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청룽?

입력 2011.07.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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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관객들로 붐비는 여름 극장가. 중국 무술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언제나 인기입니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는 현행 외래어표기법상 잘못된 표기 투성이입니다.

류웨이장, 전쯔단, 리샤오룽, 리롄제, 그리고 쿵후가 맞는 표기입니다.

외래어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관객들은 이런 표기법을 알고 있을까?

<인터뷰> 김성훈(서울시 신림동) : "(표기법이 따로 있는데 알고 계셨나요?) 아뇨 몰랐는데요. 그냥 우리나라 이름처럼 짧게 쓰면 깔끔하고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인터뷰> 전병욱(서울시 종로구) : "이소룡이면 그냥 이소룡, 그렇게 적는 게 우리말 표기법 아닌가요?"

우리식 한자음이 아닌 중국 현지 발음을 따르는 표기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고 있어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김혜린(서울시 목동) : "일단 '성룡'이나 '이소룡'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그걸 강요한다고 해서 그게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지난 1986년 정부가 영어 중국어 등 주요 언어의 외래어표기법을 고시했습니다.

25년 동안 정부와 언론, 학계에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독 중국어 표기만큼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 중 중국어 표기 원칙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수기를 맞은 공항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몰렸습니다.

중국 지명의 경우 한자음과 현지음 표기를 뒤섞어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여행객 : "주로 난징쪽 많이 가고요. 상해, 그다음에 북경..."

<인터뷰> 여행객 : "하얼빈 그리고 북경, 상하이. 이 정도요?"

공항 전광판조차 표기법에 틀린 것이 눈에 띕니다.

이렇다보니 한국 사람은 베이징과 북경,난징과 남경, 이렇게 2가지 표기를 둘 다 알고 있어야 의사소통이 됩니다.

<인터뷰> 장은정(경기도 수원시) : "발음이 많이 다른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 헷갈리기기는 한데, 하나로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행사 콜센터 여행사들은 아예 중국 지명을 2중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손님마다 알고 있는 표기가 제각각이고 생소한 지명일수록 익숙한 한자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합니다.

<인터뷰> 정기윤(여행사 홍보팀장) : "계림을 구이린으로 한다든가 장가계를 장자졔로 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현지 발음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하이난 상품을 추천해드렸는데 손님께서 "하이난은 싫고 해남도(하이난)로 해달라"고 하시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기도 합니다."

표기를 혼동하기는 외교통상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원칙에 어긋나는 표기들이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표기가 혼용되다보니 청두(성도)와 칭다오(청도)가 헷갈리고, 지명은(헤이룽장성)은 현지음, 흑룡강 등 유명한 강 이름은 한자음도 허용하도록 돼있는 등 어떤 게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한국인끼리 한국어로 소통하기 위한 규정이 중국 발음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정구(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결국은 외래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들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것일 따름입니다.(정확한 원음을 그대로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의 문제고 약속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성룡 영화 장면 지난 20여년 간 대다수 언론은 이 배우의 이름을 표기법대로 청룽이라고 써왔습니다.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트위터를 통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한국인들에겐 성룡이란 배우가 존재하지 청룽이란 배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녹취>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는 그 나라 발음대로 표기해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녹취>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표기 안해도 되는 것처럼 이미 굳어진 외래어를 굳이 원음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장쯔이, 탕웨이 등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배우 이름과 80년대 이전부터 활약하던 배우의 표기 원칙을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견을 보내온 156명 가운데 청룽 48표, 성룡 104표로 우리식 한자음 표기를 선호한다는 답이 2배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면 공자, 맹자 등 역사 속 인물도 현지음대로 써야 할까. 기준은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에 일어난 신해혁명. 신해혁명 이전 인물은 기존의 한자음대로, 이후 인물은 현지음대로 표기하도록 돼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혼란을 피하는 방향으로 원칙이 정해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인터뷰> 이주행(중앙대 국문과 명예교수) : "굉장히 복잡하죠 사실. 그러니까 현대인, 과거인 구별하는 데서부터 혼란을 가져온 것 아니냐. 원칙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원지음에 가깝게 표기한다 이래놓으면 큰 문제가 없고 혼란도 야기하지 않을 것 아니냐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다 수천년간 이어져온 한자문화권의 정서, 의미 전달의 문제 등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만근(성균관대 명예교수/전 대한음성학회장) : '북경' 그러면 동서남북 그건가보다, '남경'과 상대되는 이름이다, 그러는데 베이징, 난징 이러면... 의미를 말하는 사람이 느끼면서 말을 하는 겁니다. 이것이 빠지면 앵무새 소리밖에 안되죠."

