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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싸움에 멍드는 환자
입력 2011.06.06 (08:59) 취재파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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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립대학교 병원.

이 병원 신경외과에서 임상 교수로 근무중인 박 모 씨는 요즘, 거의 손을 놓고 있습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일주일에 외래(진료) 2번 보는 것 빼고는 이 방에서 그냥 논문 봤다가 심심하면 인터넷 봤다가 만화 봤다가 그렇게 있다 퇴근하니까요."

당직 근무가 절반으로 줄고 외래 초진 환자도 배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주임 교수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자신이 주임 교수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진료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4월 달 경찰 조사 전까지는 전혀 그런 진료 방해 같은 게 없었거든요. 경찰 조사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돼서 외래 환자부터 잘리기 시작해서..."

<앵커 멘트>

대학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의사들 간의 알력 다툼은 종종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할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쁜 감정이 있다거나 높은 지위를 이용해 동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심각한 일입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 간의 다툼 내막과 이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박 씨와 주임교수의 갈등은 박 씨의 장인이 운영하는 골프 연습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6년, 박 씨의 주임교수는 이 곳에 찾아와 30년 된 자연산 반송, 즉 소나무 6그루를 파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뷰>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이 정도 반송이면 몇 백만 원 하고 아주 귀한 것이다. 그러면서 반송을 한그루 한그루 가서 쓰다듬고 만지면서 좋네 좋네 막 계속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골프장에서 파 낸 소나무들은 모두 주임교수의 개인 농원으로 옮겨 심어졌습니다.

이후 3년여 동안 주임 교수는 각종 자연석들과 조경석, 진돗개까지 박 씨의 장인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녹취>박 씨 장인 : "(주임교수가)'밖에 축대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덤프트럭에다가 실어서 보냈죠. 그 사람한테 간 것이 15톤 덤프트럭 7차가 갔어요 조경석으로 간게..."

박 씨 장인은 사위의 교수 임용 추천권을 가진 주임교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박 씨 장인 : "자기 뒤를 따라서 의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또 교수를 해야 한다고. 어 이렇게 얘기할 때 아 어떤 사람이 그 사람한테 반기를 들고 비비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난 2009년에는 다른 일도 있었습니다.

박 씨와 박 씨의 동료 전임의는 각각 두 달과 6달 동안 인근의 한 의료원에 파견을 갔습니다.

그런데 주임 교수는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500만 원 씩을 떼어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녹 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780만 원을 받았는데 그 중에 500만 원은 주임 교수가 가져간 거죠."

파견 나간 두 명의 의사가 이렇게 송금한 돈은 모두 4천만 원.

주임 교수가 내세운 명목은 신경외과 의국 발전비였습니다.

박 씨는 당시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했던 동료 의사와의 통화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박 교수(동료의사) : "에이, 상의가 뭐요? 그냥 통보지 통보 그냥 5백 씩 내기로 했다는..."

주임 교수는 이렇게 모인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말이 만 원 짜리지, 그게 몇 장입니까. 자루 갖고가도 부족할 정도인데...전화했더니 '그러면 5만 원 짜리 현찰로 바꿔와라' 그래서 5만 원 짜리로 700장을 찾아다가..."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주임 교수는 뇌물 수수와 임금 갈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 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 때부터 주임 교수가 박씨의 진료를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수술을 얼마 정도 하고 외래환자 얼마 보고그게 있어야 제가 교수 임용이 되고 병원에 남을 수 있는데 외래 환자를 싹 줄인거죠. 어떻게 해서든 내보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해당 주임교수는 검찰이 최근 자신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녹취>주임교수 : "이미 끝난 일이어서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가 좀 그러네요."

주임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소나무와 돌은 계속된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선물로 받았을 뿐이며, 전임의로부터 받은 4천만 원은 당사자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박 씨의 진료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전문의 필기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던 박 씨는, 이제 대학 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할 처집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제 개인적으론 갑갑하고 서글프죠. 그런데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주임 교수가 그런 식으로 하는데 누구라도 반발할 수가 없어요."

특히 박 씨는 자신이 병력을 잘 아는 환자를 그대로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합니다.

한 사립대학의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김 모 교수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김 씨는 정형외과의 선임 교수지만 일주일에 2번, 일반 진료만 봅니다.

