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권’ 외면한 언론

입력 2011.06.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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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르면 오는 8월부터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놓고 의약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면서 언론도 관련 소식을 매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의 갈등 국면에 언론들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의약품 슈퍼판매 의미가 무엇인지, 또 가장 중요한 국민의 건강권을 짚어내는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와 관련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질문> 감기약 등 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팔 수 있게 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죠? 어떤 사안인지 먼저 짚어볼까요?

<답변>

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그렇지 않은 일반약 그리고 인체영향이 거의 없는 의약외품 이렇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 중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약을 약국이 아닌 곳에서 팔겠다는 게 일반약 슈퍼 판맵니다.

일반약 슈퍼 판매가 본격 논의된 건 지난해 말 대통령이 감기약의 슈퍼 판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직훕니다.

반년 간의 장고 끝에 정부는 이른바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포기했습니다.

<인터뷰>손건익(복지부 정책실장/3일) : "의약품의 안전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국민들의 불편함은 안전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최근까지 조용하던 언론들은 이 같은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왜 일반약의 슈퍼 판매가 안 되느냐는 내용들입니다.

<녹취>국민(6.4 19) : "국민의 80% 이상이 소비자 편의성 등을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왔음에도 정부가 약사회에 굴복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녹취>세계(6.4 8) : "의약품 재분류 추진 '껍데기'처방 논란 약사 눈치보기 급급 '국민불편 해소' 당초 방침 바꿔"

<녹취>한국(6.4 35) : "효과와 효능이 일반적으로 검증돼 가정상비약 수준의 의약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지지하던 의사협회는 복지부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급기야 청와대가 재검토를 지시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카스 등 44개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돌려 8월부터 슈퍼와 편의점에서 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상비약으로 불리는 종합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은 여전히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해 의사와 약사의 견해가 다른데, 언론들은 이런 의사와 약사의 입장차를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았습니까?

<답변>

기본적으로 약사들은 안전성이 문제라며 약 슈퍼판매를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의사들은 안전성이 확보된 약들에 한해선 슈퍼판매를 찬성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언론들은 약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의사와 약사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가 불거진 이달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취>한국(6.7 11) : "의약계에선 이번 사안이 제2의 의약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녹취>경향(6.8 12) : "의사와 약사들의 밥그릇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의료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기득권만 앞세우는 이익단체 싸움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녹취>동아(6.8 16) :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가라앉았던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약사들이 응급피임약과 비만치료제 등 일부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약국에서 팔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의사들은 그 보다는 슈퍼 판매 의약품 확대 논의가 우선이라며 약사회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방송까지 가세해 언론들은 두 집단의 갈등을 집중 조명합니다.

<녹취>KBS(6.21 김민철) : "가정 상비약 슈퍼판매 문제가 의사와 약사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녹취>SBS(6.21 김경희) : "두번째 약사심의회의가 오늘 열렸는데,의사와 약사들끼리 말싸움만 하다 끝났습니다."

<녹취>MBC(6.21 이지선) : "내용 전문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먼저라는 약사측과 약 슈퍼판매 논의가 먼저라는 의사측이 한치 양보없는 신경전만 벌이다 끝났습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양쪽 이익집단이 국민의 건강권을 가지고 자기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논쟁이 심해지고 언론에서 그것을 부각시키면 시킬수록 실제로 국민의 건강권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론들은 또 양측이 이렇게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도 보도했습니다.

<녹취>조선(6.10 8) : "실제로는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가정상비약 시장을 편의점 등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녹취>KBS(6.16 내용) : "당장 의약외품으로 갈 44개 제품의 생산액은 천 4백억 원 규모. 여기에 법 개정 대상인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은 3천억 원 규모입니다. 전체 일반의약품 생산액 2조 5천억 원의 20%에 육박합니다."