<인터뷰> 고석주(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주윤발(한자음)로 쓰기도 하지만 저우룬파(현지음)로 표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 2가지가 경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저우룬파로 정착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 자장면이 처음 보급된 인천 차이나타운. 이곳에서 가장 오래 영업을 해온 중국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중국식 춘장을 기름에 볶아 만든 자장을,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면에 얹으면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의 대표음식인 자장면이 완성됩니다.

기름에 튀긴다는 의미의 작(炸)자에 춘장을 의미하는 장(醬)을 합쳐 만든 단어를 중국 발음과 가깝게 표준어로 정한 것이, 자장면입니다.

<인터뷰> 왕소욱(주방장(화교, 경력 37년) :(중국 발음대로 한번 읽어봐주시겠어요?) 짜장몐. (자장면이 맞아요? 짜장면이 맞아요?) 짜장면이 맞아요."

부모님 때부터 대를 이어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화교 출신 사장은 우리가 부르는 중국음식 명칭에 잘못이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지미(화교, 중국집 운영) : "짜장몐, 류산쓰..."

일상 생활에서 자장면을 표기법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박대훈(서울시 서초동) : "자장면이 발음하기에 어려운 게 좀 있어가지고요, 어감도 많이, 사람들이 '짜장' '짜장' 하다보니까 그게 더 익숙한 것 같고 그래서 '짜장'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나..."

한자음과도, 현지음과도 다른 국적불명의 발음이 굳어져 통용되고 있어 중국 음식 명칭 역시 정비가 시급해보입니다.

중국에선 그들의 방식대로 한국 인명과 지명을 쓰고 읽습니다.

우리는 중국 발음을 따라 읽어야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웃나라의 발음을 자국어의 표기 원칙으로 삼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유만근(성균관대 명예교수) : "사고 방식이 철학부터가 다른 것이에요. 이것은 식민지 속국 사람의 사고와, 자주민의 사고의 차이입니다. 아직도 가난하던 시절, 속국 시절의 그 정신이 지배하고 있어서 감추려고 해도 이런 언어생활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당장 표기법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뷰> 고석주(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지난 25년간 교육을 받은 사람들, 지난 25년 동안 한국어에 수용된 중국어나 외래어의 표기를 다시 다 바꿔야 된다는 문제가 생기고 그런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혼란을 가져오고 큰 불편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언어 정책을 입안하는 국립 국어원의 입장은 어떨까.

<인터뷰> 조남호(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 "25년 정도 지났으니까 정착이 될 줄 알았는데..."

어떤 사람의 경우는 우리 한자식 이름으로 알려졌고, 어떤 사람들은 현지 발음으로 알려졌고 이렇게 해서 다소 아직은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선 현지음과 한자음 어느 한 쪽 원칙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조남호(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그냥 정해버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이견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그걸 토대로 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서 할 생각입니다.