<녹취>정형외과 간호사 : "(김 교수의 선택진료가 없어서요?) 선택진료 아니에요."

<특촬> 한 언론사로부터 척추 수술 분야의 명의로 선정되기도 했던 김 교수.

그러나 특진에서 제외된데다 진료과목에 아예 '척추' 분야가 없다보니 수술 환자도 없습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결국 환자들도 왔다 그냥 가버리고, 특진이 아니다 보니까. 알고 지내던 환자들도 이 사람이 뭔가 이상있는 사람인가 판단하고.."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대학병원의 원장은 김 교수가 척추 수술을 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삭감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이 손해를 본다.

또 김 교수가 본인이 개발한 수술 재료만 쓰는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했다며 진료와 수술을 제한했습니다.

김 씨가 사용하는 수술재료 구매도 중단시켰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주장은 다릅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척추수술이란 건 뜻하지 않은 사고들이 많이 날 수 있거든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또 가급적 신경이 손상되지 않는 수술기구, 제가 익숙한 걸 써야 되거든요."

실제 병원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이 잇따랐습니다.

먼저 이 대학의 교원윤리위원회는 김 교수가 개발한 수술재료는 서울대 등 다른 대학병원도 쓰고 있어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도 병원의 진료 제한 조치가 공익적인 목적, 즉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채인정(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전혀 관계가 없는 나머지 의사들의 법으로 보장돼 있는 기계 선택권까지 박탈한다는 건 불법이다. 이 얘기죠. 그런데 그런 행위가 이뤄졌다 그러면 이건 충분히 이성적인 게 아니라 감정적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얘깁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자신의 수술비를 삭감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이 손해를 본다는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척추 수술을 했던 다른 의사의 수술재료 삭감률도 자신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또 병원이 수익성을 내세워 환자의 수술을 제한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합니다.

<인터뷰>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 수술을 하자는 거지, 아니 이걸 심평원 기준에 또는 병원장이 압박한다고 해서 그 기준에 맞춰서 수술을 하면 되나요? 입장을 바꿔 놓으면 그게 되겠어요?"

2년 넘게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검찰은 병원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약식기소했습니다.

학교 측 조사 대로 해당 수술 재료는 다른 병원도 사용해 문제될 것이 없고, 보험 급여 비용이 삭감됐다고 해서 김 교수의 수술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병원장에게는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진료를 방해하고 거짓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5백만 원의 벌금형을 결정했습니다.

공식 인터뷰를 거절한 병원장은 취재팀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김 교수가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에 적절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수술재료 구매를 중단한 것은 법원에서 타당하다고 결정이 났으며, 검찰의 약식 기소에 대해선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원장과 김 교수의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은 애가 탑니다.

척추 질환을 앓던 김정관 씨는 지난 2008년, 고심 끝에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김정관(척추협착증 환자) : "내 가까운 사람도 수술을 한 4번 정도 했어요. 수술을, 근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이 분 한테 수술 받은 사람은 아무도 그런 후유증이 없더라고요."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수술이 취소됐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김정관(척추협착증 환자) :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게 지금 3년 됐어요.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딨냐고요."

다른 환자들도 수 차례 탄원서를 넣었지만 병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교수는 심지어 척추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수술도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어머니께 말도 못하고...참 안타까워요."

김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노인 복지관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녹취> "여기가 많이 아프시죠. 이렇게 움직여 보세요."

노인들 대부분은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척추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습니다.

<녹취> "아파서 걷질 못해."

학교 측과 사법 당국으로부터 잇따라 유리한 판단을 받아 냈지만, 언제 수술을 다시 할 수 있을 지 모르는 김 교수로서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의사의 가장 본분은 환자 진료인데, 생명인데... 법에 의하지 않고는 진료 제한을 아무도 할 수 없는 거죠. 그걸 차단시키고 환자들은 아무 하소연도 못하고 이유도 모르고 그냥 가고, 이건 너무 심한 악행이다."

어느 조직에나 갈등은 있고, 병원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이 사적인 감정이나 다른 이유로 다툼을 벌이면서 다른 의사의 정당한 진료권을 침해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 의사 싸움에 멍드는 환자
    • 입력 2011-06-06 08:59:05
    취재파일K
한 국립대학교 병원.