언론들이 일반약 슈퍼 판매의 본질은 짚지 않은 채 의사와 약사의 갈등으로 끌어가는 것은, 독자와 시청자의 눈에 띄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언론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기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갈등구조로 국면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실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그 프레임으로 보도를 하게 되면 실제 그 문제의 본질은 놓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한 것에 대해 언론들은 정치적인 이유와 연결지어 보도하기도 했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반약 슈퍼판매와 내년 총선을 연결짓고 있었습니다.

감기약, 소화제 등이 슈퍼에서 판매되려면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바로 선거 때문이란 겁니다.

청와대가 일반약의 슈퍼판매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신문들은 오락가락하는 복지부를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녹취>서울(6.9 31) : "복지부는 약사들의 표를 염두해 둔 정치적 판단을 했고 약사회와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에 매몰된 셈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편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녹취>국민(6.9 23) : "이익단체 눈치나 보면서 그들의 압력에 휘둘리는 장관에게 국민을 위한 보건. 복지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 발 더 나아가 언론은 정치권도 약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를 위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약사들의 입장을 무시 못한다는 것입니다.

<녹취>한국(6.10 2) : ""약국과 미장원에 찍히면 국회의원 당선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약사들의 결속력은 의사 등 비슷한 전문 직종에 비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취>동아(6.11 2) :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 여당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OTC를 허용해 버리면 약사들이 입을 피해는 직접적으로 나타나 여당이 많은 표를 잃을 것"이라는 논리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까지 약사회 등 이익집단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조선(6.10 8) : "청와대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계속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대통령의 관심정책이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과 이익집단의 반발에 막혀 좌절될 경우 남은 임기동안 다른 국정의 주도적 운영도 힘들어진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 태도는 국민에게도 정치인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햅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문화콘텐츠학과) : "실제로 표를 행사하고 정치권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국민여론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 의제를 던져주는 역할을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열심히 더 심층적으로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의사와 약사의 갈등 또 정치적인 이해로 이번 사안을 접근하다보니 어떤 약이 왜 슈퍼에서 판매되는지, 환자에게 도움이 될 내용은 언론이 짚지 못하고 있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당장 8월부터 슈퍼 판매 예정인 44개 약품 중 상당수가 판매 중단된 상태인데도, 언론들은 이들 약을 다 살 수 있을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의약외품으로 재분류돼 오는 8월부터 슈퍼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은 박카스 등 드링크류 12개 제품과 가스명수 등 소화제 15개를 포함해 모두 44개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에 해당되는 23개 제품은 판매 부진으로 이미 생산이 중단된 상탭니다.

하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녹취>MBC(6.16 문소현) : "슈퍼판매가 가능해진 44개 품목의 약들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 약국에 있는 제품은 박카스 등 단 4개."

<녹취>조선(6.16 12) : "23개 품목은 판매부진으로 이미 생산중단 된 제품이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20여 개 약도 상당수가 시장점유율이 낮은 약들이어서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는 약이 많아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44개 약이 의약외품으로 재분류된 이유를 다룬 언론도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 액상 소화제 중 가스명수는 슈퍼 판매가 가능해졌다지만, 가스활명수는 시장점유율이 80%나 되지만 인체에 약리적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존대로 약국에서만 판매됩니다.

연고 가운데 마데카솔 연고는 슈퍼 판매 대상이지만, 복합 마데카솔 연고 또 후시딘 연고는 항생제 성분 때문에 약국에서만 판매됩니다.

<인터뷰>박용덕(건강세상네트워크) : "환자의 건강권 차원에서 다루어졌다면 아마도 그런 여러가지 필요한 정보들이 국민에게 경쟁적으로 제공됐겠죠. 그런데 현재로서는 전혀 제공되어야 할 정보는 하나도 제공되지 않잖아요."

오히려 언론들은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이번에 슈퍼 판매 품목에 포함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녹취>국민(6.17 13) : "박카스 약국외 판매허용..음료시장 판도변화 박카스 제조업체인 동아제약은 8월 이후 유통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녹취>세계(6.17 9) : "제품출시 50년 '피로회복제 대명사' 지난해에만 3억 5천만 병. 1283억 원어치가 팔릴 만큼 피로회복제의 대표주자이다."

