, ’앰버 경보’라는 게 있는데요.

단순 실종이나 가출이 아닌 유괴나 납치 등 범죄에 연관된 실종 사건을 말합니다.

경찰이 최근 4년간 앰버 경보를 발령한 실종 사건은 모두 320건이고, 이 가운데 134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종 아동법이 만들어진 게 지난 2005년인데요, 과거에 잃어버린 어린이가 이때를 기준으로 만 14살이 안 됐으면 실종, 14살이 넘었으면 가출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상한 기준인데요.

이 때문에 전체 실종 어린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를 잡을수가 없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 어린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실종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2007년 성탄절에 동네에서 놀다가 소식이 끊겼던 혜진이와 예슬이.

실종 3개월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녹취>故 이혜진 양 어머니 : "혜진아, 불쌍해서 어떡하니…."

이 사건 직후 전국의 모든 경찰서에 ’실종수사전담팀’이 설치됐습니다.

빠른 초동수사를 통해 제2, 제3의 혜진이, 예슬이와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97개 경찰서가 실종수사 전담팀을 사실상 없앴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실종업무를 같이 업무를 하게 되면, 지금 하는 강·절도 사건을 젖혀두고 그 업무에 치중을 해버리면 업무 부담이 오지 않겠습 니까?"

전담팀이 있더라도 배치된 인원은 겨우 두세 명.

매달 수십 건씩 발생하는 단순 실종이나 가출을 처리하느라 장기 미제로 남아있는 실종 사건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서기원(실종 어린이 찾기 협회 대표) : "예전에 장기 사건들 있잖아요. 이렇게 그대로 남아있는 거죠. 우리 회원 중에는 찾아진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력이 부족하다면 부모가 직접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민간인 탐정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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