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자들 “등록금은 생존 문제”

입력 2011.06.1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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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학부모와 학생, 직장인, 고교생 등 다양한 계층의 호소와 정치권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행사가 막 시작한 오후 7시께 이미 청계광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등록금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집회에는 등록금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대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학교 깃발을 들고 거리로 몰려나왔고, 40~50대 학부모와 고교생과 넥타이 차림의 퇴근길 직장인도 참가했다.

◇'참을 수 없는 등록금'…대학생들 울분 =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해도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벅찬 데다 취업까지 막막한 현실이 버겁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2학년생인 이지현(20.여)씨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휴학하고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한 달에 30만원인 고시원비와 생활비를 내면 돈 모으기가 빠듯하다"며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하는 데 절박한 삶의 문제다"고 말했다.

경희대 4학년생인 봉인권(26)씨는 "졸업을 앞두고 학자금 대출이 2천만원을 넘는데 휴학을 꽉 채워서 하고도 학교 다니면서 새벽에 택배 배달을 한다"며 "취업도 잘 안 되는데 눈높이를 낮춰서 낮은 직장에 가면 연봉이 적어 어느 세월에 등록금을 상환하고 돈을 모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한국외대 졸업반 박선하(24.여)씨는 "부모님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 졸업하려고 휴학도 하지 않고 빨리 아무 회사나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부모님 정년과 졸업이 애매하게 겹치면 퇴직 전에 학교를 마치려고 졸업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허리 휘는 부모들…불안한 고교생들 = 학부모들은 노후를 대비할 여력도 없이 자녀 학비를 대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립대에 다니는 딸과 고3 아들을 둔 김모(53)씨는 "내 자식 문제라서 오늘 나왔다. 경기가 안 좋아 아들딸 둘 다 대학 보내려니 감당하기 힘들고 자식들 가르치느라 노후 준비도 못 했다"며 "아들은 1학년 마치면 어쩔 수 없이 군대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

아들이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다는 김현자(53.여)씨는 "보험사에서 일하면서 3년 전부터 아들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데 취직이 안 돼 고민 많은 아들이 안쓰럽고 안타깝다"며 "내 아들을 빚지게 한 비싼 대학 등록금이 꼭 낮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자ㆍ손녀를 둔 60대, 곧 있으면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고교생들, 아직도 대출한 학자금을 갚는 30대 직장인들도 집회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대학생 손자, 손녀를 둔 김현욱(62)씨는 "손자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손녀가 햄버거집에서 몇달 째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 보였다"며 "손자가 전화할 때마다 할아버지를 걱정시켜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데 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모든 가족이 힘들다"고 말했다.

두살배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조용현(36)씨는 "학자금을 버느라 4년 넘게 휴학하다가 2007년 서른두 살이 돼서야 간신히 졸업했다"며 "아직도 학자금 상환이 1년이나 남았는데 등록금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이선예(18)양은 "대학생 될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라 벌써 등록금이 걱정된다"며 "중고교생도 언젠가 대학생이 될 텐데 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구들과 집회에 나온 류동주(16)군은 "대학생 형과 누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며 "부모님에게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고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집회에 참석해보니 앞으로 이런 고민 없이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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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집회 참가자들 “등록금은 생존 문제”
    • 입력 2011-06-11 07:28:11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학부모와 학생, 직장인, 고교생 등 다양한 계층의 호소와 정치권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행사가 막 시작한 오후 7시께 이미 청계광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등록금 문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집회에는 등록금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대학생들이 전국 각지에서 학교 깃발을 들고 거리로 몰려나왔고, 40~50대 학부모와 고교생과 넥타이 차림의 퇴근길 직장인도 참가했다. ◇'참을 수 없는 등록금'…대학생들 울분 =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해도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벅찬 데다 취업까지 막막한 현실이 버겁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2학년생인 이지현(20.여)씨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휴학하고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한 달에 30만원인 고시원비와 생활비를 내면 돈 모으기가 빠듯하다"며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하는 데 절박한 삶의 문제다"고 말했다. 경희대 4학년생인 봉인권(26)씨는 "졸업을 앞두고 학자금 대출이 2천만원을 넘는데 휴학을 꽉 채워서 하고도 학교 다니면서 새벽에 택배 배달을 한다"며 "취업도 잘 안 되는데 눈높이를 낮춰서 낮은 직장에 가면 연봉이 적어 어느 세월에 등록금을 상환하고 돈을 모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동아리 친구들과 처음 집회에 나왔다는 한국외대 졸업반 박선하(24.여)씨는 "부모님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 졸업하려고 휴학도 하지 않고 빨리 아무 회사나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부모님 정년과 졸업이 애매하게 겹치면 퇴직 전에 학교를 마치려고 졸업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허리 휘는 부모들…불안한 고교생들 = 학부모들은 노후를 대비할 여력도 없이 자녀 학비를 대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립대에 다니는 딸과 고3 아들을 둔 김모(53)씨는 "내 자식 문제라서 오늘 나왔다. 경기가 안 좋아 아들딸 둘 다 대학 보내려니 감당하기 힘들고 자식들 가르치느라 노후 준비도 못 했다"며 "아들은 1학년 마치면 어쩔 수 없이 군대에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 아들이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다는 김현자(53.여)씨는 "보험사에서 일하면서 3년 전부터 아들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데 취직이 안 돼 고민 많은 아들이 안쓰럽고 안타깝다"며 "내 아들을 빚지게 한 비싼 대학 등록금이 꼭 낮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자ㆍ손녀를 둔 60대, 곧 있으면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고교생들, 아직도 대출한 학자금을 갚는 30대 직장인들도 집회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대학생 손자, 손녀를 둔 김현욱(62)씨는 "손자가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고 손녀가 햄버거집에서 몇달 째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 보였다"며 "손자가 전화할 때마다 할아버지를 걱정시켜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데 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모든 가족이 힘들다"고 말했다. 두살배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조용현(36)씨는 "학자금을 버느라 4년 넘게 휴학하다가 2007년 서른두 살이 돼서야 간신히 졸업했다"며 "아직도 학자금 상환이 1년이나 남았는데 등록금 문제가 남 일 같지 않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이선예(18)양은 "대학생 될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집이 유복한 편이 아니라 벌써 등록금이 걱정된다"며 "중고교생도 언젠가 대학생이 될 텐데 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구들과 집회에 나온 류동주(16)군은 "대학생 형과 누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며 "부모님에게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고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집회에 참석해보니 앞으로 이런 고민 없이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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