학계에선 정책 당국이 국민 실생활에 더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인터뷰> 이주행(중앙대 명예교수) : "언중의 언어 실태를 중시해가지고 규범을 만들어야 된다, 우린 지금까지 그런 점에 소홀했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의 말과 글에 원칙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외래어가 유입되고 언어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정책 당국이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랜 기간 혼란이 방치되거나 언어생활의 변화 속도를 표기법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올바른 외래어 사용은 더욱 어려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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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룡? 청룽?
    • 입력 2011-07-11 07:43:47
    취재파일K
<앵커 멘트> 관객들로 붐비는 여름 극장가. 중국 무술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언제나 인기입니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는 현행 외래어표기법상 잘못된 표기 투성이입니다. 류웨이장, 전쯔단, 리샤오룽, 리롄제, 그리고 쿵후가 맞는 표기입니다. 외래어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관객들은 이런 표기법을 알고 있을까? <인터뷰> 김성훈(서울시 신림동) : "(표기법이 따로 있는데 알고 계셨나요?) 아뇨 몰랐는데요. 그냥 우리나라 이름처럼 짧게 쓰면 깔끔하고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인터뷰> 전병욱(서울시 종로구) : "이소룡이면 그냥 이소룡, 그렇게 적는 게 우리말 표기법 아닌가요?" 우리식 한자음이 아닌 중국 현지 발음을 따르는 표기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고 있어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김혜린(서울시 목동) : "일단 '성룡'이나 '이소룡'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그걸 강요한다고 해서 그게 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지난 1986년 정부가 영어 중국어 등 주요 언어의 외래어표기법을 고시했습니다. 25년 동안 정부와 언론, 학계에서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독 중국어 표기만큼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 중 중국어 표기 원칙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수기를 맞은 공항 출국장에 여행객들이 몰렸습니다. 중국 지명의 경우 한자음과 현지음 표기를 뒤섞어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여행객 : "주로 난징쪽 많이 가고요. 상해, 그다음에 북경..." <인터뷰> 여행객 : "하얼빈 그리고 북경, 상하이. 이 정도요?" 공항 전광판조차 표기법에 틀린 것이 눈에 띕니다. 이렇다보니 한국 사람은 베이징과 북경,난징과 남경, 이렇게 2가지 표기를 둘 다 알고 있어야 의사소통이 됩니다. <인터뷰> 장은정(경기도 수원시) : "발음이 많이 다른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 헷갈리기기는 한데, 하나로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여행사 콜센터 여행사들은 아예 중국 지명을 2중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손님마다 알고 있는 표기가 제각각이고 생소한 지명일수록 익숙한 한자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합니다. <인터뷰> 정기윤(여행사 홍보팀장) : "계림을 구이린으로 한다든가 장가계를 장자졔로 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현지 발음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하이난 상품을 추천해드렸는데 손님께서 "하이난은 싫고 해남도(하이난)로 해달라"고 하시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기도 합니다." 표기를 혼동하기는 외교통상부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원칙에 어긋나는 표기들이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표기가 혼용되다보니 청두(성도)와 칭다오(청도)가 헷갈리고, 지명은(헤이룽장성)은 현지음, 흑룡강 등 유명한 강 이름은 한자음도 허용하도록 돼있는 등 어떤 게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한국인끼리 한국어로 소통하기 위한 규정이 중국 발음을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정구(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결국은 외래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들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것일 따름입니다.(정확한 원음을 그대로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의 문제고 약속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성룡 영화 장면 지난 20여년 간 대다수 언론은 이 배우의 이름을 표기법대로 청룽이라고 써왔습니다.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트위터를 통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한국인들에겐 성룡이란 배우가 존재하지 청룽이란 배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녹취> "사람 이름 같은 고유명사는 그 나라 발음대로 표기해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녹취> "오렌지를 오륀지라고 표기 안해도 되는 것처럼 이미 굳어진 외래어를 굳이 원음대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장쯔이, 탕웨이 등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배우 이름과 80년대 이전부터 활약하던 배우의 표기 원칙을 다르게 인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견을 보내온 156명 가운데 청룽 48표, 성룡 104표로 우리식 한자음 표기를 선호한다는 답이 2배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면 공자, 맹자 등 역사 속 인물도 현지음대로 써야 할까. 