이런 논란 속에 일반약 슈퍼 판매가 왜 추진됐는지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고 언론 또한 이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실장) : "정작 필요한 것은 심야시간 및 주말시간의 진료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또 이 시간에 아플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의료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인데,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 현재 언론보도의 문 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여전히 의약계는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언론이 어떻게 보도를 하는 게 옳은 것일까요?

<답변>

현재처럼 의약사간 갈등 위주의 보도를 하기보다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전제 하에 이번 사안이 건설적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소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 등 소비자 즉 환자 중심의 의약품 제도를 갖추고 있는 해외 사례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녹취>한국(6.16 7) : "영국은 구매의 편리성이 전문가의 권고보다 더 중요한 이유와 광범위한 판매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으면 자유판매품목에 포함된다. 진통제, 피부연고, 기침약, 소화제, 지사제, 변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녹취>조선(6.10 7) :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성이 인정된 약들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MBC와 SBS도 현지 특파원을 통해 외국의 슈퍼 판매 사례를 취재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MBC(6.14 런던 홍기백) : "다만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살 수 있는 양은 대부분 두 상자 이내로 제한됩니다."

<녹취>SBS(6.21 우상욱) : "다만 특별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약품을 취급하는 슈퍼나 편의점은 복약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등록판매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들은 대부분 단발성 즉 한 번 보도하는데 그치고 말아 금새 잊혀졌습니다.