이 병원 신경외과에서 임상 교수로 근무중인 박 모 씨는 요즘, 거의 손을 놓고 있습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일주일에 외래(진료) 2번 보는 것 빼고는 이 방에서 그냥 논문 봤다가 심심하면 인터넷 봤다가 만화 봤다가 그렇게 있다 퇴근하니까요."

당직 근무가 절반으로 줄고 외래 초진 환자도 배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주임 교수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자신이 주임 교수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진료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4월 달 경찰 조사 전까지는 전혀 그런 진료 방해 같은 게 없었거든요. 경찰 조사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돼서 외래 환자부터 잘리기 시작해서..."

<앵커 멘트>

대학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의사들 간의 알력 다툼은 종종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할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쁜 감정이 있다거나 높은 지위를 이용해 동료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일이 실제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심각한 일입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 간의 다툼 내막과 이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박 씨와 주임교수의 갈등은 박 씨의 장인이 운영하는 골프 연습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06년, 박 씨의 주임교수는 이 곳에 찾아와 30년 된 자연산 반송, 즉 소나무 6그루를 파달라고 했습니다.

<인터뷰>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이 정도 반송이면 몇 백만 원 하고 아주 귀한 것이다. 그러면서 반송을 한그루 한그루 가서 쓰다듬고 만지면서 좋네 좋네 막 계속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골프장에서 파 낸 소나무들은 모두 주임교수의 개인 농원으로 옮겨 심어졌습니다.

이후 3년여 동안 주임 교수는 각종 자연석들과 조경석, 진돗개까지 박 씨의 장인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녹취>박 씨 장인 : "(주임교수가)'밖에 축대를 쌓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덤프트럭에다가 실어서 보냈죠. 그 사람한테 간 것이 15톤 덤프트럭 7차가 갔어요 조경석으로 간게..."

박 씨 장인은 사위의 교수 임용 추천권을 가진 주임교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박 씨 장인 : "자기 뒤를 따라서 의국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또 교수를 해야 한다고. 어 이렇게 얘기할 때 아 어떤 사람이 그 사람한테 반기를 들고 비비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지난 2009년에는 다른 일도 있었습니다.

박 씨와 박 씨의 동료 전임의는 각각 두 달과 6달 동안 인근의 한 의료원에 파견을 갔습니다.

그런데 주임 교수는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500만 원 씩을 떼어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으로 송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녹 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780만 원을 받았는데 그 중에 500만 원은 주임 교수가 가져간 거죠."

파견 나간 두 명의 의사가 이렇게 송금한 돈은 모두 4천만 원.

주임 교수가 내세운 명목은 신경외과 의국 발전비였습니다.

박 씨는 당시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당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했던 동료 의사와의 통화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녹취>박 교수(동료의사) : "에이, 상의가 뭐요? 그냥 통보지 통보 그냥 5백 씩 내기로 했다는..."

주임 교수는 이렇게 모인 돈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말이 만 원 짜리지, 그게 몇 장입니까. 자루 갖고가도 부족할 정도인데...전화했더니 '그러면 5만 원 짜리 현찰로 바꿔와라' 그래서 5만 원 짜리로 700장을 찾아다가..."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주임 교수는 뇌물 수수와 임금 갈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박 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이 때부터 주임 교수가 박씨의 진료를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수술을 얼마 정도 하고 외래환자 얼마 보고그게 있어야 제가 교수 임용이 되고 병원에 남을 수 있는데 외래 환자를 싹 줄인거죠. 어떻게 해서든 내보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해당 주임교수는 검찰이 최근 자신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녹취>주임교수 : "이미 끝난 일이어서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가 좀 그러네요."

주임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소나무와 돌은 계속된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선물로 받았을 뿐이며, 전임의로부터 받은 4천만 원은 당사자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박 씨의 진료를 방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전문의 필기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던 박 씨는, 이제 대학 병원을 떠나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할 처집니다.

<녹취>박○○(대학병원 신경외과 임상교수) : "제 개인적으론 갑갑하고 서글프죠. 그런데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주임 교수가 그런 식으로 하는데 누구라도 반발할 수가 없어요."

특히 박 씨는 자신이 병력을 잘 아는 환자를 그대로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합니다.

한 사립대학의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김 모 교수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김 씨는 정형외과의 선임 교수지만 일주일에 2번, 일반 진료만 봅니다.

