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연극 ‘푸르른 날에’ 外

입력 2011.05.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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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입니다.

요즘 공연계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들이 적지 않은데요.

먼저 '5.18 민주화 운동'이란 비극적 우리 현대사를 다루면서도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연극 '푸르른 날에'입니다.

살아남아 비겁자가 됐다는 자괴감에 사랑하는 여인과 딸을 남겨둔 채 불가에 귀의한 한 남자.

딸의 결혼 소식은 이 남자의 기억의 추를 31년 전 5월의 광주로 되돌려 놓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푸르렀던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한 남자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명랑만화를 보는 듯한 과장된 대사와 몸짓이 재미를 더합니다.

엉뚱한 상상력이 큰 웃음을 주는 연극 '짬뽕'입니다.

1980년 5월의 광주, 허름한 중국 음식점에 배달 중인 짬뽕을 빼앗아 먹으려는 군인들이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요.

5.18 소식을 알게 된 중국 음식점 식구들은 급기야 이 일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저 짬뽕 한 그릇이 소중했던 소시민들이 비극적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5.18은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영웅의 삶에 가려진 한 가족의 희생과 아픔을 그렸습니다.

연극 '나는 너다'는 영웅인 아버지를 원망해 매국노로 낙인 찍힌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데요.

배우 송일국 씨가 아버지 안중근과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박정자, 배해선 씨도 관록 넘치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 백성희 장민호 씨의 이름을 딴 극장이 개관작으로 선보였던 '3월의 눈', 기억하시나요? 지난 3월 초연 이후 줄곧 재공연 요청이 이어졌었는데요.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손자의 빚을 갚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한옥을 팔고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인데요.

3월에 내리는 눈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 기억과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그려갑니다.

86살의 백성희 씨는 뇌졸중으로 이번 무대에 서지 못하는데요.

대신, 초연 당시 더블 캐스팅됐던 배우 박혜진 씨가 출연합니다.

연극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은 영국의 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는데요.

사랑과 우정, 오해와 화해 등 인생의 희노애락이 주방을 중심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인종과 계층간의 갈등 등 깊이 있는 주제를 반복적인 일상을 통해 잘 녹여냈습니다.


30년 동안 단역만 맡아온 49살의 연극배우가 오매불망 바라던 연극 '햄릿'의 주인공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관객 동원을 걱정한 제작자의 입김에 무산되고 마는데요.

2004년 초연된 연극 '삼류 배우'는 관객들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짓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문화가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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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가 산책] 연극 ‘푸르른 날에’ 外
    • 입력 2011-05-22 07: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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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입니다. 요즘 공연계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들이 적지 않은데요. 먼저 '5.18 민주화 운동'이란 비극적 우리 현대사를 다루면서도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연극 '푸르른 날에'입니다. 살아남아 비겁자가 됐다는 자괴감에 사랑하는 여인과 딸을 남겨둔 채 불가에 귀의한 한 남자. 딸의 결혼 소식은 이 남자의 기억의 추를 31년 전 5월의 광주로 되돌려 놓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푸르렀던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한 남자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명랑만화를 보는 듯한 과장된 대사와 몸짓이 재미를 더합니다. 엉뚱한 상상력이 큰 웃음을 주는 연극 '짬뽕'입니다. 1980년 5월의 광주, 허름한 중국 음식점에 배달 중인 짬뽕을 빼앗아 먹으려는 군인들이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요. 5.18 소식을 알게 된 중국 음식점 식구들은 급기야 이 일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저 짬뽕 한 그릇이 소중했던 소시민들이 비극적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5.18은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 영웅의 삶에 가려진 한 가족의 희생과 아픔을 그렸습니다. 연극 '나는 너다'는 영웅인 아버지를 원망해 매국노로 낙인 찍힌 안중근의 아들 안중생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데요. 배우 송일국 씨가 아버지 안중근과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박정자, 배해선 씨도 관록 넘치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 백성희 장민호 씨의 이름을 딴 극장이 개관작으로 선보였던 '3월의 눈', 기억하시나요? 지난 3월 초연 이후 줄곧 재공연 요청이 이어졌었는데요.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손자의 빚을 갚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한옥을 팔고 떠나야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인데요. 3월에 내리는 눈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 기억과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그려갑니다. 86살의 백성희 씨는 뇌졸중으로 이번 무대에 서지 못하는데요. 대신, 초연 당시 더블 캐스팅됐던 배우 박혜진 씨가 출연합니다. 연극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은 영국의 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는데요. 사랑과 우정, 오해와 화해 등 인생의 희노애락이 주방을 중심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인종과 계층간의 갈등 등 깊이 있는 주제를 반복적인 일상을 통해 잘 녹여냈습니다. 30년 동안 단역만 맡아온 49살의 연극배우가 오매불망 바라던 연극 '햄릿'의 주인공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관객 동원을 걱정한 제작자의 입김에 무산되고 마는데요. 2004년 초연된 연극 '삼류 배우'는 관객들이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짓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문화가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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