또 의사와 약사 간 대립 상황을 강조하는 보도들에 묻혔습니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다룸에 있어서 언론이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 순위에 둔다면 보다 긍정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한동섭 : "문제의 본질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정책이 국민의 건강권을 과연 지켜내는 정책인지, 국민의 건강권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그런 보도와 논평이 우선이 되어야겠죠."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의사와 약사가 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갈등을 강조하는 보도를 하는 건 문젭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권입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언론이 할 일 중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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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건강권’ 외면한 언론
    • 입력 2011-06-25 1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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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르면 오는 8월부터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놓고 의약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면서 언론도 관련 소식을 매일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의 갈등 국면에 언론들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의약품 슈퍼판매 의미가 무엇인지, 또 가장 중요한 국민의 건강권을 짚어내는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와 관련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질문> 감기약 등 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팔 수 있게 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죠? 어떤 사안인지 먼저 짚어볼까요? <답변> 의약품은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그렇지 않은 일반약 그리고 인체영향이 거의 없는 의약외품 이렇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이 중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약을 약국이 아닌 곳에서 팔겠다는 게 일반약 슈퍼 판맵니다. 일반약 슈퍼 판매가 본격 논의된 건 지난해 말 대통령이 감기약의 슈퍼 판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직훕니다. 반년 간의 장고 끝에 정부는 이른바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포기했습니다. <인터뷰>손건익(복지부 정책실장/3일) : "의약품의 안전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국민들의 불편함은 안전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최근까지 조용하던 언론들은 이 같은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왜 일반약의 슈퍼 판매가 안 되느냐는 내용들입니다. <녹취>국민(6.4 19) : "국민의 80% 이상이 소비자 편의성 등을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왔음에도 정부가 약사회에 굴복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녹취>세계(6.4 8) : "의약품 재분류 추진 '껍데기'처방 논란 약사 눈치보기 급급 '국민불편 해소' 당초 방침 바꿔" <녹취>한국(6.4 35) : "효과와 효능이 일반적으로 검증돼 가정상비약 수준의 의약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지지하던 의사협회는 복지부 장관 사퇴까지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급기야 청와대가 재검토를 지시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카스 등 44개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돌려 8월부터 슈퍼와 편의점에서 팔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상비약으로 불리는 종합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은 여전히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해 의사와 약사의 견해가 다른데, 언론들은 이런 의사와 약사의 입장차를 갈등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았습니까? <답변> 기본적으로 약사들은 안전성이 문제라며 약 슈퍼판매를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의사들은 안전성이 확보된 약들에 한해선 슈퍼판매를 찬성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언론들은 약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의사와 약사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가 불거진 이달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취>한국(6.7 11) : "의약계에선 이번 사안이 제2의 의약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녹취>경향(6.8 12) : "의사와 약사들의 밥그릇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의료소비자는 안중에 없고 기득권만 앞세우는 이익단체 싸움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녹취>동아(6.8 16) :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가라앉았던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약사들이 응급피임약과 비만치료제 등 일부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약국에서 팔도록 하자고 주장했고, 의사들은 그 보다는 슈퍼 판매 의약품 확대 논의가 우선이라며 약사회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방송까지 가세해 언론들은 두 집단의 갈등을 집중 조명합니다. <녹취>KBS(6.21 김민철) : "가정 상비약 슈퍼판매 문제가 의사와 약사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녹취>SBS(6.21 김경희) : "두번째 약사심의회의가 오늘 열렸는데,의사와 약사들끼리 말싸움만 하다 끝났습니다." <녹취>MBC(6.21 이지선) : "내용 전문의약품 재분류 논의가 먼저라는 약사측과 약 슈퍼판매 논의가 먼저라는 의사측이 한치 양보없는 신경전만 벌이다 끝났습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 "양쪽 이익집단이 국민의 건강권을 가지고 자기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논쟁이 심해지고 언론에서 그것을 부각시키면 시킬수록 실제로 국민의 건강권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론들은 또 양측이 이렇게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도 보도했습니다. <녹취>조선(6.10 8) : "실제로는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가정상비약 시장을 편의점 등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녹취>KBS(6.16 내용) : "당장 의약외품으로 갈 44개 제품의 생산액은 천 4백억 원 규모. 여기에 법 개정 대상인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은 3천억 원 규모입니다. 전체 일반의약품 생산액 2조 5천억 원의 20%에 육박합니다." 언론들이 일반약 슈퍼 판매의 본질은 짚지 않은 채 의사와 약사의 갈등으로 끌어가는 것은, 독자와 시청자의 눈에 띄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언론학자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한동섭(한양대 신방과 교수) : "기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갈등구조로 국면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실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가져가서 그 프레임으로 보도를 하게 되면 실제 그 문제의 본질은 놓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한 것에 대해 언론들은 정치적인 이유와 연결지어 보도하기도 했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반약 슈퍼판매와 내년 총선을 연결짓고 있었습니다. 감기약, 소화제 등이 슈퍼에서 판매되려면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이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바로 선거 때문이란 겁니다. 