기준은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에 일어난 신해혁명. 신해혁명 이전 인물은 기존의 한자음대로, 이후 인물은 현지음대로 표기하도록 돼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혼란을 피하는 방향으로 원칙이 정해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인터뷰> 이주행(중앙대 국문과 명예교수) : "굉장히 복잡하죠 사실. 그러니까 현대인, 과거인 구별하는 데서부터 혼란을 가져온 것 아니냐. 원칙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원지음에 가깝게 표기한다 이래놓으면 큰 문제가 없고 혼란도 야기하지 않을 것 아니냐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다 수천년간 이어져온 한자문화권의 정서, 의미 전달의 문제 등으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만근(성균관대 명예교수/전 대한음성학회장) : '북경' 그러면 동서남북 그건가보다, '남경'과 상대되는 이름이다, 그러는데 베이징, 난징 이러면... 의미를 말하는 사람이 느끼면서 말을 하는 겁니다. 이것이 빠지면 앵무새 소리밖에 안되죠." <인터뷰> 고석주(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주윤발(한자음)로 쓰기도 하지만 저우룬파(현지음)로 표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 2가지가 경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저우룬파로 정착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한국에 자장면이 처음 보급된 인천 차이나타운. 이곳에서 가장 오래 영업을 해온 중국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중국식 춘장을 기름에 볶아 만든 자장을,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면에 얹으면 우리나라 중국음식점의 대표음식인 자장면이 완성됩니다. 기름에 튀긴다는 의미의 작(炸)자에 춘장을 의미하는 장(醬)을 합쳐 만든 단어를 중국 발음과 가깝게 표준어로 정한 것이, 자장면입니다. <인터뷰> 왕소욱(주방장(화교, 경력 37년) :(중국 발음대로 한번 읽어봐주시겠어요?) 짜장몐. (자장면이 맞아요? 짜장면이 맞아요?) 짜장면이 맞아요." 부모님 때부터 대를 이어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화교 출신 사장은 우리가 부르는 중국음식 명칭에 잘못이 많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조지미(화교, 중국집 운영) : "짜장몐, 류산쓰..." 일상 생활에서 자장면을 표기법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박대훈(서울시 서초동) : "자장면이 발음하기에 어려운 게 좀 있어가지고요, 어감도 많이, 사람들이 '짜장' '짜장' 하다보니까 그게 더 익숙한 것 같고 그래서 '짜장'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나..." 한자음과도, 현지음과도 다른 국적불명의 발음이 굳어져 통용되고 있어 중국 음식 명칭 역시 정비가 시급해보입니다. 중국에선 그들의 방식대로 한국 인명과 지명을 쓰고 읽습니다. 우리는 중국 발음을 따라 읽어야 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웃나라의 발음을 자국어의 표기 원칙으로 삼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유만근(성균관대 명예교수) : "사고 방식이 철학부터가 다른 것이에요. 이것은 식민지 속국 사람의 사고와, 자주민의 사고의 차이입니다. 아직도 가난하던 시절, 속국 시절의 그 정신이 지배하고 있어서 감추려고 해도 이런 언어생활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당장 표기법을 바꾸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뷰> 고석주(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지난 25년간 교육을 받은 사람들, 지난 25년 동안 한국어에 수용된 중국어나 외래어의 표기를 다시 다 바꿔야 된다는 문제가 생기고 그런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혼란을 가져오고 큰 불편을 가져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언어 정책을 입안하는 국립 국어원의 입장은 어떨까. <인터뷰> 조남호(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 "25년 정도 지났으니까 정착이 될 줄 알았는데..." 어떤 사람의 경우는 우리 한자식 이름으로 알려졌고, 어떤 사람들은 현지 발음으로 알려졌고 이렇게 해서 다소 아직은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선 현지음과 한자음 어느 한 쪽 원칙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조남호(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그냥 정해버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이견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더 많은 의견을 듣고 그걸 토대로 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서 할 생각입니다. 학계에선 정책 당국이 국민 실생활에 더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인터뷰> 이주행(중앙대 명예교수) : "언중의 언어 실태를 중시해가지고 규범을 만들어야 된다, 우린 지금까지 그런 점에 소홀했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의 말과 글에 원칙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외래어가 유입되고 언어의 국경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정책 당국이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랜 기간 혼란이 방치되거나 언어생활의 변화 속도를 표기법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올바른 외래어 사용은 더욱 어려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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