<녹취>정형외과 간호사 : "(김 교수의 선택진료가 없어서요?) 선택진료 아니에요."

<특촬> 한 언론사로부터 척추 수술 분야의 명의로 선정되기도 했던 김 교수.

그러나 특진에서 제외된데다 진료과목에 아예 '척추' 분야가 없다보니 수술 환자도 없습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결국 환자들도 왔다 그냥 가버리고, 특진이 아니다 보니까. 알고 지내던 환자들도 이 사람이 뭔가 이상있는 사람인가 판단하고.."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대학병원의 원장은 김 교수가 척추 수술을 하면 건강보험 급여가 삭감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이 손해를 본다.

또 김 교수가 본인이 개발한 수술 재료만 쓰는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했다며 진료와 수술을 제한했습니다.

김 씨가 사용하는 수술재료 구매도 중단시켰습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주장은 다릅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척추수술이란 건 뜻하지 않은 사고들이 많이 날 수 있거든요.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또 가급적 신경이 손상되지 않는 수술기구, 제가 익숙한 걸 써야 되거든요."

실제 병원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이 잇따랐습니다.

먼저 이 대학의 교원윤리위원회는 김 교수가 개발한 수술재료는 서울대 등 다른 대학병원도 쓰고 있어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도 병원의 진료 제한 조치가 공익적인 목적, 즉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교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녹취>채인정(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전혀 관계가 없는 나머지 의사들의 법으로 보장돼 있는 기계 선택권까지 박탈한다는 건 불법이다. 이 얘기죠. 그런데 그런 행위가 이뤄졌다 그러면 이건 충분히 이성적인 게 아니라 감정적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얘깁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자신의 수술비를 삭감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이 손해를 본다는 주장도 반박했습니다.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척추 수술을 했던 다른 의사의 수술재료 삭감률도 자신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또 병원이 수익성을 내세워 환자의 수술을 제한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반문합니다.

<인터뷰>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 수술을 하자는 거지, 아니 이걸 심평원 기준에 또는 병원장이 압박한다고 해서 그 기준에 맞춰서 수술을 하면 되나요? 입장을 바꿔 놓으면 그게 되겠어요?"

2년 넘게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검찰은 병원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해 약식기소했습니다.

학교 측 조사 대로 해당 수술 재료는 다른 병원도 사용해 문제될 것이 없고, 보험 급여 비용이 삭감됐다고 해서 김 교수의 수술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병원장에게는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진료를 방해하고 거짓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5백만 원의 벌금형을 결정했습니다.

공식 인터뷰를 거절한 병원장은 취재팀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김 교수가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에 적절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수술재료 구매를 중단한 것은 법원에서 타당하다고 결정이 났으며, 검찰의 약식 기소에 대해선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원장과 김 교수의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은 애가 탑니다.

척추 질환을 앓던 김정관 씨는 지난 2008년, 고심 끝에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김정관(척추협착증 환자) : "내 가까운 사람도 수술을 한 4번 정도 했어요. 수술을, 근데 내가 알아본 바로는 이 분 한테 수술 받은 사람은 아무도 그런 후유증이 없더라고요."

그러나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수술이 취소됐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녹취>김정관(척추협착증 환자) :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게 지금 3년 됐어요.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딨냐고요."

다른 환자들도 수 차례 탄원서를 넣었지만 병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 교수는 심지어 척추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수술도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어머니께 말도 못하고...참 안타까워요."

김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노인 복지관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녹취> "여기가 많이 아프시죠. 이렇게 움직여 보세요."

노인들 대부분은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척추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있습니다.

<녹취> "아파서 걷질 못해."

학교 측과 사법 당국으로부터 잇따라 유리한 판단을 받아 냈지만, 언제 수술을 다시 할 수 있을 지 모르는 김 교수로서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녹취>김○○(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 "의사의 가장 본분은 환자 진료인데, 생명인데... 법에 의하지 않고는 진료 제한을 아무도 할 수 없는 거죠. 그걸 차단시키고 환자들은 아무 하소연도 못하고 이유도 모르고 그냥 가고, 이건 너무 심한 악행이다."

어느 조직에나 갈등은 있고, 병원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이 사적인 감정이나 다른 이유로 다툼을 벌이면서 다른 의사의 정당한 진료권을 침해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애꿎은 환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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