청와대가 일반약의 슈퍼판매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신문들은 오락가락하는 복지부를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녹취>서울(6.9 31) : "복지부는 약사들의 표를 염두해 둔 정치적 판단을 했고 약사회와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에 매몰된 셈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편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녹취>국민(6.9 23) : "이익단체 눈치나 보면서 그들의 압력에 휘둘리는 장관에게 국민을 위한 보건. 복지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 발 더 나아가 언론은 정치권도 약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기약 등의 슈퍼 판매를 위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약사들의 입장을 무시 못한다는 것입니다. <녹취>한국(6.10 2) : ""약국과 미장원에 찍히면 국회의원 당선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약사들의 결속력은 의사 등 비슷한 전문 직종에 비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취>동아(6.11 2) :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 여당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OTC를 허용해 버리면 약사들이 입을 피해는 직접적으로 나타나 여당이 많은 표를 잃을 것"이라는 논리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까지 약사회 등 이익집단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조선(6.10 8) : "청와대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계속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대통령의 관심정책이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과 이익집단의 반발에 막혀 좌절될 경우 남은 임기동안 다른 국정의 주도적 운영도 힘들어진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 태도는 국민에게도 정치인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햅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문화콘텐츠학과) : "실제로 표를 행사하고 정치권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국민여론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 의제를 던져주는 역할을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열심히 더 심층적으로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의사와 약사의 갈등 또 정치적인 이해로 이번 사안을 접근하다보니 어떤 약이 왜 슈퍼에서 판매되는지, 환자에게 도움이 될 내용은 언론이 짚지 못하고 있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당장 8월부터 슈퍼 판매 예정인 44개 약품 중 상당수가 판매 중단된 상태인데도, 언론들은 이들 약을 다 살 수 있을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의약외품으로 재분류돼 오는 8월부터 슈퍼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제품은 박카스 등 드링크류 12개 제품과 가스명수 등 소화제 15개를 포함해 모두 44개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에 해당되는 23개 제품은 판매 부진으로 이미 생산이 중단된 상탭니다. 하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녹취>MBC(6.16 문소현) : "슈퍼판매가 가능해진 44개 품목의 약들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 약국에 있는 제품은 박카스 등 단 4개." <녹취>조선(6.16 12) : "23개 품목은 판매부진으로 이미 생산중단 된 제품이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20여 개 약도 상당수가 시장점유율이 낮은 약들이어서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는 약이 많아졌다고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44개 약이 의약외품으로 재분류된 이유를 다룬 언론도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 액상 소화제 중 가스명수는 슈퍼 판매가 가능해졌다지만, 가스활명수는 시장점유율이 80%나 되지만 인체에 약리적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존대로 약국에서만 판매됩니다. 연고 가운데 마데카솔 연고는 슈퍼 판매 대상이지만, 복합 마데카솔 연고 또 후시딘 연고는 항생제 성분 때문에 약국에서만 판매됩니다. <인터뷰>박용덕(건강세상네트워크) : "환자의 건강권 차원에서 다루어졌다면 아마도 그런 여러가지 필요한 정보들이 국민에게 경쟁적으로 제공됐겠죠. 그런데 현재로서는 전혀 제공되어야 할 정보는 하나도 제공되지 않잖아요." 오히려 언론들은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이번에 슈퍼 판매 품목에 포함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녹취>국민(6.17 13) : "박카스 약국외 판매허용..음료시장 판도변화 박카스 제조업체인 동아제약은 8월 이후 유통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녹취>세계(6.17 9) : "제품출시 50년 '피로회복제 대명사' 지난해에만 3억 5천만 병. 1283억 원어치가 팔릴 만큼 피로회복제의 대표주자이다." 이런 논란 속에 일반약 슈퍼 판매가 왜 추진됐는지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고 언론 또한 이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실장) : "정작 필요한 것은 심야시간 및 주말시간의 진료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또 이 시간에 아플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의료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인데, 이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 현재 언론보도의 문 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문>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여전히 의약계는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언론이 어떻게 보도를 하는 게 옳은 것일까요? <답변> 현재처럼 의약사간 갈등 위주의 보도를 하기보다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전제 하에 이번 사안이 건설적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소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 등 소비자 즉 환자 중심의 의약품 제도를 갖추고 있는 해외 사례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녹취>한국(6.16 7) : "영국은 구매의 편리성이 전문가의 권고보다 더 중요한 이유와 광범위한 판매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으면 자유판매품목에 포함된다. 진통제, 피부연고, 기침약, 소화제, 지사제, 변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녹취>조선(6.10 7) :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안전성이 인정된 약들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MBC와 SBS도 현지 특파원을 통해 외국의 슈퍼 판매 사례를 취재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MBC(6.14 런던 홍기백) : "다만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살 수 있는 양은 대부분 두 상자 이내로 제한됩니다." <녹취>SBS(6.21 우상욱) : "다만 특별한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약품을 취급하는 슈퍼나 편의점은 복약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등록판매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들은 대부분 단발성 즉 한 번 보도하는데 그치고 말아 금새 잊혀졌습니다. 또 의사와 약사 간 대립 상황을 강조하는 보도들에 묻혔습니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다룸에 있어서 언론이 국민의 건강권을 우선 순위에 둔다면 보다 긍정적인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한동섭 : "문제의 본질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정책이 국민의 건강권을 과연 지켜내는 정책인지, 국민의 건강권에 악영향을 주는 정책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그런 보도와 논평이 우선이 되어야겠죠."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의사와 약사가 대립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갈등을 강조하는 보도를 하는 건 문젭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권입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바람직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언론이 할 일 중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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